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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 _ 미래 사용 설명서
숨 막히게 펼쳐질 미래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이제 시선을 거대한 변화에서 거두어 ‘나’에게로 옮겨보자. 한 명의 개인으로서 ‘나’는 미래를 향해 흘러가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거부하기에는 너무 무력하다. 그러나 되는 대로 흘러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를 바꾸거나 선택할 수는 없지만, 그 속에서 살아갈 나의 모습은 온전히 나의 선택이다. 변화는 숙명이 아니다. 든든한 사용 설명서가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만드는 도구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청년층인 20대와 30대, 그리고 사회의 주력인 40대와 50대로 나누어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 미래 사용 설명서를 제안해 본다. 아주 작은 조언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작은 씨앗에서부터 나만의 미래 사용 설명서를 싹 틔워 가는 것은 미래의 나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02 _ 이제는 흔들려야 할 때 _ 강승훈 책임연구원
한국인 중 가장 사람이 많은 연령대는 40대와 50대, 즉 중·장년층이다. 인구의 17%로 으뜸인 40대와 16%로 그 뒤를 잇는 50대를 합치면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다. 한국인 3명 중 1명은 195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후반 사이에 태어난 4050 세대라는 뜻이다.
이처럼 다수를 점한 4050 세대가 한국의 평균을 결정한다. 이들이 젊었을 때 한국도 젊었고, 이들의 노화는 곧 노령화 문제로 이어진다. 미래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4050 세대의 미래가 어둡다면 한국의 2030년은 밝을 수 없다. 4050 세대의 미래 준비가 중요한 이유다.
멈춰버린 성장 열차의 마지막 칸, 4050세대
이제는 멈춰버린 성장 열차의 북적대는 맨 마지막 칸, 그것이 4050세대를 묘사하는 가장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치열한 경쟁과 변화를 헤치며 살아온 4050 세대를 알아보자.
4050 세대는 변화 속에서 ‘지행 불일치’를 강요 받은 세대다. 이들이 성장하던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는 우리 경제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었고, 4050 세대는 밝은 미래를 꿈꾸며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1997년 IMF 구제금융 체제를 기점으로 세상이 바뀌었다. 줄을 잇는 기업의 도산 속에서 경제는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당시 사회의 젊은 주력이거나, 막 사회 진출을 준비하던 4050 세대 앞에 펼쳐진 세상은 배운 것과 달랐다. 가족 같은 평생 직장을 꿈꿨지만, 현실은 구조조정과 각자도생의 살벌함이었다. 아날로그 세상에서 자랐지만, 디지털 세대 속 생존을 위해 발버둥쳐야 했다. 럭비공 튀듯 변하는 세상 속에서 배운 것을 버리고 숨가쁜 적응을 강요 받은 4050 세대는 아는 바를 행하기知行一致 어려웠다. 4050 세대가 적응할 대상은 세상보다 변화 그 자체였다.
4050 세대는 화려하지만 실속은 없다. 조직에서는 대부분 간부급 이상이고, 다른 분야에서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시기다. 그래서 당연히 소득과 재산이 많다. 실제로 50대가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소득이 가장 높고, 그다음이 40대다. 순자산 역시 40대와 50대가 가구주인 가구의 순자산 점유율이 전체 가구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다. 4050 세대가 우리 경제의 주력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들을 부자 세대라 단정하긴 어렵다. 4050 세대의 자산은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 게다가 이들이 살아가면서 자녀를 위해 지출해야 할 교육 및 결혼 비용은 크게 늘었고, 부모 세대를 위한 지출에도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이처럼 많이 버는 이상으로 써야 할 곳이 많은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세대가 바로 4050이다.
4050 세대는 스스로의 평가와 타 세대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세대다. 4050 세대는 1980년대 이후 한국의 민주화를 주도해 세상을 바꿨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보는 다른 세대의 눈은 사뭇 다르다. 산업화를 주도했던 선배 세대, 즉 노년층은 뒤를 잇는 4050 세대를 이른바 되바라진 ‘운동권 세대’, 자수성가한 자신들과 달리 차려놓은 밥상에 숟갈만 얹은 무임승차자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젊은 세대의 시각도 따뜻하지 않다. 젊은 세대는 4050 세대가 성장 시대의 과실을 독차지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후배 세대를 희생시켰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입으로는 민주화와 높은 이상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이익에 가장 세속적이었던 겉과 속이 다른 세대라며, 존경보다 냉소와 비아냥거림을 보내기도 한다. 이른바 ‘아재’, ‘부장님 개그’ 등 40~50대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과, 여성 운전자를 조롱하는 표현인 ‘김 여사’가 그런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제 겨우 반환점인데 해가 지고 있다
일모도원日暮途遠 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갈 길은 먼데, 해가 진다는 뜻이다. 4050 세대 앞에 놓인 ‘소득 절벽’과 ‘반퇴半退’가 이런 현상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말일 것이다.
현재 40세인 남성의 기대 여명은 40.16년이고, 여성은 46.34년이다. 50세를 기준으로 보면, 남성은 30.96년, 여성은 36.74년이다. 이제 80세는 장수가 아닌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40세인 사람은 이제 겨우 절반, 삶의 반환점에 다다른 셈이다. 장수 시대의 도래는 반갑다. 그러나 생물학적 기대 여명과 반대로 개인의 경제적 수명은 짧아지는 느낌이다. 2030년이 되기 전, 현재 4050 세대가 소득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직장에서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법적 정년은 점점 올라가고 있지만,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는 현실은 이와 많이 다르다. 40~50대 직장인들은 구조조정의 칼날을 느끼며 직장에서 오래 버티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무직 근로자가 체감하는 평균적인 퇴직 연령은 55.7세이며, 석유화학이나 조선 업계는 50세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 젊다고 생각하지만 직장에서는 등을 떠밀리고 있는 것이다. 소득 없이 살아갈 준비가 탄탄한 것도 아니다. 직장인 대상 설문 조사에 따르면, 노후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돈은 50대가 월 평균 33.5만원, 40대는 이보다 적은 22.2만 원 정도다. 어떻게 계산해봐도 30~40년을 버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이런 상황을 묘사하는 두 개념이 등장했다. 퇴직 후 연금 수령까지 소득이 끊기는 소득 절벽과 살아남기 위해 은퇴 후에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는, 절반의 은퇴인 이른바 반퇴가 그것이다. 현재 4050 세대는 2030년 이전 달갑지 않은 소득 절벽과 반퇴를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절대 끝나지 않는, 그러나 전혀 다른 양상의 경쟁
진학, 취업, 직장 생활 등에서 끊임없이 수많은 동년배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4050 세대는 경쟁에 익숙하다. 하지만 미래의 경쟁은 더 이상 동년배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4050 세대는 우선 일터에서 젊은 세대와 ‘계급장을 뗀’ 경쟁을 시작할 것이다. 과거 일부 IT 기업의 이야기였던 직급 파괴가 주요 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공적이고 위계적인 직급 체계를 깨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변화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직급의 도움 없이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일을 시키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실력이나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후배들의 존경은 고사하고, 자칫 밀려날 수도 있다. 자영업도 다르지 않다. 은퇴한 4050 세대의 전유물이던 자영업 창업의 무게중심이 젊은 층으로 넘어가고 있다. 최근 노동연구원이 통계청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다른 연령대의 1인 창업이 줄어드는 현상과 대조적으로 30대의 1인 창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제 4050 세대는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후배 세대와 자영업 현장에서도 치열하게 싸워야만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공지능, 공유 경제 등 새로운 개념의 등장에 따라 경쟁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양상으로 바뀔 것이다. 새로운 경쟁에 대한 적응이 4050 세대만의 과제는 아니다. 그러나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 4050 세대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적응은 난도가 같을 수 없다. 나이가 많다고 봐주는 시대가 아니다. 이제 후배들과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
지금은 인터미션이 필요한 때
“생의 절반을 보낸 나는 길을 잃고 홀로 어두운 숲에 서 있었다. 아, 그토록 음산한 숲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리.” 단테의 <신곡>은 그렇게 시작한다. 단테가 살던 13세기에도 삶의 중간이란 쉽지 않은 시기였나 보다.
중년은 개인이 삶과 목표에 관한 혼란을 겪는 시기다. 내면이 흔들리는 와중에 몸의 활력은 전 같지 않다. 게다가 밖으로는 세상이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더 달리기 위해 당신에게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긴 연극이나 오페라, 뮤지컬에는 막과 막을 구분하는 휴식 시간, 즉 인터미션intermission이 있다. 쉼 없이 인생을 달려온 4050 세대, 삶의 중간 지점에 선 당신에게도 인터미션을 권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처럼 극적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삶을 되짚어보며 남은 후반전을 준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물론 여러 의무 속에서 숨돌릴 틈조차 찾기 어려운 4050 세대가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다 어느 순간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미 벼랑에 내몰린 상황이기 쉽다. 아직 인생은 반이나 남았다. 아무런 계획 없이 살기에는 너무 긴 세월이다.
어떻게 인생을 점검할 것인가?
인생을 점검하기 위한 출발점은 정확한 현실인식, 즉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그곳이 어딘지 성찰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크리스토프포레Christophe Faure는 《마흔앓이》라는 책에서 육체, 부부, 직업, 자녀, 노부모 등 인생 후반기에 흔들리는 삶의 영역을 점검할 것을 충고했다. 내게 중요한 가치와 영역을 나열하고 그와 관련해 자신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해보자. 그다음으로는 새롭고 명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인생 전반기에는 진학, 취업, 결혼 등 당연시되는 목표나, 방향을 제시하는 선배의 말을 따르며 살아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 방향을 찾고 더 나아가 만들어내야 하는 시기다. 반환점 이후의 인생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명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방향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실행을 위한 치밀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자. 4050 세대 중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과 불안은 준비가 아니다. 혹시 미래 준비가 생각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만 실행이 가능하다. 무언가 배워야 한다면 그것을 위한 시간 계획을, 돈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모아야 할지 계획을 세워보자.
바쁜 일상에서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목표를 향한 표를 구입할 대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바로 오늘이 남은 인생 중에서 그 표를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날이다. 미룰수록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커지고, 나중에는 결국 엄두조차 내지 못할 수 있다.
공자는 잊고 흔들림을 만끽하자
젊은 세대와 달리 4050의 미래 준비는 왠지 소극적인 느낌이 든다. 아마 4050 세대 뒤에 노년이 기다린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소득 감소를 염두에 두고 소비와 활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여생’을 살아갈 돈을 모으는 소극적인 활동을 미래 준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을 바꿔보자. 1960년대처럼 평균수명이 60세에도 이르지 못하던 시대가 아니다. 4050 세대는 겨우 전반전을 마쳤을 뿐이다. 후반전 내내 시간을 끌며 끝나기만 기다리는 축구팀이 될 수는 없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시간이나 끌며 버텨도 될 정도로 많은 득점을 하지도 못했다. 전반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골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직 정리할 때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다 공격적이고 활발한 4050 세대의 생활을 제안해 본다. 젊은 세대에게 없는 경험과 연륜이 있고, 건강 역시 과거의 4050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새로운 기술과 문명의 이기는 낯설지만, 당신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공자는 40 이후에는 세속의 유혹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四十而不惑). 그 말이 세상에 눈과 귀를 닫으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흔들림 없이 하던 것만, 알던 것만을 지속하는 4050 세대에게는 열정은 물론 미래도, 성장도 없다. 마음껏 흔들리며, 혹惑하는, 그런 삶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은 어떨까?
적게 쓰기보다 더 벌 준비를
당연히 저축을 통한 미래 준비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계산기를 눌러봐도 그것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두 자릿수 이자율이 보장되던 시대는 이미 한참 전에 끝났다. 미래의 소득 원천과 고용 가능성, 즉 앞으로 더 벌기 위한 준비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4050 세대가 직장을 떠난 후에도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중·장년층의 절반 이상(51.9%)이 ‘직급과 관계없이 재취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10명 중 1명(10.7%)은 퇴직 전 연봉의 30% 이하를 받더라도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돈 때문만은 아니다. 생활의 활력과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도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빠른 변화 속에서 4050 세대의 경험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흔치 않다. 거기에 인구의 다수를 점한 4050 세대가 은퇴 후 구직 시장에 동시에 쏟아져 나온다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자영업도 쉽지 않다. 우리 나라의 외식 업체 숫자가 인구 79명당 1개꼴로, 170명에 1개인 일본보다 2배 이상 많다는 사실은 이미 자영업에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지 않음을 뜻한다.
모두 일하기를 바라지만, 자리는 부족하다. 결론은 간단하다. 준비되어 있는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바로 지금, 남은 생애 중 가장 젊은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 본격적인 베이비부머의 은퇴를 맞이한 미국은 먼저 고민을 했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에서 제시한 은퇴 후 소득 확보를 위한 고려 사항을 기초로 이야기를 풀어보자.
인생 이모작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필요한 조언의 첫 번째는 최대한 빨리 준비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 직업이나 직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의 준비가 필수라고 이야기한다. 퇴직 후에는 이미 늦을 수 있다. 당장 은퇴를 앞두고 있지 않다 해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준비의 형태는 다양하다. 사업 자금을 모을 수도 있고, 원하는 직업이나 창업에 대한 공부도 좋다. 다만 머릿속 준비에 그치면 곤란하다. 아는 것과 해본 것은 분명히 다르다. 시간을 내 ‘몸으로 직접’ 그 일을 접해보자. 식당 창업을 원한다면, 프랜차이즈 업체에 모든 퇴직금을 맡기기 전에 주말만이라도 자신이 창업하고자 하는 업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분위기와 노하우를 익혀보자. 저녁이나 주말에 요리를 배우며, 그 분야에 소양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다. ‘이 나이에 무슨’, 또는 ‘그런 것은 나중에’라는 생각이 앞선다면 실패를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다.
두 번째 조언은 현재의 직장이나 직업 등 수입원을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재취업이나 사업은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힘들다. 의욕이 앞서 대책 없이 현재의 직장이나 직업을 팽개치는 사람들을 본다. 그러나 도전을 위해 지금의 안정된 기반을 발로 걷어차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배수의 진을 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정년 연장 추세와 젊은 인구 감소에 따라 당신이 생각한 이상으로 현재의 직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확실한 자신이 없다면 쉽게 움직이는 것은 좋지 않다.
세 번째 조언은 모르는 분야보다 취미나 현재의 직업에서 얻은 경험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 길을 찾으라는 것이다. 현재의 일이 적성에 너무 맞지 않는다면 완전히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르는 만큼 더 큰 위험 부담이 있고 학습이 필요하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재취업 시장에서도 특별한 경험이 없다면 신입 대신 4050 세대를 뽑을 이유가 별로 없다. 따라서 좋아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에서 창업과 재취업의 기회를 찾는 게 좋다. 취미를 직업이나 사업으로 만들 경우에는 적응이 쉬울 뿐만 아니라 부가적으로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조언은 새로운 직업이나 직장에 맞춰 생활의 변화도 준비하라는 것이다. 은퇴 전 생활은 현재의 직업이나 직장에 맞춰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직업이나 직장을 찾으면 생활도 변해야 한다. 기존의 소득 규모와 일하는 시간에 맞춰서는 새로운 생활이 어렵다. 일 자체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생활의 변화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생활의 변화, 예를 들어 개인 시간의 증가 등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
움츠리기보다는 확대를
늙은 사람들은 주저앉아 “그게 뭐야?”라고 묻지만, 소년은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본다. 스티브 잡스가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그는 ‘늙은 사람’을 나이보다 태도로 판단한 것이다.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새로운 것을 귀찮아한다면,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일단 못마땅하다는 생각이 앞선다면 4050 세대도 이미 늙은 사람이다. 새로운 것에 향한 거부감은 바쁘다는 증거 이전에 정신적 노화의 증거이기도 하다.
생각을 바꿔보자. 새로운 것이 꼭 부담만은 아니다. 당신의 고민과 약점을 해결해주는 축복일 수도 있다. 옛 노래를 흥얼거리며 향수에 젖는 것도 좋지만 낯선 것에 더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기위해 일부러 노력해보자. 먼저, 그런 것은 필요 없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고 새로운 기술과 문화에 도전해보자. 하루쯤은 자가용을 두고 일부러 젊은이들처럼 카 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해보자. 드론을 날려볼 수도 있다. 여행을 떠난다면 흔히 생각하는 호텔이나 리조트 대신 에어비앤비 등 숙박 공유 서비스에도 도전해보자. 스마트폰 번역기로 외국인과 대화를 시도해보자. ‘왜 꼭 그래야 하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이미 정신적으로는 완고한 노인일 가능성이 높다.
인간 관계도 새롭고 공격적인 방향으로 넓혀보자. 40대 이후의 인간 관계는 좁아지기 쉽다. 직장인은 동료나 동종 업계의 울타리를 벗어나기 힘들고, 주부는 역시 주부만 만날 가능성이 높다. 생활 반경이 좁아지고, 서로 처지가 비슷해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정보도 쉽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동종 교배형 인간 관계에서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생각이 나올 여지가 있을까? 같은 이야기의 반복 속에 “나만 뒤처진 것은 아니구나!’ 정도의 자기 위안이 고작이다. 동년배나 동업 분야를 넘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보자. 나이나 업종이 중요하지 않은 모임, 예를 들어 취미 동호회 같은 것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 것 할 시간이 어디 있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스티브 잡스의 말을 다시 떠올려보자. 늙은 사람이 앉아서 “그게 뭐야”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앉아서 “그게 뭐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늙은 사람이다. 혹시 그것이 당신이 세상의 변화를 대하는 태도는 아닐까?
가장 중요한 투자는 삶의 질에
4050 세대가 노년기에 이르면 세상이 변할 것이다. 불치병에 걸려도, 각종 약물과 인공장기의 힘을 빌려 적어도 의학적으로 ‘살아 있는 상태’를 지금보다 훨씬 길게 유지할 것이다. 가족에게 버림받아도 로봇 간병인이 불평 한마디 없이 대소변을 받아줄지 모른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지만, 인공지능을 말벗 삼아 수다를 떨 수도 있다. 그것으로 행복하다면 좋다. 하지만 그게 진정한 행복이 아닌 것 같다면 가족과 건강을 챙기라는 상식, 아니 잔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 전국노인협회에 따르면, 노년기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는 금전적 여유보다는 오히려 가족과의 관계라고 한다. 또 노년층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육체적인 건강이다. 결국 노년의 행복은 몸과 마음의 건강, 그리고 당신을 둘러싼 사람들에 달려 있는 것이다.
기술의 발달이 병을 치료할 수는 있지만, 건강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기술이 가족 관계에 깊이를 더해주는 핵심이 아님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당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과 가족 관계는 주로 살기 바쁜 40대나 50대에 망가진다. 건강과 가족 관계는 절대 단기간에 회복할 수 없다. 복권이 당첨되면 갑자기 부자가 될 수 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건강과 가족을 포기하고 산 사람이, 노년기에 느닷없이 가족과 관계가 좋아지거나 건강해지는 경우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4050 세대는 삶의 질도 소극적으로 지키기보다는 투자라는 공격적인 생각으로 임하는 것이 좋다.
은퇴자 중 약 5분의 1이 건강 때문에 일을 그만 둔다는 미국의 조사 결과가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배우고 경험을 쌓고, 자금을 모으는 이상으로 건강에도 투자해야 한다. 노년기의 재산 중, 말 그대로 금전적인 재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그 밑천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가족 관계 역시 투자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앞서 말한 인간 관계의 다양성 확대가 양을 강조한다면 가족 관계는 깊이와 질이 중요하다. 일을 위해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를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결국 그 대가는 외로운 노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경제적 문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풍족하지 않더라도 건강과 가족간의 끈끈한 유대를 바탕으로 행복하게 사는 노년층은 많다. 노년의 행복은 결국 삶의 질에 대한 투자가 좌우한다.
더 큰 가치에 대한 관심
사회의 중추인 4050 세대는 ‘스스로 잘 살기 위한’ 미래 준비에서 멈추면 안 된다. 다른 세대와 미래를 위한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4050 세대는 앞선 세대와는 성장 시대를, 이후 세대와는 저성장기를 공유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는 사회의 주력이다. 기력을 잃어가는 노년층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반을 잡기가 벅찬 젊은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4050 세대의 몫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 번도 가벼웠던 적이 없는 4050 세대의 어깨는 2030년에도 가벼워질 일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좋지 않은가? 무거운 어깨는 아직 4050 세대에게 많은 가능성과 기대가 남아 있다는 증거다. 4050 세대는 2030년에 대비해야 하는 세대가 아니라 그 시대를 만들어야 하는 주역이다.
『2030 빅뱅 퓨처 _ 세상의 판을 뒤흔드는 거대한 힘 _ LG경제연구원 지음』 中에서 一部 拔萃 編輯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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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꼭 저 들으라고 하는 말 같아 움찔합니다. ^^
늘 사회의 문제가 크고, 시대의 문제가 크다가 강변하지만서도,
언제나 늘 결과는 사람따라가는 것으로 알고 삽니다. 그리 살아야한다 이야기하고요.
다 동갑인 제 친구들 봐도 그렇고요.
암튼 운이 좋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최소한 제 세대까지는요.
고맙습니다!
고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