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자~손뼉 다섯 번 칩니다. 짝!짝!짝!짝!짝!"기를 끌어 모으듯 경쾌한 박수소리와 함께 인사말을 건넨 사람은 '금빛합창단'의 '한창석'(61)단장이었다. 지난 해 12월말부터 겨울방학에 들어간 이들은 1월 한 달 동안의 방학을 마치고 2월이 시작되는 첫 월요일인 2일, 금년 새 학기 첫 연습교실이었다.
금빛합창단, 마음도 금빛처럼 맑고 환해져요_1 소문을 듣고 찾아간 곳은 '팔달문시장'3층 문화센터, 이곳에서는 스포츠댄스, 경기민요, 난타, 요가, 고전무용, 노래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요일과 시간대별로 각각 운영하고 있었다. 한창석 단장은 새로 만난 단원들을 향해 학생시절, 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는 날이면 숙제를 못해가서 벌 받을 것이 두려웠다며 해맑게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여기는 숙제도 없으니 여러분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편하게들 오셨지요?" 하고 묻자 "예!"하고 대답하며 까르르 웃는 모습은 천상의 소녀들이었다고 할까.
전체 회원 수는 124명이지만 출석인원은 60~70명 정도 되어보였고, 그중 남성은 고작 7명뿐이었다. 그러니 화음의 구조상으로도 남성의 빈자리가 절실했는지도 모른다. 새 회원이 왔다며 저마다 어찌나 반갑게 맞아주던지 민망할 정도였고, 지휘자가 단원들의 좌석을 정리하는 동안 단장에게 취재 온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금빛합창단'이 생긴 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하고 묻자 그는 2011년 8월에 창단되었다고 했다.
금빛합창단, 마음도 금빛처럼 맑고 환해져요_2
"당시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창단했지요. 우리 행궁동의 어르신들이 소외되어 있는 것을 보고, 젊은이들과 동화될 수 있는 문화 창달을 위해서 마을의 뜻있는 분들과 힘을 모아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황혼합창단'이라 불렀지만 못 다한 청춘을 토해내듯 그토록 맑고 고운 금빛화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금빛으로 바꿨다고 했다.
창단 첫 해부터 행궁동 마을 행사에는 물론, 수원시 주최 행사에도 여러 차례 초청공연을 가졌다고 했다. 특히 창원시 제5회 마을 만들기 전국대회 초청공연과 전주에서의 전국합창경연대회에도 참가하여 우수상을 받았다고 했다.
마침내 이훈 지휘자가 단상에 올라 발성연습을 시작했다. '으으으흐흠~' 점점 높아지는 소리는 다시'아아아아~하~'로 바뀌며 지휘자의 음폭이 넓고 깊은 우렁찬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아보였다. 잘해야 사십대 중반을 넘어 보이는 그는 나중에 알았지만 현역 뮤지컬배우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날씬한 키에 얼굴도 잘 생겼을 뿐만 아니라 음악과 노래에 문외한인 사람이 보아도 흠뻑 빠져들 지경이었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어찌나 속 시원하게 목소리를 끌어내는지, 나도 모르게 그만 따라하게 되며 등록을 하고 싶은 충동이 물밀듯이 드는 것이었다.
이날 연습곡은 '청산에 살리라'와 '가고파' 두 곡이었고, 금빛화음이 파도를 타듯 교실을 가득 메워오며 마치 묘기를 부리는 것만 같았다. 동화되어오는 예술의 감동이라고 해야 할지, 노랫말처럼 세상 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 살고 싶었다. 이런 것을 두고 흔히들 '힐링'이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오전 열한시부터 시작한 '금빛합창단'의 연습시간은 그렇게 12시30분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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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지휘자와 피아노반주자가 어쩌면 저렇게 눈빛하나 손짓하나에도 잘 맞출 수가 있을까싶었다. 그 의문의 해답은 이들이 부부라는 것이었고, 이들 부부는 여기 말고도 또 다른 곳에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해들었다.
단원들의 표정은 저마다 금빛처럼 환했다. 20년 이상 하던 미싱사 일을 접고 우울증에 빠졌었다는 한 단원은 친구의 소개로 금빛합창단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성적이던 성격도 활달하게 변했다며 자랑했다. 그는 공연 때 가사를 까먹을까봐 노심초사 애를 먹지만 꽃다발을 들고 온 객석의 가족들을 보면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했다.
다른 한 단원은 어릴 적 사정이 어려워 꿈을 이루지 했는데 이제 그 소녀의 꿈이 현실이 되었다며, 마치 소녀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도 하고 박수도 받으며 그 순간의 행복이 꿈속만 같다고 소녀 같은 모습으로 웃었다. 그런가 하면 올해 일흔네 살이 된다는 남자 단원 한분은 "우리 '여편님'과 식사를 하면 항상 제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지요. 그러면서 '젖은 손이 애처로워...'하는 노래를 불러요! 그러면 감동을 합니다." 하고 그는 모두가 '금빛합창단' 덕분이라며 자랑했다.
금빛합창단, 마음도 금빛처럼 맑고 환해져요_4 끝 인사에서 한창석 단장은 오늘도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다며 아쉽다 했고, 금년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과 행복한 시간 함께 할 수 있어 고맙다며 끝내려고 했다. 그때였다. 누군가 긴급 제안 형식의 금빛을 소리쳤고,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손 주먹을 쥐고 흔들며 "금빛! 금빛! 금빛!"삼창을 외치는 모습이 올 한해를 금빛으로 찬란히 물들여오는 것만 같았다.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부터 12시30분까지 팔달문시장3층 문화센터에서 열리며, 입단문의는 010-4609-8227 한창석 단장에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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