足 발 족
발, 발다, 족하다
足의 갑골문(正·延·征·政과 통용)
足의 금문 足의 전문
足의 갑골문 자형은 止[①]의 상부에 사각형[②] 및 원형[③]의 기호가 덧붙여져 있는 형태이며, 금문 자형은 원형이, 그리고 전문 자형에서는 囗(큰입 구)로 변경됩니다. 여기서의 囗은 구분을 위한 기호입니다. 口와 囗의 차이는 상부의 가로획이 양쪽의 두 세로획 사이에 있는 반면, 囗은 네 모서리가 모두 맞물리는 모양입니다. 止를 기본자로 하여, 상부에 원형이나 사각형으로 足, 正, 疋 등으로 구분한 것입니다.
상고대의 문자에 이와 같은 사회적 약속의 부호가 나타난 다는 것은 이때에 이미 사람들의 말을 기호적으로 구분하고 갈래를 잡아갔다는 것으로 현대문법과는 다른 개념이긴 하지만, 갑골문에서 이미 언어와 문자에 있어서 고도의 발전이 이루어진 것이며, 금문을 지나 전문에서는 배달말의 소릿값을 기호 체계화한 완성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足은 止의 ‘걷다’에서 상부에 사각형과 타원의 기호로 구분을 하여, ‘발’및‘바르다, 바라지다’의 소릿값을 나타냅니다.
手足(수족 ; 손발), 足跡(족적 ; 발자취), 蛇足(사족 ; 뱀을 다 그리고 나서 있지도 아니한 발을 덧붙여 그려 넣는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군짓을 하여 도리어 잘못되게 함을 이르는 말), 足球(족구 ; 발야구), 義足(의족 ; 발이 없는 사람에게 인공으로 만들어 붙이는 발) 등의 성어에서 足은 신체기관‘발’의 뜻입니다.
滿足(만족 ; 모자람이 없이 충분하고 넉넉함), 充足(충족 ; 넉넉하여 모자람이 없음), 洽足(흡족 ; 조금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넉넉하여 만족함) 등에서 足은‘수량이나 정도 따위가 넉넉하다/모자람이 없다고 여겨 더 바라는 바가 없다’등의 뜻으로 풀어집니다.
‘볕 바른 곳’이란 표현에서‘바른’은 사전적 의미로는‘햇볕을 곧장 받아 따뜻하다’ 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즉‘바른’을‘곧장, 그대로’정도로 해석한 것입니다. 하지만‘쌈바르다(/눈썰미 있고 재빠르다), 사작바르다(/성질이 보기에 독살스럽고 야멸친 데가 있다), 익살바르다(/아무 데서나 남을 웃기는 우스운 말이나 행동을 늘어놓는 버릇이 있다)’에서‘바르다’는‘그러한 성질이나 태도가 충만하다’는 의미입니다. ‘되바라진 성격’에서의‘바라진’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볕바르다’의‘바르다’도‘아주 충분하다, 풍부하다’의 의미입니다. 음식을 실컷 먹고 난 뒤‘짝 바라진다’는 표현은 더 이상 못 먹겠다는 의미이며, 여기서의‘바라지다’는‘충분하다, 가득해졌다’는 뜻입니다. 즉 [족]이란 배달말의 음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바르다’로 풀이한 글자입니다.
速(빠를 속)에서 독(讀) ‘속’은 배달말의 의성의태어‘쏙(/대번에 빠지거나 터지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며, 훈(訓) ‘빠르다’는‘쏙’의 소릿값이 나타내는 뜻이듯이, ‘족(足)하다’에서의 소릿값 [족]은 중국어의 유입에 따른 결과가 아니며, 배달말 고유의 어감에 의한 것입니다.
雖速我獄 室家不足. 『詩經·國風』
비록 나를 옥에 가둘지라도 아내삼기에는 바라지지[족하지] 않다네.
상기(上記) 시경(詩經)의 구절의 足은‘만족(滿足), 충족(充足)’의 뜻으로 사용되었는데, 여기서의‘족(足)하다’도 역시 화어(華語)에서 유입된 개념이 아니라 우리말 본연의 어감에 의한 것입니다.
巧言令色 足恭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匿怨而友其人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論語』
교언영색(巧言令色)에 바라지게 공손함은 좌구명(左丘明)이 부끄러워한 것이며, 구(丘 ; 공자) 또한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원한을 감추고서 그 사람과 벗함을 좌구명은 부끄러웠던 것이며, 구 또한 부끄러운 것이다.
상기 문장의 足을 주희(朱熹)는 그의 논어집주(論語集注)에서‘過(지나칠 과)’라고 풀이하였으며, 이로부터 足을 [지나칠 주]로 훈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오역이며 실제로는 ‘바라지다’로‘되바라지다(/까지다/지나치게 약다)’의 뜻입니다. 앞의‘巧言令色’의 태도를‘바라지다’로 나타낸 것입니다.
현대중국어에서 足은 ‘다리, 발, 충분하다’의 뜻으로 모두 사용되지만, 이 중에서 ‘발’의 뜻으로는 鼎足(정족)과 같은 합성어의 예에 국한되어 있으며, 우리말에서처럼 기물의 받침 부분에 해당되는 곳 제반의 ‘발’에는 ‘脚(다리 각)[jiǎo]’이 쓰입니다.
현대중국어에서 足은 [zú]로 읽힙니다. 한자음 [족]에는 종성발음 [ㄱ]이 있는데, 화음(華音)에 이런 종성음(終聲音)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화음(華音) [zú]가 우리식으로 읽혀져 [족]이 되었을 가능성은 더욱 없습니다. 반대로 우리 음(音) [족]을 중국인이 따라 부르면 [조그]와 같은 형태로 되는데, 중국어에서 [조그]는 두 단어의 결합으로 하나의 절이나 완전한 문장으로 들리기 때문에 쉽게 [조으/쯔으]와 같은 형태로 발화됩니다. 따라서 우리말 [족]이 화음화 되어 [zú]가 된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고유의 중국어란 상고대에 이미 거의 사라졌고, 배달말[소릿값]을 자기네 식으로 재해석하여 따라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족]은 배달말 고유의 어감에서 ‘다리, 발’을 뜻하는 소릿값입니다. 예로 ‘종아리’에서 ‘아리’는 ‘알통’의 ‘알’에 접미사 ‘이’가 붙은 ‘알이’가 자음접변을 일으킨 형태이며, 이‘족알이’에서 자음동화를 일으켜 ‘종아리’가 된 것입니다. 이 ‘족알이’는 자음접변을 일으켜 ‘모가지’의 예에서처럼 ‘조가리’가 될 수도 있는데, 종아리의 형태로 나타난 것은 ‘쪼가리[ex.새박조가리/작은 조각]’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함으로 판단합니다.
바르다 ; [북한어] 흔하지 아니하거나 충분할 정도에 이르지 못하다.
하지만, ‘우물이 있다는 집도 위명(爲名)만 우물이지 물들이 여간 바르지 않다.『계용묵 전집』’, ‘사랑채는 동향으로 앉아서 여름에는 해가 발랐다. 『두만강』’등의 표현에서‘바르다/발랐다’는 앞의 예들과는 반대로 ‘부족하거나 모자라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다른 예로‘버리다’의 음형상의 축약인‘벌다’는 서로 반대되는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순우리말의 한 특수성이며, 한자에서도 같은 음이 서로 반대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바르다’가 ‘부족하거나 모자라다’의 뜻이라면, ‘발다’는 상고국어에서‘족하다’의 뜻을 나타낸 것입니다.
方其耽於色也,屏親昵, 絕交遊,逃於後庭,以晝足夜;三月一出,意猶未愜. 『列子』
바야흐로 그 색에 탐닉함에 가깝고 친한 이도 물리치고, 교유도 끊고 뒤뜰에 틀어박혀 낮으로써도 밤이 바르다가 삼 개월에 한번 나왔는데 뜻에는 오히려 끼지 않았다.
상기 문장의 足을 기존에서는‘더하다, 첨가하다’, 혹은‘삼다, 여기다’등으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足 자에 갑자기 이러한 뜻이 나타날 리는 없는 것이며, 실제로는‘바르다(/부족하거나 모자라다)’의 뜻입니다. 여기서의‘밤’이란 ‘색(色)에 탐닉하는 시간’을 의미하며, 낮에도 색에 탐닉했지만, 바랐다는 의미입니다.
速(빠를 속)은 [속]이라는 소릿값의 뜻이 [빠르다]는 것입니다. 말을 갓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가 “쏙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빠른 거야.”라고 답할 것입니다. ‘속’도 ‘빠르다’도 모두 순우리말의 소릿값입니다. 마찬가지로 ‘족’도 ‘발’도 모두 배달말의 소릿값인 것입니다.
상고시대, 아니 태고(太古) 때, 한족(漢族)이 “足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습니다. 이에 배달사람이 “발이야.”라고 답합니다. 수천 년이 지난 후에 어떤 배달사람이 한족의 마을에 들렀더니, 足을 [zú]라고 소리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수천 년이 흐르고 보니 어느새 足에 대한 정의는 한족의 어감에 따라 세계적인 표준이 되어 있습니다.
促 재촉할 촉/악착스러울 착
닫치다, 닿치다, 다그치다
促의 전문
다그치다 (1) 일이나 행동 따위를 빨리 끝내려고 몰아치다.
(2) 지친 몸을 다시 추스르다.
(3) 일이나 행동 따위를 요구하며 몰아붙이다.
促의 전문 자형은 人, 그리고 疋 또는 足의 합자입니다. 足의 자형의 기호로 사용되어 경우에 따라 배달말의‘닫다(/빨리 뛰어가다)’의 소릿값을 나타냅니다. 이 경우는 길이의 단위인 疋(짝 필/발 소)와 통용이 되는데, ‘닿다(/길이가 족하여 닿다)’와 소릿값이 같은 것에 따른 것입니다. 足이‘닫다/닿다’에서 비슷한 소릿값인‘다그치다’로 쓰여, ‘재촉하다, 절박하다, 악착같다, 모질다’ 등의 훈(訓)으로 풀이되기도 합니다.
전문 자형에서 足의 윗부분은 닫힌 사각형인 반면, 疋의 윗부분은 열린 원형[①]인데, 促의 足 부분은 닫힌 원형으로 둘을 합친 모양입니다. 이는‘닫다’와‘닿다’의 합으로 ‘다그치다’의 소릿값을 나타내기 위한 것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후대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혼용일 수도 있습니다.
促進(촉진 ; 다그쳐 빨리 나아가게 함), 促求(촉구 ; 급하게 재촉하여 요구함), 促成(촉성 ; 재촉하여 빨리 이루어지게 함), 督促(독촉 ; 일이나 행동을 빨리하도록 재촉함), 催促(최촉 ; 어떤 일을 빨리 하도록 조름) 등에서 促이‘다그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齷齪(악착)에서 齪은 전문 자형에 없어 후대에 생겨난 글자로 이 경우에는 足이 ‘닿다’로 쓰여, ‘이를 닿게 하다’에서‘다물다’의 뜻입니다.
捉 잡을 착
손이 닿다, 잡다
捉의 전문
捉의 전문 자형은 手와 疋의 합자입니다. 足은 끝이 닫치는 사각형이거나 원형인 반면 疋은 끝이 조금 열려 있는 모양[①]입니다. 하지만 어떤 자전에서는 捉의 전문 자형이 足으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足과 疋에 모두‘발’의 소릿값을 담고 있지만, 捉의 경우는‘닿다’의 소릿값으로 풀어지기에 足으로 써야 맞습니다.
足의‘닿다’와 手를 더하여, ‘손에 닿다’로‘잡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捕捉(포착 ; 꼭 붙잡음/어떤 기회나 정세를 알아차림), 活捉(활착 ; 산 채로 잡음), 被捉(피착 ; 남에게 붙잡힘) 등의 성어에서 捉이 ‘잡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吐哺捉髮(토포착발 ; 입 속에 있는 밥을 뱉고 머리카락을 움켜쥔다는 뜻으로, ①식사 때나 머리를 감을 때에 손님이 오면 황급히 나가서 맞이함을 일컬음. 즉 손님에 대한 극진한 대우 ②또는 군주가 어진 인재의 예의를 갖추어서 맞이하는 것을 말함)은 吐哺握發(토포악발)로도 쓰는데, 여기서의 捉은‘잡다’의 뜻이며, 握(쥘 악)은‘쥐다’의 뜻이기에 통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ex. 捕(잡을 포)는‘싸잡다’의 뜻입니다.
李長城·長培何至今不捕? 捉囚家僮及切隣, 且購捕事通諭. 『中宗實錄 2年 2月 3日』
이장성(李長城)·이장배(李長培)은 무어한다고 지금까지 싸잡지 않는가? 가동(家僮)과 절친한 이웃들을 잡아서 가두고, 또 구포(購捕 ; 상을 내걸고 범인을 잡음)에 관한 일을 통으로 일깨워라.
浞 젖을 착
물에 닿다, 젖다
浞의 전문
浞의 전문 자형은 水와 疋[혹은 足]의 합자이며, 疋[혹은 足]이 ‘닿다’의 소릿값을 나타내어, ‘물에 닿다’로 ‘젖다(/물이 배어 축축하게 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갑골문은 물론이고 금문과 시황제(始皇帝)의 전문은 배달말의 소릿값을 분석하여 시각화 시킨 글자입니다. 특히나 전문에 있어서 배달말에 대한 궁리(窮理)의 섬세함은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며, 어떤 참 역사에 다그쳐지며, 온 몸과 마음이 무너지곤 합니다.
춘추전국을 통일한 시황제(始皇帝)와 그의 승상(丞相) 이사(李斯), 그들은 누구이기에 그토록 위대한 과업에도 불구하고 2천 년 이상 포악한 군주의 대명사, 악랄한 관리의 화신(化身)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는가? 그들이 탄압한 공자(孔子)의 유가(儒家)들, 그리고 그 석전제(釋奠祭)는 지금의 우리가 왜 지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