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作 노트
회상 回想
어린 시절 에 각인된 고향은 세월의 풍파에도 삭지 않는다.
어느덧 70여년이 바람같이 지나간 세월의 뒤안길에서 밤이면 불여우 울음소리가
지척으로 들리곤 하던 옛 고향 정취를 회상해 본다.
우면산 牛眠山 물소리
잠자는 소 모습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의 산으로 예술의 전당이 자리하고 있다.
백제 불교 초천법륜지 “대성사”가 있다.
예부터 좋은 약수가 난다고 알려졌다.
뻐꾸기 울음소리가 유별났던,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절창 같아서
새벽 산을 자주 오르곤 했다.
입추 立秋
여름날에 곧추섰던 풋고추가, 가을이 곧추서는 입추가 되니,
빨갛게 곧추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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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回想
강 문 석
까맣게 잘 익어 벌어진 동지섣달 긴긴 밤에
알밤 같은 별똥은 자꾸만 떨어지고,
봄을 애타게 기다리는 삽짝거리 쥐똥나무도
쏟아지는 싸락 눈발에
언 몸을 고스란히 매맞고 섰다.
모진 인고의 시간을 절삭히며
열두 굽이를 돌고 돌아서
신음하듯 흘러가는 앞 도랑 물소리.
뒤란 낡은 흙 담벼락에 걸린
마른 시래기 다발이 밤바람 결에 쓸려서
가려운 등을 긁어대듯이 서걱거린다.
늦은 밤 사랑채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늙으신 할아버지 해소 기침 소리에
외양간 늙다리 암소가 안쓰럽다는 듯이
푸후- 기척을 하며 깊은 한숨을 몰아 쉬고,
밤 이슥토록 만삭의 어머니 베짜는 소리에
좀생이 별은 서산마루로 기우는데...
눈 비비며 오줌누러 앞마루로 나온 나는
앞산 애장골에서 지척인 듯 날아오는
불여우 울음소리에 오싹 조여드는 무섬증으로
금방이라도 쏟아질듯 하늘 가득 찬 눈부신 별들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두 눈을 꼭 감고
언 요강에 오줌을 누면서 진저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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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牛眠山 물소리
강 문 석
바다를 꿈꾸는 노래는
아득히 멀고 멀다.
어느 먼 별에 선들
차마 그러하랴.
그리움의 살을 씻어
꽃의 눈을 따려고
천리만리를 흐르는 사랑아.
애타게 각인刻印하는
뻐꾸기 울음소리
잠자는 소 귀에도 사무치는데……
외로움의 끝에 홀로 앉아
귀로 캐내는 소리의 푸른 보석.
바다를 꿈꾸는
그리운 물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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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추 立秋
강 문 석
곧추 섰던 풋고추,
빨갛게 곧추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