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중년 시대
※ 2025. 3. 25. 영남경제신문 게재
손 원
나는 60대지만 아직 노인이라기보다 중년 느낌이다. 애써 노인임을 부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음의 나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건강나이, 신체 나이가 마음 쓰인다. 때로는 스스로 몸 기능을 체크해 보면 어떤 면은 만족, 어떤 면은 불만족스러워 긴가민가하기도 하지만 마음의 나이를 믿기로 한다. 무슨 일을 하든 장년 못지않게 해낼 자신이 있다. 어쩌면 그 이상으로 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나이가 들면 연륜과 지혜가 쌓이기 때문이다.
건강나이도 젊었을 때 같지는 않지만, 아직 활동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 어느 정도 체력이 받쳐줘야 가능한 농사일도 하고 있다. 평생 해온 그때 일쯤은 누워서 떡 먹기로 여겨진다. 다만 그 일을 후배에게 넘겨줬을 뿐이다. 건강과 신체 나이는 자신감과는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나름대로 건강관리를 해 왔기에 자신이 있다. 조깅을 열심히 해 왔기에 단거리 마라톤은 무난할 듯하다. 남성 근력의 상징인 턱걸이도 10회 정도는 거뜬하다. 비교적 가벼운 운동은 어떤 운동이든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몸의 일부 기능은 나이를 실감 나게 한다. 먼저 시력이다. 시력은 직장생활 때 사무 환경 변화와 더불어 급격히 나빠진 듯하다. 40대 중반 무렵 본격적으로 PC를 사용하고 부터다. 양안 1.5로 양호했던 시력이 0.7 정도로 나빠지는 데 채 2년도 안 걸렸다. 그로부터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65세 전후로 청력도 나빠지고 있다. 언젠가는 보청기를 착용할 정도로 나빠질 것 같아 마음 쓰인다. 일흔을 넘기면 생각지도 못했던 기능장애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불안하다. 그래도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 증상이 없어서 다행이다. 행복한 시니어 생활은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먼저다.
몸이 다소 불편할지라도 자신감을 갖자. 지나간 청춘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만, 가슴속 청춘은 영원히 늙지 않는다. 우리 생에 가장 젊은 날은 바로 오늘이다. 긍정적 마인드는 노년을 아름답고 즐겁게 사는 방법이다.
지하철 노약자석에 잘 앉지 않는다. 자리가 없으면 서 있는 게 마음 편하다. 누구나 중년으로 보아,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도 않는다. 집 근처 강변에 파크골프장이 잘 조성되어 골프 붐이 일고 있지만 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 모이는 사람들이 나와 연배지만, 노인 그룹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에도 가지 않는다. 연배끼리 어울리려면 그런 곳을 찾아야 하나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때가 되면 찾겠지만 우선은 젊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은 겨우 46세였다. 게다가 40세도 넘기지 못한 왕이 11명이나 되었고, 당시 남자들의 평균 수명은 약 35세였다고 한다. 2023년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83.5세다. 통계적으로 70세까지 생존확률이 86%, 80세까지 생존확률 30%, 90세까지 생존확률 5%다.
농촌의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마을 일을 맡고 있는 이장들 중 60을 넘긴 이장이 꽤 많다고 한다. 전남 장성군 내 이장 282명 중 65세를 넘긴 이장이 3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전국적으로 비슷할 것 같다. 농촌 지역에서 60대는 중장년층이다. 요즘 농촌을 지탱할 핵심 인력이 60대라는 것이다. 더구나 60대 이상 인구 비율이 훨씬 높아 농어촌이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1970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61.9세에서 2023년 83.5세로 53년 만에 21.6세 더 늘어났다. 내 어릴 때 기대수명이 61.9세였다니 통계적으로 보면, 나는 적어도 21년은 더 오래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생을 마감할 때쯤이면 90세는 될 듯하다. 그렇다면 60대는 중년이라 할 수 있다. 확률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평균 나이는 76세~78세이기에, 60대는 왕성한 활동을 할 중년층이다.
바야흐로 60대 중년 시대다. 2024년 12월,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하면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요즘 60대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퇴직 후에도 활기찬 삶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으며, 정부와 기업은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는 단순 노무형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60대 이후에도 다양한 일자리 기회 제공과 아울러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활용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60대 이후라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시대 변화에 맞는 기술을 습득하고,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는 태도다. 퇴직 후에도 지속적인 소득을 창출하며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전해 보자. 인권위는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하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 인적자원을 최대로 활용해 감소하는 생산가능인구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00세 시대 60대 중년층의 경제활동은 국가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