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새로운 상징, 원흥이 두꺼비
지난 며칠간 하루 종일 안개가 자욱했다. 소한 추위는 대한도 무서워한다는데 이제는 추운 겨울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결국은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현실적으로 당장 자연생태계의 변화에 둔감한 인간들만이 그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겨울이 따듯하면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난다. 우리 지역에서는 그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것이 두꺼비의 산란이동이다. 우리가 두꺼비 산란이동 모니터링을 시작한 것이 2004년부터이다. 2004년에는 2월 기온이 봄 날씨처럼 따뜻했다. 그래서인지 두꺼비는 2월 20일경 처음 나타났고 산란은 2월 말에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해 3월 초에 충청도에 폭설이 내려서 산란을 위해 내려왔던 두꺼비들이 눈 위를 기어 구룡산으로 올라가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였다. 2005년과 2006년에는 3월 초에 산란이동이 시작되었다. 생강나무 꽃망울이 터질 무렵, 낮 기온이 영상 14도가 될 즈음 두꺼비가 나타났다. 그리고 작년, 2007년에는 다시 2월 중순에 두꺼비가 출현하였다. 예년보다 거의 20일 이상 빨리 나타났다. 이때는 유럽에서도 보름 가까이 두꺼비들의 산란이동이 빨랐다고 한다. 결국 따뜻해지고 있는 지구의 문제가 어느 한 지역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국지적인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청주 원흥이 두꺼비는 우리나라 타 지역의 양서류 보존 지표가 되고 있다. 작년에 대구 월드컵경기장 인근 망월지에서 대규모 두꺼비이동이 확인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진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대구시 환경단체와 공무원들이 원흥이 두꺼비생태공원을 방문하여 두꺼비 보전대책에 대한 자문을 구한바가 있다. 이 지역에도 두꺼비박물관 등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서울시의 경우에도 작년에 우면산의 한 방죽에서 애기 두꺼비 이동이 확인되었다. 지난 12월 서울시는 두꺼비를 보호야생동물로 지정하고 두꺼비가 이동하는 방죽과 우면산 일부를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였다. 두꺼비 이동 시기에는 탐방로 일시 폐쇄 등을 통하여 두꺼비가 살아가는 환경을 보전하겠다는 시민행동지침도 마련되었다. 그리고 방죽 인근 마을을 두꺼비마을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처럼 전국의 자치단체들은 생태환경 도시를 부각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두꺼비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청주의 경우 안타깝기 그지없다. 토지공사가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들어 놓은 두꺼비생태공원은 올해부터 청주시로 소유권이 이전되고 관리운영에 들어간다. 현재 두꺼비생태공원에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는 원흥이방죽의 유입수 부족문제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일찍이 거론되어 추가적인 지하수 개발이나 외부 수량유입 방안 등이 논의된 바 있다. 작년에 건설교통부 살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중앙정부의 예산이 지원되고 이에 따라 청주시는 지자체 대응자금을 만들어 광역상수도사업소로부터 유입 수립을 확보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작년 연말 2008년도 청주시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시의회는 지자체 대응자금 전액을 삭감하였다.
개발과 보전의 상생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작년 두꺼비 이상증세를 통해 나타났으나 두꺼비를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했던 택지개발사업 주체인 토지공사는 사업 준공이 되었다는 이유로 향후 책임에 대해서는 근본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사실 두꺼비생태공원을 만든 사업주체인 토지공사의 노력은 인정해야 한다. 토지공사의 택지개발 역사상 두꺼비생태공원과 같은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두꺼비가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 특히 이상증세에 대한 보안대책 및 모니터링 등은 사업 준공이 되었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이어가야 할 부분이다. 그것이 참 공기업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마찬가지로 두꺼비살리기 운동의 한 주체인 원흥이생명평화회의 등 시민사회의 헌신적인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두꺼비생태공원은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져 왔다. 또한 지금의 모습이 완성된 모습은 결코 아니다. 새로 심은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생태계가 온전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생태공원 주변 도시화 지역으로부터 발생하게 될 생태교란 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어렵게 지키고 보전되어가기에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는 곳이다.
그러하기에 지속가능한 두꺼비생태공원을 만들어 가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협약이 절실하다.
박완희(원흥이생명평화회의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