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제가 팔로우 하고 있는 Kim Jeongho님의 글입니다. 참사 기억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함에 깊이 공감합니다. 원글에 첨부된 사진은 공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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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부터 파라마운트 플러스가 방영하기 시작한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다큐 '크러쉬 Crush'
2부작 90분짜리 다큐인데 오마이뉴스와 딴지일보에 송고하기 위해 지난 주말에 2번 봤다. 한국에서 시청할 수 없다는 기사가 나와서 논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웰 메이드 다큐다. 가능하면 꼭 보시기 바란다. 이태원 참사를 다룬 시사 프로그램과 다큐가 많았지만 미국인의 시각으로 미국인 생존자를 중심에 두고 만든 다큐는 크러쉬가 처음이다.
이태원 참사의 미국인 희생자는 2명이다. 전체 사망자 159명 중 85.7%가 한국인인데 2명뿐인 미국인 사망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의아할 수 있겠다. 다큐를 시청하면 의문이 풀린다.
첨부한 것은 다큐에 나오는 사진이다. 미국인 생존자 중 한 명이 친구들과 찍었다. 모두 서울의 모 대학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던 미국 학생들이다. 같은 미국 출신에 서로 죽이 잘 맞아서 자주 어울리는 사이였다. 그래서 참사 당일에도 이태원에 함께 놀러 갔다. 좌측 상단에 손으로 V를 하고 있는 남학생은 스티븐 블레시 Steven Blesi다. 우측 하단에 아이스크림을 든 여학생은 앤 기스케 Anne Gieske다. 이 두 사람이 미국인 사망자다.
좌측 하단에 크게 얼굴이 보이는 여학생 새라 카마고가 사진을 찍었다. 중앙에서 V를 하고 있는 여학생은 아리아나 이바라인데 사망한 앤과 룸메이트이자 절친이다. 사람이 북적이는 곳을 싫어하는 앤을 이번에만 이태원에 같이 가주면 다시는 어디 가자고 하지 않겠다고 설득해서 데려갔다.
이태원으로 가기 전에 친구들은 남산 타워에 들렀다. 다른 관광객이 하는 것처럼 미국의 가족에게 엽서를 써서 부쳤다. 이태원에서 사망한 미국 학생 2명의 유가족은 희생자가 살아서 마지막으로 보낸 엽서를 받은 것이다. 아리아나는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던 룸메이트를 기어이 데려갔는데 자기는 살고 룸메이트는 죽었다.
이 미국 청년은 지난 1년간 어떤 트라우마에 시달렸을까.
다큐에는 한국의 힙한 문화가 좋아서 아예 패션 비즈니스를 서울에서 시작한 미국 청년의 이야기도 나온다. 패셔니스타답게 핼러윈에 어울리는 복장으로 하고 사랑하는 여친과 이태원을 찾았다. 비극의 현장인 해밀턴 호텔 골목에서 여친을 놓쳤다. 골목 안에 첩첩이 쌓인 군중 속에서 겨우 빠져나오자마자 여친을 찾았지만 그 어디에도 없었다. 여친은 도로에 죽 놓여있던 시신들 틈에 있었다. 여친을 발견하까지 시신을 덮은 천을 하나하나 들춰가며 얼굴을 확인해야만 했다.
이 미국 청년은 지난 1년간 어떤 트라우마를 겪었을까.
다큐 크러쉬는 이태원 참사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기록이다. 기억해야 할 것을 잊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를 위한 비망록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인 생존자와 유가족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들 모두 답이 돌아오지 않는 질문을 여전히 가슴 깊이 품고 있다.
기사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다큐 크러쉬는 외국인의 눈을 통해 참사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다큐를 시청한 많은 외국인이 생존자의 증언에 공감하며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 사회는 어째서 그런 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는가? 참사의 진실은 무엇이며, 책임은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가? 이 질문에 우리 사회가 답을 할 때가 되었다."
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시청해야 하는 다큐다. 오마이뉴스와 딴지일보가 기사로 채택할지 모르겠는데 게재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전문을 페북에 올리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