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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집결 : 2023년 8월 27일(일) / 1호선 안양역 2번출구 (10시 30분)
◈ 참석자 : 16명 (세환, 종화, 진석, 양주, 기인, 재홍, 윤환, 원무, 재웅, 삼환, 전작, 일정, 문형, 광일, 양기, 황표)
◈ 산행코스 : 안양역(2번출구)-버스정류소-대림대학교-만장사-비봉산산책길-비봉산전망대(295m)-마당바위 -계곡놀이터-뒤풀이장소-안양예술공원-관악역(2번출구)-귀가
◈ 동반시 : '그늘 만들기' / 홍수희 (박형채 산우 추천)
◈ 뒤풀이 : '한방오리백숙'에 소·맥주 및 막걸리 / '맛고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031) 472-3382> → 양주 및 기인 산우 협찬
아침에 일어나 보니 더위가 한풀 꺽인 듯 한결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이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나는 집 가까이 있는 비봉산 산행이어서 조금 늦게 집을 나섰다. 비봉산 산행은 내 추천으로 몇년 전에 처음 시작한 곳으로 이번이 세 번째의 산행이다.
이곳 비봉산은 해발 295m의 낮은 산으로 봉황이 날개를 펴고 날으는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관악산, 삼성산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기도 하다.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 곳 임에도 이번 산행에 제법 많은 산우들이 참석을 하였다.
정 총장이 비봉산을 잘 아는 나에게 이번 비봉산 산행안내와 산행기 작성을 부탁하였다. 산행의 전 구간을 안내할 수 없어 조금 망설여졌지만, 시산회원의 의무일 수도 있는 산행기 작성을 피하기 어렵고, 나로서는 어쩌면 더 이상 산행기를 쓸 기회가 없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내가 쓰는 마지막 산행기가 아니길 바라면서 작성해 보기로 하였다.
우리는 만장사 입구를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한다. 우리가 들어선 비포장길은 비봉산 정상에 있는 군부대 차량들이 오가는 군사도로로 개설된 곳이지만, 인근 주민들이 산책로로도 많이 이용하고 있어 안양시청에서 도로를 유지관리하며 '비봉산 마실길'로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필자인 나도 이 길은 오랜만에 걸어본다. 맨발 걷기를 시작하면서 소나무가 욱어진 다른 쪽의 작은 산길로 매일 다니던 산책코스를 바뀠기 때문이다. 기인 친구가 신발을 벗더니 맨발로 나와 동행을 해 준다. 참 고마운 친구다.
마실길 양쪽에 서 있는 참나무숲이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고 겨울에는 잎이 떨어져 햇볕이 따뜻하고 경사도 완만하여 노약자들도 많이 다니는데, 산책길로는 딱 좋은 길이다. 이곳 참나무잎들이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다. 아직은 더위가 가시지 않고 여전히 무덥지만 계절은 가을이 오고 있음을 말해준다.
기인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산길을 걸어 오르다 보니 금새 산증턱에 있는 정자에 도착한다. 다른 산우들은 한참 앞서 걸어가더니 정자에서 좀 쉬고 있을 줄 알았는데, 곧바로 비봉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전망대 풍광이 제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그리 서둘러 갈 일이던가? 동행하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기인친구는 전망대로 향하라 하고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혼자서 맨발 걷기로 왔던 길을 되돌아 왔었다.
사실 내가 맨발 걷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올해 3월초 부터였다. 전립선암 4기로 진단받은 나는 교수가 맨발걷기 두 달만에 완쾌 되었다는 유튜브 동영상을 본 친구가 그 동영상을 내게 보내주며, "너도 한번 해보라"는 권유로 시작한 실태였다.
같은 처지인 나는 내심 은근히 기대를 갖고 매일 2~3시간씩 열심히 맨발 걷기를 한지 벌써 6개월이 지난 지금 내게는 그런 행운이 따르진 않았고, 완쾌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젠 일상화가 되었다.
어쩌면 내 경우는 좀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를 일이다. 내 몸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꾸준히 해볼 참이다. 내게도 그런 기적이 어느 날 갑자기 짱하고 올지도 모를 일 이닌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걸어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들머리에 이른다.
이때 쯤 산우들은 비봉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조금 가팔라 오르기가 쉽진 않은 길이다. 그 동안 쉬운 둘레길로만 다녔던 산우들로서는 모처럼 만에 산행다운 산행으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힘들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훌륭한 풍광에 힘든 산행의 피곤함은 금새 사라졌을 것이다.
사방이 확트인 비봉산 전망대 쉼터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서쪽 멀리는 인천 앞바다가 아스라이 눈에 들어오고, 북동쪽 가까이에 삼성산과 관악산의 속살을 보여주는 풍광이 참으로 멋지고 시원스럽다.
동남쪽을 바라보면 청계산, 모락산, 백운산, 광교산, 수리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산우들은 저마다 가져온 간식거리를 내어놓고 막걸리를 한 잔씩 걸치며 휴식을 취한다. 오늘 동반시('그늘 만들기'/홍수희) 낭송은 산행기자인 나를 대신하여 나와 동향 친구인 전작 산우가 낭낭하게 낭송하였다.
'그늘 만들기' / 홍수희
8월의 땡볕 아래에 서면
내가 가진 그늘이 너무 작았네
애써 이글대는 태양을 보면
홀로 선 내 그림자 너무 작았네
벗이여,
이리 오세요
홀로 선 채 이 세상 슬픔이 지워지나요
나뭇잎과 나뭇잎이 손잡고
한여름 감미로운 그늘을 만들어 가듯
우리도 손깍지를 끼워봅시다
네 근심이 나의 근심이 되고
네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될 때
벗이여,
우리도 서로의
그늘 아래 쉬어 갑시다.
산우들은 전망대에서 조망과 휴식을 취한 후 하산하였다. 하산길은 바위들로 가팔라 하산이 쉽지않은 길이었다. 이 길을 조금 내려가니 중봉 쉼터에 이른다. 이곳 중봉 쉼터도 확트인 시야와 풍광에 다시 한번 감탄을 자아낸다.
산우들은 중봉 쉼터 마당바위에서 확트인 풍광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안양예술공원을 향하였다. 다소 가파른 하산 길을 조금 내려가 골짜기에 다다르니 안양예술공원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나오고 그 길을 따라 10여 분 더 내려가니 안양예술공원에 도착하였다.
안양예술공원에 도착하니 서울대수목원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산우들을 붙잡는다. 최근 이 지역에 폭우가 내린 뒤라서 평소에 건천이던 이곳은 흐르는 계곡물이 맑고 제법 많이 흐른다.
산우들은 시원한 계곡물에 흠뻑 젖은 땀을 씻어내고 나서 뒷풀이 장소인 '맛고을'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미리 식당에 와 있던 나는 산우들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윗옷이 땀으로 흠뻑 젖은 문형 산우가 식당에 들어서며 나더러 "비봉산이 동네 뒷산은 아니더라"며 한마디 한다. 오늘 산행코스가 산우들에게는 좀 힘들었나 보다.
오늘의 뒤풀이는 기인 산우와 내가 협찬을 하였다. 우리는 뒤풀이 식당에 미리 준비된 한방오리백숙에다 소·맥주와 막걸리를 한 잔씩 돌렸다. 남은 피로까지 씻어내고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다음 467회 산행을 기대하면서...
2023년 8월 27일 나양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