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연우무대 주 에이티알 관악극회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이순재 예술감독 이현우 번역 김시번 연출의 연출 리어왕
강서구 LG 아트센터에서 연우무대 주 에이티알 관악극회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이순재 예술감독, 이현우 번역, 김시번 연출의 <리어왕>을 관람했다.
<리어왕>은 연극은 물론, 수많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앤드루 맥컬로우(Andrew McCullough)가 연출하고 오손 웰스(Orson Wells)가 주연한 1953년 영화<리어왕>, 코진체프(Grigory Kozintsev)가 연출하고 유리 야벳(Yuri Jarvet)이 주연을 맡은 1970년 러시아판<리어왕>, 구로사와 아키라(Kurosawa Akira) 연출, 일본풍으로 각색된 1985년 <란>Ran), 장 뤽 고다르(Jan-Luc Gordard)가 연출 버지스 메레디스(Burges Meredith)가 주연을 맡은 1987년<리어왕>등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역작들이다.
그 외에도<리어왕>은 텔레비전 방송용으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조나단 밀러(Jonathan Miller)가 연출하고 마이클 호던(Michael Hordern)이 주연한 1982년 BBC TV<리어왕>, 마이클 엘리엇(Michael Elliot) 연출로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가 주연을 맡은 TV<리어왕>이 대표작이다.
그 중 특히 주목할 영상 텍스트는 피터 브룩이 연출한 1971년도 영화<리어왕>이다. 여타 영화는 대체로 원작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에 입각하여 시각적 가능성들을 실험했으나, 피터 브룩의1971년<리어왕>은 전통적 해석을 넘어선 새로운 창작의 시도로, 원작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한 단계 뛰어넘는 연출을 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실험극장 허규 연출의 리어왕, 동랑레퍼토리의 안민수 연출의 리어왕, 극단 76 기국서 연출의 리어왕, 고대극예술동우회 고금석 연출의 리어왕,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연출의 리어왕, 인천시립극단 김철리 연출의 리어왕, 극단 미추의 이병훈 연출의 리어왕, 극단 숲의 임경식 연출의 리어왕, 국립극단의 윤광진 연출의 리어왕, 극단 진 선 미의 최영환 연출의 리어왕 그리고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의 남육현 연출의 리어왕, 그리고 극단 경험과 상상의 류성 연출의 리어누와르, 극단 관악극회에서 이현우 연출 등의 공연에서 원작의 내용을 최대한 살리며 이낙훈, 이호재, 기주봉, 주진모, 전성환, 서국현, 정태화, 이문수, 장두이, 양형호, 강희영, 고인배, 이종승, 이순재 등이 리어를 맡아 탁월한 기량으로 열연을 펼쳤다. 이번 리어왕 공연은 2021년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이현우 연출의 공연 이후 강서구로 옮긴 LG 아트센터에서 김시번 연출로의 재공연이다.
김시번(1971~)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성균관대학교 공연예술협동과정 석사출신의 연출가로 극단 성난발명가의 상임연출이다. 작품으로는 협력자들, 오빠 나랑 사귈래요. 제3회 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안진사가 죽었다. 100페스티벌 2011 – 갑냐우, 결혼한 여자, 안 한 여자, 까마귀, 엘링, 숙주탐구, 위선자 따르뛰프 등을 집필 연출했다.
번역을 하고 지난번 리어왕을 연출한 이현우는 원전대로 무대화하기 위해 국제셰익스피어학회 부회장, 국제 학술지 ‘멀티컬처럴 셰익스피어’(Multicultural Shakespeare) 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순천향대 교수다. 이 교수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코리올라누스(2005, 자유소극장)> <햄릿Q1(2009,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떼레즈 라깽(2012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준대로 받은 대로>를 연출했다. 이 교수는 “학자들 사이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의 예술적 정점을 꼽으라고 했을 때 절반은 ‘맥베스’를 꼽고 절반은 ‘리어왕’을 꼽는다”며 “‘리어왕’은 대작이면서도 구성이 군더더기 없이 잘 짜였다. 매력적인 캐릭터도 여럿이면서 각각 뚜렷한 존재감을 갖는다”고 했다. 이어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쓸 때 흑사병이 만연했고, 대사에도 흑사병 얘기가 나온다. 어떤 의미에서 이번 ‘리어왕’이 코로나라는 전염병 시대를 사는 현재 우리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리어왕(king lear>)에 나타난 가치관의 갈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1550년대에서 1600년대 초까지의 영국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1601년 에섹스(Essex)백작은 반역죄로 사형에 처해지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아직 후계자를 두지 못한 상황에서 전통귀족과 신흥귀족 그리고 중산계급은 1610년대에 이르러 상호간의 대립을 드러냈다.
특히 1588년 스페인의 무적함대(Spanish Invincible Armada)를 격퇴하는데 중산계급의 주도적 역할과 세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의회에서의 중산계급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타협과 균형이 깨지게 되었고, 이는 엘리자베스 사후 제임스 I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더욱 심해졌다.
<리어왕>이 집필된 시기로 추정되는 1604-5년경은 이런 정치적 갈등이 가치관의 분열과 결부됨으로써 영국과 전 세계에 대 혼란이 닥쳐올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팽배했던 시기였다. 따라서 작품 속엔 정치적 질서체계는 물론 인간과 세계를 연관시켜주는 종교적, 철학적 혼란까지 나타나고 있다.
역사란 끊임없이 경직된 기존질서체계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인간의 고통과 회생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면 ,<리어왕>은 그런 역사적 전환기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혼돈과 그것의 극복과정을 냉철하게 탐색하는 극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감독 겸 타이틀 롤인 이순재 선생은 “앞으로도 연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연극 ‘리어왕’은 필생의 마지막 주요 작품이 될 것 같다”며 “60년 넘게 연기를 했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많이 못 해 봤다. ‘이제 더 하고 싶은 역할이 뭐냐’고 묻길래 늙은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연극은 ‘리어왕’ 아니겠냐고 답한 게 공론화돼서 이렇게 공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로서 최고의 행운은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이라며 “리어왕 역을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고 했다.
이번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최대한 살린다. 연출가의 현대적인 해석 등 여러 사정에 따라 대사를 빼거나 압축하는 사례가 많지만, 이번엔 원전의 대사를 그대로 옮긴다. 전체 공연시간이 3시간 20분 정도 나오지만 원전대로 하는 공연이다.
무대는 삼면벽을 흑색으로 가리고, 배경 가리개를 천정으로 오르고 내리며 장면변화에 대처하고 좌우의 흑색 벽도 경사지게 오므리거나 무대전체를 좌우로 가리고, 백색배경이나 흑색 좌우 가리개에 영상을 투사해 극 분위기를 창출시킨다. 촛불 샹들리에를 천정에서 내리고 올리고 용상을 내리고 올린다. 고목등걸을 천정에서 끈에 달아 내리고 올리고, 화단형태의 구조물도 내리고 올린다. 당연히 조명이나 분무로 분위기 창출을 하고, 입체로 된 돌 형태의 구조물을 배치해 의자처럼 출연진이 앉기도 한다. 출연진의 의상이 눈에 띄고, 원로 출연진은 물론 젊은 출연진의 호연과 광대의 활달한 율동과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브리튼의 왕 리어는 세 딸들에게 왕국을 나누어 주고, 자신은 왕의 이름만을 간직한 채 노년을 보내려고 한다. 그는 딸들을 불러 모아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딸에게 가장 큰 영토를 나누어 주겠다고 말한다. 첫째 딸 고너릴과 둘째 딸 리건은 리어에게 과장된 사랑의 찬사를 늘어놓아 자신들의 몫을 얻는다. 그러나 막내 코딜리어는 언니들의 아첨에 반발하여 자신은 딸의 도리를 다하여 아버지를 사랑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격노한 리어는 코델리아와 의절하고, 그녀 몫의 땅을 다른 두 딸에게 나누어 준다. 이 와중에 켄트 백작이 리어의 행동에 반발하여 항의하자 노여움을 사 국외 추방형을 받는다. 코델리아의 강직한 성품에 반한 프랑스 왕이 그녀를 왕비로 맞이한다. 리어는 이제부터 백 명의 기사들을 데리고 고너릴과 리건의 집에서 한 달씩 머무를 것이라고 선언한다.
글로스터의 사생아 에드먼드는 적자인 형 에드거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가짜 편지를 꾸민다. 에드거가 아버지 글로스터를 죽이고 재산을 좀 더 일찍 상속받으려는 내용의 가짜 편지를 읽은 글로스터는 에드거와 의절하고 찾아내는 즉시 처형할 것을 다짐한다.
켄트는 평민으로 변장을 하고 리어의 하인이 된다. 고너릴은 리어의 기사들이 지나치게 많아 난동을 부린다며 기사의 수를 반으로 줄일 것을 요구한다. 리어는 분노하여 리건의 집으로 옮겨가기로 결심한다. 고너릴은 집사 오스월드를, 리어는 새로 하인이 된 켄트를 글로스터의 성을 방문 중인 리건에게 전령으로 보낸다. 오스월드와 켄트 사이에 시비가 붙고, 콘월과 리건은 켄트를 형틀에 가두어 놓는다. 에드먼드의 계략에 빠져 도망자가 된 에드거는 미친 거지 행세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리어는 글로스터의 성에서 리건을 만나지만, 리건은 언니 고너릴에게 돌아가라고 말한다. 이 자리에 고너릴이 도착한다. 두 딸들은 기사의 수를 100명에서 50명, 25명으로 줄일 것으로 요구하다가 마침내는 한 명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딸들의 대접에 리어는 격분한 나머지 광기에 휩싸여 폭풍우 치는 황야로 뛰쳐나간다. 리건과 콘월은 글로스터에게 성문을 잠글 것을 명령하지만, 글로스터는 몰래 리어를 보살피려 한다. 에드먼드가 이를 콘월에게 알리면서 글로스터는 두 눈과 지위를 잃고 에드먼드의 계략을 깨닫는다. 콘월은 이 와중에 이 잔인한 행동에 반발하는 자신의 하인과 싸우다 치명상을 입어 목숨을 잃는다.
켄트는 프랑스 왕비가 된 코딜리어에게 리어의 상황을 알린다. 프랑스 왕은 브리튼으로 군대를 파견한다. 코딜리어와 리어는 도버에서 만나고, 리어는 코딜리어에게 용서를 구한다. 성품이 상냥하고 리어에게 충실한 알바니 공작을 남편을 둔 고너릴과 과부가 된 리건은 에드먼드를 사이에 두고 사랑의 경쟁을 벌인다. 글로스터는 눈이 먼 채로 도버를 향해 가고, 에드거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아버지를 인도한다.
프랑스 군은 브리튼 군에 패배하고, 리어와 코딜리어는 포로로 사로잡힌다. 에드거는 알바니에게 탄원하여 정식으로 에드먼드와 결투를 벌이고, 승리하여 명예와 지위를 되찾는다. 글로스터는 에드거의 정체를 알게 되자 기쁨이 극에 달한 나머지 숨을 거둔다. 고너릴은 에드먼드를 차지하기 위해 리건을 독살하지만, 곧 자신도 자결한다. 에드먼드는 결투에서 입은 상처로 숨을 거두기 직전, 자신이 코델리아와 리어를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렸음을 고백한다. 대단원에서 리어는 코딜리어가 죽자 비통함을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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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프로듀서 윤완석, 프로듀서 유인수, 무대미술 이태섭, 조명디자인 고귀명, 음악감독 엄태훈, 영상디자인 이해호, 분장디자인 백지영, 분장감독 주선진, 소품디자인 황석현, 안무 김유덕, 제작PD 하종운 이지연, 무대감독 주 M.A.P, 조연출 김다님 김혜수, 홍보마케팅 더웨이브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도 제대로 드러나, 제작 연우무대 (주) 에이티알, 주관 관악극회, 후원 (사) 한국연극배우협회 (재) 관악회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이순재 예술감독, 이현우 번역, 김시번 연출의 <리어왕>을 연극사에 기록될 한편의 최우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박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