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산업의 바퀴(2)
에너지의
바다
산업혁명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의 혁명이었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산업혁명은 되풀이해서 보여주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일한 한계는 우리의 무지뿐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불과 몇 십 년마다 새로운 에너지원이 발견되었고, 그 덕분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은 계속 늘었다. 그런데도 에너지 고갈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용 가능한 화석연료가 고갈되면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세상에는 에너지 결핍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족한 것은 에너지를 찾아내 그것을 우리의 필요에 맞게 전환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다.
지구의 화석연료 전체에 저장된 에너지의 총량은 태양이 매일 공짜로 보내주는 에너지에 비하면 무시할 만한 정도다. 태양에너지 중 지구에 도달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데도 그 양은 매년 376만 6,800엑시줄에 이른다(1줄은 미터법에 의한 에너지 단위의 하나다. 당신이 작은 사고를 수직으로 1미터 들어 올리는 데 사용하는 정도의 양이다. 엑시줄은 1줄의 10억의 10억 배다).2 세상의 모든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받아들이는 양은 약 3천 엑시줄에 지나지 않는다.3 인간의 모든 활동과 산업에서 매년 소비하는 양은 5백 엑시줄 가양으로,지구가 태양으로 부터 90분간 받는 양에 불과하다.4 태양에너지만 이야기해도 이런데, 우리 주위에는 그 밖에도 핵에너지, 중력에너지등 수많은 에너지원이 있다. 후자의 가장 뚜렷한 예는 달의 인력에 의해 바다에서 일어나는 밀물과 썰물의 힘이다.
산업혁명 이전에 인류의 에너지 시장은 거의 전적으로 식물에 의존했다. 사람은 연간 3천 엑시줄을 저장하는 녹색 에너지 저장소 옆에 살았으며, 여기에서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끄집어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식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산업혁명 기간에 우리는 우리가 사실 엑시줄의 수십억 배의 수십억 배 에너지를 품은 거대한 에너지의 바다 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오로지 더 나은 펌프를 발명하는 것뿐이었다.
에너지를 끌어내 효율적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던 또 다른 문제가 해결되었다. 원자재 부족이었다. 인류는 대량의 에너지를 값싸게 생산하려 노력하는 와중에 과거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원자재 광상鑛床(예컨대 시베리아 황무지의 철광석 채굴)을 개발할 수 있었고, 혹은 점점 더 먼 곳에서 원자재를 실어 올 수 있었다(예컨대 호주산 양모를 영국의 직조기에 공급했다). 더불어 여러 과학적 혁신이 일어나, 인류는 플라스틱 같은 완전히 새로운 원자재를 발명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규소나 알루미늄 같은 천연자원도 발견할 수 있었다.
화학자들이 알루미늄을 발견한 것은 1820년대였지만, 광석에서 이것을 분리해내기는 극도로 힘들었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 수십년간 알루미늄은 금보다 더 비쌌다. 1860년대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 황제는 가장 신분이 높은 손님들 앞에는 알루미늄 식기를 놓으라고 지시했다. 그보다 신분이 떨어지는 사람들 앞에는 금으로 된 나이프와 포크가 놓였다.5 하지만 19세기 말 화학자들이 막대한 양의 알루미늄을 값싸게 추출하는 방법을 알아냈고, 오늘날 연간 총 생산량은 3천만 톤에 이른다. 만일 나폴레옹 3세가 자기 백성의 후손들이 샌드위치를 싸거나 남은 음식을 가져갈 때 값싼 알루미늄호일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정말 놀랄 것이다.
2천 년 전 지중해 연안 주민들은 피부 건조증에 시달릴 때면 손바닥에 올리브기름을 칠해서 문질렀다. 오늘날 사람들은 핸드크림 튜브를 연다. 다음은 내가 동네 가게에서 사 온 평범한 핸드크림의 성분 목록이다. 탈염수, 스테아르산, 글리세린, 카프릴릭 트리글리세라이드, 프로필렌 글리콜, 이소프로필 미리스트산염, 인삼 추출물, 방향성 물질, 세틸알코올, 트리에탄올아민, 다이메티콘,악토스타필로스 우바우르시 잎 추출물, 마그네슘 아스코빌 포스페이트, 이미다졸리디닐 요소, 메틸파라벤, 장뇌,포르포리 파라벤, 히드록 시이소헥실 3-시클로섹센 카복스알데히드,히드록시트로넬랄, 리날룰, 부틸페닐 메틸프로플로날, 시트로넬롤, 리모넨, 게라니올. 거의 모든 성분이 지난 2세기 동안 발명되거나 발견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은 봉쇄를 당해 심각한 원자재 난을 겪었다. 특히 화약을 비롯한 폭발물의 원료가 되는 초석이 부족했다. 가장 중요한 초석 산지는 칠레와 인도에 있었고, 독일 내에서는 전혀 생산되지 않았다.
사실 초석은 암모니아로 대체할 수 있지만 생산 단가가 비싸기는 마찬가지였다. 독일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독일 시민이었던 유대인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1908년 말 그대로 공기에서 맘모니아를 생산해내는 공정을 발견했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독일은 하버의 발견을 이용해 화약을 산업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때의 원자재는 공기였다. 하버의 발견이 없었더라면 독일은 1918년 11월 이전에 항복했을 것이라고 일부 학자들은 주장한다.6 하버는 이 발견으로 1918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화학상이었지 평화상은 아니었다(하버는 전쟁터에서 독가스를 사용하는 분야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첫댓글 레아님~ 고맙습니다^^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