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향수 / 최송연
정확한 나이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새벽송을 따라나갈 수 있도록 허락받은 날이었던 것같아요.
그날은 간만에
새하얀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는 늦은 밤이었어요
새로 산 벙어리 장갑을
조그만 두 손에 끼워 주시던
울 엄니...
오빠 언니 손 놓치지 말고
꼭 붙잡고 잘 따라 다녀야 한다 당부하시던 그 사랑의 음성을 뒤로 하고
벼르고 벼르던
크리스마스 새벽송 대열에 합류하고파
오빠와 언니를 따라 나선 어린 소녀의 가슴은 마구 콩닥거렸죠.
길은 미끄럽고 수북하게 쌓여가는
눈 속에 발이 푹푹 빠져 넘어지고 자빠지고
불어오는 찬바람에
두 귀가 꽁꽁 얼고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이 쓰렸고
눈물이 금방이라도 쏙 빠져 나올만큼 많이도 추운 밤
하지만 어린 소녀는 불평보다
행복으로 넘치던 밤이었어요.
담임 목사님의
인솔하에 성가대 젊은 분들,
중고등부 언니 오빠들로 구성하여
성도님들 집집마다
다녔던 것같아요.
권사님, 집사님, 장로님댁 문 앞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찬송을 목청껏 따라 부른 후
"메리 크리스마스!" 큰 소리로 다 함께 외치면 기다렸다는 듯 장로님 권사님이 나오셔서
우리를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셨죠.
어떤 집에서는 따끈따끈한 식혜를 끓여서 내어주셨고 어떤 권사님은 맛난 떡국도 끓여 주셨고
형편이 안 되는 분들은 미리 준비해둔 과자 봉지를 꺼내어 주시기도 하고...
그러면 교회 오빠들이 냉큼 받아서 미리 준비해 갖고간 자루에 쑥 담아 걸머지고 다녔지요.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던 그때 그 시간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고 그리움에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감동의 크리스마스 송...
우리를 살리기 위해 이 땅 위에 하나님의 말씀이 육신을 입고 오신 그 밤.
그 거룩한 밤
별들이 반짝이는 밤 오랫동안 죄에 얽매였던 우리를
살리기 위해 오신 아기...
그분의 이름은 예수, 임마누엘, 성육신하신 하나님.
세세무궁토록
존귀와 영광, 찬송을 받으소서!
할렐루야!
루디아/최송연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