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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비밀 [에릭 켄델. 래리 스콰이어] -에릭 캔델- 1929년생. 기억과 무의식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기억이 저장되는 신경학적 메카니즘을 밝힌 공로로 노멜 생리의학상(2000)을 수상했다. 뉴욕 소재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컬럼비아 대학 신경생물학 및 행동 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기억을 찿아서><통찰의 시대>등이 있다. 특히 그의 자서전인 <기억을 찿아서>는 로스 엔젤레스 타임스 올해의 책(2006), 미국 국립 아카데미 최고의 책(2007)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엘버트 레스커 기초의학 연구상(1988), 울프 생물학 의학상(1999) 등 다수의 명예로운 상을 받았다. -래리 스콰이어- 1941년생. 뇌 시스템 및 인지신경과학 분야 심리학자. 기억의 형태가 다양하며, 각 형태마다 다른 뇌 회로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샌디에이고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 의과대학 교수(정신의학, 신경과학, 심리학)이자, 샌디에이고 재향군인 병원 연구 경력과학자이다. 저서로는 <기억과 뇌><기초 신경과학>(공저) 등이 있다. 미국 심리학회 최고과학공로상(1993), 미국철학회 칼 레슐리 상(1995), 미국 재향군인회 윌리엄 미틀턴상(1994) 등 다수의 명예로운 상을 받았다. 머리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오늘날 생물학자들은 어느 모로 보나 충분한 근거에 기초하여, 정신의 모든 활동이 우리 몸의 특화된 한 부분, 곧 뇌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데카르트의 문장을 뒤집어 이렇게 재구성하는 편이 더 옳을 것이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 우리가 우리 자신인 것은 단지 우리가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해온 것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자신이다. ~~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 우리가 내뱉는 모든 단어, 우리가 관여하는 모든 활동 -심지어 우리의 자아감과 타인과의 유대감- 은 우리의 경험을 기록하고 저장하는 뇌의 능력, 곧 기억 덕분에 가능하다. 기억은 우리의 정신적 삶을 하나로 결합하는 접착제요, 우리의 개인적 역사를 지탱하고 우리가 사는 내내 그 역사가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게 해주는 비계scaffolding다. 예컨대 알츠하이머병으로 기억을 잃으면,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재생하는 능력을 잃고, 그 결과로 우리 자신과의 연결, 타인과의 연결을 잃는다. 기억에 대한 현대적인 연구는 두 출처에서 유래했다. 첫째 출처는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신호를 주고받는가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다. 이 분야에 핵심 발견은 신경세포들의 신호전달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활동과 경험에 의해 변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경험은 뇌에 기록을 남길 수 있으며, 그럴 때 신경세포들을 기초 기억 저장소로 이용한다. 둘째 출처는 뇌 시스템들과 인지에 대한 연구다. 이 분야의 핵심 발견은 기억이 단일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이며 그 형태들 각각이 독특한 논리와 다른 뇌 회로들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역사적으로 별개인 이 두 가닥을 엮어서 ‘인지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 of cognition'이라는 새로운 종합을 이뤄내려 애썼다. 이 새 분야는 세포간 신호전달에 관한 분자생물학과 기억에 관한 인지신경과학의 어울림을 강조한다. 우리는 폭넓은 독자층을 위해 이 책을 썼다. 가장 먼저 염두에 둔 것은 과학을 좋아하고 신경계가 어떻게 학습하고 기억하는지에 관한 전문적인 배경지식이 없는 비과학자들과의 소통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였으므로 우리는 필요할 경우 관련 생물학과 인지심리학에 관한 배경지식을 개괄적으로 제공했다. 더 나아가, 우리가 비전문가가 독자를 염두에 두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 책은 대학생과 대학원생에게 유용할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이 인지부터 분자생물학까지 기억의 전 범위를 다루는 최초의 작품이라고 믿으며, 학생들에게 이 책이 기억에 대한 연구를 쉽고 명쾌하게 소개하는 입문서가 되기를 바란다. 1 정신부터 분자까지 기억은 우리 실존의 무수한 현상을 모아 단일한 전체로 만든다. 기억의 결합력과 통합력이 없다면 우리 의식은 우리가 산 시간을 초로 따졌을 때만큼이나 많은 조각들로 부서질 것이다. -에발트 헤링- 단순포진 바이러스가 그의 뇌 일부를 파괴했고, 이 뇌 손상으로 그는 새 기억을 형성하는 능력을 잃은 것이다. 이제 그는 새로운 사건이나 만남을 몇 초 동안만 기억할 수 있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예전에 그가 20년 동안 산 집이 어느 것인지, 장성한 자식이 이웃에 사는지, 그가 손자를 두 명 두었는지 아리송했다. 단순포진뇌염은 그가 자신의 생각과 인상을 미래로 가져가는 것을 막았고 그와 과거와의 연결, 과거에 그의 삶에서 일어난 일과의 연결을 끊어버렸다. 이제 그는 말하자면 현제에, 지금 이 순간에 갇혔다. 우리가 세계에 대한 새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경험이 우리의 뇌를 변형하기 때문이다. 또 학습이 이루어지고 나면, 우리는 새 지식을 기억 속에, 흔히 아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뇌에서 그 변형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나중에 우리는 기억에 저장된 지식에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 기억이란 학습된 바가 시간을 가로질러 존속하게 하는 과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학습과 기억은 뗄 수 없게 연결되어 있다. 세계에 관하여 우리가 아는 바의 대부분은 태어날 때부터 뇌에 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획득되고 기억을 통해 보존된다.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 대수학과 지리학, 정치와 스포츠, 하이든과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악이 그렇다. 그러므로 우리가 누구냐는 질문의 답은 주로 우리가 무엇을 학습하고 기억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기억은 개인적 경험의 기록에 불과하지 않다. 기억은 또한 교육을 가능케 하고 사회적 진보를 일으키는 강력한 힘이다. 인간은 배운 바를 타인들과 소통하는 유일 무일한 능력을 지녔고 그런 소통을 통해 문화를 창조하여 다음 세대로 전달할 수 있다. 인류의 성취는 영원히 팽창할 듯 하다. 그러나 인간 뇌의 크기는 화석 기록에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출연한 수십만 년 전 이래로 유의미한 증가를 겪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오랜 세월동안 문화적 변화와 진보를 결정해온 것은 뇌 크기의 증가가 아니라 심지어 뇌 구조의 변화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학습한 바를 말과 글에 담아두고 타인들에게 가르치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 문화의 변화와 진보를 결정해왔다. 기억은 인간 경험의 가장 중요한 긍정적 측면들 다수에서 핵심 구실을 하지만, 많은 심리적, 감정적 문제들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기억에 저장된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사실이다. 이 문제들은 학습의 결과이며 흔히 인생의 초기에 일어난(세계를 대하는 습관적인 방식을 유발한) 경험에 대한 반응이다. 더 나아가 심리 치료적 개입이 정신 장애 치료에 효과적인 한에서, 그 개입의 효과는 사람들에게 경험을 제공하여 기존 학습과 다른 새로운 학습을 일으키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추정된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기억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철학의 영역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20세기를 거치는 동안 연구의 초점이 차츰 더 실험적인 방향으로 이동하여 처음엔 심리학이, 더 최근에는 생물학이 전면에 나섰다. 새로운 천년기로 진입하는 지금, 심리학과 생물학이 던진 질문들은 공통의 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심리학의 관점에서 그 질문들은 이러하다. 기억은 어떻게 작동할까? 기억에 다양한 유형이 있을까? 학습한 바가 기억으로 저장되는 장소는 어디일까? 기억 저장을 개별 신경세포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다양한 기억 저장 과정의 바탕에 깔린 분자들의 본성은 무엇일까? 심리학도 생물학도 혼자서는 이 질문들에 흡족하게 접근할 수 없지만, 이 두 학문이 융합하여 발휘하는 힘은 뇌가 어떻게 학습하고 기억하는가에 대해서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그림을 내놓는 중이다. [심리적 과정으로서의 기억] 이 노력의 선구자는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였다. 그는 1880년대에 기억 연구를 실험실에 들여놓는데 성공했다. ~~~~ 에빙하우스는 기억 저장의 핵심 원리 두 가지를 발견해냈다. 첫째, 기억의 수명이 다양함을 입증했다. 일부 기억은 수명이 짧아서 몇 분만 보존되고, 다른 기억은 수명이 길어서 며칠에서 몇 달까지 존속한다. 둘째, 반복이 기억의 수명을 늘린다는 것을 입증했다. 역시나 완벽은 연습의 결과였다. 암기 연습을 한 번만 하면, 목록을 이를테면 몇 분 동안만 기억했지만, 연습을 충분히 반복하면, 목록을 며칠이나 몇 주 동안 기억할 수 있었다. 몇 년 후 독일 심리학자 게오르크 뮐러와 알폰스 필레체는 이 기억이 시간이 지날수록 굳어진다고 주장했다. 굳어진 기억은 견고하며 교란에 흔들리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다면 무사히 존속할만한 기억도 처음단계에서는 교란에(무언가 다른 것을 학습하려는 시도에) 매우 취약하다. 더 나중에 미국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정상적으로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이 발견들을 다듬었다. 단기기억은 몇 초에서 몇 분 동안 유지되며, 본질적으로 현재 순간의 확장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예컨대 전화번호를 찾아서 잠깐 동안 머릿속에 담아 두는 것이 단기기억이다. 반면에 장기기억은 몇 주, 몇 달, 심지어 평생 유지될 수 있으며 되살리려면 과거를 돌이켜야 한다. 이 구분은 기억에 대한 이해에서 근본적으로 중요함이 밝혀졌다. [행동주의 혁명] 도구적 조건화에서 동물은 옳은 방법과 그에 따른 보상을, 혹은 그릇된 반응과 뒤이은 벌을 연결하는 법을 배운다. 그러면서 차츰 자신의 행동을 수정한다. 객관적이며 실험실에 거점을 둔 이 학습 심리학은 행동주의라는 경험주의적 전통으로 발전했다. 행동주의는 기억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미국의 존 B. 왓슨을 필두로 한 행동주의자들은 이제 행동을 다른 자연과학적 대상들과 똑같이 엄밀하게 연구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리학자들은 오로지 관찰 가능한 것에만 초점을 맞춰야 했다. 그들은 자극을 식별하고 행동 반응을 측정할 수 있었지만, 행동주의적 관점에서는 개인의 경험의 본성과 정신적 사건들의 본성을 과학적으로 탐구할 수 없었다. [인지주의 혁명] 행동주의는 20세기 초에 학습과 기억에 대한 연구에서 심리학의 전통을 주도했다. 특히 미국에서 그러했다. 그러나 주류 행동주의와 결별한 주목할 만한 사례들도 없지 않았다. 그 소수의 연구자들은 정신적 과정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덜 행동주의적이고 더 인지주의적인 기억 연구의 주요 선구자는 영국 심리학자 프레더릭 C. 바틀렛이었다. 20세기 전반기에 바틀렛은 피 실험자로 하여금 이야기와 그림 같은 일상적인 자료를 학습하게 하는 자연스런 방식으로 기억을 연구했다. 이런 자연적인 방법으로 그는 기억이 놀랄 만큼 허술하며 쉽게 왜곡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회상이 아주 정확한 경우는 드물다고 그는 주장했다. 회상은 과거에 수동적으로 저장되어 재생되기를 기다리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재생하는 작업에 불과하지는 않다. 오히려 회상은 본질적으로 창조적인 재구성 과정이다. 바틀렛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회상은 파편화된 채로 생명 없이 고정된 무수한 존재들을 재활성화 하는 작업이 아니다. 회상은 상상력을 동원한 재구성 혹은 구성이며, 과거의 반응들 혹은 경험들로 이루어진 능동적인 조직체 전체에 대한 우리의 태도, 또한 흔히 이미지나 언어의 형태로 나타나는 일부 두드러진 세부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바탕으로 삼는다.” [생물학 혁명] [기억을 위한 신경 시스템 들: 기억은 어디에 저장될까?] 뇌 속에서 기억의 자리를 찾아내려는 초기 노력의 대표 인물은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 칼 레슐리였다. 1920년대에 수행한 유명한 연속 실험에서 레슐리는 쥐를 훈련시켜 단순한 미로를 통과하게 했다. 그런 다음에 쥐의 대뇌피질에서 다양한 구역을 제거했다. 대뇌피질은 뇌의 겉껍질에 해당하며 뇌 전체에서 가장 최근에 진화한 부분이다. 레슐리는 20일 후에 쥐의 미로 통과 능력을 재시험하여 녀석이 훈련한 바를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지 점검했다. 이 실험에 기초하여 레슐리는 양量작용의 법칙을 정립했다. 이 법칙에 따르면, 미로 통과 습성을 위한 기억이 손상되는 정도는 제거한 대뇌피질의 면적에 비례할 뿐, 세부 위치에는 비례하지 않는다. 레슐리는 이렇게 썼다. “미로 통과 습성은, 형성될 경우, 대뇌의 어떤 단일한 구역에도 국소 화되지 않으며, 온전한 조직의 양이 모종의 방식으로 그 습성의 성취를 제약한다.” [기억의 자리를 알려주는 최초 단서들] 펜필드는 1000명 넘는 환자에서 대외피질 표면의 많은 부분을 탐사했다. 때때로 환자들은 전기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일관된 지각이나 경험을 보고했다. 예를 들어 한 환자는 “말하는 목소리 같은 것이 들렸는데, 너무 작아서 알아듣지는 못했어요.”라고 진술했다. “개와 고양이의 모습이 보여요, 개가 고양이를 쫒아가네요.”라고 보고한 환자도 있었다. 이런 반응들은 한결같이 뇌의 관자엽을 자극할 때만 나타났다. 다른 뇌 구역을 자극할 때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으며, 관자엽을 자극할 때에도 8% 정도의 비율로 드물게만 나타났다. 그럼에도 이 연구 결과는 뇌 자극으로 유발된 경험이 환자의 과거 삶의 에피소드에서 유래한 의식의 흐름을 재생한다는 것을 시사 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나 이 해석은 심각한 의문에 직면했다. 첫째,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모두 간질을 앓는 비정상적인 뇌를 가지고 있었고, 전체 사례의 40퍼센트에서는 자극으로 유발한 정신적 경험이 환자의 평소 간질 발작에 동반되는 경험과 똑같았다. 게다가 그 정신적 경험은 환상적인 요소와 개연성이 없거나 불가능한 상황을 포함했으며 기억보다 꿈에 가까웠다. 뿐만 아니라, 자극한 뇌 조직을 제거해도 자극으로 되살아난 기억은 삭제되지 않았다. [기억상실증 환자 H.M. 의 사례] H. M 의 간질은 뇌의 관자엽(측두엽)에서 기원한다고 판단되었으므로, 스코빌은 간질 치료를 위한 최후의 조치로 양쪽 대뇌 반구 관자엽의 안쪽 표면을 거기에 포함된 해마라는 구조물과 함께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이 실험적인 수술은 H.M 의 간질을 실제로 완화했지만 그를 심각한 기억상실증 환자로 만들었다. 그는 그 기억상실증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수술을 받은 1953년부터 그는 새로운 단기기억을 영속적인 장기기억으로 변환하는 능력을 상실한 채로 살았다. 첫째, 새 기억을 얻는 능력은 다른 지각 및 인지 능력과 구별되는 별개의 뇌 기능이며, 관자엽의 안쪽(중심)부위가 그 기능을 담당한다. 요컨대 뇌는 지각 및 인지 기능과, 대개 그 기능을 발휘할 때 산출되는 기록을 기억에 저장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 분리해놓았다. 둘째 즉각 기억에는 안쪽 관자엽이 필요하지 않다. H. M의 즉각 기억 능력은 완벽하게 정상이다. 그는 숫자나 시각 이미지를 학습한 후 짧은 시간 동안 보유할 수 있었다. 또한 대화가 너무 길거나 너무 많은 화제를 오가지 않는다면, 대화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었다. 셋째, 안쪽 관자엽과 해마는 과거에 획득한 지식에 대한 장기기억의 최종저장소일 수 없다. H. M 은 어린 시절의 사건들을 기억한다.(오늘날 우리는 과거에 획득한 지식이 안쪽 관자엽을 포함한 대뇌피질에, 더 정확히는 원래 그 정보를 처리한 부위에 저장된다고 믿을 근거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밀너는 H. M이 완벽하게 학습하고 기억할 수 있는 유형의 지식이 존재하는 듯 하다는 놀라운 발견에 이르렀다. 즉, 안쪽 관자엽에 의존하지 않는 유형의 기억이 존재하는 듯 했다. 1962년 밀너는 정보를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변환하지 못하는 H. M 의 장애가 전면적이지 않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유명한 실험에서 밀너는 H. M 이 거울로 자신의 손과 별을 보면서 별의 윤곽선을 따라 선을 긋는 법을 학습할 수 있고, 그의 솜씨가 정상인과 다름없이 나날이 향상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매일 검사를 시작할 때면. H. M 은 자신이 그 과제를 수행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H. M 에 대한 연구는 기억의 생물학적 본성에 대한 근본적 통찰들을 제공했다. 첫째, 해마를 비롯한 안쪽 관자엽 구조물들이 손상되면, 즉각 기억과 장기기억이 분리된다. 이 분리는 윌리엄 제임스가 제시한 근본적인 구분을 생물학적 수준에서 입증한다. 둘째, 이 연구는 레슐리의 양작용 개념을 반박했다. 안쪽 관자엽에 국한된 손실은 지각 기능과 지적 기능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지만 새 기억을 저장하는 능력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두 가지 형태의 기억 저장] 기억상실증에 아랑곳없이 보존되는 유형의 학습은 흔히 자동성을 띤다. 예컨대 테니스 라켓을 휘두르는 솜씨를 학습해두었다가 실행할 때 우리는 정보를 상기하지만, 그 정보는 의식적인 기억으로 자각되지 않는다. 이런 학습은 흔히 반복을 통해 천천히 축적되며, 나중에는 과거 경험을 불러내거나 의식함 없이, 심지어 과거의 기억을 사용한다는 것조차 의식함 없이 실행을 통해 표출된다. 기억상실증 환자에서 상실되는 또 다른 유형의 학습 능력은 과거 사건을 의식적으로 회상하는 능력과 짝을 이룬다. 19세기 후반에 창시된 프로이트 심리분석이론의 핵심 특정중 하나는 경험의 흔적이 평범한 의식적 기억으로 뿐 아니라 본질적으로 무의식적인 기억으로도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었다. 이 무의식적 기억은 의식적으로는 접근 불가능한데도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생각들은 흥미로웠지만 그 자체로는 많은 과학자들의 신뢰를 끌어내지 못하였다. H. M 의 거울보고 별 그리기 실험을 필두로 수많은 실험들이 이루어진 끝에, 결국 기억의 두 가지 주요 형태가 생물학적으로 실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기억과 솜씨 기억은 기록 있는 기억과 기록 없는 기억, 외현기억과 암묵기억, 서술기억declarative memory과 비서술nondeclarative memory 기억이라고도 불린다. H. M 의 사례에서처럼 해마와 안쪽 관자엽이 손상되면 저해되는 기억을 우리는 서술기억으로 칭한다. 반면에 온전하게 유지되는 또 다른 형태의 기억은 비서술기억으로 칭한다. 서술기억은 사실, 관념, 사건에 대한 기억, 요컨대 언어적 진술이나 시각적 이미지의 형태로 의식적으로 불러낼 수 있는 정보에 대한 기억이다. 이 유형의 기억은 기억이라는 단어의 일반적인 의미에 부합한다. 친구의 이름, 지난여름 휴가, 오늘 아침에 나눈 대화를 의식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서술기억이다. 서술기억은 사람에서도 연구할 수 있고 다른 동물에서도 연구할 수 있다. 비서술기억은 서술기억과 마찬가지로 경험에서 비롯되지만 회상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변화로 표출된다. 서술기억과 달리 비서술기억은 무의식적이다. 물론 비서술 학습에도 흔히 회상능력이 동반될 수 있다. 예컨대 우리는 운동 솜씨를 학습한 다음에 그 솜씨에 관해서 무언가 기억해 낼 수도 있다. 이를테면 우리 자신이 그 운동을 수행하는 모습을 그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솜씨를 수행하는 능력 자체는 어떤 의식적 회상에도 의존하지 않는 듯 하다. 그 능력은 비서술적이다. [기억 저장의 메커니즘: 기억은 어떻게 저장될까?] 스페인 신경해부학자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은 학습이 새로운 신경세포의 성장을 유발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오히려 학습은 기존 신경 세포들 간 연결을 강화하여 신경세포들이 더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만들 가능성을 제기했다. 장기기억을 저장하기 위해 신경세포들은 더 많은 가지들을 뻗어 새롭거나 더 강한 연결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안한 것이다. 또 기억이 퇴색할 때는, 신경세포들이 가지들을 잃어서 신경세포들 간 연결이 약화된다는 것이 카할의 추측이었다. 가장 간단한 예를들어보자. 어떤 약한 소음을 처음 들으면 , 당신은 조금 놀랄 수도 있다. 그 소음은 당신의 근육을 통제하는 운동신경세포들과 연결된 뇌 속 경로들을 활성화 한다. 그러나 그 소음이 어느 정도의 시간에 걸쳐 여러 번 반복되면, 그 연결들이 약화되어 당신은 그 소음을 들어도 더는 놀라지 않게 되기도 한다. [세포와 분자 수준의 연구를 위한 단순 시스템들] 신경세포 1000억 개를 지닌 포유동물의 뇌와 대조적으로 군소(바다 달팽이)처럼 단순한 무척추동물의 중추신경계는 약 2만 개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군소에서 그 세포들은 신경절ganglion이라는 집단 여러 개로 뭉쳐있는데, 각 신경절은 신경세포 약 2000개를 아우른다. 단일 신경절, 예컨대 배 신경절은 한 행동이 아니라 다양한 행동들에 관여한다. 군소처럼 단순한 동물들도 다양한 유형의 학습을 하고, 각 유형의 학습은 몇 분 지속하는 단기기억과 몇 주 지속하는 장기기억을 유발한다. 어떤 기억이 유별되느냐는 학습시도를 어떤 간격으로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달려 있다. 예컨대 군소는 습관화와 민감화의 능력을 지녔다. [유전학적 연구를 위한 단순 시스템들] 1967년 캘리포니아 공대의 시모어 벤저는 초파리에서 단일 유전자들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화학적 기법을 이용하여 한 번에 유전자 하나를 변화시키면서 그 변화가 행동에 미치는 연구를 탐구했다. 이 연구에서 벤저는 비서술기억의 저장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여러 단백질을 찾아냈다. 그 단백질들 중 일부는 군소의 비서술기억에 대한 분자 생물학적 연구에서 발견된 단백질과 동일했다. [유전학적 연구를 위한 복잡 시스템들] 오늘날 생물학자들은 생쥐에서 임의의 유전자를 바꾸고 그 효과가 해마다 기타 기억에 중요한 뇌 구역의 신경세포들의 기능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탐구할 수 있다. 또한 그런 유전자 변화가 온전한 상태로 행동하는 동물에서 서술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탐구할 수 있다. [분자부터 정신까지 :새로운 종합] 분자생물학적 접근은 시스템 신경과학 및 인지심리학과 결합하여 공통의 통합과학을 형성했고, 그 과학은 분자 수준에서나 행동 수준에서나 한결같이 매혹적임이 판명되었다. 과거 독립적이었던 이 분야들 사이에서 협력이 증가하는 추세는 기억과 뇌에 관한 시식의 새로운 종합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2 비서술기억에 관여하는 변경 가능한 시냅스 1957년 브렌다 밀러가 환자 H. M의 괴멸적인 기억상실을 처음 보고했을 때, 과학자들은 이 기억상실이 앎의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고 여겼다. ~~~ H. M은 새로운 운동 솜씨를 학습할 수 있었다. 움직이는 목표물을 뒤쫓거나 거울로 별을 보면서 그 윤곽을 그리는 과제에서 그의 성취도는 정상인 피실 험자들과 다를 바 없이 점차 향상되었다. 그러나 H. M의 과제 수행과 정상인의 과제 수행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었다. 매번 과제를 수행할 때마다 H. M은 자신이 그 과제를 이미 수행해보았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여러 해 동안 밀너를 비롯한 기억 연구자들은 H. M과 비슷하게 뇌가 손상된 사람은 한 가지 특수하고 제한된 유형의 장기적인 능력만 보유한다고 생각했다. 즉, 운동 솜씨만 학습하고 기억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어진 20년 동안, 운동 솜씨는 빙산의 일각임이 분명해졌다. 샌디에고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의 래리 스콰이어를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은 H. M 처럼 대뇌 양반구의 안쪽 관자엽이 손상된 환자들을 추가로 연구하여 그들이 다양한 기억 능력들을 보유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능력들은 오늘날 비서술기억 능력으로 불린다. 모든 비서술기억들은 의식적인 정신으로는 일반적으로 접근 불가능하다는 주목할 만한 특징을 공유했다. 이 유형의 기억을 불러내는 일은 철저히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오늘날 우리는 아주 다양한 기억들을 뭉뚱그려 비서술기억이라고 부르는데, 그 기억들은 한 가지 특징을 공유한다. 어느 경우에나 비서술기억은 우리가 무언가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실행performance에 반영된다. 이 유형의 기억은 다양한 운동 및 지각 솜씨, 습관, 감정학습, 더 나아가 습관화, 민감화, 고전적 조건화, 조작적 조건화와 같은 기초 반사 형식의 학습을 아우른다. 요컨대 전형적으로 비서술기억은 본성상 반성적이라기보다 반사적인 지식과 관련이 있다. 예컨대 당신이 처음 자전거 타기를 배울 때, 당신은 아마도 핸들 조작에 의식적인 주의를 많이 기울였을 것이고 페달을 밟는 동작에도 집중했을 것이다. 우선 왼발을 밟고 이어서 오른발을 밟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자전거타기를 배우고 나면, 자전거 타는 법에 대한 지식은 비서술기억으로 저장된다. 당신은 여전히 주의 깊게 도로를 살피지만, 이제 핸들 조작과 페달 밟기는 자동으로 한다. 즉, 반성적으로가 아니라 반사적으로 한다. 과학자들은 서술적 형태의 지식과 나란히 작동하는 이 광범위한 지식을 발견하고 흥분했다. [비서술기억의 가장 단순한 사례: 습관화] “거북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우가 숲에서 처음으로 거북과 마주쳤을 때, 여우는 너무 놀라고 겁에 질려 거의 죽을 지경이었다. 두 번째로 거북과 만났을 때, 여우는 여전히 크게 놀랐지만 처음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세 번째로 거북을 보았을 때, 여우는 한결 대담해져서 거북에게 다가가 친근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흔하고 무해한 자극들에 대한 습관화를 통해 동물은 생존에 결정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수많은 자극들을 무시하는 법을 배운다. 동물은 그런 자극들 대신에 새로운 자극, 또는 만족스럽거나 위협적인 귀결을 예고하는 자극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다. 바람직하지 않은 반응을 습관화를 통해 제거할 수 있다. [뉴런: 뇌 속의 신호 전달자] 뇌는 신경세포 또는 뉴런으로 불리는 개별 세포들로 이루어졌고, 그 세포들은 각각 막에 쌓여 있다. 라몬 이 카알은 이 뉴런들이 뇌 속 신호전달의 기본 단위라고 주장했다. 이를 연구한 공로로 그는 1906년에 노벨생리학상을 받았다. 라몬 카할은 모든 동물에 세 가지 주요 유형의 신경세포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각뉴런은 외부세계로부터 촉각, 시각, 청각, 후각 정보를 수용한다. 운동뉴런은 운동을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종류의 중간뉴런은 감각뉴런과 운동뉴런 사이에 끼어서 신경 회로 내 정보 흐름의 조율과 통합에 기여한다. 이 세 유형의 신경세포들이 가진 해부학적 특징은 모든 동물에서 놀랄 만큼 유사하다. 이 발견에 기초하여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동물들의 학습능력이 다양한 것은 동물의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의 유형 때문이라기보다 신경세포들의 개수와 상호연결 패턴이 더 복잡하면, 동물은 다양한 유형의 학습을 더 잘한다. 라몬 카할과 그의 동시대인들은 뉴런 각각이 네 부분, 곧 세포 본처, 수상돌기 여러 개, 축삭돌기 하나, 축삭돌기 말단(이른바 시냅스전 말단) 여러 개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세포 본체는 뉴런의 큼직하고 둥그스름한 중심부로, 세포핵을 포함하고 있으며, 세포핵에는 뉴런의 유전자들을 보유한 DNA 가 들어있다. 세포핵은 세포질(세포 본체를 채운 액상 물질)로 둘러싸여 있는데, 세포질에는 세포기능에 필수적인 단백질들을 합성하고 포장하는 다양한 분자적 장치들이 들어 있다. 세포 본체에서 두 가지 유형의 길고 가는 실 모양의 돌들(신경세포 돌출부 또는 부속지로 불림)이 뻗어나간다. 수상돌기들과 축삭돌기다. 전형적인 수상돌기는 세포 본체에서 튀어 나와 정교하게 가지를 뻗은 돌출부로, 흔히 나무 모양이며, 들어오는 신호를 받는 입력부위 혹은 수용 부위를 이룬다. 뉴런의 출력부위인 축삭돌기는 세포 본체에서 뻗어 나온 관 모양의 돌출부다. 세포의 전담 기능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축삭돌기는 겨우 0.1밀리미터일 수도 있고, 척수에서부터 발가락 근육까지 무려 1미터 넘게 뻗을 수도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축삭돌기는 끄트머리에서 많은 미세가지들로 갈라지는데, 그 가지 각각에는 시냅스전 말단이라는 특수한 말단부위가 있다. 시냅스전 말단은 다른 세포의 특수한 정보 수용성 표면에 닿는데, 대개는 수상돌기에 닿지만 세포 본체에 닿기도 한다. 이 같은 시냅스에서의 접촉을 통해 신경세포는 자신의 활동에 관한 정보를 다른 뉴런들로, 혹은 근육이나 샘 같은 기관으로 전달한다. ~~~1920년에서 1950년 사이에 뉴런이 사용하는 시노의 유형이 단순히 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라는 것이 밝혀졌다. 첫째는 뉴런은 자기 내부에서의 신호전달을 위해, 즉 뉴런의 한 구역 또는 부위에서 다른 구역으로(이를테면 수상돌기들에서 세포 본체로, 세포 본체에서 축삭돌기와 시냅스전 말단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전부-아니면-전무이며 천편일률적인 활동전위action potential를 사용한다. 둘째로 뉴런은 시냅스 전달이라는 과정을 통해 다른 세포로 정보를 전달할 때는 세기가 다양한 시냅스전위를 사용한다. 곧 보겠지만 이 두 유형 모두가 기억 저장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신경 신호] 활동전위와 시냅스 전위를 살펴보기에 앞서, 안정전위resting potential를 알 필요가 있다. 안정전위란 이를테면 기본 상태로, 다른 모든 세포 신호들은 안정전위를 바탕에 깔고 그 위에서 표출된다. 세포막은 안정 상태에서 세포 내부와 외부 사이에 약 65밀리볼트의 전위차가 유지되게 만든다. 이것이 안정전위다. 안정전위는 세포막 양편의 나트륨, 칼륨, 기타 이온들의 분포가 동일하지 않아서 세포 내부가 외부에 대해 상대적으로 음전하를 띠기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는 세포 외부의 전위를 임의로 0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안정막전위(안정전위)는 마이너스 65밀리볼트(-65mv)다. 활동전위와 시냅스 전위는 세포막에서 변화가 일어나 막전위가 안정막전위보다 증가하거나 감소할 때 발생한다. 막전위가 예컨대 -65밀리볼트에서 -75밀리볼트로 증가하는 것을 일컬어 과분극hyperpolarization이라 하고, -65밀리볼트에서 -50밀리볼트로 감소하는 것은 탈분극depolarization이라고 한다. 나중에 보겠지만, 탈분극은 세포의 활동전위 산출 능력을 높인다. 즉, 탈분극은 흥분작용을 한다. 거꾸로 과분극은 세포가 활동전위를 산출할 가능성을 낮추는, 억제작용을 한다. 활동전위란 탈분극을 일으키는 전기신호로, 수상돌기들에서 세포 본체로 이동하고, 이어서 축삭돌기를 따라 시냅스전 말단들까지 이동한다. 시냅스전 말단들은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접촉하는 지점이다. 활동전위라는 명칭은 이 신호가 축삭돌기를 따라 능동적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붙었다. 활동전위의 정확한 메커니즘은 이해하기가 약간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그 메커니즘을 상세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 책을 읽는데 는 지장이 없다. 활동전위는 세포막 안팎에 걸린 전위차의 변화이며 나트륨 이온(Na+)이 세포로 유입되고 이어서 칼륨이온(K+)이 세포에서 유출됨에 따라 산출된다. 이때 이온들은 세포막에 뚫린 이온 통로ion channel라는 구멍들을 통해 이동한다. 이온 통로들은 신호 전파 경로에 맞게 정확한 순서로 열리고 닫혀서 세포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이동하는 전위 변화를 산출한다. 습관화의 흥미로운 특징 하나는 연습이 완벽함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훈련을 반복하면, 며칠이나 몇 주 지속하는 장기기억도 산출한다. ~~ 군소의 수관을 붓으로 10회 건드리는 훈련을 한 번 하면, 몇 분 지속하는 습관화가 일어난다. 반면에 10회 자극 훈련을 하루에 한 번씩 나흘에 걸쳐 네 번 하면, 최소한 3주 지속하는 습관화가 일어난다. [적응력을 지닌 뉴런] 3 단기기억에 관여하는 분자들 습관화가 시냅스 세기의 약화를 가져온다면, 시냅스 세기의 강화를 가져오는 학습 형태들도 있을까? [민감화 연구에서 나온 단서들] 민감화란 비 연결 학습nonassociative learning 의 한 형태로, 시냅스 세기의 강화에서 비롯된다. 습관화에서 동물은 유리하거나 사소한 자극의 속성들을 배운다. 반면에 일종의 공포 학습인 민감화에서는 해롭거나 위협적인 자극의 속성들을 배운다. 위협적인 자극에 직면한 동물은 다른(심지어 무해한)자극들에도 더 격렬하게 반응하는 법을 신속하게 배운다. 총소리에 놀란 사람은 몇 분 뒤에 어떤 소음이라도 들리면 펄쩍 뛸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방금 물리적 충격으로 아픔을 느끼고 난 사람은 누군가가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 평소보다 더 격렬하게 반응할 것이다. 민감화에서 사람과 동물은 방어 반사 기능을 향상시켜 움츠림이나 달아남을 준비하는 법을 배운다. 습관화에서는 동물이 한 자극에 반복해서 노출된 결과로 그 자극에 대한 반응이 달라진다. 반면에 민감화에서는 동물이 한(대개 해로운) 자극에 노출된 결과로 다른 자극에 대한 반응이 달라진다. 요컨대 민감화는 습관화보다 더 복잡하며 습관화를 압도할 수 있다. 군소의 아가미 움츠림 반사는 습관화를 겪으면 극적으로 약화되지만 민감화에서는 대폭 강화된다. [2차 전달자 시스템들] 4 서술기억 서술기억이 다른 형태의 기억들로부터 격리된 채로 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꿔 말해, 동일한 경험이 다양한 기억들을 산출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개와 마주치는 단 한 번의 경험을 생각해 보자. 나중에 당신은 그 장면을 직접적인 서술기억에서 회상할 수도 있지만, 이 마주침의 다른 여파들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 여파들은 다양한 비서술기억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그 개와 다시 마주치면, 당신은 눈앞의 동물이 개임을 처음보다 신속하게 파악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첫 만남에서 무슨 일을 겪느냐에 따라서 당신은 개에 대한 공포나 애정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감정은 당신이 그 일을 얼마나 잘 기억하느냐와 대체로 무관하다. [서술기억의 코드화] 코드화란 말 그대로 정보를 코드로 바꾸는 과정을 의미한다. 단어 여덟 개에서 열두 개를 종이에 인쇄해서 제공하는 실험을 할 수 있다. 한 집단에게는 각 단어를 이루는 철자들 중에서 오로지 직선만으로 이루어진 철자의 개수를 세라고 요구한다. 둘째 집단에게는 각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자신이 그 단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1에서 5까지의 점수로 표현하라고 요구한다. 몇 분이 지난후, 두 집단 모두에게 기억하는 단어들을 최대한 많이 써내라는 과제를 낸다. 이 실험을 실제로 해보면, 단어의 의미를 처리한 집단이 철자의 모양에 집중한 집단보다 단어를 두 세배 더 많이 기억한다. 그림이나 음악과 같은 다른 유형의 자료를 가지고 실험을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이런 결과는 어떤 의미에서 사소하다. 개별 철자가 아니라 단어의 의미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기억 시험을 준비하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 실험은 학습에 대한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원리 하나를 예증한다. 우리는 새로운 재료를 더 완전하게 처리할수록 더 잘 기억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공부할 이유가 더 많을수록, 우리가 그것을 더 많이 좋아할수록, 우리가 학습 순간에 더 온전하게 몰입할수록, 기억은 향상된다. [서술기억의 저장] 장기기억은 용량에 제한이 없는듯하며 수천 개의 사실, 개념 패턴을 때로는 평생 동안 보유할 수 있다. 코드화한 정보는 어떻게 기억으로서 존속하는 것일까? 시각은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에서 가장 주도적인 감각이다. 실제로 영장류 대뇌피질의 거의 절반이 시각 정보처리에 종사한다. 한 대상이 지각될 때마다, 다양한 구역들에서 동시에 신경 활동이 일어난다. 이 같은 동시 분산 활동이 시각 지각의 바탕을 이룬다고 믿어진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한 대상에 대한 지각이 분산되어 있다면, 즉 널리 퍼진 피질 구역들의 협응 활동에 의존한다면, 그 대상에 대한 기억은 최종적으로 어디에 저장될까? 대답은 놀랄 만큼 간단명료하다. 기억들이 영구히 저장되는 별도의 기억 중추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많은 증거들이 시사 하는 바로는, 처음에 정보는 분산된 뇌 구조물들에 의해 지각되고 처리되는데 그 정보가 기억으로서 저장되는 장소도 바로 그 분산된 구조물인 듯하다. 포유동물의 뇌에서 기억을 직접 포착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우리는 특정대상에 대한 기억이 저장된 장소를 아직 짚어낼 수 없다. 그럼에도 뇌 손상 환자들과 건강한 지원자들의 활동하는 뇌를 기능성 영상화 기술로 관찰해보면 한 가지 중요한 결과를 일관되게 얻을 수 있다. 색깔, 크기, 모양을 비롯한 대상의 속성들을 지각하고 처리하는 피질구역들은 그 대상의 기억에 중요하게 관여하는 구역들과 동일하기까지는 않더라도 가까이 있다. 단일한 기억 저장소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기억이 신경계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단 하나의 사건을 표상하는 데 여러 뇌 구역이 관여하는 것은 맞지만, 그 구역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전체 표상에 기여한다. 한 경험을 처음 코드화 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총합이 있을 것이며, 그 변화의 총합이 곧 그 경험의 기록일 텐데, 그 변화의 총합을 일컬어 기억흔적engram이라고 한다. [서술기억의 인출] 분산된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모아서 일관된 전체로 재조립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억 인출을 곳곳에 분산된 다양한 기억흔적의 조각들을 되살리는 일로 간단히 정의할 수는 없다. 큐cue 곧 기억의 단서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기억흔적의 일부 조각들만 되살아날 수도 있다. 큐가 약하거나 모호하면 심지어 저장된 바와 다른 것이 되살아 날 수도 있다. 예컨대 되살아난 부분들 중 일부는 동종의 스포츠카나 전혀 다른 자동차가 연루된 다른 에피소드에서 유래한 것일 수도 있다. 큐가 직접 유발한 생각들과 연상들이 저장되어 있다가 큐에 의해 환기된 다른 기억 내용과 혼동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억 인출은 재구성 작업이지, 말 그대로의 과거 재생이 아니다. [서술기억의 망각] [서술기억의 결함] 기억은 테이프 녹음기나 비디오카메라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즉, 기억의 기능은 사건들을 나중에 살피기 위해 붙잡아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미 언급한대로 회상은 가용한 조각들을 모아 일관된 전체를 구성하는 작업이다, 예컨대 어떤 이야기를 회상하려 할 때 사람들은 때때로 창조적 오류를 범한다, 이야기의 일부를 삭제하고 다른 부분을 꾸며내어 정보를 이치에 맞게 재구성하려 애쓴다. 일반적으로 기억은 우리가 마주치는 것을 곧이곧대로 기록하여 보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것에서 의미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5 서술기억을 담당하는 뇌 시스템 [단기기억] 인지심리학에서는 일반적으로 단기기억이라는 용어가 즉각기억immediate memory 와 작업기억working memory으로 대체되었다. 즉각기억이란 정보가 수용되는 순간부터 그 정보를 능동적으로 의식에 보유하는 작용을 가리킨다. 즉, 현재 관심의 초점에 놓여 있으며 생각의 흐름을 점유하고 있는 정보가 즉각기억의 내용이다. 즉각기억은 용량이 무척 제한적이며(대략 일곱 개의 항목을 보유할 수 있다) 그 내용을 되새기지 않으면 보통 30초 내에 망각된다. 일반적으로 즉각기억에 포착된 정보는 몇 초 내에 의식에서 빠져나가지만, 즉각기억의 내용을 능동적으로 되새긴다면, 즉각기억을 시간적으로 확장하여 그 내용을 몇 분 동안 보유할 수 있다. 이렇게 확장된 즉각기억을 일컬어 작업기억이라고 한다. 이 용어는 앨런 배들 리가 고안했다. 대상이나 사실은 우선 즉각기억으로 표상될 수 있고, 그 표상은 작업기억으로 유지될 수 있고 결국 장기기억으로 존속할 수 있다. 원숭이가 감각 정보를 일시적 기억에 보유하는 동안 활동을 유지하는 뉴런들은 시각피질, 청각 피질, 감각운동 피질에서도 발견되었다. 이 구역들의 일부 뉴런은 원숭이가 각각 시각 자극, 소리, 능동적 접촉과 관련된 지체 후 표본 맞힉 동안 계속 활동했다. [장기기억] 어떤 대상을 보고 그것을 장기기억에 저장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영장류 시각 시스템의 구조적 특징에 따라, 망막에서 온 정보는 뇌의 뒤쪽에 위치한 V1 구역에 도달한다. 미국 국립정신 보건원의 레슬리 웅거라이더와 모터머 미슈킨이 맨 처음 개략적으로 기술한대로, 그 다음 시각처리는 V1 구역에서부터 앞쪽으로 뻗은 두 개의 주요 경로를 따라 이루어진다. 뇌의 아랫부분을 통과하는 배 쪽 흐름과 윗부분을 통과하는 등 쪽 흐름이 그것이다. 배 쪽 경로는 관자엽으로 이어지며 결국 아래 관자엽 피질(TE구역)에 도달한다. 이 구역은 상위 시각 담당 구역의 하나로 특히 대상의 시각적 형태와 질의 분석을 담당한다. 시각정보 처리의 둘째 흐름은 V1 구역에서 등 쪽 경로를 따라 마루엽 피질(PG 구역)로 나아간다. PG구역은 대상의 공간적 위치, 대상들 사이의 공간적 관계, 공간상의 특정위치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계산을 다룬다. 배 쪽 흐름과 등 쪽 흐름을 구성하는 단계들은 제각각 특화된 방식으로 시각 지각에 필요한 정보 처리에 기여한다고 여겨진다. 어떤 구역들은 색깔을 분석하고 방향을, 또 다른 구역들은 깊이(시선 방향 거리)나 방향성을 분석한다. 더 앞쪽의 구역들은 전체적인 지각 대상(이를테면 물체)의 분석에 더 많이 관여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우리가 공간상의 대상을 지각할 때는 배 쪽 흐름과 등 쪽 흐름 전체에 분포하는 구역들이 동시에 활성화된다. 그 구역들에서 신경활동이 지속되고 이에 부응하여 이마엽 피질에서도 활동이 일어나면, 지각된 내용은 작업 기억으로 존속할 수 있다. [즉각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옮겨가기] [기억상실] 안쪽 관자엽(혹은 이 구역과 해부학적으로 연결된 다른 구역들)이 어떤 원인으로 손상되면 기억상실증이 발생할 수 있다. 뇌수술, 머리 부상, 뇌졸중, 혈류부족, 산소결핍, 병에 의한 안쪽 관자엽 손상의 결과로 발생하는 인지 결함은 모두 유사하다. ~~~~알츠하이머병의 일반적인 초기 증상이 기억 결함인 이유는 그 병의 특징인 뇌의 퇴행성 변화가 안쪽 관자엽에서 맨 먼저 나타나기 때문이다. 만성 알코올 의존도 기억상실증을 불러 올 수 있다. 왜냐하면 여러 해에 걸쳐 알코올을 남용하면 안쪽 관자엽과 해부학적으로 연결된 안쪽 시상과 시상하부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이 결함 증상의 핵심 특징은 보편적 망각이다. 학습할 정보가 이름에 관한 것인지, 장소, 얼굴, 이야기, 그림, 냄새, 물체, 멜로디에 관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또 학습할 내용을 말로 전달하는지, 환자가 스스로 읽게 하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이 모든 경우에 환자는 학습할 내용을 정상적으로 지각하고 즉각 기억에 만족스럽게 보유한다. 그러나 그 내용은 장기기억으로 존속하지 못한다. 이처럼 주요 증상은 새로운 기억을 획득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미 형성된 기억들도 훼손될 수 있다. 안쪽 관자엽의 손상은 작업 기억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억의 초기 형태들은 안쪽 관자엽을 벗어난 피질 구역들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안쪽 관자엽의 필수적인 역할은 정보가 제시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드러난다. 그러나 언젠가는 기억의 결함이 드러나는데, 때로는 그 시점이 겨우 몇 초 후일 수도 있다(예컨대 얼굴에 대한 기억은 효과적으로 되새기기가 항상 어렵기 때문에 그 결함이 신속하게 드러난다). 학습내용을 되새김을 통해 유지하는 것이 더는 불가능한 때가 오면, 안쪽 관자엽이 기억의 저장 및 인출에 필수적이게 된다. 신경학적 부상이나 병에서 비롯된 기억상실증은 기능성(혹은 심인성) 기억성실증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 기능성 기억상실증은 흔히 개인 정체성 상실로 묘사된다. 이 유형의 기억상실증은 문학과 영화(예컨대 히치곡의<스텔바운드>)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뇌 손상에서 비롯된 기억상실증보다 훨씬 드물며 이 기억상실증과 쉽게 구분된다. 기능성 기억상실증은 대개 새로운 학습을 하는 능력을 해치지 않는다. 환자는 처음 의사를 찾아온 순간 이후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들을 기억에 저장할 수 있다. 기능성 기억상실증의 주요 증상은 과거에 대한 기억의 상실이지만, 이 증상이 어떻게 나타나느냐는 환자에 따라 무척 다르다. [기억상실증의 해부학] 안쪽 관자엽은 뇌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구역은 편도체, 해마, 그리고 이들 주변의 피질을 아우른다. [서술기억의 속성들] 쥐와 사람 모두에게 해마의 손상이 익숙한 냄새나 새로운 냄새를 알아채는 능력을 저해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안쪽 관자엽 시스템의 일시적 역할] 서술기억의 주목할 만한 특징 하나는 해마 시스템의 손상이 새로운 학습을 저해할 뿐 아니라 손상이 일어나기 전에 획득한 기억도 망쳐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억은 학습 시점에 고착되는 것이 아니다. 영속적인 기억은 상당한 시간에 걸쳐 형성된다. 이 고착과정은 여러 단계를 필요로 하며, 그 중 한 단계는 안쪽 관자엽의 구조물들에 의존한다. 고착 과정이 완료되기 전의 기억은 쉽게 교란될 수 있다. 고착과정의 대부분은 학습 후 처음 몇 시간 동안 일어난다. 그러나 기억을 안정화하는 과정은 그 후에도 한참 진행되며 조직화된 장기기억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1970년대에 스콰이어가 정신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기억의 안정화가 여러 해에 걸쳐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수술을 받지 않은 원숭이들은 여러 주 전에 학습한 대상들보다 최근에 학습한 대상들을 더 잘 기억했다. 이는 기억 기능이 정상일 때 나오리라 예상되는 결과였다. 그러나 양쪽 해마체hippocampal formation(해마와 그 주변)가 손상된 원숭이들은 정반대였다. 녀석들은 먼 과거에 학습한 대상들에 대한 기억은 정상인 반면, 최근에 학습한 대상들은 잘 기억하지 못했다. [일회기억과 의미기억] 6 서술기억의 시냅스 저장 메커니즘 지난번 저녁 외식 때 식당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또 무슨 음료를 곁들였는지 회상해보라. 이런 식으로 요리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려면 서술기억을 의식적으로 회상해야 한다. 반면에 당신이 지난 일요일 아침 테니스 시합에서 상대방이 공을 높이 띄우자 쏜살같이 네트로 달려가 스매싱을 날렸다면, 당신은 이 연속동작을 무의식적으로 했다. 즉, 미리 생각해두지 않은 채로, 저장된 비서술 지식에 의지하여 해낸 것이다. 이미 언급한대로 서술기억이란 장소, 대상, 사람에 관한 정보의 의식적 회상과 관련이 있는 반면, 비서술기억은 지각 솜씨, 운동 솜씨, 인지 솜씨 및 습관에 관한 정보의 무의식적 활용과 관련이 있다. 이 두 기억 유형 모두가 처음에 정보를 처리하는 감각 및 운동 시스템들에 기초를 둔다. 그러나 비서술기억의 학습은 그 시스템들에 위치한 뉴런들의 흐름을 직접 변화시키는 반면, 서술기억의 장기저장은 다른 시스템 하나를 추가로 필요로 한다. 그 시스템은 안쪽 관자엽의 해마와 기타 구조물이다. [서술기억의 저장] 인간에서 해마가 손상되면 새 기억을 저장하는데 문제가 생긴다. 7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바뀌려면 어떤 변환 스위치가 작동해야 하며 이 변환이전의 기억은 쉽게 망가진다는 것을 과학자들은 거의 100년 전부터 알았다. 정보를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능력은 상황에 따라 변동 폭이 상당히 크다. 왜냐하면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변환하는 스위치가 아주 많은 요인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이 변환이 얼마나 쉽게 이루어지느냐 하는 정도가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날에 따라서는 확실히 그렇고, 흔히 똑같은 날에도 어떤 때는 이 변환이 아주 쉽게 이루어지고 또 어떤 때는 아주 어렵게 이루어진다. [연습하면 완벽해진다] 한 사건이 기억에 진입한 뒤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그 기억의 흔적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형태에 도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이 굳힘 기간consolidation period으로 명명한 이 기간 동안에 기억은 교란에 취약하다. 그들의 핵심 발견은 , 첫 번째 목록을 외운 직후에 두 번째 목록을 외우면 나중에 첫 번째 목록을 기억해내는 데 지장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현상을 역행간섭 retroactive interference으로 명명했다. 새로 형성된 기억은 교란에 취약하며 그런 교란이 없으면 차츰 훨씬 더 안정적이게 된다는 뮐러와 필레체의 연구 결과는 실험동물과 인간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들에서도 입증되었다. [장기기억으로의 변환을 위한 새 단백질 합성] 1963년 장기기억으로의 변환을 생화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최초 단서가 나왔다. ~~~ 단기기억의 형성에는 새 단백질의 생산이 필요하지 않은 반면 장기기억의 형성에는 필요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일찍이 생물학자들은 발생을 연구하다가 일부 세포들은 특정한 두 세 시간 동안에 일시적이면서 신속하게 새 단백질의 합성이 일어나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 어느 맥락에서나 이런 식으로 적기에 단백질 합성이 일어나려면 유전자가 켜져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전자의 켜고 끄기] 8 점화 효과, 지각 학습, 감정 학습 [점화효과] 점화효과란 최근에 경험한 단어나 대상에 대한 식별이나 처리 능력이 향상되는 현상을 말한다.
점화효과의 놀라운 특징 하나는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엄청나게 오랫동안 점화효과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비드 미첼은 피실 험자들에게 선으로만 표현한 그림 세 장을 보여주고 여러 해가 지난 후에 다시 그 피실 험자들을 불러서 그림의 일부를 보고 전체 그림이 무엇인지 알아맞히는 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그는 피실 험자들이 과거에 보았던 그림들을 알아맞히는 능력이 새로운 그림들을 알아맞히는 능력보다 측정 가능하게 우수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지각 학습] 지각적 점화효과는 단 한 번의 노출 뒤에도 일어나는 반면, 지각 시스템들 안에서 일어나는 다른 유형의 비서술 학습은 더 점진적이어서 때로는 수천 번의 실행을 거쳐 이루어질 수도 있다. 우리의 시각 경험은 피질에 위치한 최초 시각 처리 장소들을 변화시키고 우리가 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이 변화들은 어째서 전문가는 초심자와 다르게 지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예컨대 풍경화 전문 화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와는 다른 방식으로 나무들을 보고, 초상화 전문 화가는 아마도 일반인과 다른 방식으로 사람의 얼굴을 볼 것이다. 이 차이의 일부는 유전적인 소질에서 비롯되겠지만, 다른 중요한 일부는 훈련의 결과다. 물론 이를 너무 과장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훈련이 지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을 전문가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본다는 뜻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 효과는 특정성을 띤다. 즉, 이 효과는 훈련된 맥락에 한정해서 나타난다. 피 훈련자가 다른 자극에 직면하거나 동일한 자극을 가지고 다른 과제를 수핼 할 때 이 효과는 제한적으로만 나타난다. 요컨대 풍경화가와 초상화가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눈에 보이는 사물들을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식별할 것이다. 그러나 화가는 더 빠르게 지각하고 더 예민하게 비교하고 차이를 더 쉽게 포착할 것이다. 이 능력들은 부분적으로 지각 학습에서 비롯된다. 즉, 오랜 세월에 걸쳐 시각 피질에서 변화가 축적되어 지각 장치가 바뀐 것에서 비롯된다. 이런 변화의 대부분은 의식의 바깥에서 일어나고 의식적인 기억을 남기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비서술적이다. [감정 학습] 기본적으로 감정 효과와 지각 학습은 앞선 경험의 결과로 지각 처리의 초기 단계가 속력과 효율성의 향상을 겪고 일반적으로 더 전문화되는 방식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 선 경험이 단지 처리의 속력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앞선 경험은 그 경험에서 처리된 것에 대한 우리의 감정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우리가 정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예컨대 주어진 자극에 우리가 긍정적인 감정을 결부시키느냐, 혹은 부정적인 감정을 결부시키느냐, 곧 우리의 기본적인 호 호감과 반감-는 대체로 무의식적(비서술적) 학습의 결과다. 우리가 특정한 유형의 음식, 장소, 또는 중립적이라고 할 만한 지극(이를테면 소리)에 대해 특수한 감정을 가지는 것은 과거에 우리가 그 음식, 장소, 소리와 연관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로버트 자이언스는 대학생들에게 기하학적 도형의 그림을 한 장당 다섯 번씩 보여주었다. 이때 노출 시간을(약 1밀리초)아주 짧게 설정해서 대학생들이 무언가를 보았다는 것을 간신히 알아챌 정도로 만들었다. 실제로 나중에 기억검사를 해 보았을 때 그들은 이미 본 도형들을 알아맞히지 못했다. 그럼에도 연구자들이 어떤 도형을 선호하느냐고 묻자, 대학생들은 처음 보는 도형보다 이미 본 도형을 더 선호한다고 대답했다. 자신들이 그 대상을 보았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피 실험자들은 이미 본 대상에 대해서 긍정적인 감정을 품고 있었다. 감정이 얽힌 학습은 의식적인 인지에 의존하지 않고 진행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성적 공포는 진화 역사를 통하여 보존되었기 때문에, 달팽이, 파리, 생쥐, 인간 등의 다양한 종에서 천성적 공포는 쉽게 발견된다. 학습된 공포는 개체로 하여금 외적인 위험의 조짐만이라도 있으면 싸움 또는 도주를 준비하게 한다. 소리처럼 본래 중립적인 자극도 충격과 같은 공포-산출 자극과 연결되어 조건화된 공포를 일으킬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이 현상을 ‘신호 불안signal anxiety라고 불러. 프로이트와 파블로프는 천성적 공포뿐 아니라 학습된 공포-위험 신호에 대한 예기anticipatory방어 반응-도 생물학적 적응이며 따라서 진화 과정에서 보존된다는 것을 간파했다. 서술기억과 달리 조건화된 공포는 해마 손상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대신에, 학습된 공포 반응은 양쪽 편도체가 모두 손상되면 제거된다. 편도체란 안쪽 관자엽에서 해마 바로 앞에 위치한 구조물이다. 편도체는 20개가 넘는 하부구역(핵)들로 이루어졌으며, 그 하부 구역들 중 하나인 중심핵cetral nucleus은 유기체의 공포 반응에 관여하는 많은 시스템들로 공포 상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그러면 예컨대 어떤 시스템은 심장박동수를 높이고, 다른 시스템은 신체 동작을 동결시키고, 또 다른 시스템은 소화 과정을 늦춘다. 유기체가 짝을 지은 소리와 충격에 노출되는 일이 반복되면, 소리가 rdhvh 신호로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그러면 소리에 관한 정보가 시상의 감각 구역들로부터 직통 경로인 피질 아래subcortical경로를 거쳐 편도체의 가쪽 핵lateral nucleus으로 신속하게 이동한다. 이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약 12 밀리초다. 학습된 공포 신호에 관한 정보는 또한 후각뇌고랑 주변 피질peririhinal cotex을 비롯한 여러 피질 구역을 거치는 더 긴 경로로 이동한다. 이 경로에서 자극의 정체가 더 섬세하게 식별될 수 있지만 이 경로를 거치는 정보는 약간 더 늦게(19밀리초) 편도체에 도달한다. 편도체로 이어진 이 경로들은 위험이 닥쳤을 때 공포 시스템을 신속하게 기동할 수 있게 해 준다. 사람이 무서운 장면을 보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환자가 감정적 흥분을 야기하는 과거 사건을 회상하면, 편도체에서 활동의 변화가 탐지된다. 왜 그럴까? 한 가지 가능성은 학습된 공포나 기타 흥분성 감정이 대응하는 신경학적 변화들이 편도체와 연결된 피질 구역들의 뉴런들에서 일어나고, 편도체는 그 변화들을 통합하고 다른 뇌 구역들로 전달하는 구실을 하는 구조물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편도체 자체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학습된 감정적 반응에 관한 정보의 저장소라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기억의 감정적 성분만 편도체에 저장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성분들, 예컨대 감정적 자극의 지각적 세부사항들과 그 감정적 상황이 다시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다른 곳에 저장된다. 공포를 일으키도록 조건화된 소리나 기타 자극이 충격을 동반하지 않은 채로 거듭 제공되면, 공포 반응은 점차 잦아들 것이다. 이 과정을 일컬어 소거라고 하는데, 소거는 그 자체로 학습의 한 형태다. 소거 과정은 편도체에 있는 NMDA 수용체들에 의존하며,NMDA 수용체들을 봉쇄하면 소거도 봉쇄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NMDA 수용체: 세포의 사멸과 정상세포 간의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경수용체이다. 술을 마신 뒤 기억이 나지 않는 현상, 곧 '블랙 아웃' 현상도 알코올이 뇌에 작용해 NMDA수용체의 활동을 차단하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NMDA 활동이 차단되면, 뇌의 신경세포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매개 역할을 하는 글루탐산염도 활동을 멈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NMDA수용체들의 기능을 강화하는 약물들은 소거를 촉진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기타 불안 장애의 치료는 일반적으로 소거 훈련(둔감화)을 포함하기 때문에, 이 약물들과 통상적인 둔감화 방법들을 함께 적용하면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편도체는(긍정 또는 부정)감정적 사건에 대한 비서술기억을 담당하는 신경시스템의 허브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스템은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학습된 감정적 반응을 획득하며 어쩌면 저장하기도 한다. 이 반응은 과거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 인간은 진화를 통해 대물림된 호감과 반감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인간은 단맛을 좋아하고 불쑥 다가오는 물체를 싫어한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호감과 반감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큰 개와 부딪혀 넘어진 적이 있기 때문에 개를 무서워할 수도 있다. 혹은 어린 시절에 깊은 숲의 냇가에서 행복한 휴가를 보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 냇물의 광경과 소리를 좋아할 수도 있다. 이런 학습된 호감과 반감은 과거에 경험한 특정한 개나 휴가 장소에 대한 우리의 의식적 서술기억과 상관없이 작동한다. 이를 예증하기 위해 아홉 살 소녀가 개 때문에 곤욕을 지첬다고 가정해 보자. 훗날 그 소녀가 젊은 성인이 되었을 때, 두 가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첫째 그녀는 개와 얽힌 그 곤욕스런 사건을 잘 기억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기억한다면, 이 기억은 서술기억, 곧 해마와 관련 뇌 구조물들에 의존하는 의식적 기억이다. 둘째, 의식적 기억과 상관없이 그녀는 이제 개를 무서워할 가능성이 있다. 그녀는 개가 다가오면 경계심을 품고 멀찌감치 떨어지는 편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개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 감정은 편도체의 작용을 반영한다. 이 감정은 확실히 기억이다. 왜냐하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감정은 무의식적이고 비서술적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의식적 회상 능력에 의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 감정은 기억으로 지각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성격의 한 부분인 호감이나 반감으로 자각된다. 개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과거 사건에 대한 의식적 기억이 서로에 대해 독립적일 수 있기 때문에, 그 부정적 감정의 존재는 그 감정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설명하기 위한 서술기억이 가용함을 담보하지 않는다. 원천 사건에 대한 의식적 기억은 남아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공포의 반감을 비롯해서 어떤 정신적 내용이든지 발생하면 피질 구역들을 동원하여 그 내용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신적 내용이 기억과 관련이 있는지, 있다면 그 기억이 정확한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편도체와 해마는 비서술적 기억과 서술기억을 각각 독립적으로 담당하지만, 이 두 시스템이 함께 작동할 수도 있다. 학습할 때 편도체가 더 많이 활동하면, 감정적 내용을 보유한 서술기억이 더 잘 저장된다. 또 다른 연구 결과에서 편도체 활동의 기억 강화 효과는 여성의 경우에는 왼쪽 편도체에서, 남성의 경우에는 오른쪽 편도체에서 일어난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이 같은 뇌 조직화의 차이가 어떤 생물학적 요인들에서 비롯되는지는 아직 알려진바 없다. [도덕성 발달과 심리치료에서 비서술기억] 유아와 부모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들은 유아가 개인적 관계와 자신이 사는 세계에 관한 지식을 상당히 많이 획득하며, 이 획득이 비언어적이고 무의식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유아와 보육 자에 관한 이 연구들에서 나온 통찰들은 최근 들어 심리치료에서 환자와 치료사의 상호작용에 적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도덕적 원칙들을 어떤 상황에서 습득하고 소화했는지를 의식적으로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의 성격을 구성하는 다른 성향과 취향 역시 마찬가지로 비서술적으로 습득된다. 이 원칙들과 성향들은 우리의 모어를 지배하는 문법 규칙들이 습득될 때와 유사하게 점진적으로 또한 거의 자동적으로 습득된다. 9 솜씨, 습관, 조건화를 위한 기억 [운동 솜씨] 학습의 초기에는 이마엽이 활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 사실은 이마엽이 일시적으로 이용할 정보를 저장하는 구실을 한다는 기존 지식과 맞아 떨어진다. 초기 학습은 또한 시각적 주의집중을 위해 중요하다고 알려진 마루엽 피질에 의존한다. 마지막으로 소뇌도 운동 솜씨 학습의 초기에 활성화 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능숙한 운동에 필요한 세부 운동들을 조율하는 데 소뇌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컨대 운동 솜씨 학습의 초기에는 이마엽, 마루엽, 소뇌가 모두 동원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구역들의 합동 활동은 올바른 동작들이 조화를 이루고 주의집중과 작업기억이 해당 과제에 할애되도록 만든다. 솜씨가 어느 정도 익혀진 다음에는, 이마엽, 마루엽, 소뇌의 활동이 줄어들고, 운동피질과 그 근처의 보조 운동 피질을 비롯한 다른 구조물들과 선조체의 활동이 증가한다. 이 구조물들은 선조체와 더불어 솜씨에 기초한 정보를 장기기억에 저장하고 능숙한 솜씨 발휘를 가능케 할 가능성이 있다. 운동 솜씨 학습의 흥미로운 특징 하나는 하룻밤 자고 나면 솜씨가 늘지만 같은 시간동안 깨어 있은 다음에는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버드 대학의 매튜 워커와 동료들은 순서대로 손가락 놀리기를 과저로 선택했다. 이 과제에서 피실험자들은 한 손의 손가락 네 개로 단추들을 누루되 4-1-3-2-4의 순서로 물렀다. 훈련 후 12시간 동안 깨어 있던 피실험자군에서는 수행속력이 겨유 3.9퍼센트 향상된 반면, 12시간 동안 잠을 잔 피실험자군에서는 20.9퍼센트의 수행 속력 향상이 일어났다. 이 같은 솜씨 향상과 가장 큰 상관성을 나타낸 것은 2단계(꿈을 꾸지 않는)서파수면 slow-wave sleep,특히 깊은 잠의 서파수면이었다. 다른 운동 솜씨 과제와 지각 솜씨 과제를 이용한 연구들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 결과들에서도 솜씨 향상이 때로는 더 광범위한 서파수면과 관련이 있거나 서파수면과 꿈꾸는(렘 REM)수면(빠른 안구 운동 rapid eye movement 이 특징이기 때문에 램수면으로명명됨)의 조합과 관련이 있었다. 수면의 생물학의 어떤 측면 때문에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습관 학습] [지각 솜씨와 인지 솜씨] [운동 반응의 고전적 조건화와 비서술기억] [고전적 조건화와 서술기억] 비서술기억들은 안쪽 관자엽 기억 시스템의 관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비서술기억은 진화 역사에서 오래전에 등장했고 일관성과 신뢰성이 높으며 무의식적으로 세계에 반응하는 방식을 무수히 많이 제공한다. 인간의 경험에 관한 수수께끼의 상당부분이 비서술기억에서 비롯되는데, 그 이유들 중 작지 않은 것 하나는 비서술기억이 무의식적이라는 것이다. 의식적인 회상으로 접근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과거 사건에 의해 형성되어 우리의 행동과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성향, 습관, 신호가 비서술기억에서 유래한다. 이것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10 개성의 생물학적 토대와 기억 우리가 새 정보를 쉽게 획득하고 보유할 수 있는 것은 기억을 위해 중요한 뇌 시스템들이 쉽게 변형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스템들에 속한 시냅스 연결들은 강해지거나 약해질 수 있고 심지어 영구적인 구조 변화를 겪을 수도 있다. 뇌의 이 같은 대단한 가소성은 우리의 개성과 정신적 삶의 모든 측면을 위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노화나 질병으로 뇌의 가소성이 약해지면, 우리의 인지 기능뿐 아니라 자아감 자체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개성의 생물학적 토대] 우리가 날마다 새 정보를 획득하고 기억으로 저장할 때 우리의 뇌에서는 새로운 해부학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여겨진다. 이 단순한 원리는 중대한 귀결들을 가진다. 우리는 각자 어느 정도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고 다소 다른 경험을 하므로, 우리 각자의 뇌 구조는 유일 무일하게 변형된다. 심지어 똑같은 유전자들을 공유한 일란성쌍둥이들도 뇌는 다를 것이다. 우리는 인간 종이 공유한 설계도에 기초를 둔 뇌 구조물들과 시냅스 연결 패턴을 똑같이 지녔다. 인간 뇌의 설계도-어느 구역이 어느 구역과 연결되고 각 구역 내에서 어떤 유형의 뉴런들이 어떤 유형의 뉴런들과 연결될지가 이 설계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모든 개인에게서 기본적으로 똑같다. 그러나 그 설계도의 세부사항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예컨대 뉴런들 간 연결의 정확한 패턴과 세기는 개인의 유전자 구성에 따라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냅스 연결의 패턴과 세기 둘 다가 각 개인의 특수한 경험에 따라 추가로 변형될 것이다. [경험으로 인한 뇌 변형] 겅험이 뇌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극적인 증거를 지각에-어떻게 우리가 외부 세계로부터 정보를 수용하는가에-대한 연구에서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다섯 가지 감각, 곧 촉각, 시각, 청각, 미각, 후각을 통해 외부 세계를 경험한다. 각각의 감각은 먼저 몸 표면의 해당 수용 기들에서 분석된 다음에 이어달리기 방식으로 전달되어 대뇌피질에 도달한다. 대부분의 감각은 대뇌피질에서 의식에 진입한다고 여겨진다. 원숭이들의 피부에서 오는 신경들은 3개의 시냅스를 통해 중계되어 대뇌피질의 중심 뒤 이랑에 속한 뉴런들과 연결된다. 그 피질 뉴런들이 질서정연하게 누리를 지은 결과로 몸 지도가 형성된다. 피부에서 인접한 구역들은 결국 피질에서 인접한 구역들에 표상된다. 얼마 후에 신경외과 의사 와일더 펜필드는 인간의 뇌에도 유사한 감각지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우리도 뇌에 몸의 표상을 보유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 뇌에서 이 표상은 사람-호문쿨루스-과 유사하며, 몸의 오른편은 좌뇌에, 왼편은 우뇌에 표상된다. 치근까지도 과학자들은 대뇌피질에 있는 이 표상이 개인차가 없으며 일생 동안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대학의 마이클 머제니치와 동료들은 이 생각을 뒤집었다. 그들은 놀랍게도 이 표상이 원숭이 개체마다 상당히 다름을 발견했다. 그리하여 이런 질문이 제기되었다. 이 차이는 원숭이들 사이의 유전자 차이에서 비롯될까, 아니면 학습(촉각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될까? 촉각 경험이 피질에서 손이 표상하는 구역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머제니치와 동료들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지각 학습 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은 원숭이에게 두 가지 진동 자극을 구별하는 법을 학습시켰다. 그 자극들은 원숭이의 손가락 피부의 특정 부위에 가해졌다. 여러 주에 걸쳐 수천 회의 시도를 통해 훈련 받은 원숭이들은 결국 과제를 숙달했다. 이어서 연구자들은 훈련받은 손가락과 훈련 받지 않은 손가락이 원숭이의 뇌에서 어떻게 표상되는지 검사했다. 그리고 훈련받은 손가락의 자극부위가 다른 손가락의 해당 부위 보다 두 배 넘게 큰 피질 구역에 표상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흥미롭게도 이 같은 표상 구역들의 재 조직화는 자극에 주의를 집중한 원숭이들에게서만 일어났다. 일부 원숭이들은 청각 식별을 요구하는 다른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수동적으로 축각 자극을 받았는데, 녀석들에게는 손가락을 표상하는 피질 지도의 구역이 변화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동물의 일생에서 임의의 시점에 촉각을 표상 하는 피질 지도의 기능적 조직화는 그 동물이 겪어온 행동적 경험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들은 몸 표면을 표상하는 피질 지도가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임을 보여준다. 그 지도는 감각 경로들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끊임없이 변형된다. 기능적 연결들은 사용의 결과로 확장될 수도 있고 축소될 수도 있다. [솜씨, 재능, 발달하는 뇌] 뇌의 구조적 변화는 그들이 탁월한 유전자들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라(물론 유전자들의 기여가 있기는 하다) 그들의 뇌가 가장 민감해서 경험에 의해 변형되기 쉬웠던 시기에 각자의 솜씨를 표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억 상실과 개성의 해체] 기억은 우리 삶의 경험들을 결합하고 연결하는 접착제와 같다. 새 정보를 자장하거나 과거에 저장한 경험을 불러내는 능력이 없는 사람의 삶은 해체된 삶, 정신적 과거. 현재. 미래가 없는 삶. 다른 사람이나 사건과 연결되지 않는 삶. 가장 비극적인 점을 지적하자면, 자기 자신과도 연결되지 않는 삶이다. 개인의 정체성-자아감-에서 기억이 응집력으로서 가지는 중요성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아마도 치매로 발생하는 정체성 상실일 것이다. [노화와 기억 감퇴] 뇌 속 연결들을 변형하는 능력은 나이를 먹을수록 약해진다. 노인은 젊은이보다 이 변형을 성취하기가 평균적으로 더 어렵다. 노인들은 자신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흔히 보고한다. 예컨대 잘 아는 사람인데도 그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호소한다. 열쇠나 신문과 같은 익숙한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또한 노인은 다양한 기억 검사에서 젊은이보다 나쁜 성적을 낸다. 정상적인 노화는 대게 다양한 인지적 변화들을 동반하는데, 그중 하나는 기억력의 변화다. 실제로 노화로 인해 여러 능력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 사람들은 점점 덜 비슷해진다. (점점 더 저마다 독특해진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흔히 노인들은 주위에 소음이 있으면 남의 말을 듣거나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고 투덜거린다. 노화과정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인지적 변화들 중 하나인 이 현상은 실험실에서 잘 연구 되었다. 한 검사에서 피 실험자들은 숫자 세 쌍을 차례로 불러주는 목소리를 헤드폰을 통해 들었다. 연구자는 각 쌍을 피 실험자의 양쪽 귀에 동시에 불러주었다. 즉, 피 실험자는 한 숫자는 한쪽 귀로, 다른 숫자는 반대쪽 귀로 들었다. 얼마 후에 피 실험자들은 자신이 들은 숫자들을 보고해야 했다. 이런 과제에서 피 실험자가 내는 성적은 이미 30세에서 40세부터 낮아지기 시작한다. 문제는 기억력 자체에 있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쪽 귀로 들은 숫자 6개를 쉽게 보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양쪽 귀로 동시에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에 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처리 전략을 신속하게 전환하는 능력을 비롯한 여러 처리 능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 그리고 노인에서 나타나는 다른 몇 가지 문제의 바탕에는 이마엽의 기능 약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문제의 예로 정보를 언제 어디에서 획득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출처기억 결함). 두 사건이 일어난 순서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시간적 순서 기억 결함). 계획한 때에 의도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깜빡하기) 등이 있다. [양성 노화성 건망증] 노인들이 겪는 기억 문제를 양성 노화성 건망증으로 부르지만, 이 문제는 완전히 양성인 것도 아니고 반드시 노년에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30대 중반에 기억력 감퇴를 경험한다. 일반적으로 기억 문제는 노년층으로 올라갈수록 더 많아지고 뚜렸해진다. 그러나 기억 문제가 노든 노인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노인은 비록 예전보다는 못해도 여전히 훌륭한 기억력을 보유한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노화가 진행되면 뇌에서 여러 변화가 일어난다. 그 변화들 중에서 뉴런 개수의 감소는 기능의 쇠퇴를 알려주는 가장 명백한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뉴런의 개수를 세는 작업은 지독하게 어려우며 작위성이 개입하기 쉽다. 뇌의 각 구역에 속한 뉴런 수백만 개를 다 센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대신에 연구자들은 작은 표본을 근거로 뉴런의 개수를 추정한다. 어떤 뇌 구역을 대상으로 삼든지, 이 추정 과정에서 조직의 총 부피와 뉴런의 크기를 감안한 보정이 불가피하다. 이 보정이 부절절하면 틀린 추정치가 나오기 마련인데, 인간의 뇌에 관한 뿌리 깊은 신화 하나는 그런 부적절한 보정에서 비롯된 듯하다. 그 신화는 우리가 성인기 내내 매일 엄청난 개수-어쩌면 10만개-의 뉴런을 잃는다는 것이다. 널리 퍼져있는 이 생각은 과거에 노인 뇌의 뉴런 밀도를 잘못 측정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뉴런 소실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세포의 개수를 세는 최신 기법들 덕분에 대폭 수정되었다. 심지어 서술기억을 위해 특별히 중요한 뇌 구역들, 이를테면 해마에서도 뉴런의 죽음은 정상적인 노화의 주요 특징이 아니다. 예컨대 설치동물에서 주요 뉴런들(치아이랑의 과립세포들,CA3 구역과 CA1 구역의 추체뉴런들)의 총수는 늙은 해마에서도 그대로 보존된다. 정상적인 노화과정에서 신뢰할 만하게 개수 감소를 나타내는 유일한 해마세포는 치아이랑에 속한 입구 뉴런들hitar neurons뿐이다. 곧 보겠지만, 해마에서 일어나는 더 중요한 변화들은 해마 회로에 속한 시냅스들의 개수와 세기의 변화, 그리고 그 시냅스들의 가소성의 변화다. 이 변화들은 정상적인 노화에 따른 건망증의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 뇌에서 가소성 변화가 일어나는 부위는 신경세포간의 접합부인 시냅스이며, 적당한 자극을 가하면 그 이후 시냅스에서의 신호전달의 효율이 장기적으로 변화되는 현상이 해마, 대뇌피질, 소뇌 등의 시냅스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노화에 따른 기억력 변화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려면 해마 너머로 관심을 넓혀야 한다. 자동차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거나 새 이름이나 새얼굴, 또는 새 사실을 잘 학습하지 못하는 것은 해마 시스템 내부의 기능적 또는 해부학적 변화의 반영일수 있다. 그러나 단어를 떠올리거나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의 이름을 인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증산은 해마 손상으로 설명할 수 없다. 해마가 손상된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이 능력들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다. 노인에서 나타나는 이런 유형의 기억 결함은 다른 변화들에서 비롯되는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좌 뇌 언어 구역들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이름 떠올리기 문제의 원인일 수도 있고. 이마엽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경쟁하는 정보 원천들에 주의를 할당하는 능력이 감소하는 원인일 수 있다. 빌리 콜린스는 시<건망증Forgetfuleness>에서 기억과 노화를 다소 장난스럽게 다룬다. 그가 언급하는 변화들은 고민거리일 수는 있어도 알츠하이머병의 증상들처럼 파국적이지는 않다. 제일 먼저 저자의 이름이 떠나고 그 뒤를 고분고분 제목, 줄거리, 가슴을 찢는 결말, 소설 전체가 따르지. 갑자기 소설 전체가 당신이 읽은 적 없는 작품, 들어본 적도 없는 작품이 되는 거야. 한때 당신 안에 깃들었던 기억들이 하나씩 차례로 은퇴하여 뇌의 남반구, 진화 없는 작은 어촌에 은둔하기로 결심하기라도 한 것처럼. 벌써 오래전에 당신은 뮤즈 아홉 명의 이름과 작별의 입맞춤을 했고 이차방정식이 등짐을 꾸리는 것을 지켜보았지. 그리고 지금도 당신이 행성들의 순서를 외우는 동안. 다른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중이야. 이를테면 나라 꽃, 삼촌의 주소, 파라과이의 수도 같은 것이. 당신이 기억해내려 애쓰는 것이 무엇이든지 그것은 당신의 혀끝에 올라앉지 않아. 내장 깊숙한 곳, 어느 어두운 구석에 숨어 있지도 않아. 그것은 신화 속 암흑의 강을 따라 떠내려갔지. 당신이 기억해낼 수 있는 건 그 강의 이름이 L로 시작한다는 것이 전부. 아마 당신도 망각 속으로 사라지는 와중에 그 강에서 심지어 수영하는 법과 자전거 타는 법까지 망각한 이들과 합류하겠지. 놀랄 일이 아냐 당신이 한밤중에 깨어나 전쟁에 관한 책에서 유명한 전투의 날짜를 찾아보는 것, 창 너머 달이 당신이 외웠던 연애 시에서 튀어나온 듯 한 것. [노화성 기억 상실의 동물 모형들] 서술기억 기능의 노화성 결함은 인간이 아닌 영장류와 설치류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 종에서 관찰되었다. [노화성 기억 결함에 대한 치료] 정상적인 노화의 흔한 특징인 기억력 감퇴를 어떻게든 치료할 수 있을까? 특정 약물, 이를테면 암페타민이나 카페인이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약물들은 주로 피로를 상쇄하고 각성도를 높임으로써 그런 효과를 낸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은 극적이고도 냉혹하게 진행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65세에서 85세 사이 인구의 약 10%, 85세를 넘은 인구의 약 40%가 이 병에 걸린다. 현재 미국에서만 400만 명이 알츠하이머병에 시달리며, 이 환자 수는 앞으로 50년 동안 14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츠하이머병의 첫 번째 표적은 해마로 들어가는 입력 부위인 후각뇌고랑 안쪽 피질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이 부위와 해마의 CA1 구역에서 상당히 많은 세포들이 소멸한다. 알츠하이머병의 첫 증상은 대게 기억 문제이지만, 병이 깊어지면 지적인 기능 전반이 아주 광범위하게 저하된다. 더 많은 피질이 병에 말려들고, 환자는 언어, 문제 해결, 계산, 판단에서 곤란을 겪게 된다. 결국 환자는 세계를 파악하는 능력 자체를 상실한다. 서술기억은 절차기억보다 훨씬 더 심하게 망가진다. 이 사실을 특별한 솜씨를 가진 사람들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예컨대 위대한 미국 추상표현주의화가 윌렘 드 쿠닝은 알츠하이머병이 상당히 진행한 뒤에도 흥미롭고 독창적인 작품을 그릴 수 있었다. 알츠하이머 병이 악화되어 일상생활을 영위할 능력이 점점 더 망가지면 환자는 정상적으로 거동하고 음식을 섭취할 능력마저 잃을 수가 있다. 병은 5년에서 10년에 걸쳐 악화되는데, 환자는 극도로 약해지고 무능력해지기 때문에 대개 폐렴을 비롯한 다른 병으로 사망한다. 해마체는 알츠하이머병의 최초 표적들 중 하나일뿐더러 정상적인 노화에서 변화를 겪는 부위이기도 하기 때문에, 노화성 기억 상실을 겪는 노인들은 사실상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상을 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노화성 기억상실증 환자의 일부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다. 그러나 노화성 기억상실증은 알츠하이머병보다 훨씬 더 흔하며 대다수의 사례에서 치매로 발전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미 언급했듯이, 노화로 인한 뉴런 변화의 패턴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관찰되는 변화의 패턴과 사뭇 다르다. 노화성 기억 감퇴에 특유한 뉴런 변화는 후각뇌고랑 안쪽 피질이 아니라 치아이랑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반점과 엉김: 알츠하이머병의 특징] 노인성 반점은 세포 외부에 쌓인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성(단백질이 주성분인) 물질로 이루어졌으며 세 가지 세포적 요소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 요소들은 (1) 뉴런들의 시냅스전 돌기와 시냅스후 돌기(수상돌기). (2) 뇌에 있는 지지 세포의 일종인 성상교세포. (3) 염증세포다. 아밀로이드 반점의 주성분은 아미노산 약 40개가 연결된 펩티드-베타 아밀로이드 펩티드이다. 베타 아밀로이드 펩티드는 아밀로이드 선구 단백질이라는 더 큰 선구 단백질에서 떨어져 나온다. 이 단백질의 정상적인 위치는 신경세포의 막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아밀로이드 선구 단백질은 뉴런의 수상돌기, 세포 본체, 축삭돌기에 존재하지만, 건강한 뇌에서 이 단백질의 기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단백질의 코드를 보유한 유전자는 인간의 21번 염색체의 긴 팔 가운데 부분에 있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이른 나이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게 되는데 이런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은 유전된다. 신경섬유가 엉킨 덩어리는 세포 내부의 섬유질 함유물이며 세포 본체와 그 근처의 수상돌기에서 발견된다. 이 비정상적 함유물은 일반적으로 수용성인 타우라는 세포 단백질의 비수용성 형태로 이루어졌다. 비수용성 타우 단백질은 세포 골격의 일부이다. 세포 골격은 세포의 모양 유지와 세포 내부에서 단백질들과 세포소기관들의 수송에 필수적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신경세포에서는 세포골격이 흔히 비정상적이다. 추정하건데 세포골격의 이상 때문에 단백질이 축삭돌기를 따라 신경말단으로 이동하는데 지장이 생기고 따라서 시냅스의 기능과 생존이 위태로워지고 결국 뉴런 전체가 위태로워지는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신경세포는 결국 죽고, 신경섬유가 엉킨 덩어리가 마치 묘비처럼 남는다. 이런 식으로 뉴런들이 죽어나가면, 정상적인 인지와 기억을 위해 필수적인 뇌 구역들에서 시냅스 입력이 사라진다. [조발성 알츠하이머병과 지발성 알츠하이머병] 아밀로이드 침전이 알츠하이머병 발병에서 초기의 결정적인 사건이라는 견해는 다운증후군에 대한 연구들에 의해서도 발견되었다. 가장 흔한 형태의 정신지체인 다운증후군은 21번 염색체의 복제본 하나가 더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이 염색체는 다름 아니라 아밀로이드 선구 단백질의 코드를 보유한 유전자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밀로이드 선구 단백질 유전자는 21번 염색체의 최소 다운 증후군 구역에 위치하며, 이 구역은 다운증후군의 발생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다운 증후군 환자가 30대까지 생존하면 거의 예외 없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며, 그들의 뇌에서는 이 병 특유의 아밀로이드 반점들이 나타난다. 조발성 알츠하이머병 사례는 알츠하이머병 사례 전체의 2%에 불과하다. 나머지 98%는 지발성 알츠하이머병이다. 이 병의 임상 증상은 60세를 넘은 후에 비로소 뚜렷해진다. 가족력이 있는 사례와 훨씬 더 흔한 가족력 없는 사례를 막론하고 지발성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기 쉽게 만드는 중요한 위험인자가 하나 있다. 그것은 당단백질의 코드를 보유한 유전자의 특정 대립유전자들의 존재다. 이 유전자는 콜리스테롤 저장, 운반, 대사에 관여하며 위치는 19번 염색체의 근위 팔이다. [치료법을 찾기 위한 노력] [정신부터 분자까지 아우르는 기억의 생물학: 새로운 종합과 새로운 시작] 우리가 꽃병을 지각하면, 다양한 무의식적 결과들과 의식적 결과들이 발생하고, 이것들은 기억으로 존속할 수 있다. 무의식적 기억들은 특히 다채롭다. 첫째, 나중에 동일한 꽃병과 마주 칠 때 그것을 포착하고 식별하는 능력이 점화 효과라는 현상을 통해 강화될 것이다. 둘째, 보상을 통해 새로운 행동 혹은 습관을 점진적으로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그 꽃병이 큐의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꽃병을 제시하는 것을 특정 행동이 보상받을 것임을 알려주는 신호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꽃병이 조건자극으로서 이를테면 큰 소음과 같은 무조건자극 앞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꽃병과 마주치는 일이 특별히 유쾌하거나 불쾌한 결과로 이어진다면, 꽃병에 대한 강한 호감이나 반감이 생겨날 수도 있다. 습관 학습은 선조체를, 조건 자극에 대한 불연속 운동 반응은 소뇌를, 호감이나 반감의 형성은 편도체를 필요로 한다. 꽃병이 유발할 수 있는 이 모든 기억들은 무의식적이다. 이 기억들은 기억 내용에 대한 자각이나 기억을 이용한다는 느낌 없이 표출된다. 더 나아가 이 기억들은 누적된 변화의 결과다. 새로운 경험은 기존 경험에 가산되거나 감산된다. 최종적인 신경학적 변화는 매 경험 순간의 변화가 누적된 결과다. 이런 유형의 기억을 회상하고 다양한 개별 에피소드를 되새기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각각 나름의 맥락과 시간과 장소에 결부된 그 에피소드들은 하나로 뭉쳐서 누적된 기록을 이룬다. 이런 기억들에서 꽃병은 지각 형상이나 행동의 기초이지만 과거에 마주친 대상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의식적인 서술기억은 전혀 다르다. 서술기억은 과거의 특정 에피소드를 기억 속에서 재생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꽃병을 바라보는 상황을 예로 들면, 우리는 나중에 그 꽃병을 익숙한 대상으로 알아챔과 동시에 과거에 그것을 보았음을 기억할 수도 있다. 즉, 언제 어디에서 어떤 사건들이 이어진 끝에 이 특정한 꽃병과 마주치게 되었는지 기억할 수도 있다. 꽃병과 마주친 결과로 발생할 수 있는 서술기억과 비서술기억에서 출발점은 동일하다. 즉, 우리의 꽃병 지각에 관여하는, 대뇌피질 곳곳에 분산된 구역들의 집합이 어느 기억에서나 출발점이다. 그러나 유독 서술기억은 그 분산된 피질 구역들 각각에서 오는 입력이, 꽃병과 마주친 시간과 장소에 관한 다른 입력과 더불어, 안쪽 관자엽으로, 또한 결국 해머로 모여드는 것에 의존한다. 그 모여듦(수렴)의 결과로 형성되는 융통성 있는 표상은 꽃병을 익숙한 대상으로 경험할 뿐 아니라 과거 에피소드의 일부로 기억할 수 있게 해 준다. [기억을 다루는 현대적인 생물학에서 얻을 수 있는 것 들] 일반적으로 훈련을 적당한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 하면 한꺼번에 몰아서 훈련할 때보다 장기기억 저장이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사실은 여러 질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동일한 내용을 반복해서 학습하려면 학습 시도들 간 시간 간격을 얼마로 해야 할까? 연습을 하고 오류를 범하면서 학습하는 편이 더 좋을까, 아니면 우선 학습하고 오류를 범할 확률이 낮아진 다음에 비로소 연습하는 편이 더 좋을까? 하루에 서로 다른 주제를 몇 가지나 학습하는 것이 좋을까? 언젠가는 새로운 교수법과 교정 프로그램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뇌의 해부학적 변화를 살피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Review] 우리나라 80대노인 5명중 1명이 앓고 있다는 알츠하이머병, 소위 말하는 치매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그들을 부양하는 가족 공동체 모두에게 재난이나 다름없다. 알츠하이머병은 노화로 인한 기억상실증과는 별개로 , 뇌에서 해마로 들어가는 입력부위가 망가지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이 질병의 초기는 단순한 기억상실이지만, 5~10년에 걸쳐 악화되어 일상생활에 극도로 무능력해지며 결국 사망에 이른다. 이 병이 치명적인 이유는 기억상실이며, 특효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철학적 명제를 바꾸어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 라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철학이 질문에 스스로 답한다면 과학은 답을 증명해 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과학이다. 우리의 뇌에서 기억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저장되는 장소는 어디일까? 또, 기억의 다양한 유형은 어떻게 다른가? 라는 기억에 대해서 현대과학이 도달한 다양한 궁금증에 답하고 있다. 이 책은 교양서와 학술서 사이 중간쯤 된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골치 아프다는 생각이 들만큼 어떤 부분에서는 전문적이기도 하다. 공동 저자 중 한사람인 ‘에릭 캔텔’은 기억이 저장되는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2000)을 수상했으며, 또 한 사람인 ‘래리 스콰이어’는 뇌 시스템 및 인지신경과학 분야 심리학자이다. 전자가 뇌세포의 분자 생물학적 연구자라면 후자는 정신과학자이다. 이 두 사람이 뇌세포에서 정신과 분자를 아우르는 합작을 이룬 셈이다. 이 책에서 시사하는 ‘인지분자생물학’이라는 통합된 분야의 개척이라고 볼 수 있다. “심리학도 생물학도 혼자서는 이 질문들에 흡족하게 접근할 수 없지만, 이 두 학문이 융합하여 발휘하는 힘은 뇌가 어떻게 학습하고 기억하는가에 대해서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그림을 내놓는 중이다." 잘 이해할 수도 없는 책을 꼼꼼하게 메모를 하고 읽으며 괜한 노릇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신문에서 본 진 월터(83)할머니의 기사가 떠올랐다. 미국 NBC 투데이 기사를 인용한 글에서, 오래전에 남편과 사별하고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에게 어린 손녀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눅음 된 곰 인형을 선물했다고 한다. 그러자 할머니는 잠시 동안 과거의 기억을 되돌리며 행복해지는 감동적인 모습이 담긴 동영상 이야기다. 기억은 과거를 재생하는 능력이며, 우리 자신과의 연결, 타인과의 연결을 도모하는 수단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기억력이 젊은 날에는 살아가는 능력이며 도구였다면, 노후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삶의 방식에도 새로운 지식을 얻게 해 준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기억이 어느 곳에 저장되는지 포착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부분에서 핵심을 향해 방향을 올바른 방향을 잡았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얼마 전 이세돌 기사가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본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컴퓨터가 인간의 뇌를 능가할 수는 없다고 장담한다. 그런 장담은 점차 밝혀지는 인간 뇌에서 작용하는 기억의 비밀과 함께 컴퓨터를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이며, 둘 사이의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세계에 대한 새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경험이 우리의 뇌를 변형하기 때문이다. 또 학습이 이루어지고 나면, 우리는 새 지식을 기억 속에, 흔히 아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뇌에서 그 변형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나중에 우리는 기억에 저장된 지식에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 기억이란 학습된 바가 시간을 가로질러 존속하게 하는 과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학습과 기억은 뗄 수 없게 연결되어 있다<본문>.“
“동일한 경험이 다양한 기억들을 산출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개와 마주치는 단 한 번의 경험을 생각해 보자. 나중에 당신은 그 장면을 직접적인 서술기억에서 회상할 수도 있지만, 이 마주침의 다른 여파들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 여파들은 다양한 비서술기억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그 개와 다시 마주치면, 당신은 눈앞의 동물이 개임을 처음보다 신속하게 파악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첫 만남에서 무슨 일을 겪느냐에 따라서 당신은 개에 대한 공포나 애정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감정은 당신이 그 일을 얼마나 잘 기억하느냐와 대체로 무관하다.<본문>” “기억은 테이프 녹음기나 비디오카메라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즉, 기억의 기능은 사건들을 나중에 살피기 위해 붙잡아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미 언급한대로 회상은 가용한 조각들을 모아 일관된 전체를 구성하는 작업이다, 예컨대 어떤 이야기를 회상하려 할 때 사람들은 때때로 창조적 오류를 범한다, 이야기의 일부를 삭제하고 다른 부분을 꾸며내어 정보를 이치에 맞게 재구성하려 애쓴다. 일반적으로 기억은 우리가 마주치는 것을 곧이곧대로 기록하여 보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것에서 의미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본문>” “한 사건이 기억에 진입한 뒤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그 기억의 흔적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형태에 도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이 굳힘 기간consolidation period으로 명명한 이 기간 동안에 기억은 교란에 취약하다. 그들의 핵심 발견은 , 첫 번째 목록을 외운 직후에 두 번째 목록을 외우면 나중에 첫 번째 목록을 기억해내는 데 지장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현상을 역행간섭 retroactive interference으로 명명했다. 새로 형성된 기억은 교란에 취약하며 그런 교란이 없으면 차츰 훨씬 더 안정적이게 된다는 뮐러와 필레체의 연구 결과는 실험동물과 인간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들에서도 입증되었다.<본문>“ “우리가 새 정보를 쉽게 획득하고 보유할 수 있는 것은 기억을 위해 중요한 뇌 시스템들이 쉽게 변형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스템들에 속한 시냅스 연결들은 강해지거나 약해질 수 있고 심지어 영구적인 구조 변화를 겪을 수도 있다. 뇌의 이 같은 대단한 가소성은 우리의 개성과 정신적 삶의 모든 측면을 위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노화나 질병으로 뇌의 가소성이 약해지면, 우리의 인지 기능뿐 아니라 자아감 자체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본문>” “뇌 속 연결들을 변형하는 능력은 나이를 먹을수록 약해진다. 노인은 젊은이보다 이 변형을 성취하기가 평균적으로 더 어렵다. 노인들은 자신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흔히 보고한다. 예컨대 잘 아는 사람인데도 그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호소한다. 열쇠나 신문과 같은 익숙한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또한 노인은 다양한 기억 검사에서 젊은이보다 나쁜 성적을 낸다.<본문>” “노인들이 겪는 기억 문제를 양성 노화성 건망증으로 부르지만, 이 문제는 완전히 양성인 것도 아니고 반드시 노년에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30대 중반에 기억력 감퇴를 경험한다. 일반적으로 기억 문제는 노년층으로 올라갈수록 더 많아지고 뚜렸해진다. 그러나 기억 문제가 노든 노인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노인은 비록 예전보다는 못해도 여전히 훌륭한 기억력을 보유한다.<본문>”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은 극적이고도 냉혹하게 진행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65세에서 85세 사이 인구의 약 10%, 85세를 넘은 인구의 약 40%가 이 병에 걸린다. 현재 미국에서만 400만 명이 알츠하이머병에 시달리며, 이 환자 수는 앞으로 50년 동안 14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본문>” Go my book revi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