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의 신기루
마음속의 신기루 길옆으로 메마른 사막의 전경이 널려져 있는 끝없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오래전 그 신기루를 보았던 때는... 짙은 회색빛의 아스팔트가 계속 펼쳐지는 고속도로 저만치 앞에 갑자기 수정 같이 파란 호수가 나타났습니다. 햇빛을 받아 푸른 보석처럼 빛나는 눈부신 작은 호수는, 마치 청량제처럼 장거리 여행의 지루함을 깨기에 충분했습니다.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비가 갑자기 많이 와서 생긴 듯한 저 물웅덩이를 어떻게 지나갈까 걱정하는 순간 차는 이미 그 지점을 통과하게 되었고, 가까이 가보니 놀랍게도 고속도로는 여전히 뜨거운 태양 아래 회색빛으로 말라 있는 것이었습니다. 신기루였습니다. 그 물웅덩이, 마치 오아시스같이 빛나던 그 파란 호수는... 신기루는 그렇게 나타났다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그 찬란하게 빛나던 신기루의 파란 물 빛깔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신기루
신기루는 대기 중에 생기는 빛의 이상굴절 때문에 물체가 실제의 위치가 아닌 다른 위치에 있는 것 같이 보이는 현상입니다. 땅 지표면의 공기가 너무 차갑고 그 위가 너무 따뜻할 경우, 뚜렷한 기온역전이 생겨 대기 중에 빛의 굴절이 생기고, 이렇게 생긴 빛의 굴절이 지평선 너머에 있는 아주 먼 곳의 장면을 확대하거나, 먼 곳의 실물이 가까이 떠올라 보이게 하거나 거꾸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지요.
사막의 신기루 오아시스는 이와는 반대로 지표 온도가 대기의 온도보다 뜨거워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런 신기루 현상은 극지방이나 사막에 많이 나타나는데, 북극해 같은 곳에서는 어떤 때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얼음 덩어리가 거대한 빙산으로, 또는 자그마한 어장(漁場)이 크고 화려한 궁전으로 변모하여 나타나 항해하는 사람들이나 탐험가들을 황홀한 신비감에 이끌리게 합니다.
또 이탈리아반도와 시칠리아 섬 사이의 메시나 해협에서는 공기 온도가 높아지고 물이 잔잔해지면, 구름 위에 아름답고 웅장한 항구도시의 모습이 반영되고, 다시 그 위에 또 다른 제2, 제3의 도시가 솟아올라 현란한 탑이나 궁전으로 보인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신기루이지요? 그런데 아십니까? 매일 하나님도, 우리도 모두 신기루를 본다는 것을, 그리고 마음속에 그 신기루 현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신기루를 보는 사람들
성경에는 신기루를 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번 신기루를 본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놀라운 믿음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에서 살 때에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로라 증거하 며(히 11:13), 보이지 아니하는 자를 보는 것 같이 하여 참 으며 살았습니다.(히 11:27)
한 번 신기루를 본 사람은 그것을 계속 찾게 되어 있습니다. 한 번 하나님의 선하심을 맛보아 안 사람은 그 경험을 계속 동경하게 되어 있습니다. 마음과 생각 속에 하나님의 법이 기록되고 새 언약에 들어가는 경험을 한 사람들, 마음속에 찾아 헤매던 그 샘을 발견한 사람들, 그리하여 하나님께로부터 내 백성이라고 일컬음을 받는 사람들은, 믿음의 눈으로 지금 없는 것을 보고, 믿음의 마음으로 지금 없는 것을 느끼며 소망과 기쁨 속에서 삽니다.
지금은 비록 신기루처럼 잠깐의 순간만 볼 수 있고, 오아시스처럼 잠깐 다가가 갈증을 풀 수밖에 없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그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던 것이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보는 확실한 것이 되며, 부분적으로 알던 것이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아는 것이 될 것이기에... 그리고 그분을 만나 뵈면 우리가 그와 같을 줄을 알기에... 그것은 신기루를 보는 경험입니다. 괴로운 이 세상에 살지만 오아시스 속에서 해갈하며 사는 경험입니다.
하나님의 신기루
어린 장미꽃봉오리는 머지않아 만개할 아름다운 장미꽃을 약속합니다. 도토리 속에서 단단한 참나무를 보듯이, 눈썹처럼 가느다란 초승달 속에서 환하고 둥근 보름달의 모습을 보듯이, 아직 채 이루어지지 않은 우리 미완성의 모습 속에서 성숙한 성도의 모습과 완숙의 열매를 보시는 것, 이것이 하나님의 신기루입니다. 아직은 없지만 언젠가 있을 어떤 것을 보시는 하나님의 믿음, 지금은 아니지만, 꼭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바라시는 하나님의 소망,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지기까지 길이 참으시는 하나님의 사랑,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마음속에 있는 우리에 대한 신기루입니다.
어린이들이 부르는 영어 복음 성가 중에 He still working on me 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만히 뜻을 생각해 보면 가사가 마음을 울리는 노래입니다. 마치 하나님의 신기루를 표현한 듯이 말입니다.
주님은 내가 꼭 되어야 할 그런 사람으로 만드시기 위해
아직도 일하고 계십니다.
해, 달, 별과 지구를 만드시는 데는 단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지만,
진짜 나를 만드시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참으시는 주님의 놀라운 사랑과 인내
주님은 아직 나를 위해 일하고 계십니다.
곧 마음속에 진정한 변화가 나타날 겁니다.
그때까지는 아직 판단하지 말아주세요.
가끔은 미완성 부분이 드러나더라도.
주님의 계획에 따라 나는 곧 완성품이 될 거니까요.
나의 주인의 사랑스러운 손길에 의해...
그분은 토기장이, 우리는 그분 손 안에 있는 진흙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하나님께서는 기초만 조금 지어진 초라한 건물 같은 우리의 모습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궁전을 보십니다. 마치 먼 곳에 있는 어떤 물체가 신기루 현상으로 가까이 나타나 보이듯이, 아직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완결판으로 단장될 우리의 모습을 간절한 소망의 눈으로 보시는 것입니다.
당신은 신기루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당신은 마음속에 아무도 모르는 신기루를 간직하고 있습니까? 모자란 나 자신의 모습에서, 미완성된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완성을 보는 믿음의 신기루를 가지고 있습니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처럼,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믿게 하는 믿음과 환희의 신기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