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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햇살이 참 좋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의 깃발조차 꼼짝 않고 누워 있다.
얼른 밖으로 나오라는 봄의 유혹
끝내 이기지 못하고 대충 청소를 하고 서둘러 나간다.
걷기에도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봄의 트래킹.
아예 길게 집았다.
영도로 걷기로 했다.
처음에는 집에서 좀 가까운 흰여울 문화마을로 가려다가
태종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태종대까지 걷기는 너무 먼 거리.
적당히 타협을 본 거리가 신기산업 카페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신기산업 카페가 가까워지고
눈앞에 조내기 고구마 박물관이 보이자 발길이 멈췄다.
눈앞에서 카페 홍차왕자가 유혹을 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카페에서 홍차를 마셔 본 지가 언제인 지.
들어서자마자 익숙하게 맞아 주는 그림 액자.
그러나 익숙한 건 딱 거기까지 다.
홍차를 주문하고 2층으로 발을 디뎌 본 순간.
모두가 변해 있다.
내친 김에 3층으로도 올라 가 본다.
3층도 많이 변해긴 했으나 다행히 2층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다행히 2층 역시 많이 변하긴 했지만
좀 더 세련되게 여기저기를 꾸며 놓아
몸과 마음이 전보다 더 편한 느낌으로 다가 왔다.
홍차들도 가지대로 잘 정돈을 해 놓았다.
평소에는 다즐링을 즐기는 편이나
오늘은 아싸미카를 주문해 보았다.
모래시계에 맞춰 3분 후에 따라 마셔야 하지만
첫잔은 채 3분이 되기 전에 따랐다.
첫 모금은 조금 연한 맛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3분 째, 다음은 그 한 잔을 다 마신 후인
약 4분 째.
점점 맛이 진해 간다.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조금 부었다.
그리고 나니 다시 차가 제 맛을 찾아 가며
부드러워 졌다.
지금부터는 딱 내 입맛이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찬찬히 변한 카페의 모습을 돌아 본다.
익숙한 찻잔과 집기들.
그리고 익숙한 풍경.
이제는 대부분 익숙한 것이 정답다.
내 집처럼 편안한 곳,
나도 어쩔 수 없이 이제는 나이가 들어 가고 있는
모양이다.
익어 가는 것이 나이라고도 하지만
약간은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