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목의 호남 기행
-금강을 따라서 (16)
금강이 펼친 고을 서천, 황해를 품다
서천(舒川)은 금강의 북쪽 고을로 펼친 고을이라는 뜻이다. 금강이 이곳에서 황해가 되니 서천의 물길은 금강의 마지막 식구들이다.
서천군 한산면에서 금강으로 들어가는 원상천과 단상천이 만든 신성리갈대밭은 금강 제 2경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이 신성리갈대밭에서 한산면 소재지로 가면 지현리 60-1번지에 세모시로 유명한 한산모시관이 있다.
한산모시는 올이 가늘고 촘촘하며 까끌까끌한 질감이 살아있어 날아갈 듯 가볍고 시원한 게 특징이다.
이 한산모시를 처음 생산한 건지산 기슭 한산모시마을에 있는 모시각, 전통공방, 전시관, 토속관 등에서 전통문화와 세모시 제작과정을 알 수 있다.
또 이곳 지현리는 백제왕께 진상했다는 천 5백년 전통의 한산소곡주 마을이다. 그 달큼한 맛에 훌쩍훌쩍 마셨다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고 해서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칭도 있다.
이곳 한산면 지현리 산 3번지의 건지산성은 백제부흥군의 산성으로 부흥군 최후의 저항지 중 하나였다.
한산면 소재지에서 북쪽방향인 종지리 263번지는 월남 이상재(1850∼1927) 생가이다. 고종 18년(1881)에 신사유람단의 수행원으로 일본을 시찰했고, 1888년 주미공사 서기가 되었다. 1896년 서재필과 함께 독립협회를 조직하여 민중 계몽에 앞장섰다. 1927년 민족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이 단일 전선을 결성하여 일제에 투쟁할 것을 목표로 신간회를 조직할 때, 창립회장을 지냈고, 저서로 논문집 ‘청년이여, 청년위국가지기초’ 등이 있다. 강연장에서 감시하는 일제형사들을 가리켜 ‘개나리(개+나으리)꽃이 활짝 피었다’고 한 말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한산면과 서쪽에서 이웃하는 기산면에는 영모재와 목은 이색의 능묘 등이 있다.
문헌서원은 고려 말 충신인 목은 이색 선생과 그의 아버지 가정 이곡 선생의 학문적 업적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위패를 모신 사우 효정사와 목은 이색 선생 영당을 비롯해 유림들이 모여 학문을 토론하던 진수당, 6칸 규모의 2층 누각식 강륜당, 제기를 보관하는 전사청, 내·외삼문, 효정사, 이색 신도비, 이종덕 효행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모리 산1-1번지에는 이색과 이곡의 묘, 신도비 등이 있다.
다시 금강변으로 나오면 금강의 식구가 되는 광암천, 옥포천, 길산천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길산천은 금강 제 1경인 금강하구철새도래지로 들어간다. 이곳에 금강생태공원이 있고, 맞은 편 군산 쪽에는 금강습지공원이 있다.
금강갑문을 내려가 만나는 송내천은 건너편 군산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한때 제련소로 유명했던 장항읍이다. 장항읍은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사비성을 지키는 관문이자 중국과의 교역항이었다. 당시는 기벌포라 했는데, 676년 11월 신라가 당나라 수군을 격파한 곳이기도 하다.
판교천, 종천천, 비인천은 곧장 황해의 식구가 되는 물길이다. 비인천이 흐르는 비인면에는 안타까운 설화가 전해진다. 월명산 4층 바위에 얽힌 이야기다.
옛날에 늦도록 자식이 없던 부부가 월명산에서 백일기도 끝에 아들 쌍둥이를 낳았다. 용골대, 망골대라는 이름으로 정성껏 키웠고 몇 개월 만에 칼싸움을 할 정도로 잘 컸다.
어느 날 부부는 두 아들의 겨드랑이 밑에 날개가 있음을 발견하고 역적이 될까 두려워 죽이기로 했다. 두 아들이 언덕 밑에서 놀고 있을 때 돌을 굴렸는데 망골대만 죽고 용골대는 그 길로 집을 나가 청나라 장수가 되었다.
병자호란 때다. 청나라 장수 용골대는 인조를 무릎 꿇린 장수가 되었고, 그 소식을 들은 부부는 자결하였다.
여기 4층 바위는 망골대, 용골대 형제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바위로 그 높이가 4층 정도 되어 그렇게 부른다 한다.
이곳 비인면에서 더 서쪽으로 가면 서면이다. 이 서면은 비인만을 품고 황해를 향해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독수리의 모습이다. 여기 홍원항은 그 독수리의 머리이고 마량항은 날카로운 부리이다.
이곳에 서천화력발전소가 있고 깨끗한 모래와 맑은 물, 동백꽃을 자랑하는 춘장대 해수욕장이 있다. 마량리동백나무숲은 오백년 수령 동백나무 8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동백꽃이 피는 봄 날, 잠시 이 풍진 세상사 덮고 동백정에서 서해일몰을 본다면 살아있음의 기쁨이고 추억이리라.
춘장대 해수욕장
첫댓글 무더운 날씨에 함께 여행하는 기분으로
금강을 따라 서해로 흘러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