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특산품으로 이름을 떨쳐온 경남 통영시 '견내량 돌미역'의 올 생산량이 사실상 '0'를 기록해 어민들이 허탈해 하고 있는 가운데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국립수산과학원도 토종 수산자원인 견내량 돌미역의 보존을 위해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배아체' 확보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올 생산량 사실상 '0' 기록
어민 허탈… 원인 논란 후끈
26일 통영시 용남면 장평리 연기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2억5천만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던 견내량 돌미역이 올해는 200만원 대에 그쳐 지난해 판매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영시 관계자는 견내량 돌미역 생산량을 전년도 5t에서 올해는 '사실상 0'으로 집계했다.
통영시 용남면과 거제시 사등면간 좁은 수로인 견내량에서 채취하는 자연산 돌미역은 얕은 수심과 따뜻한 수온 등으로 맛이 뛰어나 예로부터 왕에게 진상품으로 올릴 정도로 이름이 높다. 매년 5월이면 주민들은 배를 타고 견내량으로 나가 끝에 갈고리가 달린 막대기로 돌미역을 건져 올린 뒤 햇볕에 말려 가구당 1천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려왔다.
장동주 연기어촌계장은 "돌미역을 선물용으로 대량 구입해온 사람들과 건어물 가게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치지만 아예 돌미역을 구경조차 할 수 없다"며 "마을 어른들도 돌미역이 이처럼 사라진 것은 처음이라고 해 마을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올해 돌미역이 자취를 감춘 원인을 수확기인 5월초를 전후해 비가 잦고 바닷물 수온이 낮은 등 기상이변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견내량 해역 바다 속에 식용으로 쓸 수 없는 개곤피(쇠미역)가 잔뜩 번식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국립수산과학원은 미역을 갈고리로 뿌리째 잘라내는 채취방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해조류바이오연구센터의 황일기 박사는 "미역은 끝부분의 미역귀에서 포자를 만들어 번식하게 되는데 어민들이 쌍끌이 식으로 뿌리부터 잘라내는 바람에 순환 고리가 끊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견내량 돌미역의 보존을 위해서는 당분간 미역 채취를 중단하고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조류센터는 이달 초 견내량에서 직접 돌미역의 교배와 증식에 필요한 배아체를 확보해 토종 유전자원을 확보한 데 이어 앞으로 대량 증식을 위한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