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교 못자리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선교센터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에는 ‘해외 선교사의 못자리’라 부를만한 곳이 있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선교센터다.
지금까지 600명이 넘는 사제ㆍ수도자ㆍ평신도가 선교센터에서 이뤄지는 해외 선교사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전 세계로 파견됐으니 ‘못자리’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2014년 말 현재 한국교회 해외 선교사는 978명이다.
해외 선교사 교육은 1999년 첫걸음을 뗐다. 해외 선교사 수가 늘어나면서 체계적인 해외 선교 준비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인식한 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1997년 수도회와 교구를 대상으로 설문해 해외 선교사 현황을 파악한 후 1년여 준비 끝에 1998년 몇몇 수도회와 함께 ‘한국가톨릭해외선교사교육협의회’를 만들었다.
현재 17개 선교ㆍ수도단체 선교 담당 참사들이 협의회를 이루고 있다.
협의회는 1999년 2월 1일 해외 선교사 교육을 시작해 첫해 수료자 35명을 배출했다. 교육은 4주에 걸쳐 진행된다.
교육은 준비자들이 ‘나는 왜 해외 선교사로 살아가는가’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4주 동안 ‘해외 선교’에 대해서만 배우는 건 아니다.
첫 주에는 선교의 개념, 의미, 방법, 역사 등을 배운다.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강승원 신부는 “‘좋은 역사’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제국주의 시대 가톨릭 선교의 역사도 훑어보면서 선교사에게 왜 겸손이 필요한가를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둘째 주는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선교의 지평을 넓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지난 교육 때는 핵발전소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공부했다. 또 ‘왜 선교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해야 하는가’를 배우기도 한다.
셋째 주에는 다양한 국가, 다양한 상황에서 선교사로 활동한 선배 선교사들의 생생한 체험을 들으며 간접적으로 선교 체험을 하게 된다.
교육생들에게는 자신이 파견되는 지역에 맞는 선교 방법을 찾을 기회가 된다. 선배 선교사들은 선교지에서 겪은 어려움과 그것을 극복했던 체험, 선교지에서 기쁨 등을 나눈다.
마지막 주 교육 주제는 ‘선교의 힘ㆍ영성’이다. 선교사로서 살아갈 수 있는 영적인 힘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다.
교육은 강의와 나눔, 토론으로 진행된다. 강 신부는 “선교지에서 건강 관리, 문화 적응 방법 등 실질적으로 선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이 많다”고 말했다.
교육은 해외 선교ㆍ교포사목위원장 주교가 주례하는 파견 미사로 마무리된다. 파견 미사에는 선배 선교사들이 함께해 새내기 선교사들의 앞날을 축복해준다.
지난 16년 동안 사제 71명, 수도자 500명, 평신도 69명 등 640명이 해외 선교사 교육을 받고 전 세계로 파견됐다.
선교센터는 해외 선교사 교육 외에도 해외 선교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홀수 달 셋째 주 토요일 4시에는 선교센터에서 해외 선교사들이 자신의 체험을 나누는 ‘열린 미사’를 봉헌한다.
또 ‘선교사들을 위한 기초영어회화’·영어ㆍ일본어 성경·영시 교실도 운영한다. 4~6월, 10~12월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면담식 고해성사도 마련하고 있다.
선교센터는 해외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거나, 선교를 마치고 귀국한 사제ㆍ수도자ㆍ평신도 해외 선교사를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해외 선교에 대한 설문조사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71명이 답변을 보내왔다.
선교사들은 선교지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문화 차이’(38%)와 ‘언어’(34%)를, 해외 선교사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는 ‘열린 마음’(77.4%), ‘그리스도적 삶과 영성’ (70%), ‘언어’(40%, 복수 응답)를 꼽았다. 선교센터는 선교사들의 의견을 교육 프로그램에 반영할 계획이다.
해외 선교사 교육협의회는 2016년 1월 18일부터 제22차 해외 선교사 교육을 시작한다.
참가를 원하는 이는 누리방(http://cafe.daum.net/mission-edu)에서 교육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 전자 우편(mission-edu@daum.net)으로 신청해야 한다. 2016년 해외 선교 파견을 앞둔 이들이 대상이다. 문의 : 02-953-0613
▨ 인터뷰 강승원(한국가톨릭해외선교사교육협의회 회장) 신부
“처음 해외 선교지에 파견된 선교사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적응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해외 선교사 교육은 선교사들이 선교지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필리핀과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강승원 신부는 “해외 선교사들은 선교지 주민들에게 무엇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선교는 살며 기도하며 그곳에 계신 하느님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처음 선교지에 파견된 해외 선교사들은 낯선 문화와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강 신부는 “문화와 언어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면서 “힘들 때는 ‘내가 여기에 와서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끊임없이 기도하면서 현지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면 문화와 언어는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 신부는 “해외 선교에 대한 교구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33명이었던 교구 사제 해외 선교사는 2014년 90명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금까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지원 사제로 교구 사제 29명이 파견됐다. 골롬반외방선교회 지원 사제는 3년 동안 선교지에 파견된 후 소속 교구장, 선교회와 협의해 3년 더 파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강 신부는 성골롬반외방선교회 부지부장, 선교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임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