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와 속초항 방파제에 앉아 대청봉과 울산바위, 달마봉을 바라보면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중 친구가 두 가지 질문을 했다. 첫째 질문은 “이렇게 아름다운 항구가 세계 3대 미항에서 왜 빠졌는가?”였고, 두 번째는 “속초항이 명색이 국제항구인데 항구 관문(청호동)에 너절한 창고(오징어 덕장)와 내항에는 온통 판자집뿐인데 왜 이렇게 방치되고 있느냐?”고 의아해했다.
세계 3대 미항으로 알려진 호주의 시드니항은 영화 빠삐용 촬영지로 유명할 만큼 아름다운 해안선과 거대한 조개껍질 외관의 오페라 하우스가 마치 물위에 동동 떠 있는 것 같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아치 모양의 하버 브리지는 오페라 하우스와 더불어 시드니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 나폴리는 유럽 최고의 휴양지로 아름다운 절경과 왕궁, 박물관, 식물원 등 수많은 인공경관이 겸비되어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어 관광 관련 산업이 발달할 수 있었고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역시 거대한 여러 개의 돌기둥(리우)과 언덕 위에 엄청난 규모의 예수그리스도상이 설치된 전망대는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와 같이 3대 미항들은 매력적인 자연경관에 인공 구조물이 환상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세계적 명승지가 돼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반면 속초항의 경우 절경인 설악산과 아름다운 청초호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구비하고 있는데도 인공 구조물은 최악의 상태로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설악대교와 금강대교를 최소한 공주의 금강대교만큼이라도 조명을 설치하거나 미디어파사드를 설치해 보름달과 강강술래, 설악의 4계 등을 상영하면 멋진 야경이 연출될 것이다. 앞에는 바다, 뒤에는 아름다운 청초호, 멀리 설악산을 조망할 수 있는 청호동 일원을 1종 주거지역으로 묶어 둘 게 아니라 관광지로 개발한다면 ‘꿈의 휴양지'로 불리는 멕시코의 ‘칸쿤'보다 월등하게 좋은 관광지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본의 경우 코로나로 관광객이 87%나 급감했는데도 관광수지 흑자가 6조원이나 되는 반면 한국은 출국자가 입국자의 두 배가 넘고 여행수지 적자가 매년(코로나 이전) 18조원이나 되는데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
외국 관광객이 서울에 오면 고궁에 가서 한복 갈아입고 사진 한 장 찍고 나면 갈 데가 없다고 하는데 속초항이 세계 4대 미항이 되면 동서고속철도와 동해북부선이 완공되고 크루즈선 모항이 되는 날 접근성이 좋아져 관광공사가 홍보비를 들이지 않아도 순식간에 관광객이 배가 되어 국익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