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0 우루무치 디워푸 공항
비행기가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다. 세종아빠님이 4시간 30분이나 비행기를 타는데 기내식을 줄 거라고 하여 저녁을 건너뛰고 비행기를 탔다. 국내선이라 그런지 예상과는 달리 음료만 제공하여 쫄쫄 굶고 우루무치 공항에 도착했다. 세종아빠님의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 간혹 이런 일을 만들기도 한다. 내일 6시 30분에 여기에서 대절한 차량을 만나기로 하여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일단 조용한 곳을 찾아 짐을 두고 시간을 어떻게 보낼 생각하는 동안 갑자기 다음카페에 접속이 되지 않는다. 세종아빠님은 카톡도 되지 않는다. 4명 모두 유심사 이심을 사서 왔는데 다 그렇다. 제미나이에게 검색하니 이 지역의 방화벽이 다른 지역에 비해 더 강해서 이런 일이 생긴다고 한다. 방법을 찾아 달라고 하니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해 주는데 그 중에 특정앱을 실행하고 접속하니 로그인이 된다.
여러 번 중국을 왔는데 시작부터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계속 생긴다. 보조배터리 압수, 저녁 못 먹기, 인터넷 접속 문제, 진짜 답사는 시작도 안했는데 이번 답사의 어려움을 예고하는 듯 하다.
한숨 자야하는데 딱딱한 의자라서 잠을 자기는 틀렸다. 다른 도반들은 완전히 숙자언니 모드다. 중국에 오니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듯 하다. 밤새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서 어떻게든 자야한다. 우리 도반들이 누워 자는 모습은 국격(?)을 생각해서 올릴 수가 없다. 다들 자는 바람에 어떨결에 불침번을 서게 된다.
3시 30분에 근무를 시작하는 공항직원 수십명이 같이 구호를 외치며 조회를 하고 있다..간혹 동영상에서 봤는데 다들 매우 진지하다.
08:30 우루무치 공항 출발
새벽 시간에 공항에서 바로 장거리를 가는 차를 잡기가 힘들 것 같아서 트립닷컴에 맞춤 차량 신청을 했는데 기사가 펑크를 냈다. 이런 일이 발생할까 싶어서 수수료가 비싸더라도 새벽에 차를 탈 수 있도록 트립닷컴으로 예약했다. 출발 하루 전에 기사가 배정되었고 배정되기 전까지 차량비를 완납했는데도 플래너가 이렇다 할 말이 없이 기다리라고만 해서 속을 태웠다. 소위 말하는 중국사람들의 만만디를 일주일 동안 겪었다. 우리가 중국어를 못하니 공항에서 우리를 픽업할 장소를 알려주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나와 기사를 위챗에 함께 초대하도록 했다. 몇 번이나 시간을 엄수하라고 다짐을 받은 터라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중국위안화로 1500위안, 우리돈으로 33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는데 정말 황당한 상황이다. 트립에 연락해서 취소하는데 거의 2시간이 걸렸다. 이럴 때는 인터넷 속도도 늦어진다. 취소가 되어야 다른 차를 수배할 수 있어서 아까운 2시간을 날렸다. 어제 저녁도 굶었는데 오늘 아침도 굶을 수 밖에 없다. 점심도 먹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시작부터 쫄쫄 굶는 일정이다.
10:20 북정고성 및 서대사
우여곡절 끝에 작은 차를 대절하여 북정고성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편도 180km정도 이동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에서 대전정도의 거리이다. 중국의 고속도로는 차선마다 최고속도가 다르다. 1, 2차선은 120km이고 3차선은 구간에 따라 100km, 4차로는 80km이다. 길이 거의 직선이고 도로양쪽에 인공조림한 나무 일부를 제외하고는 산에 나무가 없고 저 먼산에는 만년설도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어서 30분정도 늦게 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북정고성
표를 끊고 셔틀을 타고 성내를 차창관광 수준으로 돌았다. 판축으로 토성을 쌓은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셔틀이 중요한 포인트에 세워서 시간을 조금 줬으면 좋았을텐데 그냥 지나가 버려서 모두 아쉬워 한다. 처음에는 성터를 걸어볼까 싶었는데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니어서 반드시 셔틀을 타야 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고성은 기대보다는 밋밋하다.
서대사
절터에 돔을 씌워서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절은 벽돌로 불상은 소조로 만들어서 온전한 것이 거의 없다. 가까이서 볼 수는 없고 2층, 3층에서 볼 수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상반신이 파손된 교각좌의 불상들이다. 세종아빠님은 가까이서 진품은 보지 못하고 별도의 전시실에서 모조품을 보는데 아쉬운 티가 역력하다. 계륵같다고 할까? 보자니 영 섭섭하고 안보자니 찝찝한 느낌을 표현한다.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많은 벽화편들이 감실속에 남아 있다. 직접 보지 못하는 부분은 입구 양쪽에 모형과 사진으로 재현해 놓았다. 한참을 보고 있는데 세종아빠님이 보이지 않는다..대장은 어디가고 우리끼리 뭉쳐서 열심히 살폈다.
15:00 우루무치 신장위구르자치구 박물관
다시 우루무치로 오는 길에 날벼락을 또 맞았다. 오늘 저녁에 예매한 야간열차편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우루무치에서 쿠차까지는 700km가 넘어서 자가용으로는 이동이 불가능한 거리이다. 답사 첫날 새벽에는 예약한 대절 차량이 연락도 없이 안오고 야간에는 멀쩡하던 기차편이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이 때까지 중국답사를 하며 이런 적은 처음이다. 계획상 무조건 이동해야 하는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일단 우루무치 박물관을 보고 나올 때까지 기차표가 없으면 우루무치에서 숙박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항공편으로 이동하기로 했는데 박물관에 들어가기전에 기차 침대칸을 구하기는 어려워 보여서 오늘은 우루무치에서 숙박하고 내일 아침 비행기로 쿠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전 세계에 중국인들 만큼 박물관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없다..여기도 사람들에 밀려서 다닐 정도이다. 불교관련이 아닌 곳은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불교유산은 주로 벽화편이다. 6시 30분에 박물관 문을 닫는데 마감 40분을 남기고 윤스리가 어제 저녁부터 굶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먹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히메는 이제 겨우 이틀째인데도 일주일쯤 지난 듯한 느낌이다. 세종아빠님은 중국만 오면 노인이라고 주장하는데 우렁찬 목소리는 기운이 떨어지지 않는다.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고 이번 답사는 시작부터 버라이어티하다.
19:30 저녁식사
AI에게 그랜드바자 가까운 곳에 양고기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아주 고급식당을 추천해 준다. 우리 앞에 3팀이 대기하고 있다. 3끼를 굶었으니 양껏 먹기로 했다. 메뉴판을 보고 번역앱을 통해 무슨 음식인지 파악하고 이것 저것 시킨다. 어찌 고기를 먹는데 시원한 맥주가 없을소냐. 빙거 비주를 외친다. 오늘 숙소도 잡았으니 실컷 먹는다.
첫댓글 약속개념부족한 중꾸워
박물관 좋아하는 중꾸워
4분의 답사특공대들(?)더운날 수고와 고생들이 많습니다
덕분에 우리들은 중국답사의 현장감을 편안하게 즐깁니다
오늘도 열렬히 응원합니다
중국답사를 두어번 왔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는 처음으로 당했습니다..이런 일이 생길까 봐 트립닷컴으로 예약했는데도 기사가 연락두절되리라고는 예상도 못했습니다.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수가 세계 몇 위라고 하는데 중국의 성급박물관이상이 통계에 들어가면 3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 같습니다. 이틀 동안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보면 이번에는 진짜 특공대가 되어야 할 듯 합니다. 늘 좋은 시선으로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