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속설은 독립유공자 후손들만의 자조섞인 푸념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임이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국내 언론사상 처음 실시한 ‘독립유공자 유족실태 설문조사 결과’ 독립유공자 후손 10명 중 8명이 고졸 이하 학력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학력 위주의 한국 사회에서 낮은 교육수준은 직업선택의 기회를 박탈해 후손 10명 중 6명은 현재 직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또 가난과 궁핍으로 이어져 10명 중 6명이 자신의 생활·경제수준이 ‘하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지난 2일부터 17일까지 전국 6개 지역의 독립유공자 후손 2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경제·생활수준이 ‘하층에 속한다’는 응답자가 59.4%(133명)나 되는 반면 ‘중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이는 40.1%(90명)였으며, ‘상층에 속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명뿐이었다.
결국 자신의 생활·경제수준이 ‘중·하층에 속한다’는 응답이 99% 이상으로 ‘의식조사’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삶을 살고 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학력과 직업에 대한 답변을 보면 ‘3대가 망한다’는 속설이 더 구체적으로 입증된다. 직업을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 225명 중 131명(58.2%)이 ‘무직’이라고 답했다. 다음은 농업 44명(19.6%), 회사원 12명(5.3%) 순이었다.
학력은 무학이 25명(11.1%), 초등졸이 43명(19.1%), 중졸·중퇴가 31명(13.8%)으로 독립유공자 후손 절반 가량이 중졸 이하의 학력으로 교육을 제대로 못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국가보훈처가 연금 등 보훈혜택과 관련한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생활수준을 조사한 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언론사·민간연구소가 후손들에 대한 생활·경제·학력수준 실태조사를 종합실시한 전례는 없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번 조사는 절반 이상의 독립유공자 후손이 한국 사회의 평균 수준에도 훨씬 못미치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생계대책조차 꾸리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