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
1. 2025년 대한민국 사회는 ‘법’이 정치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 이후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사회 전체가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이다. 체포영장 발부와 체포가 정당한가? 구속 절차가 법적 요건에 제대로 맞는가? 법원에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현재의 혼란과 불안을 법은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불완전하지만 이러한 혼란의 최종 판단자로 법을 설정하였다. 즉 법에 의해 모든 절차와 내용을 점검받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헌법재판소’에 진행 중인 ‘탄핵심판’은 바로 이러한 법치국가의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2. 그렇다면 법은 과연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독일의 법학자가 저술한 『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은 실제 독일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중심으로 법이 인간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한다. 법은 논쟁이 필요하지만, 논쟁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떤 근거에 의해서든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독일의 논쟁적인 헌법재판을 통해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 가를 확인하는 과정은 흥미로운 작업이다. 모순적인 사태 속에서도 결정을 내려야 하는 법의 고민과 그 결정이 미치는 파장은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일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몇 가지 주제에 대한 판결을 살펴본다.
3. 먼저 개인의 행동자유권에 관한 문제이다. 독일 헌법에는 ‘개인은 자신의 인격을 발현할 자유를 갖는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특별한 이유없이 개인의 행동을 국가가 구속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대마초를 소유한 젊은이가 체포되었다. 그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헌법재판소에 위헌 판결을 제기하였다. 대마초 소유와 관련되어서는 개인의 자유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 모두가 고려되어야 한다. 국가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헌법 질서와 윤리에 반하면” 행동자유권을 제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제한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①자유의 제한은 반드시 목표를 이루는 데 타당해야 한다 ②반드시 필요한 경우라야 한다 ③자유의 제한은 그것이 만들어내는 이점과 균형이 맞아야 한다” 대마초의 해악과 영향에 대한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후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1994) “국가는 대마초 사용을 처벌해도 된다. 취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단지 이따금씩 자기 자신을 위해 소량을 구매하거나 보유하는 것은 처벌할 수 없다.” 합법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정책은 “타당하고 필요하며 균형에 맞아야 한다.” 국가의 폭력을 제한하기 위한 법의 비례의 원칙이 적용된 판결이었다.
4. 시민들의 저항권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일련의 시민들이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핵무기 저장소 앞에서 도로를 막고 비폭력 시위를 전개하였다. 시민들의 시위는 ‘폭력’으로 인정될까? ‘폭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폭력은 피해자에게 신체적 효력 뿐 아니라 정신적 강요 모두를 포함하는 것으로 시위가 트럭을 모는 운전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위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즉 이 문제는 비폭력 연좌농성을 폭력의 강요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결정이었다. 헌법재판소는 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또 다른 법원은 이러한 판결은 첫 번째 차량에만 해당되며 이어지는 차량에는 분명 물리적 위협을 가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처벌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상당한 법적 혼란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법이 적용되는 모습이다. “낱말과 사람은 법의 필수조건인 명확성을 앗아간다. 그러나 낱말과 사람이 없으면 법은 존립할 수 없다.” 최근 계엄사태 극우시위자들이 ‘국민저항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의 시위는 욕설과 폭력 그리고 파괴 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결코 합법적 강요로 인정될 수 없는 명확하고 심각한 불법 행위이다.
5. 국민 저항권과 더불어 ‘표현의 자유’ 또한 중요한 논쟁점이다. 어떤 표현의 수위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독일에서는 차량에 ‘군인은 살인자이다’라는 스티카를 붙이고 다닌 시위자가 기소되었다. 그가 군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이다. 우선 이 문제와 관련해서 살펴보아야 할 것은 그것이 사실인가 아니면 의견인가를 가려야 한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의견은 다르게 판단된다. 또한 표현의 자유와 모욕을 가르는 경계선은 어떤 표현방식을 사용하고 어떤 장소에서 이루어지며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헌법재판소는 시위자의 행위를 표현의 자유로 인정했다. 시위자의 시각은 개별 독일군인의 명예훼손이 아니라 ‘전쟁에서의 살해’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동시에 독일군의 명예도 지켰다.” 현재 대한민국의 거리에는 극우 시위자들의 욕설과 모욕적인 언어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의 언어는 표현의 자유와 모욕을 가르는 경계선 모두를 명백하게 넘어서 있다. 표현방식이 욕설과 언어적 폭력으로 가득 차있고 공개적으로 특정 개인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오와 폭력을 부추길 때 혹은 특정 집단 구성원을 비판하고 더 나아가 이들을 함부로 취급해도 되는 열등한 인간처럼 대할 때 대중 선동죄가 성립할 수 있다.”
6. 책 속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에 관한 판결과 판결의 근거가 설명되어 있다. 그 중에는 모순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가령 끔찍한 살해자에 대해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하여 그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때론 더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도 특정 개인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법치국가는 범죄자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 이런 우월성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국가가 때때로 무기력해 보이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국가가 스스로 정한 규범 때문에 인질을 구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법은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다. 다만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추구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고 반발과 저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헌법’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헌법은 법의 방향을 결정하고 한계에 대한 고민을 포괄하면서 인간 삶의 포괄적인 개념을 구성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 토대이기 때문이다. 때론 기본권들이 충돌되고 모순적인 결과가 발생할 지라도 헌법의 핵심원리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법은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판단하지만 구체적 상황에 대한 판단을 결정짓는 원칙은 구체성을 넘어 보편성과 명확성에 기초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혼란 속에서 ‘법’의 역할과 한계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접했다고 생각한다.
첫댓글 - 법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사기꾼들이 많아질 때 나라는 위태로워 진다. 사기꾼들의 입놀림은 얼마나 그럴 듯 한가? 대통령이, 검찰총장이, 국회의원들이, 변호사들이, 국가인권위원회장이, 성경을 말하는 목사놈들이 시민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는 현실이 한심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