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다 되돌아오다
심영희
2월 2일은 한국수필가 협회 총회가 서울 충무로 스테이락호텔에서 있었다. 아침 일찍 단장을 하고 집을 나서 풍물시장을 지나 남춘천역으로 갔다. 춥지 않은 날씨라 스커트 차림에 살색 스타킹을 신고 빨간 구두에 검정색 모자를 쓰고 코트를 걸쳤는데 보통 사람들과 다른 차림이라 사람들 시선이 내게로 쏠린다.
역에 도착해 표를 사니 자유석이다. 그래도 붐비지 않아서 자유석도 다른 손님과 둘이 앉아서 네 석이나 비어 있다. 딸에게 9시 27분 itx로 서울 간다고 카톡을 보내려고 휴대폰을 열었더니 문자가 와 있다. 열어보니 춘천문화재단에서 온 메시지인데 서류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6시 마감일을 알리는 문자였다. itx를 탔으니 첫 정차역이 가평역이니 할 수 없이 가평역까지 가서 내렸다.
춘천으로 되돌아오는 길 직원이 빨리 올라가면 탈 수 있다고 하여 뛰어올라가 탔는데 역시 itx다. 남춘천역에 내려 택시를 타려고 하니 택시비가 아까웠다. 먼 거리더 아니고 집이 빤히 보이는데 부지런히 걸어서 집으로 왔다.
내 컴퓨터 실력으로는 아무리 해도 안 된다. 마음으로는 오전에 빨리 일을 끝내고 내가 승용차를 운전하고 가면 2시가 행사라 거의 비슷한 시간에 서울에 도착할 것이라는 야무진 생각을 했으나 12부터 점심시간이라는 도우미 학생들 시간을 맞추느라 서울행은 아예 포기해야 했다.
손자가 서류를 만들어 줬는데 손자는 군인이라 6시에 퇴근이니 마감시간 전에 올 수가 없으니 도우미 힘이 아니면 신청서를 제출할 수 없다. 2시에 춘천문화재단에 가서 지원금 신청서를 점검하는데 어쩌면 원본은 제출이 되었는데 첨부파일로 보낸 것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서류에서 모두 사라지고 없다. 분명 주소, 생년월일, 작품 5편, 예술인활동증명서를 모두 보냈는데 서류에 하나도 없다.
그래도 고맙게도 마감날에 재단 직원이 메시지로 알려 주었기에 서울 행사에 참석은 못 해도 지원금 신청서는 마감 시간 전에 넣을 수 있었다. 선정이 되고 안 되는 것은 나중이고 일단 재단 직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젊어서 컴퓨터를 열심히 배워 둘 것을 나이 들어 컴퓨터를 하려니 쉬운 것은 내가 하지만 좀 어려우면 손자 손녀 힘을 빌려야 하니 이런 날은 막막하다. 4시에 일을 다 마치고 집에 와 딸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 가다 되돌아온 얘기를 했더니 딸이 껄껄 웃는다. 도대체 이 첨부파일은 왜 안 들어갔을까?
어제 2일은 풍물시장 장날입니다. 오늘 어떤 일이 생길 지도 모르고 5일장 사이를 지나며 한가롭게 사진을 찍었답니다.
총회에 못가서 서운했는데 다음날 김의배 부이사장이 총회 뉴스를 카톡으로 보내주어서 자세히 총회 내용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김의배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