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7일 Hobihu 마리나 첫날.
오전 11시 40분. Hobihu 마리나에 도착했다. 소규모 마리나고 선석이 별로 없다. 이곳에 올 계획이라면 반드시 미리 자리를 확인해야한다. 그러나 타이완 앞바다의 바람과 파도는 진짜 유난하다. 정말로 쉽지 않다. 파도 3미터에 35노트까지 강풍이 불었다.
나도 정식 선석이 아니라, 이중식 교수님의 소개로 자리를 얻는 것이라, 대형 선박에 붙여 대는 자리다. 예상을 못하고 소개받은 관리자 호세(jose)가 유도하는 대로 가다보니 강풍에 밀려, 좌현 바우 스텐천 하나가 찌그러졌다. 이래저래 한국까지 참 탈도 많다. 스텐천이 찌그러지니 마음도 찌그러진다. 한국 가서 펴야겠다. 바우스러스터로 밀어도 바람이 워낙 거세니 도리 없다. 두 명이 간신히 배를 밀고 사이에 팬더를 밀어 넣었다.
도착하니 해경이 오토바이 타고 곧장 따라온다. 선박 서류와 여권을 보고 그걸로 끝이다. 2시간 후에 이미그레이션과 검역이 오니 배에서 꼼짝 말고 기다리란다. 과정이 한국, 일본과 동일하다. 기다리는 동안 풍랑에 떨어진 선주 실 옷장 문을 확인한다. 자세히 보니 그냥 끼우게 되어 있는 거다. 제대로 잠그지 않아 열리면서 빠진 거다. 다시 잘 끼우고 문을 잘 잠그는 것으로 수리 완료다.
전기와 물을 관리자 호세(jose)에게 물어보니, 전기는 여기 전용 220V 플러그를 사야하고, 물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한다. 물은 배에 있는 것을 먼저 쓰고 출항 전에 새 물로 가득 채우자. 그러더니 관리자 호세(jose)가 미모의 여인을 모시고 온다. 한국말을 잘한다. 한국인인가 보다. 너무 반갑다. 플러그와 Sim 카드를 어떻게 사야 하는지 물어보니, 자신들은 중국인인데, 엄마가 한국인이라서 한국말을 잘 한다는 거다. 이미그레이션 끝나고 자기들이 도와주겠다며 점심 먹으러 다녀오면서 볶음밥을 사준단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미인은 늘 부담스럽다.
여자 분이 볶음밥을 사가지고 왔는데, 너무 맛나다. 호텔에 갔다가 다시 온다고 하신다. 도움을 주니 너무 감사합니다. 100달러를 관리자 호세(jose)에게 3,000 대만 달라로 바꾸었다. 1 대만 달라는 대략 한국 돈 42원이다.
그 사이 문선장님이 엔지니어를 수배해서 내일 아침에 오기로 했다. 엔진을 체크하고 인젝터를 분해 청소하여 재조립 하는 과정이다. 며칠 전부터 배기가스에서 연기도 나고 가속도 시원치 않은 것 같았다. 대만에서 엔진 떨림 문제를 확실하게 잡고 가게 되면 좋겠다.
2시간 후에 이미그레이션이 왔다. 여권을 보고 어디서 왔냐? 어디로 가느냐? 한 끝이다. 동시에 세관과 검역도 왔다. 간단한 서류 작성 하니 끝난다. 서류에 뭔가 적는 게 너무 많은데 물어보니 세관원도 잘 모른다. 결국 선주이름, 선장이름, 연락처, 배이름, 전 출발 항구, 다음 도착 항구 정도만 제대로 쓰면 된다.
검역원은 검역복을 입고 선실에 들어가긴 하는데 뭘 뒤지진 않고, 이방 저방에서 사진을 찍는다. 보고서에 들어갈 사진만 잘 나오면 되나보다. 햄 통조림 때문에 쫄았는데, 전혀 문제없다. 다들 친절한 미소와 함께 대만이 처음이냐는 질문을 한다. 20년 전에 관광으로 온 적 있다니 너무 좋아한다. 이렇게 CIQ가 간단히 끝났다.
자 이제 시내 나가서 220V 플러그와 SIM 카드를 사야하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다. 관리자 호세(jose)는 친구들이 방문했는지 낮부터 맥주 위스키를 퍼붓더니 사라졌다. 미모의 여인들도 다시 오지 않는다. 젠장 큰일이다. 급한 마음에 문선장님께 연락했더니 우버로 택시를 부를 수 있을 거라 한다. 우버를 깔고 택시를 불렀더니 여기는 사용 가능 지역이 아니란다. 너무 시골인가 보다. 자 위기다. 이 노릇을 어쩐다?
가만 보니 폰툰 옆줄 카타마란에 꽁지머리를 한 어떤 사람이 보인다. 다가가서 인사하고 내 상황을 말해준다. 자기가 헝춘(Hengchun) 시내 나가는 중이니, 데려다 준단다. 가면서 이야기 해보니 선주는 아니고 카타마란을 관리 운항하는 선장이다. 이름은 楊啟泰 (Yang이라 부르란다) 엄마가 중국인인데, 한국에 사신단다. 신기하다. Hobihu에 처음 왔는데, 한국과 연관 된 사람들이 둘이나 나타났다. 내가 돌아오는 택시를 타는 곳, 택시 비용들을 물어보니 Hengchun 시내 여기저기를 알려준다.
먼저 220V 플러그를 샀다. 가정용으로 약할 것 같긴 하지만 일단 샀다. 그런데 SIM 카드 사는 곳까지 같이 가준단다. 오호 너무 감사하다. 10일간 무제한 SIM 카드가 800불이란다. 깜짝 놀라니 대만 달러란다. 그럼 그렇지. 한국 돈 33,400 원이다. 나는 하루에 데이터를 4G 정도씩 쓴다. 그러니 한국보다는 싼 셈이다. 처리하는데 여권도 보고 한참 헤맨다. 楊啟泰 (Yang) 에게 오늘 저녁 바쁘냐? 가족들과 같이 식사하냐? 물으니 아내와 두 딸은 타이뻬이에 살고 자기만 여기서 일한단다. 오 기러기 아빤가 보다. 그래서 둘이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도심에서 떨어진 맛 집인데, 손님이 바글바글하다. 우리가 마지막 자리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다음 손님들이 와서 대기한다. 운이 좋았다. 메뉴판을 보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음식이름 옆에 표시를 하면 된다. 대개 음식은 140~330대만달러 사이다. 楊啟泰 (Yang) 이 친절하게 음식 사진을 보여준다. 4가지 음식을 골랐다. 내가 사기로 미리 이야기 한다. 그런데 카드가 안되는 곳인가 보다. 나는 楊啟泰 (Yang) 에게 2,000 대만달러를 보여준다. 아까 SIM 카드 사고 남은 돈들이다. 楊啟泰 (Yang) 이 웃는다. 자기도 현금 있다고 한다.
음식들은 하나 같이 다 맛있었다. 楊啟泰 (Yang) 과 함께 이번 항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楊啟泰 (Yang) 도 언젠가 세일보트로 세계일주 항해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동안 내가 보고 배운 것들을 이야기 해준다. 楊啟泰 (Yang) 이 귀가 커다랗게 되어 듣는다. 머지않아 세계일주 항해를 할 기세다. 그런데 적게 보였던 음식이 먹고 보니 양이 엄청나다. 남기면 다 싸갈 수 있다. 이거면 내일 아침 반찬으로 충분하다.
정말 즐거운 행복한 저녁이다. 아침까지만 해도 루손 해협에서 35노트 강풍과 4미터 파도에 시달렸다. 그런데 당일 저녁에는 새로 사귄 대만 선장과 정말 맛난 식사를 하며 수다를 떨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전 세계의 좋은 세일러 친구들을 만드는 것이 장거리 세일링의 가장 큰 장점중의 하나다. 나도 이중식 교수님처럼 언제고 대만에 세일링할 올 수 있다. 엣 헴!
대만은 마리나 입국이 상당히 까다롭다. 페쇄적인 국가다. 국가에서 지정한 사이트로 미리 입국 신청하고 마리나 계류 신청도 미리 해야 하는데, 이게 대만 내부에서만 열리는 사이트다. 그러므로 대만에 아는 사람이 있어야만 진행이 가능하다. 대만 외부에서는 사이트가 안열리니 아예 신청이 안 된다. 그리고 항해계획서, 크루리스트(선주 서명 필요), 대리인 위임장, 선박증명서, 보험서류, 선장 여권 등등 서류를 제출하면, 입항허가서가 (영문, 중문) 으로 발급된다. 그러니 피항이 아니고는 외국 배가 입항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미리 대만에 지인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楊啟泰 (Yang) 선장이 직접 운전해서 데려다 준다. 헝춘(Hengchun) 시내가 아닌 외곽도로로 드라이브 한다. 멋지다. 楊啟泰 (Yang) 선장은 헝춘(Hengchun) 해양박물관에서도 일한단다. 시간 될 때 아쿠아리움 구경 가야겠다.
마리나에 도착해서 플러그를 조립하고 전기를 연결한다. 바로 에어컨을 켠다. 만세다. 곧장 샤워를 한다. 깨끗이 샤워하고 뽀송뽀송한 몸과 마음으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오늘 하루를 정리한다. 정말 지옥과 천국을 오간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