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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불가능한 일이 일어날 때(When the impossible happens)”이다. 불가사의한 일과 마주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환각’ 또는 ‘우연’에 불과하다며 무시해버린다. 기존의 과학적 세계관의 굴레가 너무나 강력한 탓이다. 하지만 에이브러햄 매슬로우와 함께 초개인 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의 공동 창시자인 그로프 박사는 그간 과학이 외면해온 ‘엄연한 현실’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철저한 과학도로 훈련받았던 그의 유물론적 세계관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이 놀라운 실제 사례들은, 실로 인간 의식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연구 주제로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고정관념을 근저에서부터 되묻게 할 것이다.
LSD, 동시성, 태내와 출생의 기억, 전생, ESP, UFO, 주술의식, 신비체험…… 과연 인간 의식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와 함께 초개인심리학회를 창립했고 켄 윌버와 함께 수십 년간 인간 의식연구의 선구자로 활동해온 세계적인 정신의학자 스타니슬라프 그로프의 저서가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되었다.
스타니슬라프 그로프 박사는 초개인심리학의 창시자들 중 한 사람이며 그 중요한 이론가이자 임상연구가이다. 이 책에서 그는 50여년에 걸쳐 인간 의식의 미개지를 몸소 탐험하고 연구한 경험들을 정리하여 동시성, 환생, 출산전후기의 체험, 시공간과 일상적 정체성을 초월한 세계들, 초감각적 지각, UFO, 비전통적 방식의 정신치료 등의 다양한 사례들을 주제별로 엮어놓았다. 20여 권에 달하는 그로프 박사의 저서 중에 정신세계사에서 이 책을 첫 번역서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비교적 최근에 발표된 저서인데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비일상적 의식상태’의 생생한 에피소드들을 함께 탐험해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 정신수련법, 종교의식과 민간 주술의식, 약물복용, 현대에 개발된 다양한 의식변성 기법, 그리고 그 밖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도달하게 되는 비일상적 의식상태는 대부분의 인류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광대한 미개지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곳이 인류가 당면한 문제의 큰 답들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라고 믿어진다. 이 책은 무지와 오해와 의심과 금기의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는 그 미개지로 독자를 안내해가는 흥미진진한 탐험기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이 책은 기존의 심리학자들과 정신의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을 적지 않게 담고 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임상치료를 위해 환각제를 사용한 사례들인데, 이는 국내의 정서상 독자들의 올바른 이해가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로프 박사는 수련의 시절부터 LSD의 정신의학적 용도를 연구해온 학자로서, 환각제의 사용을 목표지향적 사용(oriented usage)과 맹목적 남용(disoriented usage)으로 일찌감치 구분해놓고, 환각제의 용의주도한 사용은 정신질환 치료에 놀라운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치료 이후의 정신적, 영적 성장에까지도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주는 풍부한 임상자료를 축적하고 발표해왔다. ‘환각제’, 하면 곧바로 중독과 퇴폐와 범죄와 연결짓는 일반의 인식은 그것이 안타깝게도 사회의 음지에서 무분별하게 남용되어온 작금의 상황에 기인하기는 하지만, 독조차도 때로는 약으로 쓰일 수 있듯이 하물며 인류가 고대로부터 통찰과 지혜와 영성 계발의 도구로 써온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물질을 구더기 무서워서 된장 못 담그게 하듯 무조건 금기시해버리는 것으로 반응하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성숙하고 현명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반영할 뿐이다. 이 책이 환각제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인식의 계기를 제공함으로써, 학계의 연구만이라도 합법화하여서 그 병폐를 효과적으로 치유하는 한편 긍정적 측면의 다양한 용도를 밝혀내고 활용할 수 있게 될 날이 오기를 바란다.
본문 미리보기
…… 이 체험은 시작부터가 아주 갑작스럽고 드라마틱했다. 나는 곧바로 일상적 현실을 박살내서 녹여버리는 엄청난 강도의 우주적 벼락에 얻어맞은 것 같았다. 주변 세상과의 모든 관계가 끊어졌고 그것들은 내게서 마술처럼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환각제를 사용할 때 언제나 편안하게 눕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번만큼은 그런 걸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주변 환경에 대한 인식과 함께 육체의식까지도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세션이 끝나고 들은 바로는 내가 파이프를 두 모금 빨아들인 뒤 파이프를 입 가까이에 든 상태로 몇 분 동안 조각상처럼 앉아 있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과거의 세션들에서는 항상 기본적 의식을 유지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녹아 사라졌다. ‘그로프’, 캘리포니아, 미국, 지구, 이런 개념들이 잠깐 동안 꿈속의 영상처럼 내 의식의 변경에서 가물거리다가 모두 없어졌다. 내가 평소에 알고 있던 현실적인 존재의 나 자신을 되살리려고 애썼지만 그것들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 과거의 세션에서는 언제나 어떤 특별한 내용이 많이 떠올랐다. 그것들은 나의 어린 시절과 유아기, 출생시, 태아기와 같은 나의 현생이라든가 초개인적 영역의 여러 가지 주제들, 전생의 체험들, 인류의 역사에 관련된 심상들, 신과 악마들의 원형적인 모습들, 신화적인 세계의 여러 영역들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차원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나의 단 한 가지 현실은 빛을 발하며 소용돌이치는 무한대의 에너지 덩어리였으니 그 속에는 모든 존재가 철저히 추상적인 형태로 응집되어 담겨 있었다. 나는 ‘절대’와 대면한 ‘의식’이었다. 그것은 무수히 많은 태양의 밝기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내가 평소에 알았던 어떤 빛과도 같지 않았다. 그것은 순수한 의식이고 지성이었으며 모든 극성을 초월한 창조 에너지였다. 그것은 무한과 유한이었고, 신성함과 흉포함이었으며, 무섭고도 황홀했으며, 창조적이면서 파괴적이었으니, 그 모든 것이었고 그보다 훨씬 더한 것이었다. 내가 목격하고 있는 것에는 어떤 개념도 범주도 허용되지 않았으며, 이런 힘의 면전에서 나는 어떤 분리된 존재감도 가질 수 없었다. 평소의 내 정체성은 박살이 나서 녹아 없어지고 나는 근원과 하나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체험한 것은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우리가 죽을 때 나타난다고 말하는 원초적 정광명(淨光明), 또는 법신(法身)임이 분명했다. 그것은 내가 첫 LSD 세션에서 본 것과 비슷했지만 훨씬 더 압도적이었고 분리된 존재로서의 내 느낌을 완전히 소멸시켰다. 외부에서 보았을 때 나의 ‘절대성’ 체험은 약 20분 동안 지속되었지만, 내가 느꼈던 바에 의하면 체험이 지속되는 동안 시간은 정지해 있었고 어떤 의미도 없었다. …… 시간이 흐르면서 일상의 냉정한 현실이 차츰 되살아나고 절대성으로 통하는 창이 흐려졌다. 그러나 샤먼들이 사용했던 수단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경심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들의 방법론을 원시적인 미신의 산물로 바라보는 많은 정신과의사들의 교만함에 자주 웃음이 터졌다. 그런 의사들에게는 안락의자에서의 자유연상이나 행동심리학의 탈조건화 같은 기법이 더 과학적이고 우월한 것이었다. ― (333~33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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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슬라프 그로프 박사
1931년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에서 태어나 찰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 체코 국립과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라하 정신의학 연구소에서 LSD와 같은 환각물질들의 임상적 효과를 조사하는 수석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1967년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 대학 특별 연구원으로 초대되면서 미국으로 이주, 메릴랜드 정신의학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겸 존스홉킨스 대학 헨리 핍스 클리닉의 정신의학 조교수 등을 거쳤다. 1973년부터 1987년까지는 캘리포니아 빅서의 에살렌 연구소에 초대되어 저술과 세미나, 강연 활동을 하면서 아내인 크리스티나 그로프와 함께 홀로트로픽 호흡법을 개발했다. 한편 1977년에 국제 초개인 협회(ITA: International Transpersonal Association)를 창설한 이후 지금까지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미국과 체코,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에서 큰 국제회의들을 개최해왔다. 지금은 캘리포니아의 밀 밸리에 살면서 홀로트로픽 호흡법과 초개인 심리학 전문가를 위한 수련을 지도하고,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통합학문 연구소(CIIS: California Institute of Integral Studies)’와 산타바바라의 패시피카 대학원 심리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강연과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50여 년 동안 4천 회 이상의 세션을 진행하고 20권 이상의 저서를 발표했으며, 초개인 심리학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1993년에 캘리포니아의 아실로마에서 열린 ‘초개인 심리학 협회(ATP: Association for Transpersonal Psychology) 제25주년 기념식에서 명예 표창을 받았다. 공식 홈페이지는 www.holotropic.com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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