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가 오염된 식민행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터프라이즈는 오염된 물을 정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물질인 히트리디움을 상인 파조로부터 구입한다. 히트리디움은 휘발성이 강해서 셔틀로 운반해야 하기에 데이터가 셔틀을 조종하여 파조의 화물선으로부터 엔터프라이즈로 운반한다. 그런데 마지막 운반작업도중 셔틀이 폭파되고, 엔터프라이즈는 데이터가 사망한 것으로 생각하고 떠난다.
파조는 은하계의 희귀한 아이템을 수집하는 수집광으로 은하계 유일한 존재인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데이터의 셔틀 사고를 위장한 것이다. 데이터를 손에 넣은 파조는 데이터가 자신의 수집품으로서 자신의 명령에 복종할 것을 요구하지만, 스타플릿 장교로서 데이터는 당연히 그런 시도에 완강하게 저항한다.
수집가들의 욕망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과연 내가 돈이 많다면 그렇게 열정적으로 뭔가를 수집해서 모으려 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정도 좋아하는 것을 갖고 싶은 욕구야 있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물질적인 소유를 추구하려고 할 것 같지 않다. 아마도 내 성향이 그러해서일테고 누군가는 성향이 열정적으로 수집하는 성향을 타고난 사람이 있을테고.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런 성향의 수집광은 왠지 뭔가 정상에서 좀 벗어난 집착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것도 타고난 본성이고 어쩔 수 없는 본능이기에 비난을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일반적인 상식과 도덕과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추구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
전형적인 돈많은 상인으로서의 논리와 오만한 수집가로서의 태도를 보여주는 파조의 역할을 Saul Rubinek이 훌륭하게 연기했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자본가의 전형이다. 그에게 희귀품의 수집은 자신의 부와 능력을 과시하는 수단이다. 수집한 소장품을 모아놓고 주위사람에게 자랑하는 것이 그의 낙이다.
파조는 자신이 데이터를 납치한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펼치는데 꽤 그럴듯하다. 성공한 기업가로서의 자신감과 오만함, 그리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자기 확신과 주관이 뚜렷하다. 대체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정 액수 이상의 부를 축적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인데, 자신이 법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재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파조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자본가의 속물적인 천민자본주의를 비난하고 미국 등 서구의 자본가들이 우리보다 더 성숙하다고 착각을 하는데, 사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본가의 성향과 태도는 어느 곳이건 비슷하다. 사람 목숨도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파조의 모습은 미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의 전형이 아닐까 한다. 왜 아니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권력이고 힘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그 증거이다.
한국 사회 권력의 정점은 재벌임이 작금의 사태에서 명확하게 민낯을 드러냈다. 청문회에 선 재벌들의 모습은 겉으로는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들의 본심은 정반대임이 명확하다. 주진형 전 한화증권사장의 증언은 그런 측면에서 자본가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재벌은 조폭과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지적이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고 실제로 거침없이 해결해 왔던 자본가들이다.
너무 고통스럽기에 사용이 금지된 Varon T Disruptor를 수집하고, 그것을 사용해 보고 싶어하고, 서슴없이 아무런 죄책감없이 바리아를 죽이는데 사용하는 바조는,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한대에 얼마씩 지불하는, 그리고 아구창을 날리는 시범을 보여주는, 우리네 재벌회장들의 모습이다.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이익을 위해 서슴없이 움직이는, 그런 돈의 위력과 돈없는 사람들을 모두 자신 마음대로 해도 무방한 하찮은 존재로 여기는, 바로 그 돈을 가진 사람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데이터는 무사히 엔터프라이즈로 돌아오지만, 트랜스포트가 되는 순간 데이터의 바론 티 디스럽터가 발사된다. 살인은 데이터의 프로그램이 허용하지 않지만, 또한 데이터의 로직은 다른 희생을 방지하기 위해 바조를 그냥 놔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이다. 이 행위가 의미하는 것은 사뭇 심각하다. 또한 디스럽터가 발사되었다고 하는 라이커에게 트랜스포트중에 무슨일이 있었나 보다는 데이터의 답변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Mr. O'Brien said that the weapon was in a state of discharge."
"Perhaps something occurred during transport, commander."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정확하게 말하는 것도 아니다. 파조를 향해 발사된 디스럽터는 자본에 대한 이데올로기의 우월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