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타고 맞아보는 인천의 바닷바람 영종도 왕산마리나에서 떠나는 요트여행 돛을 달아 바람을 이용한 배 놀이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근대적 의미의 요트는 네덜란드에서 비롯되었다. 요트는 1896년 하계올림픽인 제1회 아테네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었지만 기상 악화로 제2회 파리 대회부터 소형 범선을 이용한 운동 경기를 말한다. 네덜란드어로 ‘야헨’(jagen)에서 파생한 ‘야흐트’(jaght)로 ‘사냥하다’는 뜻에서 유래하여 지금의 영어로 요트(yacht)다. 용도에 따라 딩기(Dinghy), 크루저(Cruiser)로 분류한다. 전국에 요트를 탈 수 있는 곳은 32개소가 있고 인천에는 영종도 왕산마리나 1개소가 있다. 그 안에 2개 업체가 사이좋게 영업하고 있다. 왕산마리나 근처에 가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해무가 가득히 산허리를 휘감고 있다.
▲ 왕산마리나 요트장에 해무가 낀 모습
▲ 인천요트아카데미 티켓 박스 ‘인천요트아카데미’ 업체는 류해석(29) 대표가 딩기요트국가대표 출신으로 21년 1월 은퇴하고 그해 7월에 써니호(돛이 달린 세일링 요트) 한 척으로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현재는 헤라호(엔진으로 운행하는 파워요트)로 두 대를 운행하고 있다. 류해석 대표는 키가 크고 자신감이 넘치는 밝은 표정으로 무엇보다 인사를 깍듯하게 잘해 요트장 주변이 환하다. 어려운 점을 물어보니 “뭐든 해낼 수 있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사활을 걸고 하는 사업이라 두렵지요. 하지만 탈출구를 찾다 보니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 인천요트아카데미 지영민 선장과 류해석 대표
▲ 을왕리 해수욕장 앞의 요트 작년에 지방에서 온 손님 중에 50대 엄마와 유치원생 아들 모자가 요트를 타고 바다에서 해지는 광경을 보더니 무지 감탄을 하더란다. 음악도 꺼달라고 하여 고요히 한참을 감상하고 난 후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사하다고. 표현을 진하게 하는 모자를 보고 요트 일에 보람을 느꼈다고 그날의 감동을 전한다. 그는 영종도에서 나고 자라 왕산마리나가 친숙하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하는 요트 동아리가 재미있어 보여서 하게 되었으며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딩기 요트(무동력 소형보트로 마크를 돌아오는 순위 경쟁)를 해서 실업팀과 국가대표를 거쳤다고 설명한다. 그는 본인 포함 영종도 출신 젊은이 5명이 하는 ‘인천요트아카데미’는 타 업체와 차별화가 있다며 향후 왕산해수욕장과 왕산마리나를 해양레저 메카로 키우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의 앞날이 기대된다. 방파제까지는 엔진으로 진행하고 돛을 펼쳐서 바람으로 운행하는 요트를 탄 한 가족은 모두 새로운 체험에 행복한 표정이다. 40분 요트 타는 시간이 길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내려야 해서 아쉽다며 뱃멀미할까 걱정했는데 고요한 바다에서 바람을 맞으며 경치를 즐길 수 있어 좋다고 강조한다. ■ ‘인천요트아카데미’ 전화 예약 : ☎ 032-746-0601
▲ 현대요트 티켓 박스
▲ 현대요트 정구한 고문 다른 업체인 ‘현대요트’에 가니 정구한(65) 고문이 반갑게 맞이한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이며 해기사 면허를 가진 중령으로 전역한 뒤 요트조종면허를 따서 현대요트의 고문으로 주로 선장 일을 한다.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집사람한테 사랑받아 좋아요. 군인연금을 받고 있으면서 월급을 가져다주는 삼식이가 아니라서 더 좋아해요. 아침, 저녁 식사를 따뜻한 밥으로 얼마나 잘해 주는지 이렇게 사랑받고 산 적이 없어요. 하하~ 매일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고 눈 떠서 어딘가 갈 데가 있다는 것이 좋아요.” 그 말에 까르르 웃었다. 군대에 있을 때는 많은 부하를 거느린 대장 같은 대접을 받았지만, 은퇴 후에는 자신을 내려놓고 쓰레기라도 주울 자세를 가진 긍정적인 생각으로 일하는 그가 멋져 보였다. “이 일이 좋은 이유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 모르는 이야기를 들어 날마다 행복합니다. 나이를 잊고 삽니다. 또 바다는 하루도 색깔이 같은 날이 없어요. 물빛, 파도, 물결, 저녁놀, 수평선 등.” 바다에 항로는 있지만 알면 알수록 무섭기도 하다는 그는 “바다는 모든 사람을 받아주는데 무엇보다 바다를 알고 키를 잡아야 합니다. 요트는 기울어져도 제자리를 찾아와요. 절대 침몰하지는 않으니 안전합니다. 또 요트는 접지가 잘 되어 번개 맞을 일도 없어요.” 그의 말은 모두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명언으로 고귀한 보석처럼 반짝인다.
▲ 현대요트 내부
▲ 해무 걷힌 왕산마리나 요트장 요트 한 척(대략 30~40피트)에 3억~8억 원을 주고 외국에서 사 온다. 우리나라는 조선업 강국이지만 FRP 요트만큼은 거의 수입에 의존한다. 그 이유는 외국 회사의 역사가 깊어 디자인이나 재료, 노하우 수준을 우리가 못 따라가기 때문이고 설령 우리나라에서 만든다 해도 가격 대비 수요가 많지 않아서라고 알려준다. 항해할 때 가장 위험한 요소는 해무라고 설명한다. 비나 풍랑은 미리 예보되어 사전에 안내가 가능한데 해무는 예보가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4~6월의 해무가 심한 편인데 바람이 강하게 불어주거나 햇볕이 내리쬐어야 걷힐 수 있다. ■ ‘현대요트’ 온라인 예매 : www.hdcosmos.com
▲ 운항 중인 요트
▲ 정구한 고문과 동료 직원 인천 시민한테는 요트 이용료를 20% 할인을 해준다니 가격 부담 없이 요트를 타러 가기를 권해본다. 돛을 활짝 펴서 바람에 따라 바다 위 물결에 몸을 맡기고 멀리 왕산해수욕장과 을왕리해수욕장의 알록달록 파라솔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생각이 든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에 모든 시름이 잊힌다. 해 질 녘의 노을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바닷바람을 맞으며 요트에서 약간의 출렁임을 놀이기구처럼 느껴보는 것도 재미가 있겠다. 글·사진 현성자 i-View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