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오늘도 폭염이 이어집니다. 아침부터 숨막히는 공기, 많이 지쳐가지만 그래도 또 가봅니다.
이 뜨거운 날에도 어르신들은 기다리고 계실테니 말입니다.
9시 15분,
지난가는 길, 마을 어르신이 갑자기 손짓을 하십니다.
"여 좀 갖다 놔줘"
매장에서 사신줄 알았습니다. 윗집 어르신께서 들고가기 힘들으셨나봅니다. 알겠다고 말씀드리며 갖고 마을을 가서 갖다 놓는데,
"아니, 이거밖에 안샀어요? 큰 거 한 판 필요한대.." 하시는 요양보호사님.
일단 어르신께서 말씀하셨다고하고 내려갔습니다. 나중에 자초지종을 듣다보니, 오늘 면사무소에서 어르신들에게 목욕권을 나눠주던 날이었던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목욕 쿠폰은 요양등급 받은사람에겐 주지 않아 면사무소에서 대체할 물품으로 주셨던것이었습니다. 어르신은 요양등급을 받은 상황이라 받지 못해지만, 그래도 이거라도 받아와서 어디겠냐며 말씀하십니다.
잠시 뒤 뒷집 어르신께서 오셔선,
"거 그... 초코볼? 홈런볼? 있소?" 하시는 어르신.
"아니 그 가시내가 그거 사달라고하네. 허참..." 하십니다.
"이제 그 불닭은 안먹고, 짜파게티만 사오래. 불닭소스는 남아있어서 또 그걸 비벼먹네?" 하십니다.
어르신께 불닭게티라는 것을 말씀드리며, 그것이 요즘세대 취향임을 이야기 해드렸습니다.
할머니가 얼마나 편안하면 과자를 사달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할머님과 손녀따님의 관계가 매우 좋아보였습니다.
10시,
오늘은 어르신 후견인으로부터 연락왔습니다. 요구르트 4줄만 놓고 가달라고 하셨습니다.
어르신께서 필요할만한, 사실만한 소세지, 황도, 빵, 요구르트를 모두 들고 집으로 방문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요구르트 5줄, 빵 3개, 황도 2개를 고르셨습니다. 그러곤, 요구르트에 빨대를 꼽아달라고 하시는 어르신.
근데, 다 해드리고나서 어르신 얼굴을 보니 우측 눈 위쪽이 시퍼렇게 멍들어있었습니다. 어디를 또 부딪히셨는지...
어르신께 여쭤보니 웃으시며 넘어가실려는듯한 몸짓이 있었습니다. 신체가 불편하다보니 조금만 실수해도 멍투성이가 되기 마련입니다.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다음주를 기약하며 나옵니다.
10시 10분,
"깡 맥주 있어?"
카스 캔 맥주 6팩 사러 나온 어르신.
어르신들은 술을 살 때면 보통 사위들 올 때입니다. 사위들 오면 술상이라도 봐야한다며 술을 꼭 사시곤 합니다.
사위방문이 장모님에게 사랑인가 봅니다.
10시 20분,
회관에 인사드리러 가니 "커피?" 하십니다. 지난주에 커피 한 잔 타먹고 갔던게 좋으셨나봅니다.
커피 타먹으러가니, 주방에서 맛난 냄새가 났습니다. 꽈리고추에 멸치 볶아 놓으신 어르신.
"어디 한 번 맛볼텨?" 하시는 어르신.
멸치 한마리 먹어봤는데, 옛날 할머니맛이었습니다. 맛있다고 하니 어르신들께서도 좋아라하십니다.
어르신들께는 커피 잘 마셨다고 인사드리며 다음 마을로 움직였습니다.
10시 45분,
회관에 어르신께서 차를 붙잡으십니다. 회관서 식사를 하시려나봅니다.
부식비 카드를 주시는 어르신. 막걸리 2병, 밀가루 1개 달라고 하십니다. 부식비 카드로는 구매할 수 없는 막걸리. 어르신께서 다른걸로 바꿔서 해달라고 하셨지만, 절대 안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더군다나 주류 구입은 절대 안됨을 다시 한 번 말씀드렸습니다. 그런 상황에,
"에휴 시끄럽게 하지말고, 그냥 이돈 받고 결제 해" 하시는 어르신.
본인 돈 내어 막걸리 2병, 밀가루 1개를 사십니다.
부식비 지원사업이 있어도, 어르신들이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는 품목들 제한이 있다보니 자유롭게 쓰기가 어렵습니다. 점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기, 생선, 야채류는 읍에서 주로 사오다보니 그 때 그 때 필요한 것들은 구매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11시 20분,
마을에 사람이 안보입니다. 날이 더워서 그럴까요. 윗집 어르신도 회관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시며 집에만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회관에는 식사 한다고 준비에 여념이 없으십니다. 늘 사시는 두부, 조미료 등을 사시며 회관 재료들 구입하십니다. 아랫집에서 못뵀던 어르신, 회관에 계시기에 얼굴 한 번 더 뵙고 옵니다. 지난주 몸이 안좋아서 안나오셨는데, 이번주는 나오실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11시 30분,
회관에 오랜만에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몇달만이었네요. 물론 저녁에도 모이셨지 않았을까 싶지만, 너무 좋고 반가웠던 마음이 들었던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어르신께서 지져주시는 솔 전, 그 자리에서 5장이나 먹었네요. 뜯어도 먹고, 말아도 먹고~ 어르신 손맛이었습니다.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서 근 몇개월간 계시다 오셨다는 어르신. 이젠 괜찮아졌다고 하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어르신들 덕분에 점심을 회관에서 잘 해결하고 가려는데, 더 싸가라고 봉지에 담아주십니다. 그 덕에 우리 선생님들것도 함께 챙겨왔네요.
11시 55분
오전 장사 마치고 돌아오는길,
이 뜨거운 무더위 속 하늘은 푸르기만 합니다.
더워서 지치는 마음을 하늘로 달래봅니다.
요즘의 논 시기는 한 어르신께서 이렇게 이야기 하셨습니다.
옛날엔 물로만 농사를 지으면 다 되는줄 알았는데,
요새는 구두신고 농사하라해.
모 심고 물받아놓은 후 1달뒤엔 바짝 빼야하는데,
그 때 구두굽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딱딱해야하는거지,
그러다, 모 뿌리에서 모가 올라오는거 보이면 그 때 물넣고, nk 넣어야해.
그래야 꽉 잡아줘
뜨거운 태양이 바짝 내려서 논의 물을 없애고, 그 힘으로 모가 더욱 튼튼해지는 것 같다 싶습니다.
13시 45분,
건강체조 마치고 앉아계셨던 어르신들. 옥수수철입니다.
동네에 젊은 청년이 기른 옥수수, 옥수수 주문한 어르신덕에 회관에 옥수수 잔치열립니다. 다른 어르신들도 알게 모르게 읍내에서도 옥수수를 사셨다는 어르신들.
"뉴슈가 있는가?" 하시는 어르신.
한 분이 사기 시작하더니,
"옥수수엔 당원 넣어야 맛나지~~" 하시며 너도 나도 사십니다. 어르신들의 구매 바람이 붑니다~
그러곤 젤 뒤에 계시던 어르신,
"나도 한 망 주게!" 하십니다.
회관에 옥수수 한 망 쏘신다며, 결제 해주십니다. 늘 돈을 아끼시던 어르신이었는데, 회관에 나눔하실 땐 통크게 쏘시곤 합니다. 어르신께는 수확하는대로 갖다드린다고 말씀드리며 길을 나섰습니다.
14시 10분,
2.3L 우유를 주기적으로 사시는 어르신이 한 분 더 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통씩 점빵차가 갈 때마다 한 번씩 사시곤 합니다.
오늘은 점빵차 보고 서계셨다는 어르신.
"지난번에 저 안짝에 서있었는데, 그냥 가더라고~" 하시는 어르신.
다음번엔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가겠다고 말씀드리며 우유드리니 좋아하십니다.
15시,
날이 너무 덥습니다. 마을회관 도착하자마자 평상에 누워버렸습니다.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습니다. 물을 그렇게 마시고 다녀도, 에어컨을 계속 틀고다녀도 오늘은 힘들었네요.
7월말이 되면 어쩔련지...
어르신들께서는 걱정이되는지, 잠시 쉬게 바라봐주십니다.
무엇을 하던편안하게 받아주시는 어르신들과 주민들덕분에 잘쉬고, 물건 넘기고 갑니다.
15시 20분,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께서 목욕쿠폰 받는 것 때문에 정신이 없으신 것 같아서, 조용히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그러곤 지나가는길에 있는 저수지 한 번 보니 반영된 하늘이 오늘도 풍경이 예술입니다.
힘들지만, 잠시 보고 지나갑니다.
15시 40분,
마을 올라가는길 틈새로 나있는 깨들이 예술을 보여줍니다.
좁은 틈에 뺴곡하게 심은 참깨들. 어르신들은 빈땅을 그냥 보지 않습니다.
일반인이 보면 맨땅인것을 어르신들은 창조해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농부들은 생명을 일궈내는 존재임을 다시금 느끼는 순간입니다.
어르신께서 나오실려고하셔서, 마당까지 들어가서 물건 내려드립니다.
그 와중, 어르신 보호자분께서는 '개'치러 가신다고 합니다. 모내기가 모두 끝나서 한시름 놨지만, 그래도 해야할 일들은 끝나지 않았기에 장화 신고 갈 준비를 하십니다. 쉬는 날 없이 바삐 움직이시는 농부님들의 모습엔 근면과 성실만 보입니다.
정말 뜨거웠던 7월 첫주 장터가 지나갔습니다. 비가 좀 더 왔으면 좋겠는데,다음주엔 올까요?
다음주엔 조금 만 덜더웠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이번주도 어르신들 덕에 한 주 잘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