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감독의 <'하하하> 라는 영화는 통영을 배경으로 몇명의 인물들이 겪는 에피소드들이 서로 자신들도 모르게 오버랩되면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크게 과장하지 않은 일상의 일들의 와중에 은근히 생각거리들을 던져줍니다. 그 중 생각나는 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통영의 세병관에서 문화유산 해설사로 일하고 있는 문소리는 이순신장군을 진정으로 존경해 마지 않는 사람입니다. 취미로 시도 쓰면서 시낭송회에 참석하는 의식있는 사람이면서도 연애에 있어서는 우스꽝스러운 현실인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날도 세병관에서 대여섯명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이순신장군과 세병관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관광객중 한 남성이 질문을 합니다.
" 그분이 이 나라를 구한 것이 정말 맞는 이야긴가요? 그리고 요즘에 역사 왜곡이 심하지 않습니까? 후대에서 미화도 많이 시키고 그러던데. "
문소리는 내심 너무나 어이가 없어 하면서도 차분히 말을 이어나가지만 결국 북받힘을 참지 못하고 관광객을 놔두고 자리를 뜹니다. 문소리의 말이 귀에 맴돕니다.
"그 분을 그냥 영웅이라고 부르질 않죠. 우리가. 성웅이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다 아시죠 ? 적국인 일본에서 조차도 그분을 위대한 장군이라고 존경했다는 사람이 많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그분은 한번도 패전을 하지 않으셨어요....솔직히 인간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얼마나 속이 좁습니까. 뭐 목숨을 바쳐서 대의를 위해서 헌신을 한다 이런거는 참 농담이 되어버렸죠. 이제는. 그런데 그분은 정말로 그렇게 하신거에요. 인생자체가 위대한 정신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고 뭐랄까요 인간이상이라고 부를 정도의 숭고한 목표와 강한 실천력 그리고 천재적인 능력까지 겸비를 하신 분이었어요. 정말로 신이 우리 민족에게 내린 축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분한테, 지금 말씀하신분은 몇마디 말로 폄하하거나 의심하거나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마는, 지금 그렇게 하셨으니까요, 근데 아마 선생님께서 그분을 직접 만나뵌다면 예~ 감히~ 그분을 쳐다 보지도 못하실 겁니다. 하도 눈이 부셔서. 선생님 무시하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고요, 지금 우리가 그런 존재 뿐이 안되요. 지금 사실. 영웅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 마음속에는 우리 자신에 대한 경멸이 들어 있는 거 같애요. 안 그런가요 ? 그래서 저는 우리 삶에 화가 참 많이 납니다. 저는 그분을 믿습니다. 예. 믿구요. 그분이 그렇게 아름다웠던 인간이었다는 걸 진짜로 믿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울먹~) 그만 하께요. 아니. 그만하겠습니다. 아휴 ~ "
성인도 영웅도 없어보이는 이 시대에 사람들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며 자기 기준으로 세상의 격을, 사람의 격을 낮춰 보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질문자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것도 훌륭하지만 더욱 박수를 치게 되는 부분은 문소리의 이순신 장군을 옹호하는 그 감정섞인 올바름이 또한 참 우스꽝스럽게 비춰진다는 씁쓸한 현실입니다.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근사(近思)입니다. 자신으로 부터 가까운 것에서부터 하나씩 기존의 앎을 바탕으로 미루어 짐작해 이해를 해 나가고 의식을 확대해 나가는 것입니다. 내 감정의 깊이 만큼 남의 감정을 이해 할 수 있고 내 사고의 깊이 만큼 남의 사고를 이해 할 수 있고, 내 경험만큼 남의 입장을 이해 해 줄수 있는 것입니다.
깊은 사람은 얕은 사람을 알아보지만 얕은 사람은 깊은 사람을 알아 볼 수 없는 것은 안타깝지만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오직 자기 마음을 파야 하는 것입니다.
스승이 없음이 아니요 스승을 알아보지 못함입니다.
아는 사람은 눈짓만으로도 알고 모르는 사람은 손에 쥐어줘도 모르는 것이 인간사입니다.
아름다운 노래를 실은 라디오 전파가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어도 주파수를 맞추지 않으면 들을 수 없습니다.
비무탄로정난심입니다.
첫댓글 선구자는 앞서가며 역사앞에 길을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항상 이해받는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그 일을 해야만 하는 게 또 선구자입니다. 그래도 외롭지 않아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래서 더불어가는 도반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운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