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재클린
곽효환
종로구청 앞 청진동은 재개발 중이야
그의 과거는 새벽녘까지 술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해장국 골목
달랑 남은 청진옥과 청일옥이 사라지면
교보문고에서 시작된 좁은 피마 길을 따라
두 골목쯤 지나면 이곳이 한때는 유명한 해장국 골목이었다고
관광안내서에 기록될지도 몰라
과거의 영화는 아련한 기억으로 남기 마련이지
낮에는 피마 길을 점령한 오피스텔 공사현장 타워크레인이 분주하고
밤이면 뒤안길의 카페 재클린이 오늘을 증거하지
이곳에선 얼굴을 제외한 가슴부터 발끝까지 모든 부위가
재클린을 닮은 풍만한 세 여인이 나를 반기지
―내 생각엔 마릴린 먼로를 닮은 것 같은데 상호는 재클린이야
유난히 발목이 가늘어 다리가 왜소해 보이는 마담
어려서부터 그녀의 꿈은 마담이었대
그녀의 숨겨둔 비기(秘器)는 풍만한 젖가슴이 아니야
그윽한 눈빛으로 혹은 애절한 목소리로 그녀의 가슴을 탐하면
터질 듯이 보일 듯 말 듯한 가슴을 풀어헤치지
젖꼭지에 반지를 낀 듯한 젖무덤
그래 피어싱한 유두(乳頭)야
그녀는 되묻지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추어둔 고통의 기쁨을 아느냐고
그래 그런 건 중요치 않아
그녀는 더 깊고 은밀한 곳에 피어싱을 하고 싶어 해
그녀의 가장 깊고 은밀한 곳
세상의 가장 깊고 은밀한 곳
그 중심을 뚫고 싶어 해
그래 가장 어둡고 깊고 음습한 곳을 뚫고 싶어
시현실 2023.여름저자예맥 편집부출판예맥발매2023.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