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간 163.6]
살며생각하며
항보 김성순 선생 문집 『황악산 거북이의 꿈』
출판기념회 참관기
성암 김학광_동작교구
1. 김천파크호텔 행사장으로 가는 길
서울역에서 오전 07:13분 출발 무궁화열차를 탔다. 김천역에 3시간 걸려 예정시간 10시13분에 정확하게 도착하였다. 김천역 밖으로 나오니 김천시는 매우 조용하고 한유하며 깨끗한 도시의 느낌이었다.
어제 저녁에 김성순 선생께서 전화하시기를 김천역에서 직지사 입구 김천파크호텔로 가는 시내버스가 1시간에 4대씩 운행되고 있으니 그걸 타면 좋다는 것이다. 마침 화장실에 갔다가 옆자리의 노신사에게 직지사 가는 시내버스 타는 곳을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이분은 자기도 초행길이라 모른다면서, 혹시 직지사로 가신다면 항보 선생 출판기념회에 가는 것이냐고 물어 왔다. 그렇다고 하니 자기는 함양에 사는데 행사에 참석하고자 승용차를 몰고 왔으니 편승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이런 행운이 있을까! 얼마나 반가웠는지!
제주도에서 출발한 친지 내외분이 항공편으로 청주공항에 내려 열차로 김천에 10시30분 도착이라며 이분을 기다렸다가 동승하여 가자고 하였다. 출판기념회는 11시 시작인데 꼭 맞추어 10시55분에 김천파크호텔 행사장에 도착하였다.
행사장에 들어가 오늘의 주인공 항보 김성순 선생을 만나 반갑게 상면 인사를 드렸고, 이 행사를 총 기획하고 주관한 임근수 추풍령중학교 교장이 초청장을 보내면서 몇 번 통화를 하였는바 찾아가 만나 초면의 인사를 나누었다.
2. 출판기념회 진행
김천파크호텔 행사장에는 59명의 인사가 가까운 김천에서부터 멀리 강원, 서울, 대전, 대구,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 왔다. 40명에게만 초대장을 발송했다는데 더 많이 참석한 것이다. 행사는 11시 정각에 시작하였고. 사회는 임근수 추풍령중학교 교장이 맡아 다음의 식순에 따라 진행하였다 .
출판기념회 식순
1).개회사 (사회자)
2).간행위원장 간행경과 보고 (이병철)
3).축시낭송 (김학광)
4).인사말씀 (김성순)
5).꽃다발증정
6).참석자 소통의 시간 (참석자 중에)
7).사나이 가는 길, 노래 (김성순 시에 임낙경 작곡)
8).김성순 시 낭송 (이주형)
9).노래패 공연 (고승하)
10).폐회사 (사회자)
참석자 소통의 시간에는 전국에서 참석한 인사 중에 항보 선생 문집에 이름이 올라 있는 17명 인사를 사회자가 호명하여 2분 스피치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에 스피치를 한 인사들의 이름을 기억에 남는 몇 분을 이름을 소개한다. 실상사 회주 도법스님. 서울의 전택원 선생. 함양의 황선진 선생. 서울의 씨알재단 김원호 이사장. 이창희 사무총장. 김천포도회 편재관 회장. 한국포도회 전 회장 박택균. 작곡가 임낙경 목사, 김천시 박보생 전 시장. 생태귀농학교 이병철 교장, 영남대학교 정지창 명예교수, 울산의 장태원 선생. 대전의 김조년 교수, 카톨릭농민회 이길재 전 회장 등의 말씀이 인상 깊었다.
유불선기 여러 종교의 고위 지도층 인사들이 등단하여, 항보 선생의 구도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한국농업발전에 기여한 커다란 공적을 칭송하였다. 유불선기의 여러 인사들은 한결같이 우리민족은 어디에 있던지 반드시 동학정신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고 역설하여 인상 깊었다.
식순대로 마치고 나니 13:10이 되었다. 폐회사를 하고 뷔페 식사로 안내되었다. 점심 전에 참가자 전원의 기념촬영을 해야 했는데, 점심식사를 끝낸 후 참석자가 많이 떠나고 끝까지 남은 사람들만 기념 촬영을 하였다.
3. 항보 김성순 선생께서 인사말씀
책의 저자 항보 선생의 인사말씀에서 94세 노인의 회고담이 전개되었다. 건강하고 카랑한 음성으로 경험담을 들려주셨다. 아래에 요약한다.
20세 젊은 교사 시절, 김구 선생의 남북분단 저지 운동에 찬동, 선전물을 뿌린 죄로 국가보안법에 걸려 체포되어 대구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그 무렵 참혹한 625전쟁이 터져서 미결수 8,100명 중에 3,700여명이 은밀히 끌려가 학살되는 험악한 판국이었다. 할아버지의 기도와 정성으로 용케 살아남아 1년6개월 복역 후 출옥하였고, 공군하사관에 지원 2년9개월을 복무했을 때 국가보안법 전과자로 신원조회가 통보되어 공군에서 불명예 퇴출당했다. 이후 육군에 징집되어 4년3개월 복무 후 도합 7년의 군대생활을 마치고 제대하니, 나이 30이 되었다. 대구사범을 나와 교사자격증이 있음에도 전과자 딱지가 붙어 취업이 봉쇄되었다. 당시는 그렇듯 험악한 시대였고,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겼을 뿐이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호구지책으로 직지천 하천부지를 개간하여 포도농사를 시작했다. 일본의 선진농업기술을 도입, 공부하여 포도농사에 성공하고 생활기반을 닦았다. 이웃에게도 포도재배를 권장하여 그 동네가 온통 포도과수원이 되게 만들었으며 전국의 3만여 포도농을 결집하여 한국포도회를 조직하고 『포도농법』 잡지를 손수 발행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150호를 내고 있다.
기독교 장로로서 40여년을 성실히 봉사하다가 민족정기의 탐구에 힘쓰고 실천해 오면서, 수운대신사 묘소를 참배하고 용담정 1주일 수련에 참가하여 큰 감동을 받아 2010년12월 81세의 연세로 천도교에 입교하였다.
일본인 사학자 나카츠카 아키라 일행의 동학과 동학혁명 연구 그리고 동학유적지 답사 여행단에 10여 차례 동참하고 안내하였다. 마침 박원출 동덕이 기증해 준 유일하게 남겨진 수운대신사의 친필 거북 구자 龜의 서예 글씨에서 중정견中正見이라 형상화된 구조를 발견하여 수운의 龜자 서예의 깊은 뜻을 새롭게 해독解讀하고 감명을 받았다. 이후 동학 연구에 대한 글을 여러 언론에 발표하였고, 지역 사회에서는 장로가 보는 동학사상이라는 제목으로 많은 설법을 하였다.
『동경대전』을 암송 연구하고 수운의 시편 화결시 등에 감동하여 수운의 시를 번역하거나 이를 모티브로 하여 시를 써서 시집 “거북이 마침내 하늘을 날다”를 출간하였고, 이번에 임근수 교장 주관으로 문집발간위원회를 결성하고 그동안에 발표된 글을 모으고 추려내서 문집으로 엮어냈으니 너무나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94세 인생길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일, 포도원 가꾼 일, 천도교 신앙에 귀의한 일, 동학연구의 기쁨 등 중요한 대목을 회고 하시면서 15분 동안 찬찬히 말씀하여 주셨다. 마치 해월신사께서 환생하신 듯한 느낌이었다.
이어서 작곡가 임낙경 목사가 김성순의 시 “사나이 가는 길” 에 곡을 붙인 노래를 독창으로 불렀고, 김성순 선생께서 즐겨 낭송하시는 해월신사법설 천지부모 편을 이주형 선생이 암송하였다.
4. 성암의 축시 낭송
항보 김성순 선생님께
- 출판기념회 축하 말씀을 올립니다. -
1. 찢기고 단절되고 만신창이 국난 속에
험난한 가시밭길 헤쳐 나와 성공하니
아흔넷 항보 시인의 올곧은 기품이여
2. 분단을 막으려는 백범 노선 참여한 일
죄 되어 체포당해 대구감옥 갇혔을 때
대재앙 한국전 터져 옥중처단 위기였네
3. 팔천여 미결수가 거의 반수 학살당해
조부님 기도의 힘 천우신조 살았으나
육공군 7년 복무에 교사취업 봉쇄당해
4. 황무지 개척하여 포도 농사 시작 했네
온 정성 기울이니 포도송이 탐스러워
드디어 가난을 모면 쌀백가마 부자 됐네
5. 포도농 결속하여 한국포도회 창립하고
카톨릭 농민회 참여 농업인 권익보호
한국의 농업 발전에 온몸 바쳐 기여했네
6. 치열한 탐구의지 민족정기 함양 실천
용담정 탐방하여 동학정신 감동 받아
드디어 수운 대선생 가르침에 동참했네
7. 기독교 장로 되어 40여년 독실 봉사
노년의 팔십일세 과감하게 결단하여
천도교 신앙에 귀의 겨레얼 품에 안겨
8. 심오한 동경대전 반복 암송 연구하며
수운의 화결시에 심취하여 시집 냈고
역경을 이겨낸 생애 회고록 출판하다
9. 생명평화 운동의 감동 깊은 발자취는
어둠속 후학들을 밝혀주는 등대 불빛
김성순 항보 선생님 만수무강 하소서
至氣今至願爲大降
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
布德163(2022).5.26. 誠齋 金學光 心告
5. 참고사항 : 항보 선생의 번역서 및 저서
1) 번역서 『일본의 조선침략사연구의 선구자 야마베 겐타로(山邊健太郞)와 현대』 266쪽
나카츠카 아키라(中塚 明) 편저를 항보 선생께서 2016년11.10 번역 씨알누리 발행한 책이다 나카츠카 교수는 한 평생 청일전쟁과 동학혁명을 연구하며 명치 이후 추구한 일본의 근대화 정책이 “사실은 약자의 불행 위에 강자의 행복을 추구하는 잘못된 약육강식 의 정책이다. 붓으로 쓴 거짓은 피로 쓴 진실을 감출 수 없다.” “이웃에게 끼친 불행 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라고 주장하였다
2) 시집 『거북이 마침내 하늘을 날다』 136쪽. 2022년 3월 23일 시와에세이 출판사 발행. (『신인간』 163년 4월호 문화마당 참조)
3) 문집 『황악산 거북이의 꿈』 366쪽. 2022년 5월 25일 모시는사람들 발행. (『신인간』 163년 5월호 참조) 항보 김성순 회고록을 내려고 녹취록을 가제본까지 하였으나, 시골촌로의 회고록이란 과분하다고 사양하여, 그 대신 여러 신문 잡지에 발표된 글을 모아 문집을 출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