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구림 / 최 홍 순
내가 살았던 구림 둘러보아도
가슴 저미던 고향 이제 없더라
날다람쥐 참나무 타고 오르고
새벽에 합창하던 개구리울음소리
마음속에만 그려 지누나
멱을 감던 개울 옆 소고삐 매어 놓고
어항을 놓고 있었나 고동을 잡았었나
너울대는 물결 소용돌이 어지럼증에
고개 들어 올려다 본 그 하늘은
모든 희망을 품은 듯 겁나게 파랬다
마루 위 주렁주렁 열린 메주
노랗게 익어가며 피어나던 곰팡내
군불 집힌 내 방 윗목에 고추들
시뻘건 몸을 태우고 있던 추억까지도
이 마음 붙잡고 서글프게 운다
밤이면 살쾡이가 닭을 물어가고
야밤에 행차하던 소도둑에
온 마을 사람들 “불이야 불이야”를 외치며
연장 들고 우르르 몰려나왔던
우리네 부모님이 사셨던 내 고향 구림
감나무 옆 우물가가 들여다보이는
돌들이 어설픈 낮은 담장
그 겨울 차디찬 우물물을 퍼서
쪼그리고 앉아 빨래하는 엄니 모습
아버지는 자식을 안아줘도 말이 나왔고
부엌을 기웃하기만 해도 흉이었던 시절
자식을 챙기고 논 밭으로 불려 다니면서도
때때로 감자 고구마를 삶아 주시던 엄니
엄니가 좋아하시던 돼지갈비
나드리 한 번 제대로 못한
못난 자식의 서러움
퍼도 퍼도 차오르는 우물이 된다
옛 고향 마음속에 그려보며
엄니 모습 파란 하늘에 불러본다
내 고향 구림 그 시절
엄니 보고 싶어요
엄니 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