사례로 풀어보는 공연예술의 마케팅 전략
홍 승 찬
목 차
1. 마케팅의 정의와 범위
2. 상품 선정
3. 가격책정
4. 장소와 시간
5. 홍보와 광고
1)직접 홍보
2) 매체홍보
3) 광고
6. 시장조사
7. 미래를 위한 마케팅 전략
언제부터인가 소위 대중예술과 고급예술, 혹은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이라는 구분이 사라져가고 있다. 당연히 이런 현상은 양자가 서로 상대편에 접근한 결과이겠지만 접근의 정도를 따지자면 고급예술이 대중화를 지향하고 순수예술이 상업화를 지향하고 있는 바가 더욱 크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에는 재즈 연주자들이 클래식 레퍼토리를 연주했지만 지금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재즈음악과 대중음악을 연주한다. 록음악에 맞춰 발레를 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고 화랑가에도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는 ‘파격세일’이라는 문구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 때 대중화라는 것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시장기능의 활성화를 통해 수요를 늘려가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상업화라는 것도 수입의 증대를 통한 수익성의 향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다시 요약한다면 오늘날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주목받으면서 날로 그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는 마케팅의 목표와도 다르지 않다. 단지 구별하자면 지금의 상황에서 대중화와 상업화를 통해 순수예술, 혹은 고급예술이 목표로 삼는 것은 이윤보다는 생존에 가깝다는 것이다.
언젠가 테너 플라치도 도밍고가 미국의 티브이 토크 쇼인 ‘필 도나휴 쇼’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 그는 대중가요를 부르고 대중가요 가수와 함께 작업을 하는 이유가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려는 것이고, 그런 노력을 통해 결국은 대중들을 오페라 극장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했었다. 이제 메트로폴리탄마저도 관객이 줄어들면서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도밍고와 같은 주역가수들을 대중적인 스타로 만들어 대중들 앞에 내세우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들의 발길을 돌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의 수가 심각할 정도로 줄어들고 있고, 그나마도 중년 이상의 연령층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공연장이나 공연단체마다 청중이나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각적이고도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공연과 관련된 부가가치를 개발하고 확장하려는 노력도 함께 펼치면서 본격적인 마케팅(Marketing)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근자에 이르러 우리나라에서도 마케팅을 앞세운 공연기획의 사례가 늘고는 있지만 정동극장을 비롯한 몇몇 경우를 제외한다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으며 그 예외적인 경우라는 것도 상당 부분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공연예술 전반에 걸쳐 마케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인데, 그런 만큼 현재 우리의 공연예술이 처해 있는 마케팅 환경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근본적인 개선과 대안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이 글은 공연장이나 공연단체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혹은 개별 공연을 기획하는 입장에서 마케팅을 생각할 때 반드시 고려하고 반영해야 할 여러 가지 요소들을 지적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공연예술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포괄적이고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의 수립을 가능하게 하는 원칙을 세우고자 쓰여졌다. 그렇게 함으로써 공연예술 전반의 경영여건을 호전시키고 공연예술의 활성화를 꾀하자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1 . 마케팅의 정의와 범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마케팅을 ‘생산자로부터 소비자 또는 사용자에게로 상품과 용역이 이동되는 과정에 포함되는 모든 활동’이며, ‘이는 경제의 특정 개념을 초월하는 개념이며, 이익을 전제로 한 사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사전에 따르면 ‘이전에는 마케팅의 기능을 상품의 광고, 시장조사, 판매촉진 등을 통해 판매량을 극대화하는 것 정도로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고객과 관련된 모든 활동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고 한다. 한편 민음사에서 출판된 역서 『예술경영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예술경영, 혹은 비영리 단체에 있어서의 마케팅에 대한 정의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마케팅이란 다양한 시장에서 일어나는 대중과의 교환활동을 효과적으로 경영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바바라 샤퍼 베이컨(Barbara Schaffer Bacon)과 팸 코자(Pam Korza)는 ‘마케팅이란 단순히 상품을 파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이는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다’라는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런 정의들을 종합해 보면 포괄적인 개념에서의 마케팅이란 결국 경영활동 전반을 다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가운데 특정 부분만을 마케팅의 영역이라고 따로 규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활동 전반을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고찰하기에는 논의가 너무 산만해져 초점을 잃을 우려가 있고, 일반적으로 마케팅의 전문 영역을 크게 가격 책정, 상품 선정, 유통, 판매 촉진, 시장 조사로 구분하고 있기에 이들 영역에 관해서만 언급하기로 하겠다. 다만 이것을 공연예술 분야에 적용시킨다면 유통을 공연이 이루어지는, 즉 다시 말해 공연이 유통되고 있는 장소와 시간의 문제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판매 촉진을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홍보와 광고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2 . 상품 선정
공연예술에서 상품이라 함은 공연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야 당연히 상품의 결정이 마케팅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겠지만 일반적으로 상업적인 가치보다는 예술적인 가치를 중시하기 마련인 공연예술에서의 상품, 즉 공연의 결정에 있어서는 마케팅의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다. 지금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과거보다는 공연의 결정에 있어 마케팅의 비중이 커져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공연의 제작자, 기획자와 공연에 참여하는 예술가들 사이에 끊임없는 마찰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하한 경우에도 수입을 위해, 혹은 보다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연의 작품성이나 예술적인 가치를 손상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마케팅을 고려하지 않는 예술성이라는 것도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 것이 적자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오늘날의 엄연한 현실이다. 물론 예술성이 뛰어난 공연이 마케팅적인 차원에서도 성공적인 경우가 많지만 다음의 사례에서와 같이 마케팅적인 차원에서의 공연기획이 공연의 취지를 살리는 경우도 있다.
사례 1) 창립 30주년을 맞은 어느 기업에서 임직원 및 그 가족들을 위한 기념 음악회를 개최할 계획으로 필자에게 자문을 요청해 왔다. 음악회에 출연할 연주자들을 추천하고 연주곡목을 정해달라는 것이 요청의 요지였다. 요청에 대한 답은 그 회사의 임직원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연주자와 연주곡들을 조사하는 설문지를 돌리고 그 결과대로 연주자를 섭외하고 연주곡목을 정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공연에 대한 참여도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출연진 섭외에서도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고 했다. 수만 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는 점을 내세운다면 출연요청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그런 설문조사의 결과 자체가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홍보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위의 사례에서와 같이 공연의 내용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거나 공연의 내용이 공연의 목적이나 취지에 있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경우는 공연의 내용 자체를 설문을 통해 결정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회사 창립기념 공연이나, 최근에 부쩍 늘고 있는 고객 사은 음악회와 같이 대상으로 하는 관객의 범주가 미리 정해져 있는 공연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공연단체의 공연에서도 연간 계획된 공연들의 일부라든지, 혹은 한 공연내용의 일부분을 관객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3 . 가격 책정
아무리 잘 만들어진 상품이라 하더라도 그 가격이 잘못 책정되었다면 시장공략에 성공할 수가 없다. 물론 상품의 가격이라는 것이 비용과 이윤을 고려해서 결정되는 것이겠지만 때로는 마케팅적인 차원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다른 요소들이 다소 무시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주변에서 살펴 본다면 ‘덤핑’이라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에 속할 것이고 더러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 오히려 매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격을 낮추는 것이 매출의 증가를 가져오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공연예술의 경우 여러 가지 한계상황으로 인해 가격인하 요인보다는 가격상승의 요인이 많은 것이 문제이다. 수요자들의 계획적이고 안정적인 소비를 돕기 위해 가격의 표준화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공장에서 찍어내는 규격화된 제품들과는 달리 너무나 다양한 변수를 지닌 공연의 가격을 표준화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보다는 가격의 차이에 따른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 효과적일 수가 있다.
사례 2) 조프리 발레단의 내한공연이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다. 티켓을 사기 위해 창구 앞에 줄을 섰지만 길지도 않은 줄은 한참이 지나도 줄어들지가 않았다. 그리고는 15분이나 지난 다음 창구 앞에 거의 다다르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모두들 등급별 좌석배치를 확인하느라 시간을 보낸 탓이었다. 등급별 좌석배치가 공연마다 달라지고, 또 관람하는 데 있어서 그 차이라는 것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낮은 등급의 표를 사서 높은 등급의 좌석과 최대한 가까운 자리를 확보하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공연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해서 공연장의 객석수를 늘일 수는 없다. 그래서 공연마다 티켓 값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등급별 좌석의 숫자와 위치까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급좌석을 늘렸다고 해서 매출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고급좌석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궁극적으로는 관객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물론 공연의 종류마다 관람하기 좋은 위치가 다르겠지만 수입을 늘리기 위해 고급좌석의 수를 늘리는 편법은 쓰지 말아야 한다. 모든 인간관계가 마찬가지이겠지만 마케팅에서도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보다는 오히려 등급별 가격차를 줄이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가 있다. 그리고 등급별 차이라는 것을 반드시 공연과 연관시킬 필요는 없다. 특별좌석을 구입한 관객에게는 안내책자를 제공한다든지, 혹은 휴식시간에 간단한 음료를 제공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의 특별한 대접, 누구라서 이것을 마다할 것인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한다면 특정 공연장이나 공연단체의 연회원이나 특별회원에게는 식별이 용이한 뱃지나 차랑 스티커는 물론이고 지정석에다 ID 카드를 별도로 제공하는 것도 방법일 수가 있다. 이때 ID 카드를 제시하는 회원에게는 리허설이나 리셉션에 참가할 수 있는 특권을 비롯한 여러 가지 혜택을 부여하고 스티커를 부착한 승용차에 대해서는 주차대행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4 . 장소와 시간
사례 3) 여의도의 어느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A씨는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예술의 전당을 찾아 공연을 관람키로 했다. 퇴근시간인 오후 6시에 바로 사무실을 나선다고 해도 잠실에 있는 집에 들렀다가는 도저히 저녁 7시 30분으로 예정되어 있는 공연시간에 맞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족들은 따로 예술의 전당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고 퇴근하는 즉시 공연장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셔틀버스까지 이용해야 하는 난코스였지만 서두른 덕분에 공연시간 10분 전에 겨우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그 시간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하교시간에 맞춰 승용차로 집을 나선 부인은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가 교문을 나서는 자녀를 차에 태우고 공연장으로 향했지만 퇴근 시간을 맞은 도로는 이미 자동차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가까스로 도착한 때는 이미 공연시간을 넘긴 다음이었고 로비에서 기다리던 남편에게도 핀잔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늦게라도 허둥지둥 공연장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기는 했지만 이미 기분은 엉망이었고 저녁식사 시간을 넘긴 뱃속도 편할 리가 없었다. 공연을 보는 둥 마는 둥 집으로 돌아온 A씨와 그 가족들은 그후로 예술의 전당을 찾아 함께 공연을 보는 것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위의 사례는 우리나라 공연예술 유통의 현황이 얼마나 소비자의 요구와는 동떨어져 있는가를 보여주는 경우이다. 최근에 이르러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지하철 노선이 개통되기는 했지만 예술의 전당과 국립극장과 같은 대표적인 공연장들은 처음부터 대중교통수단과의 연계를 고려하지 않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다. 게다가 이들 공연장 주변으로는 식사와 쇼핑 등 일상 생활과 관련된 편의시설들이 들어서 있지 않아 라파예트 백화점, 쁘렝땅 백화점과 바로 인접해 있는 파리 오페라 극장의 위치를 비교하면 과연 바람직한 공연장의 입지조건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따져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음악이나 무용에 비해 일찍부터 자립의 길을 걸어왔던 연극의 경우, 대학로를 본거지로 삼게 된 것도 관객 입장에서의 입지조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공연기획사나 공연단체들이 이처럼 좋은 입지 조건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특정 공연장만을 선호하는 것은 실속보다는 외형 위주의 공연 풍토가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공연에 필요한 여건을 고루 갖추고 있는 공연장도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교회나 예식장, 구민회관 등과 같이 공연전용 시설이 아닌 장소에서의 공연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장소의 특성에 따른 공연물 선정과 마케팅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기대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장소의 입지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공연시간이고 장소를 선택하는 것에 비하면 시간을 결정하고 조정하는 일에 훨씬 많은 융통성이 주어져 있음에도 이 문제는 지나치게 간과되고 있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러시아워 콘서트’는 링컨센터 주변의 직장인들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퇴근시간 직후 교통이 혼잡한 시간을 피해 한 시간 남짓한 연주회를 즐기고 이후 시간을 여유롭게 활용하라는 취지의 기획공연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동극장이 주부들을 위한 오전 공연과 주변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겨냥한 공연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이런 일련의 시도들이 다른 공연장이나 공연단체로 확산되고 있지는 않다.
문제는 공연시간과 같은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까지도 관객조사 없이 결정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공연자 중심의 사고와 관행을 버리지 않는 한 공연장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저녁공연 시간이 너무 이르다는 지적과 그것이 혹시 관객보다는 공연자의 입장을 배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어느 공연장 관계자는 관객들의 귀가 시간을 배려한 결정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밤늦도록 이어지기 마련인 우리의 음주문화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방송사의 심야 프로그램을 생각한다면 이것도 그다지 설득력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5 . 홍보와 광고
1) 직접 홍보
사례 4) 런던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퇴근 시간 무렵 런던의 명소인 ‘세인트 마틴’ 교회 앞을 지나고 있었는데, 거리를 메운 사람들 사이에서 무엇인가를 크게 외치는 소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금 더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그들은 ‘세인트 마틴’ 교회에서 있을 연주회 소식을 알리기 위해 사람들에게 전단을 나눠주고 있었다. 마치 싸구려 물건을 파는 듯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설마했지만 전단에 적힌 공연은 놀랍게도 영화 <아마데우스>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였다. 그래서 다시 손에 든 전단을 들여다 보았지만 재생지처럼 보이는 얇은 종이에다 검정색 잉크로 공연의 내용만을 간략하게 인쇄한 너무나도 보잘것 없는 종이쪽지였다.
우리의 실정과는 너무나 다르지만 이것이 전단이 만들어진 원래의 용도이다. 우리처럼 공연장이나 티켓 예매처에 비치해 두는 것이라면 같은 장소에 같은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 있는데, 별도의 비용을 들여 전단을 제작할 필요가 없다. 전단은 그야말로 포스터 앞에 발길을 멈출 수 없는 사람들에게 직접 나눠주라고 만들어진 것이고, 어떻게 보면 인쇄물을 통한 홍보의 방법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방법인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마케팅이야말로 거리로 뛰쳐나와 전단을 돌리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일이다. 직접 들고 나올 수 없다면 신문에 끼워서라도 전해야 할 것이다. 많은 돈을 들여 홍보물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정성과 아이디어를 쏟아 보도자료를 깔끔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들을 목적한 바대로 잘 사용하는 것이고, 그러자면 제대로 전달하는 방법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홍보 역시 직접 접촉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제한된 시간과 한정된 범위를 문제삼을 수도 있겠지만 잠실체육관에 수만 명을 모아야 하는 대형 이벤트가 아니라면 직접적이고 개별적인 홍보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보다 확실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직접 홍보에는 포스터와 전단, 안내책자와 엽서 등과 같은 인쇄물과 현수막을 이용하는 방법과 전화와 팩스, 컴퓨터 통신 등의 통신기기를 이용하는 방법, 비디오나 컴팩트 디스크 등의 시청각 자료를 이용하는 방법, 홍보를 위한 특별행사를 마련하는 방법, 뱃지나 스티커, 모자 등의 기념품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공연의 성격이라든지 마케팅의 대상 등 여러 가지 여건에 따라 방법의 선택을 달리해야 하겠지만 비용과 효율성을 따진다면 앞으로는 컴퓨터 통신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연장이나 공연단체마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그것을 잘 관리만 한다면 전자우편이나 게시판을 이용한 홍보는 물론 관객조사와 매표까지도 컴퓨터를 통해 별도의 비용 지출 없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사례 5) 예술의 전당은 98년 10월에 있었던 ‘10월 음악축제’에서 색다른 시도를 선보였다. 축제에 포함된 각 연주회가 시작하기 전에 다음 연주회에 출연할 연주자들이 먼저 무대에 올라 그들 공연에서 들려줄 레퍼토리의 일부를 선보이는 것이었다. 별도의 관객 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발상이 실제로 관객을 동원하는 데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공연의 홍보를 위해 연주자들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그리고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 소수를 홍보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도였다.
위의 사례는 직접홍보의 방법들 가운데 홍보행사를 활용한 경우로, 얼마 전 정동극장도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전통예술 상설무대를 기획하면서 출연진들이 직접 공항 로비에 나가서 공연의 일부를 펼쳐보이는 시도를 계획한 바 있었다. 아비뇽 축제와 같은 페스티발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이나 거리에는 출연자들이 직접 나서서 시연을 펼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두 경우는 얼핏 위에서 보기로 든 사례와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따져보면 조금씩 틀린 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정동극장의 경우는 상설공연이라는 점이 그렇고, 아비뇽 축제와 같은 페스티발들은 참가하는 관람객들도 일정 기간,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 주변에 함께 머문다는 점이 예술의 전당의 ‘10월 음악축제’와는 다르다. ‘10월 음악축제’의 경우 앞선 공연을 이용해서 다음 공연을 홍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개막 첫날 공연을 홍보를 위한 시연회로 기획해서 축제에 참가하는 공연팀들 각각에게 그들의 공연을 홍보할 수 있는 짧은 순서들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2 ) 매체 홍보
매체 홍보는 홍보하고자 하는 내용을 신문, 방송 등의 대중매체에 기사거리로 제공하여 홍보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하여 각 대중매체의 담당자 앞으로 보내는 것이 이에 해당되는데, 실제로 그것이 기사화되기 위해서는 작성에서부터 전달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한정된 시간만을 활용하는 공연예술의 특성상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광고보다는 비용 없이도 같은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매체홍보에 치중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신뢰도의 측면에서는 광고보다는 기사가 더욱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마케팅의 출발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면 보도자료 역시 그것을 다루게 될 매체와 기자의 입장에서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소에 담당기자와 면식을 가지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편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기자가 원하는 것은 기사다. 그러므로 기자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원한다면 평소에 늘 공연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기사거리가 될 만한 것들을 수집해서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도 기자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기사로서의 가치를 가지려면 무엇보다도 새로운 사실을 부각시켜야 할 것이고 그러자면 자료의 도입 부분에 그런 점을 강조해서 눈길을 끌어야 한다. 당연히 방송용 보도자료와 지면매체용 보도자료가 달라야 하고 티브이와 라디오, 일간지와 주간지가 같을 수 없을 것이다. 신문이라면 특집기사를 겨냥한 보도자료와 일반기사나 단순한 공연안내를 목표로 한 보도자료가 달라야 할 것이고, 방송을 위한 보도자료라면 당연히 구어체 문장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별도의 작업 없이 바로 내보낼 수 있는 보도자료를 원할 것이고 그러자면 당연히 문체뿐만 아니라 기사의 길이까지도 매체의 사정에 맞춰주어야 한다.
일간지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일간지마다 공연소식을 다루는 지면의 크기나 형식이 다를 뿐만 아니라 분야별로 기사를 다루는 요일도 다 틀린다. 그렇기 때문에 보도자료의 내용뿐만 아니라 배포하는 시기도 이와 같은 매체의 사정을 감안해서 결정해야 한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한 장으로 만들어진 보도자료를 먼저 팩스로 보내고 보다 상세한 내용을 담은 자료와 사진을 우편으로 보내는 것이 좋다. 물론 우편보다는 직접 찾아가는 것이 좋겠지만 마감으로 쫓기는 시간에 방문했다면 역효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각 매체의 담당 기자들에 생활습관이나 일과에 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파악된 정보들 가운데 컴퓨터 통신을 즐기는 기자에 관한 것이 있다면 그 기자만큼은 직접 찾아갈 필요 없이 전자우편을 이용하여 보도자료를 보내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3 ) 광고
사례 6) 어느 비영리 공연단체가 무료공연을 기획했지만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길이 없었다.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고자 여러 경로를 통해 몇몇 기업에 협찬을 의뢰했지만 모두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미 몇 차례 경험을 통해 기업의 협찬이 공연의 내용보다는 홍보효과의 정도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 공연의 기획자는 방송사의 광고 후원을 끌어들여 그것으로 협찬을 유도하기로 마음 먹었다. 먼저 방송사에는 후원의 대가로 협찬금액의 상당 부분을 제공하기로 하고 협찬사로는 티브이 광고가 금지되어 있는 품목인 양주를 생산하는 한 회사를 목표로 삼았다. 그 회사는 공연을 광고하는 방송 끝에 잠시 협찬사를 소개한다는 점을 활용하기 위해 협찬에 응했고, 방송사는 공연후원으로 시청자에 대한 이미지도 살리면서 별도의 광고수입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후원에 응했던 것이다.
앞서 이미 지적했듯이 공연예술에서의 광고는 비용만큼의 효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대중매체의 속성이 일단 불특정 다수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한정된 수의 애호가를 끌어들이려는 공연의 의도와는 맞지 않고 광고에 필요한 비용도 대부분 공연의 제한된 재정규모를 생각한다면 감당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다른 상품들과는 달리 비용이 들지 않는 매체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이고 부득불 광고를 생각해야 한다면 위의 사례에서처럼 비용을 지출하지 않거나 극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위의 사례는 공연 광고에 협찬사에 대한 광고가 삽입되는 경우이지만 그 반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일반 기업이나 상품광고에 공연광고가 끼어드는 것이다. 어느 백화점이 경품을 내거는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라면 공연의 입장권을 경품으로 제공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어느 기업의 고객사은행사의 사은품으로 제공함으로써 더불어 광고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런 종류의 발상들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것은 신용카드 고객들이 매달 받아보는 소식지에 광고를 싣고 그 대가로 해당 카드 소지자에게 대폭적인 할인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6 . 시장조사
마케팅이 시장조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다. 아울러 상품을 결정하고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이나 공연장소와 시간을 결정하고 홍보와 광고를 계획하는 등 마케팅과 관련된 모든 기획 단계에서 시장조사의 결과가 고려되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조사와 분석의 과정을 거쳐 다음을 위한 대비책을 삼아야 할 것이다. 시장조사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을 만들고,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적진영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전장에 나서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시장조사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조사자료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할 것이고, 분석결과를 토대로 마케팅 전략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시장조사 이전에 공연에 대한 여러 가지 근본적인 요소들이 구상되고 기획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공연의 내용까지도 시장조사의 결과와 마케팅 전략에 따라 결정, 혹은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공연장이나 공연단체, 혹은 공연기획사들이 별도의 시장조사를 거쳐 공연을 기획했다거나, 혹은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는 사례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 단체의 적자가 누적되고 이들이 기획한 공연에 관객들이 모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장조사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어떤 특정 단체가 먼저 나서 시작하기에는 너무나도 막연하리만큼 여러 가지 선행조건들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떤 공연단체가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시장조사에 나섰다면 이전의 다른 뮤지컬 공연들에서 축적된 관객조사의 결과가 필요하고, 뮤지컬 공연이 가능한 여러 공연장들과 관련된 설문조사의 결과도 있어야 할 것이다. 더 나가서는 특정 계층이나 연령, 혹은 특정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뮤지컬 선호도는 물론이고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 전반에 걸친 정보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디를 둘러 보아도 이런 정보와 자료들이 축적되어 있는 곳을 찾기는 쉽지가 않다. 그러니 이런 실정에서 제대로 된 시장조사, 혹은 관객조사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고 애초에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시장조사라는 것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을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여론을 환기시켜 국가적인 차원에서, 혹은 범문화계적인 차원에서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조사작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이와 같은 대대적인 조사작업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고, 이것이 당장 실현된다고 해서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조사의 결과가 개별적인 공연기획이나 공연장, 혹은 공연단체 운영에 바로 적용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런 근원적인 정보를 기대하기 이전에 개별 공연의 주체들이 시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장조사의 방법들이 있고 그것만으로도 당장의 문제해결에 실마리를 마련할 수도 있다. 따로 조사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축적된 공연들의 결과가 바로 시장조사를 위한 기본자료가 될 것이고 인구조사나 교통량 조사와 같이 공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여러 가지 통계조사의 결과 역시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당연히 시장조사의 핵심은 관객 조사이다. 그리고 전화를 이용하든 설문지를 이용하든 관객조사를 위한 설문 내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의 신상을 파악하는 일이다. 어떤 종류의 공연이든 한 번 경험한 사람이 두 번 경험하기 쉽고, 그보다는 두 번 경험한 사람이 세 번째를 시도할 확률이 더욱 높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가정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장 밖에서 잠재 고객, 혹은 가상 고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펼치는 것보다는 지금 이 순간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는 것이 다음 공연기획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더욱 유용할 것이라는 것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다.
관객들에게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들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신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일단 특정 공연장, 혹은 특정 공연단체의 공연무대를 찾은 관객들의 신상을 파악하고 나면 그 다음 공연에서는 앞서 파악된 관객들의 신상정보를 바탕으로 그들에 대한 직접홍보를 시도할 수 있고, 그 성과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간접홍보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누구나 꺼리기 마련인 개인의 신상공개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방법일 것인데,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당사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피해가 가지 않고 이익이 돌아간다면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공연기획사가 일정 기간 동안 서로 연관성이 있는 10회 정도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면 첫 번째 공연을 찾은 관객들에게 설문지를 돌리고 설문에 응한 관객들에게는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를 담은 소식지를 보내고 이후 예정되어 있는 공연의 관람료를 일정 비율 할인한다고 하면 설문지 작성에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고 우편물 발송에 필요한 개인의 신상정보도 함께 제공할 것이다.
사례 7) 97년 7월, 피아니스트 페터 야블론스키의 세 번째 내한공연이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다. 이미 두 번의 내한공연과 음반을 통해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었던 야블론스키의 내한 연주회는 대성황을 이루었고, 연주회장 로비에서 있었던 팬사인회는 1시간이 넘게 계속되었다. 팬 사인회는 예정된 행사였고 당일 관객의 대다수가 팬 사인회에 참여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지만 그것을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주최측의 노력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관객조사의 수단으로는 크게 직접 대담과 설문지 작성, 전화 통화, 그리고 컴퓨터 통신이 있을 수 있다. 직접 대담의 경우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사람과 많은 설문내용을 다룰 수 없다는 약점이 있어 공연장의 관객 조사에는 크게 활용되지 않는 방법이지만 위의 사례에서처럼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에서라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전화 통화는 일단 설문대상의 신상정보가 확보된 다음에 시도될 수 있는 방법이고, 지금으로서는 설문지를 배포하는 방법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지만 앞으로는 컴퓨터 통신이 보다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컴퓨터 통신을 활용하는 경우 공연의 주체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다면 이것을 통해 서로 편리하고 손쉽게 설문내용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관객의 신상정보만을 얻기 위한 설문이라면 다음으로 예정된 공연의 관람권 정도를 경품으로 내걸고 관람권 뒷면에 신상정보를 기입하여 응모토록 하는 방법도 있고, 이런 식으로 신상정보만 우선 파악한 다음 우편이나 전화를 통해 보다 자세한 설문내용을 질문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관객 조사가 마케팅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 다 적용되겠지만 특별히 홍보와 관련해서는 이 둘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홍보를 위한 인쇄물을 발송할 생각이라면 당연히 설문지를 끼워넣어야 할 것이고 전단의 한쪽면을 설문지로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화설문에도 당연히 홍보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고 쌍방소통이 무한대로 열려있는 컴퓨터 통신이야말로 조사와 홍보를 겸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도구이다. 이렇게 본다면 관객 조사가 곧 홍보의 수단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7 . 미래를 위한 마케팅 전략
사례 8) 국내의 어느 라면 제조회사가 라면이 담긴 용기에다 끓는 물을 부으면 일정시간이 지나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라면을 개발했을 때이다. 예상 외로 판매가 부진하자 그 회사의 영업팀은 재고물량을 대학 기숙사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마케팅 전략을 실행했다. 입맛에는 맞지 않았지만 그저 생긴 간식거리라 아무 생각 없이 먹기 시작했던 그 기숙사의 학생들은 무상으로 제공된 한 상자 분량이 떨어질 즈음에는 이미 그 맛과 간편한 조리법에 익숙하게 되었고, 결국은 그 라면회사의 의도대로 가장 확실한 고객이 되고 말았다.
공연예술의 마케팅 담당자는 항상 다른 분야에서의 마케팅 사례들을 연구해야 한다. 위의 사례도 비록 라면회사의 마케팅 사례였지만 마케팅에 있어 가장 보편적이고도 중요한 원칙을 보여주는 경우이다. 반복경험, 이보다 더한 고객확보 전략은 없을 것이다. 공연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공연 자체를 반복해서 경험시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라면을 제공하는 것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공연이 없는 빈 공연장에 사람들을 접근시키고 연습 장면이나 리허설 장면을 공개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대형 공연장들이라면 다양한 교양강좌와 더불어 주변의 학교나 사회단체들과 협력해서 공연이 없는 낮시간에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
사례 9) 줄리언 브림의 내한 연주회가 있었을 때이다. 그날따라 1시간이나 일찍 공연장에 도착한 필자는 남은 시간 텅빈 로비를 지키고 있을 자신의 모습을 그리면서 호암아트홀로 들어섰다. 그런데 뜻밖에도 공연장 로비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고 그들은 한결같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그날 공연에 관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아는 모습이 몇 있어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를 물었더니 거기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대학이나 직장의 동아리에 참여하고 있는 아마추어 기타리스트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날 공연이 성황을 이루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고 그토록 진지하고 열광적인 객석의 분위기도 그날 처음 맛볼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다음 공연장 주변의 커피숍과 식당들은 공연장을 찾았던 청중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 자리에 합석해서 들은 얘기로는 실력있는 클래식 기타 연주자들의 공연에는 항상 이 정도의 청중들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었고, 그말을 들은 후로는 기회가 있으면 클래식 기타 연주회를 기획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단지 공연보는 것이 좋아서 공연장을 자주 찾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직접 연주를 할 수 있고, 연기를 할 수 있고, 춤을 출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공연장을 찾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프로슈머 (Prosumer: producer와 Consumer의 합성어)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한다. 애호가들이 단지 구경하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스스로 만들고 소비하는 두 가지 역할을 다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런 시대를 대비해서라도 전문 공연자들이 먼저 애호가들을 아마추어로 만들어야 한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애호가들을 위한 워크샵을 열고 그들 가운데 일부는 공연에도 참가시킬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서든 제삼자의 입장보다는 당사자의 입장이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몇몇 영화 제작자들이 시도한 일이지만 공연예술에서도 일반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런 방법으로 공연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소액이라도 투자한 많은 애호가들이 공연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홍보자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례 10) 그 자신이 아마추어 연주자이기도 한 지방의 어느 음악 애호가는 자신이 소유한 건물 꼭대기층을 작은 콘서트홀로 꾸미고 그곳을 근거로 한 음악 애호가 모임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 모임을 이끌면서 그는 정규적으로 직접 공연을 기획하기도 하는데, 연주자와 연주곡목은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고 있고 소요되는 비용 가운데 연주자에 대한 사례는 회원들의 갹출로 해결하고 있다. 콘서트홀이 있어 대관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간혹 서울에서 유명한 연주자를 초청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사례와 숙박비를 별도로 생각해야 하는데, 이때는 그가 다니는 교회와 그가 속해 있는 여러 사회단체와 친목모임을 통해 티켓을 팔기도 한다.
이 마지막 사례가 이 글의 결론이다. 아마추어와 애호가의 중요성은 위에서 이미 언급한 터이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인간관계와 그것들이 이루어지는 모임과 사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간혹 주변에서 예술경영의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자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 올 때가 있다.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예술경영은 인간경영이다. 그리고 예술경영의 전문가, 특히 마케팅 담당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있다면 가능한 한 폭넓은 인간관계를 가지고자 하는 의지와 그것을 실현할 만한 능력일 것이다. 어느 공연장이나 공연단체의 마케팅 담당자가 있다면 그는 늘 사람들이 모이는 기회와 장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가 그런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예술의 전당쯤 되는 공연장이라면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사교모임들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여러 가지 후원회나 다양한 성격의 애호가 모임은 말할 것도 없고 중고등학교 예능교사들의 모임이나 심지어는 주부들의 동창회 모임까지도 유치해야 한다. 장소를 제공해서 기업의 홍보담당 직원들의 모임을 만들 수 있고, 공연담당 기자들을 위한 사랑방을 꾸며줄 필요가 있다. 일본의 소니가 미국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후원회에 들어가 매년 막대한 후원금을 지출하는 것은 상임지휘자로 있는 오자와 세이지를 생각해서도 아니고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이미지를 높이는 홍보효과를 노린 것만도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명문가들이 모여있는 보스턴의 사교계가 그들이 노리는 목표는 아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공연장은 공연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공연과 더불어 사교가 이루어져야 하고 사교를 위해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해야 한다. 공연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무대와 객석을 사이에 두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 아닌가.
< 참 고 문 헌 >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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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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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가미 쥰(강응선 역), 『문화경제학 입문』, 매일경제신문사, 1996.
크레이그 드리즌外(이은옥 용호성 역), 『예술경영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 민음사,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