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보장경 제7권
91. 아라한 기야다(祇夜多)가 악룡(惡龍)을 몰아 바다에 넣은 인연
옛날 기야다(祇夜多)라는 아라한이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 7백 년 뒤였다. 그는 계빈국으로 나갔다.
그때 계빈국에는 아리나(阿利那)라는 나쁜 용왕이 있어서 자주 재해를 부려 여러 성현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그 나라 인민들이 모두 걱정하였다.
그때 2천 아라한들은 모두 신력을 다해 그 용을 나라 밖으로 몰아내려 하였다. 그래서 그 중 5백 아라한은 신통을 부려 땅을 흔들었고, 또 5백 명은 큰 광명을 놓았으며, 또 5백 명은 선정에 들어 거닐었다.
이렇게 모두들 신력을 다했으나 용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최후로 존자 기야다가 용이 사는 못가에 가서 손가락을 세 번 튀기면서 말하였다.
“용아, 너는 이제 나가거라. 여기서 살지 말라.”
용은 감히 머무르지 못하고 곧 떠나갔다.그때 2천 아라한들은 존자에게 말하였다.
“우리도 존자와 같이 번뇌가 다하였습니다. 해탈한 법신은 모두 평등한데, 우리는 모두 신력을 다하였으나 용을 움직일 수 없었는데, 존자는 어떻게 손가락을 세 번 튀겨 저 용을 멀리 바다로 들어가게 하십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범부였던 때로부터 지금까지 계율을 받들어 가져 돌길라(突吉羅)에 이르기까지 평등한 마음으로 잘 단속하되, 네 가지 중한 죄처럼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그 용을 움직이지 못한 것은 신력이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때 존자 기야다는 제자들과 함께 북천축을 향해 가다가 도중에서 까마귀 한 마리를 보고 미소하였다.
제자들은 물었다.
“이상합니다. 존자는 왜 미소하십니까? 그 뜻을 말씀해 주십시오.”
존자는 대답하였다.
“때가 되면 말하리라.”
거기서 더 나아가 석실성(石室城) 문에 이르자, 그는 슬퍼하면서 얼굴빛이 변하였다.
때가 되어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하고 도로 성문을 나오다가 다시 슬퍼하면서 얼굴빛이 변하였다.
제자들은 꿇어앉아 아뢰었다.
“이상합니다. 아까는 왜 미소하셨고, 지금은 슬퍼하면서 얼굴빛이 변하십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과거 91겁 전, 비바시(毘婆尸)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어떤 장자의 아들이 되었었다.
그때 나는 출가하려 하였으나 부모들은 듣지 않고 내게 말하였다.
‘우리 집 일이 중하다. 만일 네가 집을 떠나면 누가 그 뒤를 잇겠느냐?
우리가 너를 장가 보내리니, 네가 아들을 낳으면 집 떠나는 것을 허락하리라.’
나는 장가를 든 뒤에 다시 집을 떠나려 하였다.
부모님은 다시,
‘만일 아들 하나만 낳으면 집 떠나는 것을 들어 주리라’라고 하였다.
나는 오래지 않아 사내를 낳아 아이가 말할 수 있을 때가 되어 다시 부모님께 아뢰었다.
‘전에 약속한 대로 집 떠나기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때 부모님은 전의 약속을 어길까 두려워하여 가만히 유모를 시켜 손자에게 말하였다.
‘네 아비가 집을 떠나려 할 때에 너는 문에 있다가 아비를 붙들고 말하기를,
〈이미 나를 낳아 지금까지 길렀는데, 왜 나를 버리고 집을 떠나려 하십니까?
만일 꼭 가시려면 나를 죽이고 가십시오〉라고 하라’ 하였다.
아들이 시키는 대로 말할 때 나는 슬픔으로 마음이 변하여.
‘가지 않고 여기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 때문에 나는 생사에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도의 눈으로 내 전생을 관찰해 보니, 천상과 인간과 또 삼악도에서 서로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고 어려웠다.
아까 내가 본 그 까마귀는 바로 그 때의 내 아들이었다.
또 내가 슬퍼서 얼굴빛이 변한 이유는 이러하다.
내가 아까 성 곁에서 어떤 아귀의 아들을 만났는데, 그는 내게 말하였다.
‘나는 이 성 곁에서 70년을 지냈습니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하지마는 아직 한 번도 얻어 온 적이 없습니다.
나는 굶주리고 목 말라 매우 위급합니다. 존자는 성에 들어가 우리 어머니를 보시거든 나를 위해 말해 주십시오. 빨리 나를 보러 오라고.’
그래서 나는 성 안에 들어가 그 아귀 어머니를 보고 말하였다.
‘지금 네 아들은 저 성 밖에 있으면서 굶주리고 목말라 매우 위급하다. 빨리 가 보라.’
그때 아귀 어미는 대답하였다.
‘나는 이 성 안에 들어온 지 70여 년이 되었지만 내가 박복하여 나 또한 굶주렸고 쇠약해져 기운이 없습니다.
그래서 혹 고름이나 피나 눈물이나 침이나 똥 같은 더러운 먹을 것이 있더라도 여러 힘센 이들이 먼저 앗아 가기 때문에 나는 얻지 못합니다.
최후로 한 모금 더러운 것을 얻었는데 그것을 가지고 문을 나가 아들과 갈라 먹으려 하지마는 문 안에 여러 힘센 귀신들이 있어 내가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존자는 우리를 가엾이 여겨 나를 데리고 나가 우리 모자가 서로 만나 이 더러운 것을 먹게 하여 주십시오.’
그때 나는 아귀 어미를 데리고 성문을 나가 모자가 서로 만나 더러운 것을 갈라 먹게 하였다.
그때 나는 그 귀신에게 물었다.
‘네가 여기서 산 지 얼마나 되었는가?’
아귀는 대답하였다.
‘나는 이 성이 일곱 번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탄식하면서 말하였다.
‘아귀는 오래 살기 때문에 그 고통이 매우 많구나.’”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생사를 근심하여 곧 도의 자취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