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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수
건설부, 환경부 근무
대구, 부산녹색환경지원센터 근무
대경상록자원봉사단 수필창작교실 회원
성묘와 백일몽|수필창작교실
fool | 조회 149 |추천 0 |2017.10.15. 06:45 http://cafe.daum.net/dgsr00/VBhq/1450 김 용수
아내는 기독교 신자이다. 칠십 세살인 누님도 기독교 권사이고 돌아가신 어머니도 집사이셨다. 필리핀 여성인 며느리도 어린 시절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단다. 동생 내외도 신자이다. 나 역시 매주 일요일에는 교회에 출석한다. 그러나 아직 세례는 받지 않았고 목사님도 세례 줄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세례를 받기 위해서는 필히 세 차례의 별도교육을 받아야 하나, 나는 그때마다 감기에 걸리거나, 친구의 할머니 조문을 이유로 별도교육을 받지 않아서다. 칠팔년 전부터 세례시즌인 가을이 되면 매년 발생하는 정기적인 불상사다.
여하튼, 크리스천 가족으로 구성된 우리 집에는 재사 또는 차례라는 미풍양속은 거행되지 않는다. 이번 추석에도 차례 대신 선산에 모여 아내의 인도로 찬송가 사도신경낭송 아내의 설교 찬송가 순으로 이어지는 간단한 추도식을 마치고 여자들은 밤을 따러 서둘러 뒷산으로 가버렸다.
나는 남은 남자들 세 명을 대동하고 소주 한 병 생선부침 한 접시를 들고 할아버지 묘소부터 참배(?)를 한다. 어머니 묘소까지 진행되면 소주병은 빈 병이 된다. 동생과 자식들은 운전 때문에 시음을 못하고 나만 나이스 소주! 가 되어 정신이 몽롱하다.
증조, 고조할아버지에 대한 차례는 종손이 올린다. 그 위 조상님들에게는 문중에서 매년 11월에 일괄해서 묘제를 올린다. 별도로 대동종친회 주관으로 가문의 시조 묘에서 합동참배를 한다.
우리 가문의 시조인 수로대왕의 뿌리는 어디일까?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단군, 우랄알타이어족, 식인종, 크로마뇽인, 아프리카 유인원, 시조새. 배암 이빨이 악어 닮은 물고기……. 그 이전에는?
동물<생물<보이지도 않는 생명체<물질<빅뱅<특이점<무. 無 ?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에서 출발하였단다. 나를 태어나게 하시고 지금은 내 앞에 있는 이 묘소 아래서 영면하고 계시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뿌리가 유(有)도 아닌 무(無)란다. 내가 무(無)의 후손이란다. 짙고 으스스한 안개 속에서 허물거리며 혀를 입언저리에 매달고 나타나는 도깨비처럼, 우리 모두가 무에서 스믈 스믈 생겨났단다.
생겨나서 옆집 순이와 정말로 잠시 잠깐 눈이 맞아 아이 만들고.. 결혼하게 되고, 간신히 취직해서 흥얼흥얼하다가 늙고 병들어서 땅에 묻히는 것. 이것이 인생이란다. 그래서 구약성경에 인간을 mortal의 존재, 즉 죽어야 할 존재로 기록한 것인가?
죽고 난 후에는? 도대체 저 세상이란 것이 존재하긴 하는가? 천당도 있고 관세음보살이 계신다는 서방정토도 존재해야만, 이 생에서 죄 안 짓는 대가로 억울하게 고생을 한 사람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될 수 있는데……. 저 세상을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을 만나지 못해 존재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다.
그러나 존재여부를 떠나서 무에서 태어났으면 언젠가는 무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본래고향인 無가 아닌가? 공(空)이 아닌가? 그런데도 돌아간다면, 즉 죽는다고 하면, 겁에 질려 아이고 아이고(I go) 넋두리한다. 미지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워 죽을 지경(?)이라는 뜻일 것이다. 속세에 살고 있는 우리들 모두가 그렇게 한다.
그래서 평소에는 내가 사장입네 청장입네 시인입네 하면서 거들먹거리다가도 조금 심하게 아프면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암에 걸렸다하면 집안이 시끄럽고 "준비하시지요." 하면서 의사가 고개를 가로 저으면, 온 문중이 떠들썩한다. 아이고, 에고(ego)가 나타난다.
이렇게 호들갑 떨지 말고, 평소에 나의 뿌리를, 내 정체를 바르게 체득해서 인생이 일장춘몽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허망한 욕심 버리고 겸손하게 살다가 때가 왔느니라 하는 징조가 나타나면 "알겠습니다. 돌아가겠습니다." 하고 군소리 없이 가는 것이 모양새가 더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초연(?)하게 살다가 삶을 마감하면, 우리 자식들이 "우리 아부지, 철학자다운 의젓한 면모도 있었어. 비록 명심보감도 제대로 해석 못했지만……." 하며 선산의 우리 어머니 묘소 바로 아래에 안장해주고, 추석에 저희들 아내 몰래 소주도 몇 잔 따라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마감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1세기를 더 산다면 가능성은 없지 않겠지만……. 어휴.
" 당신, 술 마셨어?" 밤을 줍고 돌아온 아내의 파열음이다. 망상을 동반한 몽롱한 졸음이 바람소리 남기며 사라진다. 산 새 소리가 유난히도 시끄럽다. 어머니가 지하에서 끌끌 혀를 차시는 것 같아 못내 송구스럽다. 끝
마음을 반납합니다. |수필창작교실
fool | 조회 165 |추천 0 |2017.09.25. 12:48 http://cafe.daum.net/dgsr00/VBhq/1436
김 용수
작년 9월경이었다. 일부 치약업체들이 생산한 치약에서 가습기용 살균제가 검출되었다는 유관기관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다. 가정주부들 특히 그 중에서도 학부모들이 놀라서 이미 사놓은 치약을 반품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반품을 하면 환불한다는 홍보가 있은 후 나흘 만에 무려 138만 개가 반품되었다고 한다.
가정주부들을 이처럼 경악시킨 가습기 살균제란 도대체 어떠한 것인가? 신생아 등 노약자의 호흡기질환을 치료 내지 예방하기 위하여 건조한 실내에 틀어놓는 가습기의 내부를 소독하는 살균제이다. 이것으로 소독을 할 경우, 번거롭게 물과 세제로 청소를 할 필요가 없다고 홍보되어 많은 이들이 애용하고 있는 화학약품이다. 여하튼 공식적인 발표로는 우리나라에서 2011년부터 5년 사이에 78명이 이 물질에 의해 폐질환을 일으켜 사망했다고 하니 살균제가 아닌 살인제였다. 그러하니 어린이 등 노약자를 보살피는 가정주부들이 놀란 것은 당연지사였다.
환불소식을 전해들은 나도 집에 있는 치약 열 두어 개를 자전거에 실고서 이마트에 갔다. 반품하는 사람들이 두 줄로 길게 이어져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양손에 서너개씩 들고 있기도 하고 또는 핸드카트에 실고 있거나, 어떤 이는 아예 여행용 트렁크에 가득 담아 끌고 온 이도 있었다.
가정마다 치약들이 이렇게 많이 비치되어 있었다니 ……. 어린 시절에는 paste치약은 커녕 분말치약도 없어서 소금으로 이를 닦았는데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였다.
선생님은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만나본 여성중 가장 세련되고 날씬하고 황홀한(?) 여성이었다. 대구의 모 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갓 교단에 서신 0 0 0선생님은 냄새부터가 남과 달랐다. 어머니는 물론이고 나와 여덟 살 차이가 나는 누나에게서도 맡아볼 수없는 향긋한 내음이 머리카락에서 항상 흘러 내렸다. 교실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미로움이 후각을 자극하면 나는 선생님이 내 주위 어디쯤 왔는지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쯔 어 굿 데이 셀리 이즈……." 수업시간이 되면 우리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전의 할아버지 선생님 때와는 달리 화기애애하고 향기로운 분위기 속에서 꼬부랑 공부가 점점 재미있어 갔다 .
"김 용수 " 선생님이 환하게 웃었다. "네가 2학년에서 영어시험 1등이다" 대견한 듯이 나의 등을 토닥여 주시던 선생님이 갑자기 흠칫하신다."이게 무신 냄새고?" 정답던 천사의 목소리가 놀란 파열음으로 바뀌었다. 꽃피고 새우는 천당에서 피리를 불던 나의 마음은 순식간에 해골만이 허우적거리며 걸어다니는 황량한 지옥으로 굴러 떨어졌다. 상을 찡그린 선생님의 얼굴표정이 시공을 뛰어 넘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로부터 보름 쯤 지났을까 . 둘째 수업이 끝나고 나서 370 여명의 전교생이 체육선생님의 고함소리에 모두 운동장에 집합했다. 여섯 분의 담임선생님들도 조회 때처럼 제자리를 지키고 우리들의 이탈을 감시하였다.
각 학급 주번들이 큰 물주전자를 들고 학생들의 빈 도시락(벤또)에 물을 따라주면 우리들은 순서대로 급장이 들고 있는 가루봉지에 검지를 넣어 처음 보는 가루치약을 듬뿍 묻힌다. 교장선생님의 훈시가 지루하게 계속된다. "에 또, 이빨은 오복중의 하나입니다. 이빨을 잘 닦아야 냄새도 안 나고……. 가루치약은 선생님들이 월급을 갹출해서 산 것이닝께..."
그날따라 날씨가 무척이나 맑았다. 하늘도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게 가을을 노래했었다.운동장에 은은히 퍼지는 가루치약의 향기로운 냄새, 370 여명의 학생들이 질질 내뱉은 붉게 변한 양치질 물, 말없이 그 물을 받아 들이는 운동장의 황갈색 흙, 분홍색으로 물든 이를 드러내며 계면쩍어 하던 키가 제일 큰 영희, "냄새 좋오타" 며 꿀꺽 삼켜버리는 짱구의 모습, 그리고 양손을 교대로 사용하여 검지로 마구 이빨을 문지르는 나를 바라보던 선생님의 웃음기 짙은 눈매, 이 모든 것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아련한 기억속의 일들이다.
그 선생님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반백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120 여명의 우리 동기생 중 열대여섯 명은 벌써 명을 달리했단다. 애를 낳다가 죽은 여학생도 있었고 암에 걸려 죽은 이, 교통사고로 죽은 이 등 사인도 다양하다. 혹시 그 선생님도 저 세상으로 가셨을까?
인간인 이상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건강한 할머니로 잘살고 계시리라고 믿고 싶다. 모두들 건강하게 오래살기를 바라는 마음, 가슴이 짠하다 .
환불을 받은 금액이 삼만 사천 원이나 된다. 오랜만에 마트에 온 이상 빈손으로 돌아가기도 섭섭해서 아이쇼핑을 하였다. 1층 식품부에서 죽염이 눈에 띤다. 빈 대나무 통에 소금을 집어넣고 일곱 번을 구워 만든 것이라는 문구가 들어왔다. 치약대신 사용하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선사유적 공원에 들렸다. 한가할 때는 자주 찾는 조그마하고 고저녁한 근린공원이다. 돈을 벌겠다고, 그래서 잘살아 보겠다고 남의 건강을 도외시하는 것은 죄악이다. 그러나 그 죄악이 이기심이 이 나라 금수강산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아니, 부끄럽지만, 내 마음의 잠재의식 속에서도 거대한 용암처럼 꿈틀거리며 서서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물욕, 명예욕, 식욕, 성욕 등 갖가지 탐욕과 이기심이 원초적 본능이라는 가면을 쓰고 바다속 빙산처럼 살아서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
때때로 그 파편들이 밖으로 불쑥 튕겨나와, 나 자신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은 노욕으로 쭈굴어지면서 생기를 잃고 콘크리트처럼 점점 형해화되어 가는 것 같다.
고희가 가까운 나이인데 계속 이렇게 살아가야만 하는가? 이렇게 사는 것이 보람된 것일까? 자괴감이 파도처럼 마음을 때린다 .
가능하다면, 치약을 반납하듯이 탐욕에 물든 이 마음을 반납하고 싶다. 그래서 옛날의 가난했지만 순수했던 시골소년의 마음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백화산 기슭 아래 이름 없는 조그마한 학교의 가을 운동장처럼 그렇게 여생을 보내고 싶다. 그래서 삶이 다하는 날 "그간 감사하였습니다." 하고 남은 이들에게 여한 없는 작별인사를 하고 싶다. 끝
짱구야 강변 가자.|수필창작교실
fool | 조회 106 |추천 0 |2017.09.17. 15:29 http://cafe.daum.net/dgsr00/VBhq/1426
김 용수
20여 년 전
새벽, 경부선 새마을호 열차에서 바라다 본 차창 밖의 풍경은 추수가 끝난 뒤의 하얗게 서리로 덮힌 빈 들녘이었다.
아마 경산 압량들이었을 것이다. 평소에는 을씨년스럽고 황량하다는 말 이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쓸쓸한 풍경이었지만, 그날의 나는 그 곳을 스쳐 바라보며 말할 수 없는 포근함과 편안함을 느꼈다.
여름철의 힘겨운 노동과 가을 추수의 결실도 끝나 버린 후의 텅 빈 들녘은 마치 해야 할 일을 완수하고 생활전선에서 물러나 고향에서 노년을 보내는 초로의 신사 같은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였다.
그 때가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서 한 달간 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지 반 여 년 남짓 지났을 때였고, 더욱이 가족이 있는 부산 집을 떠나 직장이 있는 구미로 가는 월요일 새벽 출근길이었기에 아마도 심경이 착잡하고 약간 감상적으로 되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런 감정이 생겼을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는 11월이 되니 그 때의 기억이 몰록 솟아오른다.
병들어 쓰러지니 평소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행태가 가지각색으로 와 닿았다. 손을 잡고 안쓰러워하는 누이, 공상처리를 하기위해 동분서주한 계원들,문병을 와서 " 내사 마 그럴 줄 알았다. 술을 얼메나 들이 마시노. 술고래아닌가베" 하면서 끌끌 혀를 차는 삼십년 지기 술친구들 ,전화 한 통으로 인사치례만 하는 사촌, " 뇌출혈 걸려 수술했으면 인생 종 친기다. 명퇴해서 후배에게 길을 양보해 줘야지" 라고 자기들 끼리 기대감을 표시한다는 직원들, 회복하지 못한다고 지레짐작하여 외부인에게 사기행각을 사주시킨 이 , 위문금 명목으로 받은 부의금을 중간에서 착복한 사람 기타 등등 요지경이었다. 기원전 로마에서 "브루투스 너조차?" 라고 이 세상에서 마지막 쓴 말을 내뱉은 줄리어스 시이저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 진풍경이 벌어졌었다.
사람이 곤경에 처할 때, 누가 친구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 있다는 말은 새겨 들을만하다. 그러나 정확한 말은 아니다. 만인은 만인에 대하여 늑대라고 갈파한 토머스 홉스의 혜안이 실로 경이롭다. 하지만, 그도 정확하지 못했다. 하이에나였다. 일부 사람들은 병들고 약한 사람에게 하이에나가 된다.
당시는 그렇게 속좁게 생각했다.
사람이 늙으면 과거에 산다는 말이 일면 진실일 수도 있다. 흘러간 옛일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 쓴 웃음 짓게 한다.
중학 2학년 반장 선거일이다. 전임 반장이 대구로 전학을 가버린 가을 어느 날이었다. 새로운 반장 감을 추천하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에 두 명이 추천되었다. 진실로 원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극구 사양했는데 나도 그 중 한 명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나를 추천한 아이는 짱구였다. 앞이마가 툭 튀어나오고 뒷머리도 둥근 매주처럼 볼록하고 무쇠처럼 단단하다. 그의 뒷 머리통에 중학시절 3년간 5명이 코피를 쏟았다. 그 중 한 명은 상급생인 3학년인데 뒷 머리통에 맞아 기절, 조퇴했다. 그는 그날 이후 짱구의 펜이 되었고, 후일 그의 큰 처남까지 되었다. 그런 짱구는 우리 집에서 한 집 건너 뒷집에 살았다.
투표결과가 칠판에 바를 정자로 표시되었는데 결과는 32대0
나를 추천한 짱구도 나를 배신했다. 물론 나도 나 자신을 찍지 않았다. 극구 사양을 한 입장에서 체면상, 그리고 중이 어떻게 제 머리를 깎을 수 있느냐 하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짱구는...
다행이도 이 창피한 순간에도 나는 의연하게 평온함으로 얼굴표정을 관리할 수 있었다. 얼굴색이 아버지를 닮아 검붉었기 때문이다. 그 때처럼 아버님의 은혜에 대해 각골난망한 적은 없었다.
짱구는 ……. 보이지도 않았다.
태풍이 물러가고 앞산의 구름들이 산기슭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오후에는 저 구름들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높고 맑은 창공이 가을의 산 풍경을 내려다 볼 것이다. 아픈 몸으로 직장 생활할 때,180도 달라지는 주변 인심에 질려서 산인(山人)의 생활을 갈망했던 시절도 이제는 웃어넘길 수 있는 과거지사가 되어 버렸고, 짱구는 여전히 어린 시절처럼, 내 주위를 맴돌며, 때로는 파크골프 동반자가 되고 때로는 낙동강 변을 함께 달리는 국토종주대원이 되기도 한다.
20여 년 전 추수가 끝난 텅 빈 압량들녘을 그렇게도 부러워했었는데 이제 짱구와 나는 흰머리 풀풀 날리며, 민 대머리 독수리가 되어 종신 백수로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서리 내린 논밭이 되었고 텅 빈 압량벌이 되었다
간혹 의견이 대립되어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지를 때도 있지만, 우리는 인연이라는 끈으로 이어진 하나의 존재라는 것. 앞산도 하늘도 저 구름도 우리와 하나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알아가고 있다. 죽어서도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흐르는 세월 속에서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끝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