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1.
경기도 교육감이 직위해제된 특수 교사를 오늘 자로 복직시켰다고 한다. 이렇게 교육감의 의사 결정 한번으로 억울하게 직위해제된 교사를 복직시킬 수 있었는데 그동안 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페이스북에 공유된 교육 법령을 보니 문제를 일으킨 교사를 직위해제 '할 수 있다'라고 적혀 있지 '해야 한다'라고 적혀 있지 않다. 이 법령을 왜 지금까지 '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적용한 것일까? 누구보다 교사를 존중하고 지켜줘야 할 교육청, 교육감, 학교장이? 생각할수록 놀라운 일이다.
교사의 억울한 직위해제가 일어난 것이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동안 억울했던 수많은 교사들의 삶은 어찌되는가? 나는 이번 결정을 보며 진보 교육감으로 분류되는 교육감들이 과연 진보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심히 의문이 든다. 이번 결정을 내린 경기도 교육감은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을 제치고 당선된 보수 교육감이다. 보수 교육감도 이렇게 상식적인 결정을 하는데 진보 교육감은 무엇 때문에 하지 못했을까?
진보와 보수를 이분법으로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진보는 무조건 좋고 보수는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은 상당히 위험하다. 이번 결정만 하더라도 진보는 지금껏 외면했고 보수는 지금 단 한번이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실천하지 않았는가? 진보와 보수는 서로 적대적이 아니라 추구하는 바가 다를 뿐이다.
이번 결정 한번으로 경기도 교육감이 진보로 분류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구 시장의 행보를 보라. 대구시에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모든 종교는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린 지 한달도 되지 않아 법이 보장한 퀴어 축제를 반대했다. 전자의 글을 올릴 때 진보 성향의 사람들이 의아하면서도 반가워하며 글을 공유했다. 그에게 진보적인 면이 보인다면서 말이다.
사람의 가치관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정치인은 표심에 민감하므로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한번의 의사 결정이나 행동으로 진보와 보수를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교육과 관련해 생각해보면 전통적으로 교권이 강했고 인권 의식이 발달되면서 학생 인권이 강조되었다. 그러다보니 교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보수, 학생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진보라는 얼토당토 않는 이분법 사고가 만연해왔다.
진보 교육감이 교사의 억울한 직위해제를 풀어주지 못한 것도 어쩌면 이 말도 안되는 이분법 사고 때문인지도 모른다. 교육감으로써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기보다 학생 인권을 무조건 옹호해주어야 진보 소리를 듣는다고 착각했을 수 있다. 마치 학생이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 들어주는 것이 학습자 중심 수업으로 착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학생과 교사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진보를 추구하는 교육감이라면 이 둘 중 무조건 한쪽 편에만 서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여 교육이 진일보할 수 있도록 의사 결정을 하고 정책을 만들고자 노력하길 바란다. 교육부와 학교의 중간 역할을 교육감이 제대로 해주기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믿음이 가는 교육 환경이 될 것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선거를 위한 진보가 아니라 교육 본연의 모습을 위한 진보를 실천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