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에 가다
김산복(청해 수필가·여행가)
30년 만에 다시 온 올림픽, 88년도는 하계올림픽이었고, 이번엔 동계올림픽이다.
30년 전의 올림픽은 그야말로 감동과 환희의 올림픽이었다. 6·25 전쟁의 상흔을 딛고, 우리나라가 세계를 항해 대한민국의 존재를 드러내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축하하고 즐거워했다. 그때 나는 올림픽 공원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세계의 거장들이 세운 조각 작품을 감상하고 드넓은 잔디밭을 뛰어 다녔다.
경기장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선수들이 띄고 달리는 모습을 보며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폐회식에서 한 어린이가 굴렁쇠를 굴리며 달리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그 후 그 굴렁쇠가 지금껏 굴러와 지난 9일 다시 세계에 우리의 모습을 드러냈다. 개회식은 아이티 강국답게 단순하면서도 참신하게 펼쳐졌다.
그 사이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팅의 여왕 김연아도 탄생했다. 이번 개막식에서 그의 성화점화는 더욱 감동적이었다.
나는 동계 올림픽의 성화가 아테네서 인천공항에 도착하던 날, 제2청사가 오픈도 되기 전 첫 손님으로 오던 성화를 맞으러 갔다. 성화가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올 때 드디어 한국에서 두 번째 올림픽이 열린 다는 것을 실감했다. 성화는 전국을 돌았고, 드디어 지난 9일 화려한 개막식에서 점화되었고, 경기가 시작 되었다.
개막식이 있던 다음날 우리는 집사람과 함께 5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상봉역으로 갔다.
성화마지로 끝나려나 했는데 평창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셋째에게서 우리 내외를 초대했다. 서둘러 KTX를 예약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상봉에서 10시에 출발했다.
동쪽으로도 이렇게 빠르고 쾌적한 열차가 달린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너무도 좋은 일이다. 강릉에서의 택시기사는 올림픽이 아니었으면 30년이 더 지나도 이런 열차가 달리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우리는 강릉에서 내려 점심을 먹고 숙소가 삼척에 있어서 시내를 벗어나 이번에 새로 만든 환승장으로 갔다. 택시 기사들도 잘 몰라 이리저리로 갔다 왔다 하면서 겨우 도착 했다. 거기서 회사에서 마련해 준 셔틀버스로 삼척의 쏠비치 리조트로 가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리조트에 도착해서 체크인만 하고 다시 셔틀로 경기장이 있는 강릉에 가니 날이 저물었다. 8시에 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줄을 길게 늘어선 식당에서는 식사를 못 하고, 셋째를 만나 햄버거로 저녁을 대신하고 경기 장안으로 들어갔다. 회사에서 나온 안내자들의 도움과 현장에 있는 자원 봉사자들의 친절한 돌봄이 참 고마웠다. 5,000M, 15,000M를 하는 경기장이었는데 다행히 지붕이 있어 실내는 온화 했다.
세 시간 동안의 경기에서 한국 선수는 좋은 성적을 못 냈고, 네덜란드 선수들이 금, 은, 동을 차지했다. 그러나 세계에서 응원하러 온 많은 사람들과 함께 소리 지르고, 경기장의 풍경과, 가까운 곳에서 선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거울 같은 빙판이 새롭게 보였고, 두 대의 드론이 공중에서 선수들을 촬영하는 가하면 양옆에서 선을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가 빈틈없이 경기 모습을 담고 있었다. 한 경기가 끝나면 얼음을 고르는 두 대의 기계가 새롭게 빙판을 깨끗하게 정리했고, 많은 보조 요원들이 여기저기서 경기에 관한 기록들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맨 안쪽 라인에서는 경기 중에도 다음 선수들이 계속 연습을 했다.
현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런 모습까지 보고 11시에 경기가 끝나 나오면서 안내 로봇을 만나 중국어로 인사하니 이 녀석도 중국어로 잘 대답해 줬다.
우리가 다시 리조트에 오니 12시가 넘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창밖으로는 동해의 푸르디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였고, 그 위로 계속해서 하얀 파도가 부서지고 있었다. 식사하는 홀에서도 바다가 보였고,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맛있는 요리를 먹을 때는 외국에 나온 것만 같았다.
하루만 자고 떠나기는 너무나 아쉬웠지만, 선배분의 사모님이 작고하셨다는 연락이 와서 어제 우리들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던 친구의 차로 올라왔다.
우리가 갔던 그 경기장에서 계속 경기가 있어서 그때마다 우리가 앉았던 그곳에 있는 것과 같은 기분으로 TV를 보며 응원한다. 오늘은 그곳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금메달도 나왔다.
첫댓글 그 때 저도 그곳에 있었는데요
주일 예배 후에 간 레스토랑에서 캐나다 선수들이랑 여러나라 선수들과 손짓 발짓으로 인사하고 어느 종목인지 물어 보고 정말 행복한 시간들 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