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살아진다/백낙란
한 떨기 꽃을 피우기 위해
꽃이라 불리기 위해
꽃이 꽃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하루를 흙 속에서 일구고
바람 결에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떨어져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
시들어 흩어지는 꽃잎에
제 몸 떠나 새 삶을 갈구하는 꽃씨와
메마른 꽃술에 젖을 빨듯 보채다
이제 날아들지 조차 않는 나비와 벌
무수한 시간의 잎사귀가 말라 버릴 때까지
모든 것이 사라지고 떠나가도
꽃대만은 홀로 남아
살아가기 위해 흔들리며
먼 하늘을 바라보는
담장 너머 아련히 보이는 엄마처럼
삶은 사라지며 살아진다는
꽃은 꽃이라 슬펐다
카페 게시글
………… 백낙란시인
사라지고 살아진다
백낙란
추천 1
조회 34
26.08.03 18:46
댓글 2
다음검색
첫댓글 네 꽃의 슬픔 마음에 와 닿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시인님 ^^8
하나 둘 떠나가고 사라지는 것들 , 마치 엄마의 세월 속에 한때 아룸답게 피어났던 시절을 뒤로한 채 떠나가고 떨어져 나가는 것들, 빈 하늘만 바라보며 그래도 살아진다는 그 말이 귓가에 생생하게 남아 울립니다, 흔들리는 꽃대처럼
감사합니다,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