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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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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작품 1 | 인간 센서 |
대표 작품 2 | 그린 그린 그린 |
수상연도 | 2011년 |
수상횟수 | 제30회 |
출생지 | |
[수상 작품]
인간 센서 / 김녕순
내가 센서 등(燈)을 만난 것은 불과 수년 전이다. 1993년도에 경기도 파주로 이사하여 집을 지은 때만해도 센서 등은 개발되지 않아 계단실에는 일반스위치로 켜고 끄는 전등을 사용했다. 4층인 우리 집 현관에는 30초 동안만 잠시 켜졌다가 꺼지는 ‘타임스위치’를 이용하며, 만족하는 듯 살았다. 만족감은 안일과 정지상태에 머무르게 하나, 편리성 추구의 욕구는 인류의 문명발달을 견인해가는 힘이 아닐까. 계단 입구에서 켜고 올라가면 위층에서 다시 끌 수 없었다. 삼로(三路)스위치(Three Way Switch)라는 것이 있지만 일층에서 5층까지 동시에 켜지니 전력낭비이며 시공도 어려웠다. 불편함과 필요성을 점점 더 느껴가던 터에 센서 등이 출시된 것을 알았다. 반갑게 여러 개를 사다가 일반 등과 센서 등을 나란히 부착해놓은 계단실은 퇴근하는 사람들이 일반 등을 소등해 놓은 밤에도 다가가기만 하면 어김없이 환하게 밝아진다.
4층에 살고 있는 내가 늦게 귀가할 때, 어두운 계단을 향해 조심스레 들어서면 천정의 센서 등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반기며 켜져, 활짝 제 빛 속으로 나를 껴안아 품는다. 중학교시절 어둠 속, 버스정류장에 마중 나오신 나의 어머니가 곁에 계신 것 같은 훈훈한 정을 느낀다. 밝은 낮에는 있는 듯 없는 듯, 보는 듯 안보는 듯 가만히 있다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나를 발견하면 다칠세라 황급히 밝혀준다. 물론 내 몸만 감지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와도 센서기능은 작동하겠지만 나는 나만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느낀다. 일층의 계단을 다 올라갈 무렵이면 켜 있었던 전등은 꺼지고 이번에는 이층의 등이 나를 감지하여 저절로 켜진다. 계단실의 어둠을 몰아내고 나의 주변을 밝혀주어 환해지는 순간, 그 빛 속에 감싸이면 때로는 쓸쓸함을 떨쳐버릴 수도 있고, 기쁨과 평안 속에 하루를 접으며 나의 집에 들어설 수도 있다. 나는 언제부턴가 센서등과 정마저 주고받는다.
나와 가까운 분이 지방에 살고 있는데, 노후에 좋은 집에서 사시라고 아들이 새로 큰 집을 지어드렸다. 정원과 건물이 매우 훌륭한 저택이었으나 부엌 전등스위치는 안방 문에서 멀었다. 모든 스위치의 위치는 사용자의 동선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배치되어야 하는데, 전기기사들이 자기들 배선공사의 편리와 전선 길이 절약 위주로 스위치를 달아놓은 것을 보고 마땅치가 않았으나 언급하지 않고 상경했다. 그 이후에도 수차례 그 댁에서 밤을 지내게 되니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을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이튿날 근처 전기 상회에 부탁하여 센서 등을 달고 스위치를 가까이 옮겨드렸다. 어두워 불편했어도 ‘그러려니’ 하며 생활하시던 분이 밤에 안방 문에서 두어 발자국만 나오니 머리 위의 등이 저절로 환하게 켜지는 것을 보고, 순박한 시골사람답게 기쁨을 동반한 탄성을 크게 외쳐서 나도 속이 확 뚫리는 것 같이 기뻤다. 또 어느 해였던가? 충청북도 충주에 이사 축하차 간 일이 있었는데, 밤에 화장실에 가려고 불을 켜려니 스위치가 멀리 있어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집에 가서도 ‘남의 제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했다. 그 집 주인은 흔쾌히 동의하며, 내일 당장 시공하겠다하여 함께 유쾌하게 웃었던 일도 있었다. 나무꾼에게는 배의 노(櫓)가 쓸모없고 뱃사공에게는 수례가 무용지물인 것처럼 공동주택에서 승강기를 이용하며 사는 사람들에게는 흥미 없는 얘기겠지만, 단독건물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스위치를 찾던 불편을 겪어본 사람끼리는 서로 통하는 얘기가 아닐까?
생각해보면 센서는 전등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일상생활에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적정온도로 조절해주며 유지시키는 난방기구와 냉방기구, 공기가 오염되면 자동으로 켜지는 공기청정기, 일정한 냉동, 냉장온도 상태의 냉장고 등등, 센서의 원리를 이용한 생활가전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사용자의 목소리를 등록해놓고 운전 중 휴대전화기를 향해 상대방의 이름만 말해도 자동으로 걸어주는 음성인식기능은 이미 저가의 휴대폰에도 있다. 음성인식으로 운전되는 자동차도 개발 중이라 하니 놀라운 일이다.
기왕이면 다음과 같은 센서도 개발될 수는 없을까? 사업의 손익계산을 미리 알아차려 경제활동의 오류를 미연에 방지해주고, 위험으로부터도 보호해 주며, 남녀가 배우자를 잘못 찾아내는 어리석음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원래는 인체에도 이러한 감지기능이 더 예민하게 있기는 했는데, 점점 퇴화해 잠재력으로 숨어 미약해진 것으로 생각된다. 초행길 운전을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 69목적지까지 잘 찾아가듯이, 정확한 센서기능이 인생행로를 인도한다면 실패의 고배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적 측면에서는 ‘그것은 바로 성서이다.’라고 답할 것이며, 철학적인 시각에서는 ‘스스로 지혜를 쌓아라.’ 라고 말하겠지.
‘입안의 혀와 같다’ ‘가려운 곳을 잘도 알아 긁어준다’라는 말이 있다. 기계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상대방의 마음을 척척 알아차려 민첩하고 흡족하게 행동해주며, 삶의 길이 어두워 막막할 때 진로를 밝혀주는 ‘인간 센서’가 곁에서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나저나 ‘내가 원하는 바를 먼저 남에게 실천하라.’ 는 말이 있으니, 작은 힘이나마 나도 남을 위한 ‘인간 센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가야겠다.
[작가 프로필]
*2001년도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2011년 한국수필문학상 수상
-주요 활동 사항 -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수필가협회 공영이사
한국수필작가회 감사
목우회 회장
*대표작
<인간쎈서> <입력과 출력>
*저서
그린 그린 그린
[작품 심사평]
김녕순 수필가는 79세로 노령이지만 정렬적인 삶을 보여주는 활동가로 <그린 그린 그린>을 통해 녹색 에너지의 파급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증가하는 노인시대에 있어서의 삶의 바람직한 모색과 행복한 노년의 모습을 선도적으로 보여준 ‘녹색 에너지’ 위력은 유례없는 교보문고 팬 사인회 성과르 나타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