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안 풍경화 [2007년 12월]
몇번의 비행기 여행을 통해 본 풍경을 글로 옮겨보기로 한다
지난 시월 오랜 고민끝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와 광주에 정착하고 생활을 하던중
오년의 한국 생활에 적응이 힘들었고 내심 회의를 느끼던 중에 어느 님의 초대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줄 알았던 미국행 비행기에 다시금 오르게 된 것이다
첫 비행기, 인천서 도쿄까지는 짧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도쿄에서 미국 본토로 가는 긴 비행에 오르고 보니 창가 자리인데다
내 옆에는 의자가 너무 작아 보이는 중국인 부부가 이미 앉아있는 것이다
난 아무래도 불편할 것 같아 승무원에게 자리를 바꾸어 줄것을 부탁했다
비행기는 이미 만원이었고 승무원은 기다려보라늘 말을 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뒷쪽에 통로 쪽 한자리가 있어 시간도 거의 다 되었고 해서
그 자리로 가서 일단 앉았다
승무원들은 바쁘게 오가며 출발준비를 하고있었는데
비행기 문이 닫히려는 순간 마스크를 쓴 병색이 짙은 어느 여자가 비틀거리며 들어오더니
내가 앉은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며 티켓을 내보인다 에구,,,
난 할수없이 일어나 승무원을 보며 혹시 다른 자리는 없느냐고 물었지만
빈자리가 하나도 없다면서 내 지정석이 싫으면 비행기를 내리라는 것이다
차암내~~일본에서 나보러 어쩌라고,,,
좀 쌀쌀맞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한 그소리에 난 찍소리도 못하고
내자리 즉, 그 중국인 부부 옆 창 가 자리로 돌아갔다
부부는 심기불편한 얼굴로 자리를 일어나 비켜 주었다
도저히 두사람 앞을 지나서는 내 자리로 들어 갈수가 없기 때문이다
난 비행하는 내내 내 자리에 갇혀 이 사람들이 잠시 자리를 비우는 순간에만 슬쩍 화장실도 다녀올수 있어다
옆자리의 두 사람중 그 남자는 진짜 환자인지 아니면 과체중 때문인지
자리에서 일어날때도 한참동안 시간을 끌었고 매번 두사람이 동행을 하며
부인이 시중을 들어 주었는데 화장실 한번 다녀오는 시간도
보통 사람의 배는 걸리는것 같아 그동안 내가 들락거리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영어도 전혀 못하는지 마실것 먹을것도 종이에 쓴것을 승무원에게 보여주며 주문하였고
나한테도 뭐라 묻는데 중국말이니 당연히 모를수밖에,,
난 영어로 중국어를 못한다며 미안하다고 대답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어나는 짜증을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며 참았다
영어못하는 울 노인네들도 비행기타면 저러시겠지 생각하면서,,,
한달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길
이번에는 미리 통로 좌석을 맡아서 별 문제 없이 여행을 했다
시간상 한국에 도착하면 저녁이 되니 시차 극복을 빨리 하기위해 기내에서 내내 책을 읽었다
도착지 시간에 따라 비행기 내에서 잠을 자던지 아님 깨어있던지 결정해야 한다
잠깐씩 눈의 피로를 풀기위해 졸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보며 지냈는데
문제는 일본에서 갈아타야 하는 비행기가 심하게 연착을 한 것이다
쓸데없이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거의 세시간이나 지나서
겨우 연결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하니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되었다
광주로 내려가는 공항 리무진 버스은 이미 막차 시간이 넘어 차가 없었고
비행사 측에서 마련해 준 서울 시내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두대의 버스에는 짐이며 사람으로 초만원을 이루어 숨도 쉬기 어려운 상태
겨우겨우 강남 터미널에 도착해 부랴부랴 호남선 터미널에 들어가보니
새벽 한 시 광주행 막차가 막 출발한 직후였다
십여명의 동행한 사람들은 다들 피곤하고 허탈한 상태였고
대합실의 의자에 주저앉아 다른 이들에게 물어보니 순창 전주 광주사람들이 섞여있었다
대충 시간을 보내며 첫차를 기다리자는 사람도 있었고
전주 광주를 외치며 호객하는 택시 기사를 관심있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가끔 뉴스에도 나오는 그런차를 타는게 좀 불안하긴 했지만 이미 물먹은 솜처럼 늘어지는 몸으로
다시 네시간을 더 버티는게 자신이 없어 그 기사에게 얼마인지를 물어 보았다
전주는 오만원 광주는 육만원이란다
심야고속 버스비가 거의 삼만원이니 그리 비싼편은 아니다
이미 두사람은 확보 되었다며 결정을 요구하는데 옆에 있는 광주 사람이 결정을 못한다
대여섯이 그때까지도 장사를 하는 음식점에 둘러 앉아 라면 한 그릇씩 비우고
광주 사람도 가기로 결정을 했는데 기사에게 물으니 아 글쎄 조금만 더 기다리란다
그 기사양반 기여이 다른데서 두사람을 더 데리고 와서 두시가 다 되어 차에 여섯을 태우고 출발한다
전주에서 세사람을 내려주고 광주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다섯시 반
서울에서는 이제 첫차가 출발할 시간이다
집에 들어와 짐을 부리고 어찌어찌하니 창문이 밝아온다
시차 극복을 위해 머리 쓴것이 하나도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되었다 ㅠㅠㅠ
미국에 다시 들어가 살기로 작정을 하고나니 이것저것 마음이 급하다
한달여의 짧은 기간 동안 광주집을 정리하고 최소한의 짐을 미국으로 부치며
차일피일 미루었던 병원에도 다녀오고 친정에서 부모님과 보낸 오붓한 시간들
그 와중에도 형제들을 모두 불러모아 생전 첨으로 대대적인 김장을 했고 부모님을 즐겁게 해 드렸다
드디어 오년의 세월을 접어두고 다시 미국 생활을 향해 비행기를 타게되었다
아침에 떠나는 비행기 시간을 맞추기가 애매하서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부모님 편히 주무시라고 밤 열시에 친구차를 타고 집에서 출발하여
광주에서 시간을 보내고 인천공항에 오니 아침 일곱시,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
난 체면이고 남들 눈치고를 무시하고 공항의자에 누워버렸다
다 회복 되었다고는 하나 아무래도 힘들것 같은 수술후의 장거리 여행이 영 마음에 부담이 된다
예약된 비행날짜를 변경했기 때문에 부과되는 벌금을 줄이기 위해 준비한 서류들을 들고
출국수속을 모두 마친 후 여기저기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화로 작별인사르 한 후에 비행기를 탔다
이번에도 역시 도쿄까지는 별다른 일이 없이 지나갔는데,,,
한국에서 출국수속을 하면서 몸이 불편한 사정을 설명하며
일부러 일반석의 앞자리로 통로 자리를 부탁했건만 비행기를 타고보니 뒷부분이다
손에 든 짐들을 머리 위 공간에 안전하게 넣고 자리에 앉아서 둘러보니 별나게 아가들이 많이 보인다
주위 모든 자리에 한줄에 한 두명씩 고만고만한 동양인 아가들이 미국 부모들과 함께 있었다
에고 오늘도 장거리 비행을 편하게 가기는 틀렸나부다
아무리 얌전한 아가라도 비행기 여행은 쉽지 않다는게 네아이를 키워본 엄마의 마음이다
옆의 아가 엄마에게 물어보니 중국에서 단체로 입양을 하였다 한다
얼마전 티브이에서 본적이 있는 프로그램이 생각이 났다
중국에서는 돈받고 입양을 보내기 위해 전문적으로 아가들이 유괴, 납치된다는 이야기,,,
설마 이 아가들은 그런 케이스가 아니길 속으로 바랬다
옆의 아가 엄마는 이 아이가 새로 가족이 된 딸아이라고 하면서
통로 건너편 자리에 있는 언니 오빠가 될 미국인 아이들을 소개해 주었다
노랑 머리 큰 아이가 검은 머리 새 아이를 얼르며 어울려 노는게 눈에 새롭다
잘 놀다가도 뭔가가 불편하면 빽빽거리며 울어대는 아가들
이것저것 조언해 주고도 싶지만 어련히 잘 알아서 하려니하고
괜히 참견하는 것 같아 스스로를 자제한다
저 앞에 낯 익은 아저씨기 왔다갔다 한다
의자 두개는 필요할 것 같은 뚱보 아저씨이다
아까 일본 공항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왔던 그 남자였다
행동에 전혀 불편이 없어 보이는데 아까는 왜 다른사람 신세를 졌던걸까??
아직 모든 승객들이 대기하고 있던중에 비행기에 먼저 들어가려는지,
휠체어는 잠시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걸어갈 수 있다고 말하던데 그래도 기다릴라니 알았다고 했었다
설마 별문제 없는데 괜히 다른 사람 손을 빌린것일까??
자세한 내막을 모르니 그냥 넘어가지만 얌체족하면 생각나는 사람이있다
전에 알던 사람인데 아직 나이가 육십도 안된 사람이
지하철을 타면 경로 우대권을 이용해 공짜로 열차를 타는 것이다
요즘은 일일이 확인을 안하고 아예 경로 우대권을 지하철 매표소 앞에 내어 놓으니
좀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은 아무나 집어가는것 같다
어느날 표 두개를 집어 나에게 주며 나도 그걸로 타라는데 낯이 후끈 달아올랐었다
그렇게해서 얼마나 절약한다고 그렇게 사는지 원,,,
미 대륙을 향한 긴 비행이 아가들 울음속에 종착지를 향해 날아간다
이 아가들의 새로운 삶이 미국 어딘가에서 설계되고 만들어지듯이
나의 삶도 인생의 후반기를 다시한번 미국에서 새롭게 만들어 보려한다
어린 시절과 청 장년기의 복잡하고 다사다난한 과거를 접고
이제는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살기를 다짐하며
구름을 뚫고 내려다 보이는 미네소타의 아름다운 호수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