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 월요일이다.
이곳 첸나이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이다. 오늘은 중요한 연주가 있는 날이다.
숙소에서 4시간 남짓 버스로 이동하여 크리쉬나기리로 출발하였다. 그곳에 트리니티라는
초중고등학교가 있는 데, 이 학교 학생들에게 우리의 연주를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나는 인도에 오기 전부터 이 연주 일정이 확정되자 많은 기대를 하며 기도하였다. 인도에
와서 가장 많은 청중들을 앞에 두고 하는 연주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신경이 쓰였다.
첸나이 시가지를 벗어나니 버스가 속력을 낸다. 도로는 그런데로 차가 달리기에 큰 불편은
없어 보이지만 우리나라 고속도로처럼 그리 시원하게 보이는 탄탄대로는 아니다.
버스 넉대에 분승한 우리는 서로 위치와 차량 형편을 확인해 가며 질주하며 나아간다.
얼마를 가다 보니 왼쪽에 현대자동차 공장이 시야에 들어 온다.
이곳이 바로 첸나이의 산업단지라고 한다. 인도의 수도 델리가 정치도시라면, 이곳 첸나이는
경제도시라고 한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인도경제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니 이번에는 삼성전자 회사 간판이 보인다. 규모는 자동차보다 좀 작아 보이
지만, 인도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회사
가 이곳에서 발전해 가고 있다하니 반갑고도 내심 자부심이 생긴다.
출발한 지 네시간 쯤 되어 학교에 도착하였다. 여성이신 K선교사께서 우리 일행을 반가이 맞아
주신다. 인도에 오신 지가 30년이 넘은 분이고, 일생을 대부분 이곳 인도선교에 헌신한 분이다.
말이며, 행동이 호걸풍으로 가히 여걸(女傑)이라고 불러야 할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에
이곳에 와 맨주먹으로 시작한 사역이 결실을 맺어 거대한 학원을 만들었으니 실로 장하고 귀한
일이 아닌가.
서둘러 연주준비를 한다.
학생들이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옹기종기 모여 앉기 시작한다. 교복을 입고 모여 앉은 학생들의
모습에서 호기심이 철철 넘치는 듯 하다. 내가 미소를 짓고 인사를 하면 반갑다고 같이 인사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연주순서를 기다리며 운동장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주변 분위기를 살핀다.
그러다가 문득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몰려 오고 있었다. 바람까지 불기 시작한다. 나는 크게 긴장
하면서 혼자 조용히 하나님께 기도드린다. "주여, 모처럼의 이 좋은 연주자리에 비가 오면 큰일
입니다. 날씨를 좀 붙잡아 주세요. 연주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는 요지의 기도를 드렸다.
이윽고 우리 순서가 되어 일행들과 함께 준비해 간 곡들을 찬양하였다. 정말 저 어린 학생들에게
은총을 간구하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열창을 하였다. 맞은 편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저들중에서 우리의 찬양을 듣고 전능하신 하나님의 신실한 일꾼이 되어, 인도와
세계 선교를 위한 헌신자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도하였다. 모든 연주를 마치고 연주 시설과 장비를
철수하는 것을 도왔다.
이어서 우리를 위해 인도 현지식 점심식사가 준비되었다. 인도에 와서 정통 현지음식을 접하는 좋은
기회였다. 약간은 질척하게 비빔밥처럼 만들어 접시에 담아 내 주는 식사를 받았다. 식사 장소가
좁아서 나는 밖에서 다른 몇몇분들과 담소하며 식사를 하였다. 수저가 없이 손으로 만 먹는 식사가
어색하고 불편하였지만, 이를 즐기며 식사를 마쳤다. 식후에는 자유롭게 기념 촬영도 하고 나서,
학교를 출발하였다. 연주 시간 내내 비가 내릴 까 걱정했는 데, 비가 오지 않아 너무 감사했다.
K선교사님과 학교 관계자들 그리고 학생들의 뜨거운 배웅을 받으며, 우리는 귀로에 올랐다. 우리들이
다시 고속도로에 올라 첸나이를 향하는데, 학교 출발 후 30분쯤 되었을까. K 선교사께서 현재 그곳은
비가 물동이로 쏟아 붓듯이 내린다고 전해 왔단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며 환호성을 올렸다. 우리들의
연주시간을 피해 비가 내린다니...너무 감격해서 우리는 모두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나는 할렐루야를
외치며 감사했다.
몇차례의 첸나이에서의 연주 기회가 다 소중하지만, 오늘 학교에서의 연주도 내게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의 연주가 될 것 같다. 우리들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지켜 보며 박수를 보내든, 저 이름 모를 학생
들의 앞날에 하나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