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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하늘바람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송기승
<2015년 여름철 설악산 등반>
이 번 여름철에는 설악산의 울산암, 장군봉, 적벽, 소토왕골, 미륵장군봉 각 주요코스를 등반할 계획을 세웠는데,
태풍의 영향으로 주 중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와 개인적으로 급하게 처리하여야 할 업무가 있어서
당초의 계획대로 여행을 떠날 수 없었다.
소토왕골 산빛 JK, 험한세상 다리가 되어
8. 7. 오후 3시 흑석동, 종태총무, 인서씨와 같이 경춘고속도로-인제를 거쳐 용대리 용바위 식당에서
황태국으로 저녁식사, 설악동 모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그리고 여유로운 시간이 지나갈 무렵, 윤장욱 대장 부부, 류근학씨, 허대호씨가 도착하여 야식으로
배는 점점 탱탱하여지고 밤은 깊어간다.
다음 날 아침, 우리팀 7명은 소토왕골로 향하였는데, 윤대장의 아내인 순애씨는 어제의 야식으로 배탈,
숙소로 들어갔다.
한편의 시를 위한 길의 출발지점이 있고, 많은 하드프리 코스와 여러 개의 피치등반 코스가 있는
소토왕골 암장은 계곡에 수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여름철 등반과 휴식을 겸할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허대호(리딩)-류근학, 황인서(리딩)-윤대장은 험한세상 다리가 되어 코스로,
나와 종태총무는 산빛JK 코스로 길을 잡았다.
원래 인공등반코스였다가 최근에 자유등반코스로 보수하여 변경한 산빛JK 코스는 3피치,
최고난이도 5.11a, 처음으로 대하는 코스이기에 조심스럽고, 다소 긴장감이 따랐지만,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아 무난하게 등반을 마치고 험한세상 다리가 되어 코스와 연결되는 4피치까지 등반하였다.
그러나 4피치 엥커에 대한 불안으로 더 이상 등반하지 않고 하강하기로 결정하였고,
이어서 험한세상 다리가 되어 코스의 등반을 마친 윤대장, 류근학 팀도 하강하였다.
설악의 수 없이 많은 명코스들에 비교하면 평범하고 짧은 코스이기에 각인되지는 않지만,
여름철 휴식 겸 짧은등반, 교육으로, 또는 4인의 우정길이나 한편의 시를 위한 길을 일찍 등반하고
하산하면서 등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비가 한 두방울씩 내리기 시작한다. 조금 이른 점심식사 후, 우리는 교차하여 등반하기로 하였지만
하늘은 어두어지고 하산의 명령인 번개와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어릴적 여름, 고향의 집 담벼락 아래 골목길은 소낙비로 마치 또랑물이 내려가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 내렸던 소낙비가 이 곳 설악동 숙소에, 아니 설악 전체에 내리고 있다.
번쩍번쩍, 우르릉 꽝꽝, 재난경보 싸이렌, 하늘과 땅의 원음이 설악을 휘감는다.
요반길
병규형님은 수리봉으로 들어가 수 년동안 도를 닦아 도인이 되었고, 손제성 대장은 모 산악회 등반대장 겸
등산학교 교장으로 오랫동안 등반교육을 실시하여 이제는 선생이 되었다.
8월 12일 오후 3시 태능입구, 나와 병규형님, 손대장은 내설악 민박집으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저녁식사와 하루 동안 식량을 위한 토종닭 1마리를 들고 설악동으로 가서 장비는
승용차에 남겨두고, 음식재료와 옷가지를 배낭에 넣어 비선대 산장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새벽, 꽁치김치 찌개의 아침식사 후, 다시 설악동으로 내려가 매표소 밖의 승용차에서
장비를 가지고 들어오면서 돈흥사 하수인들과 한 차례 실강이....,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마음 한 구석의 불쾌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작년여름 한 주간 동안 비박을 하였던 추억의 울산암 아래 식당은 모두 헐리었다.
계조암에서 식수 보충, 그리고 요반길 아래에 이르렀는데, 비선대 산장에서 마주하였던
고대산악부 학생들이 요반길 옆 사선크랙을 등반한다고 하고, 일부학생은 비너스길로 갔다고 한다.
서울 출발당일 아침, 겨우 몸을 일으킬 정도로 허리 통증이 심하여 오전 내내 스트레칭,
그리고 아파트 뒷산에서 워킹을 하였는데도 통증은 여전하였다.
그래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배낭을 지고 나가는데 아내는 걱정스런 얼굴이다.
만약 전철역까지 가다가 문제가 생기면 응급실로 직행할 마음을 먹었는데,
더 이상 나빠지거나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고, 그 허리가 요반길 앞에서도 그대로다.
그래서 마침, 병규도인이 다음 달에 자기회원들과 같이 요반길을 등반하기로 하였고
본인이 리딩하기로 하였다고 하기에 리딩을 권하였더니 손사래 친다. 손대장도 마찬가지이다.
흐이구~~~, 내가 부탁하는 것이 잘못이지^^, 가는데 까지 가보자.
병규도인이 새로 구입하여 가져 온 9.2미리 붉은색 자일을 밸트에 묶었다.
그리고 호흡을 몇 번 내쉬고 출발하면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 번이 4번째 요반길 등반, 언제나 어렵다. 2피치까지 한 번에 올라가고, 이어서 손대장 등반,
자일고정, 1,2피치 병규도인 베이직 등반, 3피치부터 빌레이 방식이다.
3피치, 표면적으로 괜찮아 보였지만, 그 동안 내린 비로 물을 머금은 바위는 도무지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였고, 5피치 물이 흐르는 지점을 살펴보니 그야말로 또랑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거 모두 지뢰밭이다. 한 발자국 디딜 때마다 발을 과감하게 높게 올리면서 힘들게 3피치 엥커에 도착,
이어서 손대장 출발, 그 동안 등반교육에만 열중하였지 이런 쎈 등반은 거의 하지 않는 것이 표시난다.
그래도 그 놈의 등반구력으로 요령껏 쉬면서 시간이 걸렸지만 무사히 도착하였다.
그런데, 병규도인은 계속하여 베이직으로 등반할 것이니 자일을 고정하여 달라고 한다.
그래서 수리봉 도인이 다르긴 다르구나 하고 생각하였는데..., 베이직에 자일을 탱탱하게 당기는 등반으로 일관한다.
49년생, 67세, 베이직을 이용하여 이 코스를 오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4피치, 요반길 중에서 가장 쉽게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요반길 전체 9피치 중에서 7피치 다음으로 어려운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출발은 홀드가 분명하여 어려움이 없지만 오르면 오를수록 각이 쎄어지고,
더군다나 바로 앞 5피치 또랑물의 습기가 풍부(?)한 관계로 발을 대기만 하면 미끄덩이다.
과거 두 번째 등반시 이곳에서 미끄덩으로 180도 뒤로 넘어져 헬멧이 바위에 꽈당한 적이 있었다.
오늘은 그 보다 훨씬 더 심한상태, 그래서 캠설치, 발걸이, 자유등반이 아닌 인공등반,
그러나 그 인공등반도 무척이나 힘을 쓴다.
으~~~, 여름철에는 두 번 다시 이 길을 가지 않겠다.
아니 앞으로 요반길을 오지 않겠다고 마음 먹는다^^
이어서 손대장 출발, 그는 시간이 가거나 말거나 볼트 하나마다 확보줄을 걸고 쉬는데,
가다가 시간이 되면 도중에 하강하겠다는 속셈이다.
그런데 병규도인은 또 다시 4피치에 자일을 고정하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래도 본인이 자타가 공인하는 수리봉 도인인데... 라는 것이겠지^^
5피치, 물길의 폭이 넓어졌다.
그래서 처음에 3호 캠, 이어서 5호캠, 다시 6호캠을 설치하여 폭포를 넘었다(평소에는 5호 캠 하나만 설치한다)
그리고 볼트거리가 먼 스랩구간 출발하기 전, 암벽화 바닥의 물기를 바지에 문지르고
몸의 반쯤은 큰 크랙구간으로 들어가 등의 절반을 천정에 대었다.
그리고 왼발을 머리까지 올리고 다시 등을 비비면서 올리고, 다시 오른발을 머리까지..,
이러한 방법으로 이어진 등반은 어느 새 멀리 보이던 볼트까지 도착하였는데,
과거 처음 이 곳을 등반하였을 때 난감하여 10여분 동안 어쩔 줄 몰라했던 생각이 스쳐간다.
손대장도 이러한 물길등반을 처음 대하고, 뿐만 아니라 고도감도 상당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그 동안 힘이 소진되었기 때문에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예상대로 텐,텐,텐,텐 한 번 하는데, 1,000원, 모두 외상, 카드단말기도 없고...,
그렇게 그렇게 손대장도 5피치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병규도인, 이 번에는 빌레이를 봐 달라고, 나이는 어쩔 수 없는가벼, 땡겨, 땡겨,
계속하여 땡겨 소리가 나는데, 한 번 땡겨에 1,000원, 말을 하여 보지만, 대답 없으니 그냥 땡이다.
12시 5분전, 5피치 테라스, 비를 피할 수 있고, 또한 여러 명이 둘러앉아 식사도 가능할 정도로
괜찮은 장소에서 우리는 행동식이 아닌 밥과 이런 저런 반찬이 담긴 도시락을 꺼내어
(등반)여행(소풍)의 즐거움을 누린다.
즐겁고, 감사하다,
그리고 그 동안 함께 등반하였던 분들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한 분 한 분 소중함을 느낀다.
우리대원들도 지금 내가 이 곳 등반하는 것을 알고 무사히 등반을 마치기를 기원하겠지^^
맑았던 하늘, 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를 설악, 식사를 마치자마자 6피치 등반,
이어서 악마의 구덩이와 같은 7피치 등반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지난 번 보다는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지는데다가 오른발을 디디기만 하면 터진다.
아무리 힘을 써 보지만 도저히 정상적인 등반방법으로는 등반이 되지 않아서 5호,6호 캠을 교대로
사용하여 당기고 볼트에 퀵도로 걸면서 등반하여 마지막 2개의 볼트만을 남겨두었는데,
이곳은 볼트거리가 멀고 또한 6호 캠도 맞지 않는 곳이기에 오프 위드 크랙등반 방법으로
등반하기 위하여 자세를 취하고 몇 발자욱 오르다가 추락, 또 다시 추락, 이제는 자세조차 나오지 않는다.
손대장은 그만 하강하자고 하고, 병규형님은 안돼 끝까지 가야 돼 하신다.
그래 이곳까지 왔는데, 당연히 가야되겠지요^^,
그런데 조금씩 떨어지던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고...,
작년 여름, PC샹그릴라 등반도중 비가 내리는 가운데 끝까지 등반하다가 폭우에 저체온증으로
극한상황에 이르렀던 생각이 났다. 하늘을 보니 쉽게 그칠 비구름이 아니다.
탈출이다. 차분하고 안전하게 6피치-5피치 테라스에 도착하였는데, 빗줄기는 점점 강해져서
바위 아래는 마치 실폭포처럼 비가 내리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하강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비를 피할 안쪽 구석으로 들어갔다.
30분즘 지났을까, 빗줄기는 약해졌고, 우리는 이틈을 이용하여 일사천리로 하강을 마치었는데,
사선크랙을 등반하였던 학생들은 그 비를 모두 받으면서 하강하고 있었다.
자일을 정리하고 있는데, 또 다시 세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너럭바위 아래로 피하였지만, 아직도 학생들은 하강 중이고,
또한 비너스길을 등반하다가 탈출한 학생들은 사선크랙 아래에서 그 비를 맞으며 하강하는 팀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바위 아래도 빗물이 줄줄 흐른다.
그렇게 한참, 하얀구름과 손바닥만큼의 파란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너럭바위 위에서 하늘, 하늘아래의 설악풍광, 울산암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담고,
곧바로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아들에게 보낸다.
장군봉 기존길, 10월1일생길, 장군98길
울산암에서 내려오면서 약간만 미끄러워도 엉덩방아를 찍었다. 이는 허리가 좋지 않은 최악의 상태에서
최악의 조건인 요반길 등반으로 90% 이상의 힘을 소진하였기 때문이다.
등반을 마치면 적어도 30%의 힘을 남겨두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음은 아직까지도 등반에 대한 부족함이다.
오늘저녁에는 7월 한 달 동안 알프스에서 등반을 마치고 귀국한 충호형님과 태홍형님이 설악으로
들어오기로 하였고, 우리팀 총등반대장인 윤장욱 부부가 내일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하기로 하여
내일은 7명이 장군봉 기정길을 등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그러나 당일에 이르러 보니 기정길 1피치에 물이 줄줄 흐르고 있어서 다음날로 미루고
윤대장 부부는 10월1일생, 나와 태홍형, 충호형은 기존길, 손대장과 병규형님은 장군98길을
오전에 마치고 오후에는 적벽 자유2836과 채송화 향기, 크로니 1피치를 등반하기로 하였다.
예정대로 비선대를 떠나 장군봉 아래에 도착하니 코오롱 등산학교 손강사와 학생 몇 명이 등반준비를 하고 있었다.
작년에도 이곳과 울산암에서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1년만에 또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갑다.
내년에는 코오롱등산학교 하계반에 입교하겠다고 하니까, 제발 오지 말라고 한다.
손강사팀은 기존길 좌측의 코오롱 2014길을 등반코스로 선택하여 오르기 시작하였고,
우리는 각 코스에 2인 1조, 3인 1조의 등반이 시작되었다.
부드럽고 여유있는 등반이 진행되고 있지만, 오늘도 낮12시경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다.
그러나 아직은 하얀구름과 파란하늘, 그리고 장군봉 앞 천불동의 각 봉우리와 그 주변에 있는
모든 봉우리들은 마치 장군봉 앞에 차렷 자세로 사열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적벽은 장군봉의 보좌관인가???,
태홍형님은 잘 오르고 있는데, 충호형님(43년생, 73세)의 등반이 작년만 못함은
알프스에서 너무 많은 힘을 소진하셨기 때문인가?,
기존길 5피치 도착, 주문진쪽에 손바닥 만한 검은색 구름이 생성되었다.
코오롱 손강사는 오늘 1~4미리 정도 비가 내린다는 예보니까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들은 계속하여 등반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느낌이 별로 좋지 않고, 또한 태홍형의 말을 들어보면 충호형님은 이 번 알프스에서도
상당히 힘들어 하셨다고 하기에 충호형님이 올라오시면 계속하여 등반할 것인지 여부를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충호형님이 올라오셨는데 지쳐보였고, 장군98길 마지막 3피치에서 연결하여
기존길 5피치까지 올라온 병규형님의 상태를 살펴보니 역시 지쳐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병규형님에게 먼저 어떻게 할까요? 하였더니 내려가자고^^,
그리고 충호형님께서는 (사실은 당장 하강하자) 나는 더 올라가고 싶은데, 여러분들이 내려가자고 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하강의 줄을 내리기 시작하였고, 뒤늦게 올라온 윤대장도 하강선에 합류하였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순식간에 빗줄기는 굵어지고, 그래서 마지막 엥커에서
윤대장, 손대장은 러브하강으로 하강종료, 나무아래에서 장비를 챙기는 중에 비는 오락가락,
충호형님, 병규형님은 간단한 장비를 챙기고 먼저 출발, 이어서 우리도 자일과 장비를 정리하여
산장으로 출발, 그런데 우리 모두가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또 다시 세차게 내리는 비,
코오롱 손강사팀은 그 비를 계속 맞으면서 등반을 진행하고 있다.
씻고, 말리고, 간단한 점심, 막걸리와 맥주, 소주 잔이 비어지는 시간이 흘렀다.
손대장은 내일(토) 자기팀들과 같이 등반하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있다고 하고,
병규형님도 자식들과 사위들이 연휴기간을 같이 보내자고 한다고 하여 서울로 가겠다고....,
편한대로 하세요^^,
병규형님과 손대장은 그렇게 설악을 떠났다.
윤대장이 저녁식사는 자신이 특별요리로 준비한다고 하여 모처럼 주방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로 편안하다.
그런데 낮익은 얼굴이 산장 내부로 들어와서 밖의 식탁쪽으로 가는데, 익스트림팀의 은아씨가 분명하다.
아니 익스트림팀에서 이곳에 들어왔단 말인가?,
그렇다면 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 출신의 충호형님과 태홍형은 이 분들이 들어온 것을 왜 모를까?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이분들도 이곳에 들어와서 적벽등반을 하였고,
산장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철계단쪽에서 비박을 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충호형님과 태홍형님은 이 분들이 요기하고 있는 장소로 가서 잠시 합류하였는데,
만남의 즐거움으로 충호형님은 윤대장이 준비한 맛있는 저녁식사도 외면하였다.
산장에서의 밤은 깊어가고 잠은 오지 않는다. 아내와 딸, 아들에게 카톡한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내,
눈에 넣어도 전혀 아프지 않는 나의 사랑하는 딸,
언제나 가슴 깊게 새겨져 있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에게,
설악에 들어왔습니다.
설악은 고요하면서 한편으로는 굉음을 내는 시끄러운 곳이고,
내적으로는 깊고도 풍성하게 하여 주는 곳입니다.
우리 가족과 언제나 함께 가고 싶어서 설악에 올 때마다 나의 가족이 그립습니다.
물소리,
바람소리,
하늘의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가족의 소리가 들립니다.
장군봉 기정길
충호형님은 ER 팀 1차 술자리에서 그 입담이 여전하시다. 아무래도 내일 기정길 등반이 어렵지 않을까?,
그리고 1차 술자리에서 그 팀의 심현섭씨가 내일 기정길을 같이 가도 되겠느냐고 하자,
충호형님께서는 현섭씨에게 양보의 미덕으로 다시 2차 술자리에 가셨다^^
ER 초대강사였던 고 최승철님이 개척한 기정길, 그 등반코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의 등반능력과 등반세계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이 길을 개척하고 마음껏 등반하였다면, 적어도 그 당시에 자연바위와 스포츠클라이밍,
그리고 거벽에 최고수준의 기술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고,
이에 여러 가지로 부족한 내가 이러한 길을 리딩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다.
1피치 상단부 크랙부터 그 아래 페이스의 벽에서는 아직도 물이 줄줄 흐르고 있다.
먼저 윤대장 부부가 2인 1조로 출발하고, 나와 태홍형, 현섭씨가 2조로 출발하기로 하였다.
지난 번 우리팀이 이 곳 기정길을 2인 1조로 등반할 때 인원이 많다고 하여 양보하고
구공길을 등반하였던 윤대장, 그 마음이 고맙다.
윤대장의 처음 출발은 다소 떨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점점 오르면서 자신감이 넘친다.
이어서 후등하는 그 아내 순애씨는 지난 번 1피치 등반경험이 있어서인지 가볍게 오른다.
이제 내 차례다. 여전히 편치 않은 몸, 허리가 약간만 구부러지는 상태에서 과연 이 길을 등반할 수 있을까?,
작년 심하게 몸살이 나서 육체적으로 고통이 심하였던 그 어떤 토요일 선인의 구조대길을 등반하다가
어느새 내가 등반기계가 되었음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육체적인 아픔이 있고, 고난도의 코스가 있더라도, 아니그 어떠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비록 아마추어 이지만 등반가는 그 모든 상황을 돌파하여야 된다고 생각하였다.
지금 이 순간 그 때와 같이 좋지 않은 몸 상태와 더 어려운 난이도가 놓여있다. 숨을 여러 번 몰아쉬고,
한 발자욱씩 디디며 집중, 마치 기계처럼 등반이 시작되고 있다.
중간쯤 예민한 홀드를 잡고 온 힘을 다하고 있는데, 아래에서 빌레이를 보던 태홍형이 자일을 잡아당긴다.
추락직전, 형~~ 당기면 어떻게 해, 소리를 질렀다.
아!, 미안해, 송대장이 보이지 않아서 몸을 뒤로 제쳤더니 그만 자일을 당기고 말았어!,
기운이 쫙~ 빠진다. 조금 쉬고 다시 등반하는데, 또 다시 줄이 당겨지는 바람에 최악의 몸 상태가 되었다.
그 동안 빌레이를 봐 준 종태총무를 비롯하여 우리대원 모두 순간적으로 스쳐간다.
아무튼, 어렵사리 1피치 등반을 마치고, 이어서 태홍형님, 도무지 등반이 안된다.
자일을 잡고 올라와 퀵도로에 버티고, 땡기도 또 땡기고, "형, 발을 높이 쓰고 가슴을 바위에 바짝 부쳐,
발을 믿어" 홀드 하나하나 한 동작마다 힘을 보태었더니 디디어 1피치에 도착하였다.
이어서 현섭씨, 태홍형과 별 차이가 없다. 추락, 쉼, 1피치까지 올라와서 내려가겠다고 하지 않을까?,
그래도 ER 멤머인데, 2가지의 생각이 마음에 교차하였다.
2피는 쉬워요. 계단입니다.
2피치 출발할 때에는 윤대장은 이미 3피치 엥커에 있었고, 순애씨는 인공구간에 있을 정도로
이들의 등반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나 역시 2피치는 쉬어가는 구간으로 생각하고 되도록
편안마음으로 천천히 힘을 드리지 않고 등반을 종료하였고,
이어서 태홍형, 현섭씨도 별 다른 어려움 없이 등반을 종료하였다.
3피치 인공구간에는 윤대장이 레다를 설치하여 놓고 갔고,
또한 순애씨가 레다 위 볼트에 슬링을 설치하여 놓으므로 간단하게 인공구간을 넘어갔다.
그리고 이때부터 사선의 홀드구간을 순수한 자유등반으로 깔끔하게 등반하여 엥커에 도착하였다.
처음 이 길을 등반하는 태홍형과 현섭씨는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레다와 슬링, 퀵도로, 잡을 수 있는 것 모두 잡고 등반하여도 꽤나 힘을 써야 되고,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다.
3피치를 별 다른 무리없이 등반을 종료한 태홍형과 현섭씨에게, “이제 마지막 4피치 하나만 남았습니다.
4피치는 오버행 넘어가는 부분만 통과하면 그 이후로는 어렵지 않습니다.
오버행이 5.11c 그레이드가 나오는데, 자유등반으로 넘어가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발걸이을 해 놓겠습니다.”
4피치 출발, 오버행 앞까지 조금스럽게 등반하고 퀵도로 및 발걸이 설치, 한 동작으로 바위에 올라서니
위에서 윤대장이 사진기를 드리대고 있다.
태홍형 차례, 어라 오버행 턱에서 걸린 모양이다.
크랙에 캠을 하나 설치하였으면 바로 넘어올 수 있을 터인데.., 그리 생각하였지만,
그래도 발걸이가 있으니까 최선을 다하면 되겠지???,
그러나 마치 큰 물고기가 낚시에 걸리듯 참으로 오래 걸린다^^,
ㅎㅎ, 고생한 태홍형, 캠을 하나 설치하여 주지^^한다.
이어서 현섭씨, 마찬가지일세^^
장군봉 기정길 정상, 그리고 하강,
어려운 등반을 마치면 그만큼 기쁨이 있다.
비선대 산장 아래 식탁에서 맥주 1캔씩 마시면서 고 최승철님과 기정길에 대하여,
그리고 이러저런 이야기, 나 혼자서 말하는 것을 보니 맥주 한 캔에 취한 모양이다.
이때 위에서 윤대장 한 마디,
"저녁 먹어유"
첫댓글 목동에서 강남으로 이사하는 바람에 암장을 다니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서클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으나 마음은 항상 서클에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 한 번 서클팀과 장군봉 기정길, 10월1일생, 기존길, 적벽의 여러 코스를 등반하고 싶은 마음에서 위 등반기를 게시하였습니다^^
선배님~~설악 잘 다녀오셨어요? 저두 저번주에 설악 다녀왔네요...소토왕골암장~~좋더라구요...^^
강남으로 이사가셨구나...전 목동으로 이사왔는데...ㅎㅎㅎ 항상 안전 등반하세요~~~
반갑습니다. 조만간 산에서 만나겠지요^^, 저는 이 번주 토요일 인수남측으로, 그리고 다음 주에는 천등산으로 갑니다.
생생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선배님 갑자기 설악이 가고 싶어지네요 안전등반 하시길 바랍니다
아우님, 감사합니다^^
언제고 갈 날을 기대하며 ~~~~
감사합니다 ^^
설악가실 때 꼭 말씀하세요^^
사진 너무 멋있어요. 즐겁고 안전한 등반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