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로 꽃을 줄까? 책을 줄까?
꽃은 쓰레기 처치하기 귀찮고
지성을 살찌우는
책을 받고 싶어요
서점이란 곳은 찾기 쉬우니까
나의 만남에 장소로나 이용하고
책을 구입하는 일은 어쩌다
가뭄에 콩나듯 하는 처지지만
그러나 책은 선물 받으면
가슴 가득 뿌듯해져요
강남 땅이 과수원이고 논 밭인 시절
근대화로 한창 개발이 이뤄지면서
그곳에서 평생 농사짓던
농부가 어마어마한 토지 보상금으로
졸부가 되었는데
일자 무식인 자신이 한스러워
작정하고 책방에 가
거친 일에 매듭 굵어진 손가락으로
책장에 책들을 가르키면서
스케일도 크게
''여기서 부터 저기까지 싹 다 주시요''
책을 장식용으로 바라만 봐도
폼 날거라는 생각인가 본데
책과 거리가 먼 것 보다는 낫네요
책에 관해서 이런 저런
예찬을 듣고 살지요
'독서는 마음의 양식'
'책 속에 길이 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책을 사 주실 때 인정빋는 기분이어서 우쭐했지요
교회 가라고 연보 돈 주실 때 말고는
쉽게 주머니 여는 분이 아니라서
책방까지 같이 가 책을 고를 때
날아 갈듯 했어요
초보 엄마 시절 젖먹이 둘째가
말은 못하고 어디가 불편한지
심하게 울어대니까
다섯살 박이 큰 애가
근심스럽게 지켜 보더니
두껍고 무거운 책을
낑낑대며 가져다 주는거예요
내가 아이 키우며
궁금한 점 있으면 참고 해 보는
'스포크 박사의 육아일기'
어서 이 책 읽고 아기 울지 말게
해보라는거죠
엄마가 책에서 배우며
아기 키운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책 읽는다면 누구든 절대
심부름 같은거 안시키고
흐믓하게 지켜 줄거예요
그나저나 우리 식구들
읽는 책에 관해
못마땅한 점이 있어요
자기 계발서
이런 아류의 책을 순진하게도
잘 믿는 편이라는 것
예를 들어
책 좀 읽어라 하면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독서하는 법'
제목이 이 모양인 책을 사오고
성적 올린다면서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성적 쑥쑥 올리는 법'
집중해 공부하듯 열심히 읽어요
그 시간에 공부나 하지
글 쓰기 어렵다고
'글쓰기가 두렵다'
이 책은 언제 샀는지 책상 위에서 봤어요
''경제 관념이 있어야지
아껴써라!''
하고 가르쳤더니
'20살 이제 돈과 친해질 나이'
'서른살 경제학'
'부자 되는 법'
'백만장자의 마인드'
결혼 생각해야 할
나이가 된 아이
'결혼하면 행복한가요?'
별걸 다 물어봐요
아이들은 그렇다치고
부전자전 아들의 아버지도
자신의 일에 비법이라도 있나해서
'접대에 능한자만이 성공한다'
'발상을 전환하는 비지니스의 철학'
'우리가 알고 있는 마케팅은 끝났다'
이런 책들을 한아름 사들고 와요
허리 아프다고
'백년 허리'
대학병원 정형외과 명의가
쓴 책이라고 밑줄 쳐 가며 읽어요
책 속에 길이 있다는데
과연 자기 계발서에도
길이 있을까요
눕다가 업드리다가 뒹굴뒹굴
강냉이 튀밥 입에 넣어가며
싱그러운 책의 숲속에 들어가면
부러운 것 하나 없이 행복해집니다
이제는 돋보기 쓰고
활자 오래 들여다 보면
영락없이 눈이 건조해지고
멀미가 나는 처지라서
가까히 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책 읽기
팔팔할 때 많이 읽어 둘 걸
후회합니다
.
카페 게시글
2006년
책
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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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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