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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飛龍비룡 辛鐘洙신종수 總務총무님 提供제공.
서 설
한시 창작의 전래
한시(漢詩)가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한시는 한자(漢字)를 사용하여 짓는 것이지만 과거 우리 선조들도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선조들이 남긴 한시는 지금까지도 학계의 지속적인 연구 대상이 되고 있으며, 때로는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시를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도 한다.
하지만, 한시 창작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유구한 한시의 역사성과 문학사적 중량감에 비해 학자들과 일반 대중들의 이해도와 관심도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학계에서는 더 이상 한시를 창작의 대상으로 보지 않으며, 재야 문사들을 통해서만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시를 연구하는 사람들조차도 한시 창작을 도외시하고, 창작의 고민조차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인식이 팽배하다 보니, 어쩌다 내가 한시 창작을 강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소 의아하고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마저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지금 전국에 수많은 한시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고, 각 지역에서 개최하는 한시 백일장이 동호인들의 관심 속에 매번 성대하게 치러지는 것을 보면, 여전히 한시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한시 창작을 배우려는 사람들의 대개는 한시의 절제된 압축미와 절묘한 대장(對仗)에 매력을 느껴 입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본래 중국의 문체(文體)인 한시를 우리말로 옮겨서 감상하다 보면 두 가지 한계가 따른다.
첫째는, 애써 맞춰 놓은 평측(平仄)이 성조(聲調)가 없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그 운율과 리듬감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제아무리 멋진 표현과 절묘한 대장도 우리말로 옮기면 그 맛이 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두보의 「곡강대주(曲江對酒)」함련(頷聯)은 다음과 같다.
| 桃花細逐楊花落 | 도화세축양화락 | 가녀린 복사꽃은 버들을 따라 떨어지고 |
| 黃鳥時兼白鳥飛 | 황조시겸백조비 | 때때로 黃鳥황조는 白鳥 백조와 함께 날아가네 |
위 시의 출구(出句) 桃花와 楊花, 그리고 대구(對句)의 黃鳥와 白鳥는 같은 句 안에서도 서로 對가 되지만, 각각 桃花는 黃鳥와, 楊花는 白鳥와 對가 되며, 逐과 兼은 '따라'와 '함께'로, 落과 飛도 '떨어지다'와 '날아가다'로 전체적인 대장의 구성이 절창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위 구절을 번역하면 '가녀린 복사꽃은 버들을 따라 떨어지고, 때때로 황조는 백조와 함께 날아가네'로 원문의 절묘한 대비나 대우법이 잘 드러나지 않은 채 평범해지고 만다.
이런 이유로 한시는 아무리 번역을 잘해도 원문 그대로 음미하는 것만큼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한시는 오로지 한문으로 감상할 때 그 진가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근본적 한계가 있음에도 오래전부터 선조들에게 한시는 생활의 일부분이었고, 그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한시 창작에 입문하고자 하여도 마땅한 교재나 가르치는 곳이 드물고, 알음알음 동호인들이 모여서 창작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교재나 정확한 창작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는 학창 시절 『춘향전(春香傳)』을 읽다가 이도령이 암행어사 출두하는 장면에 나오는 한시를 보고 단번에 매료되어, 나도 이다음에 꼭 한시를 짓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했던 적이 있었다. 그 시는 몇 번 되뇌었을 뿐 일부러 외운 적이 없는데도, 지금까지 전문(全文)이 기억나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 飛龍비룡 辛鐘洙신종수 總務총무님 提供제공.
| 金樽美酒 千人血 |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
| 金금 술-盞잔의 香氣향기로운 술은 千천 百姓백성의 피요 | |
| 玉盤佳肴 萬姓膏 | 옥반가효는 만성고라 |
| 玉옥 錚盤쟁반의 맛 좋은 按酒안주는 萬만 百姓백성의 기름이라 | |
| 燭淚落時 民淚落 | 촉루락시에 민루락이니 |
| 촛불에서 눈물 떨어질 때 百姓백성들은 눈물 떨어지니 | |
| 歌聲高處 怨聲高 | 가성고처에 원성고라 |
| 노랫소리 높은 곳에 怨望원망 소리 높도다. | |
처음 이 시를 접했을 때 어떤 짜릿한 전율이 느껴지며 여실히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정해진 스물여덟 글자 안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군더더기 없이 압축하여 표현하였다는 점이 가장 눈길을 사로잡았다. 위의 시에서 받은 신선한 감동으로 나중에 꼭 한시를 짓는 사람이 되리라 했던 다짐은, 당시엔 나름 결연했었지만은 내가 다시 한시를 마주한 건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나서였다.
2011년, 한문 공부를 위해 입학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청계서당(淸溪書堂)에서 학산(鶴山) 노상복(盧相福)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학산 선생님은 퇴계 학통을 20세기 중반까지 지켜온 중재(重齋) 김황(金榥)의 제자이다. 김황에서 면우(俛宇) 곽종석(郭鍾錫), 다시 한주(寒洲) 이진상(李震相)으로 이어지는 퇴계 학맥의 마지막 선비라 할 수 있다.
청계서당에서 학산 선생님께 한시를 배운 첫날, 한시의 구조가 환하게 파악이 되었다. 화요일과 목요일 두 번 강의를 들은 그 주말에 칠언절구 13수(首)를 지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공졸(工拙)을 따질만한 수준도 못 되는 어설픈 것들이었지만, 당시에는 한시의 염법(簾法)에 딱 맞추어 지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스스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는 선생님께 한시를 배우면서 ‘2·4분동, 2·6동’과 ‘1·3·5불론’ 등의 말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선생님께서는 그런 용어가 있는지조차 모르시는 것 같았다. 학산 선생님께 한시를 배우면서 우리의 선조들은 한시 ‘작법(作法)’이라는 말 대신 ‘염법(簾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음을 알게 되었다.
염법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용어이다. 염법의 염(簾)은 햇빛이나 시선을 가리는 데 쓰는 도구인 ‘발’을 뜻하는데, 한시의 평측이 발을 짤 때처럼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듯 하는 데에서 따온 이름이다. 즉, 염법이란 바로 한시 짓는 법을 말한다. 그러므로 염법을 모른다는 것은 제대로 된 한시 짓는 법을 모르는 것과 같다.
선생님께서는 ‘2·4분동, 2·6동’ 같은 말씀은 전혀 없으시고 발을 짤 때처럼 씨줄 날줄이 교차하듯 진행되는 평측의 전개 순서를 말씀해 주셨을 뿐이다. 이후 따로 한시 공부를 위해 접하게 된 대부분의 책에 ‘2·4분동, 2·6동’을 언급하고 있어서 ‘이걸 굳이 왜 따지지?’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하지만, 학산 선생님께서도 ‘염법’의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었다. 시간이 될 때마다 한시에 대해 질문을 그치지 않는 나에게 어느 날 선생님께서, "소창 같은 사람한테는 내가 참 미안하다. 내가 거기까지밖에 못 배웠어. 좋은 선생을 만났더라면 더 많이 배웠을 텐데 내가 참 미안하다."라고 하셨다.
선생님께 답을 듣지 못한 질문은 알만한 사람이라 생각되면 누구에게라도 물어보았지만, 누구든 한 사람이 모든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입력 내용: 끝까지끝까지오전 12:00Claude 응답: 페이지 끝까지 전체 내용을 옮겨 드립니다.페이지 끝까지 전체 내용을 옮겨 드립니다.
아니었다. 시간이 될 때마다 한시에 대해 질문을 그치지 않는 나에게 어느 날 선생님께서, "소창 같은 사람한테는 내가 참 미안하다. 내가 거기까지밖에 못 배웠어. 좋은 선생을 만났더라면 더 많이 배웠을 텐데 내가 참 미안하다."라고 하셨다.
선생님께 답을 듣지 못한 질문은 알만한 사람이라 생각되면 누구에게라도 물어보았지만, 누구든 한 사람이 모든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여러 곳을 통해 알게 된 내용들의 교집합을 퍼즐 맞추듯 짜맞추고, 1,000여 首에 가까운 한시들을 분석하다 보니 비로소 한시의 염법에 대한 윤곽이 정리가 되었다.
우리 선조들은 '염법'이란 용어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한시 용어를 다수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보면 비록 한시가 중국으로부터 들어왔지만, 한시의 체제는 그대로 따르면서 한시를 나름의 독자적인 문학 장르로 발전시킨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정규 교육에서는 한시 창작에 대하여 가르쳐 본 적이 없다. 한시도 분명 우리의 국문학 작품 범주에 들기 때문에 학창 시절에 접하기는 하였지만, 학교에서 접했던 한시는 주로 감상 위주의 내용 파악이 대부분이었고, 간혹 평측을 논하더라도 창작의 단계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본래 한시 창작의 핵심 그룹이었던 사대부들에게 있어 '한시'란, 『소학』이나 『논어』, 『맹자』처럼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필수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하찮은
잔재주로서 일상생활 속에서 행해지는 여사(餘事)로 취급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한시 동호인들은 일삼아 한시 창작에 매달리고 있지만, 보통의 우리 선조들에게 한시 창작은 목표를 가지고 학습해야 할 긴요사(緊要事)가 아니고, 먹고 자고 일상생활 하는 중에 늘 있는 여분의 일이었을 뿐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한시가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음에도, 한시 창작에 대한 이론서나 관련 문구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이라 여겨진다. 밥 먹는 법이나 옷 입는 법 등을 따로 문서에 기록하지는 않는 것처럼, 한시 창작도 시간이 되는대로 그저 붓을 잡아 놀리던 일상인 것이었다.
또, 사실 알고 보면 한시 짓는 법이라고 하여 따로 기록해 놓을 만한 특별한 게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다. 한시의 염법을 알고 나면 지금까지 나온 한시 작법에 관한 두꺼운 책들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과거 한시는 본래 사대부들의 전유물이었고, 일반 평민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았었다. 평민들이 본격적으로 한시를 짓게 된 것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기존 신분제 질서에 대한 사대부와 평민 간에 의식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업무의 특성상 한자를 많이 알 수밖에 없는 직종인 의원, 역관, 서리 등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시 모임이 결성되더니,
18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시사(詩社)에서 운영하는 서당에서도, 시를 배우는 여항인(閭巷人)들의 자녀가 수백 명에 이를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들은 어떻게 한시를 가르쳤을까? 졸견으로는 오늘날 한시 작법의 이론으로 제시되는 '2·4부동, 2·6동'과 '1·3·5불론'이, 이 무렵부터 활성화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당시에는 신분제 사회 구조상 평민이 직접 사대부로부터 시 짓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조선 전기부터 시를 짓는 여항인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들이 사대부들의 시를 분석해서 '2·4부동, 2·6동'과 '1·3·5불론'이라는 나름의 규칙을 발견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보다 후대의 인물들에 의해서 발견이 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어쨌든 여항인들 사이에서 전해 오다가, 자녀들의 한시 창작 교육에 적용하였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2·4부동, 2·6동'은 완성된 시를 분석해서 도출해 낸 결과값일 뿐이며, '1·3·5불론'은 '2·4부동, 2·6동'에서 제외된 글자들은 평측을 따지지 않는다고 판단한 오해에서 발생한 논리일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처럼 한시를 지을 때, 필자가 '염법'으로 한시를 배운 과정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2·4부동, 2·6동'으로 가르치는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사대부들과 평민들이 각각의 작시 방법으로 자신들만의 교육 체계를 구축하여 대를 이어가며
전해왔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 과정에서 갑오경장 이후 반상의 차별이 철폐되면서 사대부들의 위상은 축소된 데 반하여, 평민들의 사회적 교육적 진출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그들이 사용하던 '2·4부동, 2·6동'의 방법이 사대부들의 '염법'보다 훨씬 더 대중화되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2·4부동, 2·6동'과 '1·3·5불론'으로 시를 짓는 것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면서도, 오랜 세월 그렇게라도 시 짓기의 명맥을 이어왔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방법이 다르다고 해서 시를 완성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시 창작을 강의하는 사람으로서 주변에서 한시 짓는 법에 대하여 설왕설래하는 것을 보면서 '2·4부동, 2·6동'보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염법'의 소개를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내가 강의하고 있는 매헌학당에도 꾸준히 수강생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서, 한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창작 안내서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또한, 작년에 시문집을 재번역하는 작업을 하였는데, 오래전 번역한 문집에 많은 오류가 문제되어 부득이 재번역을 의뢰해 온 것이었다. 문집 속의 오류들을 보면서 한시를 번역하는 사람은 반드시 한시 짓는 법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시를 지을 줄 알면, 안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글자와 들어갈 수
없는 글자를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혀 엉뚱한 글자로 초고가 탈초(脫草) 되면 번역이 이상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일반인이나 전문 연구자를 가릴 것 없이 한시 창작은 분명히 새로운 길을 열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이 책이 한시 창작에 두려움을 갖고 망설이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 한시 창작 인구의 저변 확대에 일조할 수 있다면 더없는 보람이 될 것이다.
*****(2026.05.07)
* 曉潭禪師효담선사 李起仁이기인 會員회원 提供제공.
* 昊天호천 金春植김춘식 會員회원 提供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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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현포자 선생님! 이렇게 수고를 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