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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루의 마운틴로드 뷰-
백두대간 점봉산 구간 (필례령-망대암산-점봉산-단목령-북앙령-조침령) 종주기
봄비는 장미의 님, 화엄(華嚴)의 뜰엔 님만 님이 아니라 그리운 것은 다 님이다. "나는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
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양이 그리워서 ~~ 설악산의 무거운 그림자가 엷어가는 새벽종을 기다리면서 붓
을 내려 놓는다".로 만해 한용운님은 "님의 침묵"을 맺는다.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간 그 님을 기리면서 지금 설악산 만해마을을 비롯한 인제 하늘내린센터 일대에서
는 8월11일부터 4일간 만해축제가 열린다.
유산자(遊山者)의 님은 산, 그 유산자는 밤을 쫓아 님을 찾는다. 하현달(下鉉月) 외로이 뜬 축시(★丑時)의 한
계령은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의 태성(太星)만이 희미할 뿐,별빛 쏟아지는 은하(銀河)의 성운(星雲)은 없
다. 오늘 내가 가는 백두대간 제 52구간 종줏길은 국립공원 설악산 점봉산구간이다. 초대받지 못한 한밤의 어
두운 산길을, 만해가 붓을 내려 놓던 바로 그 시각 설악산의 무거운 그림자가 엷어가는 시각에 나는 님- 내가
사랑하는 산- 의 품안을 불청객되어 찾아 든다.소쩍새도 한잠 자는 깊은 밤, 님의 침묵에 발걸음 무겁다, 가슴
적시는 밤바람에 님의 향기를 찾으니 천상의 화원 꽃잎 마다에 이슬되어 알알이 맺혀 있다. 하늘 열리는 여명
에 화채봉을 넘은 새아침 햇살 눈 부시고,영롱턴 이슬들이 방울방울 산화한다. 님의 향기 허공속으로 멀리멀
리 퍼져 나간다. 점봉산의 향기다. 마치 어머니 가슴의 젖내음처럼 향기롭다.
점봉산은 백두대간 전형(典形)의 동고서저 지형으로 그 동북사면은 급경사를 이룬 악산(岳山)이고, 서남사면
은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육산(肉山)이다. 설악산 남쪽에 우뚝 솟아 가리봉과 함께 설악산을 수호(守護)하며
설악산국립공원 남설악권역을 형성하는 산으로서, 비록 동북사면에 이르는 그 절반 - 십이담 계곡,주전골 등
의 계곡과 등선폭포, 십이폭포,선녀탕 등의 폭포와 소, 그리고 칠형제봉, 만물상- 을 설악산에 내어 주었어도
정상과 남은 절반의 서남사면으로도 백두대간 점봉뫼로 우뚝하다. 서남사면은 작은 점봉산을 비롯, 곰배령으
로 대표되는 다양한 자연생태환경이 아름다워 "다음 세기를 위한 보전해야 할 숲"이 있고,또한 귀둔과 진동계
곡으로 대표하는 아름다운 계곡과 내린천을 품고 있다. 수려한 이 산의 수많은 기암들은 그 형상이 아름다워
점점의 봉들이 저마다 봉황인 점봉산이다.
▼ 새벽 2시 30분의 필례령 / 헤드랜턴을 켜고 산우들은 하나 둘씩 어둠속으로 찾아 든다.
▼ 필례령의 암벽구간
◁ 필례령(弼奴嶺) 과 밤산행 ▷
동해의 양양에서 오색령을 넘으면 인제 한계리, 필례령을 넘으면 인제 귀둔리가 나온다. 동해 양양과 내륙
인제를 오가던 보부상 옛길 고개이다. 일명 은비령이라고 도 하는데 이는 이순원이 1996년 발표한 소설 "은
비령에서 비롯한다. 백두대간 점봉산구간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가야할 고개이다. 한계령에서 오색방
향 44번 국도를 따라 내려 가다가 우측 필례약수터로 가는 451번 도로가 갈라 지는데,그 길로 올라 필례령에
올라서면 왼쪽에 철망 펜스가 있고, 이곳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필례령을 지나 종줏길에 올라서는 순간
부터 이내 여러 구간의 릿지웨이(암릉구간)가 앞을 막는다. 단 한줄의 밧줄을 움켜잡고 오직 악다구니로 세
미 크라이밍을 해야만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 릿지가 엄연한 백두대간 마루금이다. 백주에 가도 험한 이길
을 궂이 심야의 축시에 가는 것은 사연이 있다. 백두대간 제52구간의 한계령에서 점봉산을 거쳐 단목령과 조
침령에 이르는 22.2km 구간은 그 일원이 "산림유전자원보호지역" 이라 입산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고, 주요
고갯길 마다에 있는 초소에는 입산을 통제하는 관계자가 있어서 그들의 눈길을 피해 야밤 도둑산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유산자는 요산인자(樂山仁者)를 자처하는만큼 스스로 도를 지키는 덕자(德者)가
되어야 하겠으나 대간종줏길을 포기할 수 없음에 잠시 일탈하여 가는 것,다만 스스로 어떠한 경우라도 산림
을 훼손치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며간다. 떳떳치 못한 산행의 종주기가 못내 마음 캥기게 하지만, 업보인 이
마의 주홍글씨 결코 지우지 않으련다.
▼ 망대암산(1,236m)의 밤풍경
▼ 점봉산 북사면에서 맞는 일출.
태산의 높고도 긴 오르막 길은 끝이 없다. 점봉산을 오르는 북사면은 키 높이의 관목숲에 한 사람 겨우 지나
가는 오솔길이다. 정상에서의 일출을 맞기 위해 오버 페이스를 감수하였건만 동해의 일출은 기다려 주지 않
는다. 그 보다 더 큰 아쉬움은 관목숲이 우거져 먼곳을 바라 볼 공간이 없다. 하지만 몰래 숨어든 산행길에
이정도의 이미지를 얻음도 감지덕지다. 멀리 아직은 어둠속에 더 높은 설악 대청봉이 경외롭다.
▼ 점봉산 주목의 해바라기
▼ 망대암산 길섶에서 밤을 잊고 맞아주는 야생화들.
갈 길은 멀기만 한데, 헤드랜턴 불빛에서도 그 청초한 미소 잃지 않고 화사하게 맞아주는 그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 상좌부터 시계방향-취나물꽃,모싯대, 구릿대,단풍취, 동자꽃(중앙)
▼ 여명(黎明)의 내설악(內雪岳)
-점봉산에서 북쪽을 향해 본 설악산의 여명. 방금 지나온 망대암산이 다시 오라 손짓 한다.-
◁ 운외몽중루(雲外夢中樓) ▷
구름바다 위에 솟은 산, 구름위 하늘의 도솔궁, 꿈속에 그려보는 구름위의 누각 "운외몽중루" 이다.
필자의 이름이다. 성은 雲外, 이름은 夢中樓이다. 백두대간 점봉산에서 오랫만에 필자의 문패
(門牌)를 담아 본다./ 사진은 점봉산 서쪽 귀둔리쪽의 1167봉임
▼ 백두대간 점봉산(1,424,2m) 정상과 정상 표지석/ 그 이름처럼 표지석도 쌍봉(雙峰)이다.
點 鳳 山
(점봉산)
稜 線 疊 疊 麗
綠 水 溪 溪 淸
天 園 花 群 蝶
奇 岩 點 點 鳳
능선첩첩려 - 겹겹의 아름다운 산 능선마다 빛나고
녹수계계청 - 녹수는 골짜기 마다마다에 맑게 흐르네.
천원화군접 - 천상의 화원에 핀 꽃들은 무리지은 나비이고
기암점점봉 - 태산의 수많은 기암들은 봉우리(점) 마다 봉황이로다.
- 2012,08,11, 몽 중 루. 점봉산에서 -
▼ 점봉산 주변 풍경 -1 / 북쪽 서북능선과 대청봉, 화채봉능선
▼ 점봉산 주변 풍경 - 2 / 북쪽 귀떼기청봉
▼ 점봉산 주변 풍경- 3 / 남쪽 곰배령과 방태산
▼ 점봉산 주변 풍경 - 4 / 내설악의 아침
▼ 점봉산의 주변 풍경 - 5. / 흘림골 칠형제봉
▼ 점봉산의 이정목 / 바람결에 길잃은 구름도 하늘 높이 솟은 이정표를 보고 영동과 영서를 넘나든다.
▼ 천상의 화원, 점봉산 야생화 산오이풀풀
▼ 천상의 화원, 점봉산 야생화 / 들국화 쑥부쟁이
▼ 천상의 화원, 점봉산 정상의 누운 주목(朱木)
▼ 천상의 화원, 점봉산의 야생화 / 꼬리풀
▼ 천상의 화원, 점봉산의 야생화 / 미역취
▼ 백두대간 제52구간 (한계령~조침령) 지도
▼ 점봉산 동사면 1km지점의 홍포수막터의 이정목
▼ 백두대간 대문(大門)
엄연한 백두대간 마루금 길이다. 문짝을 달지 않음은 요산 인자가 가는 길이기 때문이요, 지날 땐
반드시 예의를 갖추라 한다. 이 산을 사랑하고,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도 헛되이 밟지 말라고--.
▼ 백두대간 마루금 길에 S대학교 정문이 서있다. 이 와목(臥木)이 혹여 그 학교 출신은 아닐텐데--.
▼ 대간 종주자에겐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단목령지킴이"님이 상주하는 단목령풍경
▼ 단목령 풍경 - 1 / 산림유전자원보호를 위해 저 문은 언제나 닫혀있고 입산을 통제한다.
◁ 단목령(檀木嶺, 875m) ▷
박달나무가 많은데서 유래된 고개이며, 옛날 양양과 인제 진동을 오가던 보부상길이다.
▼ 단목령 풍경- 2 / 백두대장군과 백두여장군 장승
▼ 단목령지킴터
휴일 이른 새벽에 관계자가 출근하기 전에 촬영
단목령과 구룡령 구간엔 백두대간 전구간중에서 가장굵은 나무인 피나무(가슴높이 둘레 608,8cm)가,
가장굵은 신갈나무(둘레 518,1cm)는 단목령과 미시령 구간에 있다고 한다.
▼ 단목령과 1020,2봉 사이 882봉 쉼터. 이곳에서 대간길은 우측으로 급히 꺽어 남쪽으로 이어진다.
▼ 북암령에서 바라본 방태산
▼ 북암령의 이정목
▼ 양양군 서면 영덕리 "영덕호(저수지)
▼ 조침령 풍경
◁ 조침령 ▷
해발 770m의 조침령은 영동지방인 양양군 서면 서림리와 영서지방인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를
이어주는 중요한 고갯길로, 양양지방 사람들이 한양으로 가며 넘든 고갯길이다. 후일 미시령길
이 뚫리고 난 후에 거의 폐쇠되다 시피 했다고 한다. 무려 10톤에 가까운 자연석의 거대한 표지
석이 백두대간의 주요길목이라고 강조하는 듯 하다.
▼ 옛 조침령 / 우마차가 지나던 옛길에 대간길 조침령 하늘공원이 평화롭다..
▼ 백두대간 구룡령으로 나가는 길목 / 옛 조침령 공원 옆 쇠나드리 고갯마루이다.
바람이 너무나 세게 불어 달구지를 끌던 "소가 날아 간다" 라는 뜻의 다소 과장된 의미의 "쇠나드리"고개다.
◁ 금마타리 곱게 핀 쇠나드리길 ▷
2012,08,11, 오후 1시 30분. 필례령을 새벽 2시 30분에 출발하여 시작한 백두대간 제52구간 (한계령-필례령-망대암산
-점봉산-단목령-북암령-조침령), 도상거리 22,2km의 종줏길을 마친다. 11시간을 걸은 셈이다. 이제는 대간 종주를
마치고, 하산길은 쇠나드리길로 1,6km를 더 걸어 내려 방태천변의 조침령터널 입구로 간다.
▼ 조금 전 지나온 북암령 아래 1018봉과 풍력발전기
점봉산을 내려서며 단목령, 북암령을 거쳐 조침령에 이르기 까지의 대간길은 교목 숲속이라서 주변
풍경을 담을 수 없었다. 저 1018봉 넘어엔 고원 양수발전소인 "상부댐"과 풍력발전소가 있고, 동북쪽
의 남설악 오색지구, 남쪽의 방태산 산록이 있으나 수려한 그 모습을 담을 수 없어 많이 아쉽다.
▼ 쇠나드릿길을 내려오며 숲속을 헤치고 담아본 점봉산 모습
이른 아침 해돋이 때, 점봉산 정상에서 굽어 본 산자락은 아침 햇살에 마치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빛났었었다. 이제 멀리 돌아 내려와 쳐다 본 산은 연무속에 졸고 있는 듯 하다.
▼ 멀리 우리를 태우고 갈 애마(愛馬), "미쓰 하나"양이 어서오라 반겨 준다. 24km의 긴 거리 종주를 마친다.
▼ 점봉산 야생화 - 1
▼ 점봉산 야생화 - 2
▼ 점봉산 야생화 - 3
사진 상좌부터 시계방향, 도라지모싯대, 더덕,곰취, 달맞이꽃, 그리고 쉬땅나무(중앙)
▼ 함께한 산우들 - 1
▼ 함께한 산우들 - 2
▼ 함께한 산우들 - 3
▼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조침령터널
★ 축시(丑時) - 자시(子時)의 다음 시간으로,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의 시간을 일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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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쥔장님 발품팔지않고 잘 보고 갑니다 ,를
정말
대단하신 열정에
늘푸른님, 고맙 습니다.
이번 점봉산 종줏길은 내게도 좋은 추억거리가 남았답니다.
예기치 않은 한시(漢詩)도 한 수 얻었으니 기쁨이 두배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