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막바지는 시린 하늘 한 평,
창문에 걸려있다.
떨어진 낙엽들이 그토록 그리워했을
하늘을 쳐다보다
질서 정연하게 폐허가 된 기분을
극복하기 위해 레코드 한 장을 꺼낸다.
로스트로포비치와 리히테르가 연주하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 A장조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음악의 구약성서라면 5곡의 베토벤 첼로소나타는 신약성서라고 한다. 그만큼 베토벤의 첼로소나타가 클래식 음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랑 받는 곡은 3번이다. 이 곡은 교향곡 5번과 6번,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등이 탄생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창작욕이 왕성하던 베토벤 중기의 작품으로 힘과 정열이 느껴지며, 첼로의 표현영역을 넓힌 대담한 기법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잘 정렬된 가락의 흐름이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나의 책 『Classic 명곡 205』에서
https://youtu.be/zOq3wteGxQ8
제2악장 알레그로 몰토의 스케르초는 익살맞은 리듬의 주제로 듣는 사람을 묘한 마력의 세계로 이끈다. 이것이 바로 베토벤의 선율이 치밀하고 빈틈이 없다는 것이다. 피아노가 먼저 당김음으로 된 해학적인 주제를 시작하고 첼로가 이것을 다시 되풀이한 다음 피아노가 스타카토로 8도 음을 반복해서 주제를 연주하며 제1부가 점점 여리게 사라지고 제 2부가 나타난다.
2부는 밝은 느낌의 3부 형식으로 첼로가 느긋한 선율로 출발하여 힘차게 중간부를 통과하고 다시 여유를 되찾으며 피아노와 함께 마치 신비스러운 파도 위에서 일렁이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제1부를 제3부가 반복하면서 재현한 후 제2부를 재현하는 제4부가 나타나 반복되고, 마지막으로 제1부가 다시 나타나서는 첼로 현의 피치카토에 의한 코다로 곡은 조용하게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