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 시500
【34】 박씨상방 접이식 모란 부채 - 김문순
【 Webzin e Poetsplaza SINCE 2006 】 ㅣ2024년 1월 15일
■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 시 500 【34】 |
박씨상방 접이식 모란 부채
김문순
모란이 한 겹 펴진다
부채의 모란이 펴진다는 것은
갓 태어난다는 것
붓끝이 다시 한 겹을 향해 터치를 감행한다
혹여 붓끝이 실수할까
숨소리를 죽이는 순간
흙 속에서 새싹이 움트는 듯
새로운 모란이 펴진다
가슴 벅찬 새들이 날개를 퍼득인다
가벼운 터치
옅은 붉음이 번지자
상기된 얼굴로 골똘해진 침묵
한 겹 더 펴지니
영랑의 뒤뜰에서 모란이 피어난다
활짝 개화하는
그 순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시들지 않는
첫 향기가 꽃잎 바람을 일으킨다
주간 『강진고을신문』2024년 1월 15일字 발표
■ 웹진 시인광장【Webzine Poetsplaza SINCE 2006】 |
김문순 시인
2022년 《열린시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 전남대학교 석사과정 졸업. 동서문학상 수상, 전국 계룡시낭송대회 대상 외 다수 수상. 광주문인협회 회원, 강진문학 회원, 영암문학회원, 28회 한국 시인협회인증 재능 시 낭송가. 현재 광주 재능시낭송협회 회장.
[출처] □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 시500 【34】 박씨상방 접이식 모란 부채 - 김문순 【 Webzin e Poetsplaza SINCE 2006 】 ㅣ2024년 1월 15일|작성자 웹진 시인
시인들의 詩壇 등단시 【340】
애완 돌 외 3편 - 김문순 【 Webzine Poets plaza SINCE 2006 】 2024년 1월 15일 이메일
■ 시인들의 詩壇 등단시 【340】 【웹진 시인광장 Webzine Poetsplaza SINCE 2006】 2024년 1월호 |
애완 돌 외 3편
김문순
외로움이 해소될 때까지 돌을 사랑했다
걸림돌 같던 당신이 떠나고
신조어의 파생 같은 애완 돌을 만났다
돌의 생각은 어둠 속에서도 빛났고
나의 애증은 숙연해졌다
밤하늘의 별빛과 달빛처럼
쓰다듬어지는 일에 익숙해지는 맨살
살짝 어루만지다 보면
돌 속에서도 싹이 나올 것만 같다
넌 아직도 기다림을 믿니
흑요석이 밤마다 뚜벅뚜벅 걸어와 속삭였다
그렇게 나는 돌에게 자꾸 나를 들켰다
들켜도 들켜도 부끄럽지 않았다
가끔 손안에 꼬옥 쥐고 있으면
반려의 기척을 내밀었다
쉬이 발설하지 않은 태도와
나를 떠나지 않을 것 같은 과묵
굳어버린 심장과
흘러내릴 수 없는 눈물이 필요 없어서
이젠 돌이 떠나면 내가 먼저 돌이 될 것만 같았다
2022년 ≪열린시학≫ 신인작품상 당선시
리허설
2월의 마늘밭
새 부리 같은 촉수의 리허설이 한창이다
흙의 옆구리를 비집고
영역을 넓혀가는 뿔의 액션
무대를 자처하는 흙이 온몸을 다 내주면
동시다발적으로 솟아오른다
꽃샘추위가 배경으로 깔리지만 아랑곳없다
물이 오르기 시작한 연기가
잔설마저 녹인다
봄바람과 봄비가 선뜻 조연을 자처한다
번갈아 가며 찾아와 해토를 부추긴다
마늘의 시간이 발단을 지나 전개로 넘어 간다
배경음악처럼 종달새가 날아와 운다
그때 나는 밭으로 간다
관객이 되어 기웃거린다
추임새를 보내는 그윽한 나의 눈빛
나의 호응과 마중을 알았을까
줄기를 쭉쭉 밀어 올린다
2월의 매운 시간 속
갈채를 보낸다
한파가 몰아치던 일주일 전만 해도
비극인 줄 알았는데
완연한 희극이다
2022년 ≪열린시학≫ 신인작품상 당선시
소 엉덩이에 눈동자가 산다
아프리카에서는 소의 엉덩이에 부릅뜬 눈을 그려 넣어
천적의 공격을 방어한다지
이것은 솔깃한 위엄이거나
착한 위장술
커다란 눈은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순식간에 귀로 변한다지
센서만큼 예리하게
촉을 세워 사방을 살핀다지
그러나 통하지 않은 맹수도 있었으니
어둠이 내려 눈동자가 빛을 잃을 때
사자가 물고 간 새끼 송아지가 있었다지
울음이 초원을 뒤덮고
마지막 뒷모습을
먹먹하게 되새김질하던 어미 소는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지
광막한 초원의 이슬이
어미의 눈망울을 촉촉히 적신 후에야
혼곤하게 쏟아질 듯한 잠을 붙들고
또 다른 새끼송아지를 지키기 위해
부족들에게 엉덩이를 내밀었다지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자니
살갗 깊숙이 파고드는 소름을 만났고
압정에 박힌 듯한 나의 동공에선
어미라는 천명이 흘러내렸지
그동안 천적이 다가오면 물러나곤 했었는데
흠칫 뒷걸음치며 달아나는 게 일상이었는데
이젠 내 몸 전체가 커다란 눈동자란 생각…
2022년 ≪열린시학≫ 신인작품상 당선시
율려(律呂)
꽃이 피면 잎은 돋고
꽃이 지면 열매가 맺힌다
끈긴 듯 맞닿아 있는 연(緣)과 연(緣)
가락이 되어 차분히 흐른다
하늘은 오늘도 선이 고운 자세다
정수리를 잡아당기는 듯
우주의 기운이
당신과 나를 주목한다
선율을 타고 새들이 난다
사뿐사뿐 3단 디딤 걸음으로 구름이 걷는다
당신도 거기 어디쯤 있을 것 같아
팔을 뻗어 안부를 보낸다
날숨으로 굴신
들숨으로 업이 된다
뱅그르르 돌아
꽃잎을 피워내는 것도
나비의 날갯짓과 연결되어 있다
두 몸이 만나서 이루는 필체
꽃밭은 유연하게 웃는다
당신은 하늘에서 땅의 문양을 즐기고
닿을 수 없는 뭉클한 감정은
나로부터 울려 퍼진다
깊게 가다듬은 호흡
구름 사위로 날아오르는 듯
간헐적으로 휴지를 만드는 비
아련한 감정의 질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내면의 소리를
우주의 언어를 빌려 쏘아 올린다
2022년 ≪열린시학≫ 신인작품상 당선시
[출처] 시인들의 詩壇 등단시 【340】 애완 돌 외 3편 - 김문순 【 Webzine Poets plaza SINCE 2006 】 ㅣ2024년 1월 15일 이메일|작성자 웹진 시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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