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저널2019 여름 11호 <14살, 소녀상 당신>
14살 소녀상, 당신
죽어서야 꿈을 이룬
이 땅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버린
전생같이 아득히 멀기만 한
부모 형제 모여 살던
저 들녘 너른 섬진강가 마을
복사꽃 같은 소녀 시절 그립습니다
곱디 고왔던 철부지 14살
조선 땅 하동 악양에 밀어닥친
일제 만행도 모른 채
남양군도 이름 모를 전선으로 끌려 다니며
가슴 찢기고 터져
혼백 되어 고향 돌아왔습니다
죽어서도 삭힐 수 없는 분노 가득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순정 떠올리며
만장에 사랑이라는 가슴 새겼습니다
떠나온 고향 동구 밖에서
지워져 버린‘정소운*’이라는 이름 되찾아
어머니의 딸로 조국의 딸로
불리고 싶은 것도 죄가 되었습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조국이 외면한 위안부라는 천형에 갇혀
거리에서 아직껏 떠돌고 있습니다
속죄하지 않는 일본 군국의 후손 아베와
더럽고 부도덕한 대한민국 권력과 야합한 적폐는
피눈물 닦아줄 기약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위로받고
일제의 사죄 당당하게 받아
죽어서라도 눈물 거두고 싶습니다
14살 소녀의 꿈 못다 피운 세월을
하동포구 칠십 리 길 만장 내 걸듯
봄마다 벚꽃으로 피겠습니다
*정소운 할머니 (경남 하동 악양 입석리에서 14세 일제의 침탈이 격화되던 시절 놋쇠 공출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죄로 주재소에 갇힌 아버지를 풀어준다는 감언에 속아 부산을 거쳐 중국과 사이공 인도네시아 전선에 위안부로 끌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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