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91>
더덕 무침을 만들다
심영희
더덕 무침이나 더덕 구이 반찬을 만들기 위해 손이 많이 간다. 먹는 사람은 맛있다 없다 간단하게 판단하며 음식을 먹고 있지만 이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일종의 노동이다. 또 대부분 이런 일은 주부들이 한다.
어려서 더덕 반찬을 많이 먹고 자란 나는 지금까지 더덕 반찬을 좋아한다. 그러니 도라지보다 더덕 반찬을 훨씬 많이 해 먹는데 젊은 시절에는 시장에서 껍질을 벗겨놓은 더덕이나 도라지를 사다 먹었다.
그런데 껍질 깐 더덕이나 도라지를 살 수 없는 일이 생겼다. 어느 해 추석무렵이다. 5일장에서 도라지를 사는데 덤을 많이 준다며 사라고 권한다. 만 원어치를 샀는데 정말 양이 많았다. 집에 와서 소금에 비벼 씻는데 거품이 계속 나와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주방 세제를 넣었는지 약품처리를 했는지 계속 거품이 나와 수도 없이 씻어서 도라지를 갖은 양념을 넣고 무쳤는데 맛이 없다.
가족들도 도라지 반찬이 맛이 없다며 먹지 않는다. 결국 도라지 무침은 버리고 말았다. 그 이후 도라지나 더덕은 껍질째 사다가 내가 직접 껍질을 벗긴다. 예전에 어머니께서 하시던 것을 생각하며 그대로 재현을 한다. 역시 껍질 벗긴 것을 사는 것보다 양도 많고 음식도 맛있다.
그러나 이제는 도로 껍질 벗긴 도라지나 더덕을 사다 먹어야 할 것 같다. 어제도 풍물 오일장이라 아침 운동하고 들어오면서 고구마 껍질을 벗겼다는 것을 사왔는데 삶으려고 보니 자꾸 껍질이 눈에 들어와 껍질을 다시 벗기다 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껍질도 깨 많이 나왔다. 몇 시간 물에 불려 아린 맛을 빼고 볶아서 반을 딸네 집에 갔다 주고 오면서 다시 풍물장에 들려 더덕을 사가지고 와서 저녁을 먹은 후 껍질을 벗기는데 오른 손에 자꾸 경련이 일어나 진정 시킨 후에 또다시 시작했는데 그런 현상이 반복해 일어나 결국 20분 정도 쉬었다가 껍질 벗기기를 완성했다. 더덕 한 바구니 껍질 벗기는 게 이렇게 힘들으니 이제는 나이 탓으로 돌리고 껍질 벗긴 것을 사다 먹어야 될 것 같다.
흙을 제거한 더덕에 끓인 물을 부어줍니다. 이렇게 하면 껍질을 벗길 때 더덕 진이 손에 묻지 않습니다. 또 더덕구이를 할 때 방망이로 두들겨도 부서지지 않고 넓게 펴집니다.
먹기 좋게 잘게 찢어서 소금을 넣고 비비서 다시 한번 씻어줍니다.
물기를 빼고 갖은 양념을 넣고 버무려 더덕무침이 완성되었습니다. 더덕무침을 먹기 위해서 이렇게 손이 많이 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