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림식당 ‘시락국’ 그리고 순창의 아침산보
순창군청 옆에 구림식당이 있다. 식당이 따로 없는 요즘 모텔에서 자고 나면 뱃속이 출출하다. 간밤에 객지에서 술도 한 잔 했겠다. - 며칠 식당에서 짙은 양념으로 지내다보면 그리운 것은 집밥이다. 아침이라야 어떻게 된 일인지 전국통일 콩나물해장국이 대세 아닌가?! 시장을 찾아 백반집? - 기사식당? 하고 물을래야 일요일 아침 그래도 군청이 있는 마을인데 한적한 골목골목 인적도 없다. 항상 마지막에 경찰서를 찾곤 하는데... ‘시락국이요!!- 저기 다리를 지나 그 다음 중간쯤에 구림식당이 아침을 해요- ’ 이 고을 사람으로 부부의 인연을 맺고 20년 넘게 이 식당을 꾸려왔다는 주인아주머니에게서 전라도의 인심이 묻어난다. 묵 한 점에 무졸임 한 조각- 그리고 된장에 녹아든 시래기로 금방 속이 훈훈해진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느낌이다.
소머리국밥이나 추어탕도 좋지만 이럴 때 시래기국은 정말 흙냄새를 느끼게 한다. ‘시래기국’이라는 말보다는 왠지 ‘시락국’ 그 語感이 내게는 좋다. 1일과 6일에만 장이 서는 순창에서 TV공세로 한껏 인기를 탄 순창시장 ‘연다래’ 순대국 젊은 주인을 우연히 옆자리에서 만났다. ‘울 엄니가 여그 있는거 알면 큰일나는디...’ 카메라 앞에서 완전히 탤런트다. ‘아주머니도 인터넷에 글을 좀 올려봐요...’ ‘컴퓨터가 머신지도 모르는디- 워떻게 글을 올린당가?!’ ‘저 카메라 가진 아저씨보고 써달라고 그래요-’ - 그래요?! 그럼 써볼까? 그냥 웃음이 나온다. ‘써 주시면 제가 대신 아침밥은 살랑게-’ 우스개를 멈추자 연다래는 ‘울엄니 성질알쥬?! 이러다간 정말 큰일 나것네-’하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이어서 순창고추장단지에서 동백집을 운영하는 주인내외가 성경책을 내려놓고 또 아침을 시킨다. 동네사람들의 일요일 아침이 이집에서 시작되는가? 순대집- 고추장집 주인들과 사교모임[?]도 마치고 일어서는데 정말 연다래 사장이 아침밥값을 냈고 주인은 손사래를 치며 밥값을 받지 않았다. 살다보니 별 稀罕한 일도 있었는데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아침을 먹고 섬진강이 시작되는 강천사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순창읍에서 제법 강을 이룬 그 둑길을 걷는 것은 또 다른 호사다. 코앞에 있는 군청은 아마 옛 東軒의 자리- 그 옆에는 客舍가 잘 복원되어 있다. 느티나무만이 역사를 말하는 그 강변을 거니는 雨水의 아침에는 어제 내린 눈발 탓인지 쌀쌀했지만 봄기운은 완연했다. 순창에 오면 이제 아침 때문에 읍내를 순회하는 헛고생은 안 할 것 같다<*>
구림식당 주인 : 김민호 전화 : 063-653-7778 전북 순창군 순창읍 남계리639
식당은 군청가는 길 큰길가에 있다.
내 어린 시절의 구수한 시락국
'울엄니! 나 여그 있능거 알믄 큰일 나는디?! '연다래' 사장'
차림표는 지금 농촌현황과 현대경제변천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구석에는 봄을 기다리는 여린 생명들이-
그 옛날에는 돈을 많이 들였을 집은 이제 나이테를 더하고-
주방의 그릇들은 20년의 역사를 말한다.
타일을 새로 깐 식당 입구
'살펴 가셔유!' 요즘은 좀체 주인의 인사를 받기도 힘겨운야박한 시절이 되었다.
너무 일러 헛탕을 치고 돌아선 순대집 연다래
1일과 6일에 장이 서서 오늘은 한가한 순창시장 순대골목
식당 앞길을 건너면-
재미있는 둥구나무가 서있는데 이 나무등걸을 찾으면 바로 구림식당.
여름에 이 평상에 ?으면 강바람이 시원- 지금은 강에 하얀 눈이 보인다.
그 정자나무 옆에 객사...
군청을 배경으로 역사를 말하는 느티나무
이곳이 옛 동헌의 뜨락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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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주막의 등불 원문보기 글쓴이: 양효성
첫댓글 훌륭한 글에 좋은 정보입니다. 그런데 효성 선생께서 한국 여행을 하시는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