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애리조나 호피족 단기선교보고
9/8/2024
하나님 은혜와 모든 분들의 관심과 기도덕분에, 지난 8/31일부터 9/5일 동안 아리조나주에 위치한 인디언 보호구역내의 호피족 단기선교를 목사님 부부를 포함해 11명 모두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처음 호피족 선교에 대한 광고가 나왔을 때, 미국내 선교이면서 함께 가는 선교이기에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지원을 하게되었습니다. 하지만 가는길은 비행기로 애틀랜타 공항에서 4시간, 다시 차로 5시간을 가야하는 거의 9시간의 꽤나 긴 여정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국 온 이래로 17년 만에 처음으로 타보는 비행기여서 전날 새벽 1시 30분까지 긴장으로 뒤척이다가 잠깐 잠들었다가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까지 교회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침부터 많은 분들이 아침식사, 공항라이드 등으로 도움을 주셔서 순조롭게 피닉스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 창문밖으로 펼쳐친 풍경은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평야와 간혹 솟은 마른산들의 불모지 땅이었습니다. 애리조나 공항에 도착하여 피부로 느껴본 애리조나의 기온은 예상은 하였지만 정말 뜨거웠습니다. 마침 Labor Day가 다가왔기에 렌트카를 빌리는데 2시간 반정도 더 소요가 되었고, 기다리는동안 나머지 팀원들은 공항근처의 코스트코와 H Mart에서 장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마침내 렌트카가 왔고, 렌트카 뒷부분과 좌석에도 최대한 짐들을 꽉 채워실은 뒤 드디어 호피족 마을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5시간 동안 렌트카 좌우 차창밖으로는 영화에서 본 사람 키보다 더 큰 선인장들과 풀도 거의 없는 매마른 땅들과 바위 산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내 평생 볼 선인장은 그때 다 본 것 같았습니다. 집도 건물도 동물도 거의 볼 수 없었고, 그저 끝없이 펼쳐진 평지에 야트막하게 솟은 메마른 둔덕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도착할 때 즈음 내린 잠깐의 비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마침내 호피족 마을로 진입하여 First Mesa Baptist Church (1 Mission Rd, Polacca AZ 86042) 에 도착하였고, 박대준 선교사님 부부의 환영을 받으며 짐을 풀 수 있었습니다.
여기보다 3시간 시차가 느리기에 처음 며칠은 새벽 두, 세시에 잠이 저절로 깨어서 다시 잠을 청하곤 하였습니다. 고산지대였기에, 선교내내 두통과 미식거림이 왔다갔다 하였습니다. 9월 1일 주일은 교회 117주년 창립예배여서 모두들 아침부터 음식준비, 찬양, 말씀, 가족사진촬영준비, 리허설 등 예배준비로 바쁘게 움직였고, 선교사님 부부는 아침에 모두 호피 성도들 라이드 때문에 운행을 나가셨습니다. 예배시간이 다가오면서, 하나 둘 씩 교회에 도착하는 호피족 성도님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그렇게 10시에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박대준 선교사님의 인도로 영어찬양들과 교회연혁등 순서가 이어지고, 선교팀이 준비한 찬양과 연주, 스킷,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비록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가 달랐지만, 우리의 진심이 통했는지, 중간중간 박수와 아멘으로 화답하는 호피성도님들을 보며, 은혜와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일제시대 한민족의 역사와 백인들에게 억압당한 그들의 역사를 조명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화해와 회복의 말씀을 전한 한병철 목사님 말씀은 모인 모든 호피족 성도뿐만 아니라 선교팀에도 위로와 도전의 말씀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예배를 드린 뒤, 함께 펠로우쉽 건물로 장소를 옮겨 새벽부터 정성스럽게 준비한 사랑가득한 음식들을 예쁘게 꾸민 테이블에 둘러 앉아 호피성도님들과 맛있게 식사를 하였습니다. 동시에 가족사진을 촬영하여 바로 현상하여 나누어드렸고, 재미있는 게임들을 하며, 선물도 나누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호피 여성성도님은 저에게 다가와서 대뜸 Everybody looks Korean but you look like a Hopi Boy (다른 선교팀은 한국인 같은데, 너는 호피소년 닮았다)라고 하였습니다. 모든 중요한 일들을 여성이 결정하는 모계중심사회의 호피족이었기에 이러다 여기 입양되어 사는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지나갔습니다. 준비한 선교팀도, 함께해준 호피족 성도님들도 한마음으로 은혜와 사랑을 나눈 117주년 기념 예배였습니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페인트 사역이 시작되었습니다. 동트고 햇살이 비치면, 바로 뜨거움을 느낄 수 있는 애리조나의 날씨때문에 선스크림을 바르고 모자를 쓰고 긴팔옷을 입으며 단도리를 하였지만, 온 몸을 흐르는 땀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교회당 앞의 펜스와 목조 구조물과 여기저기 Repainting을 하고, 보수 공사를 하며, 무거운 쓰레기를 버리는 작업들을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특별히 교회 앞 목조구조물 위에 올라가 페인트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한낮의 뜨거운 열기에 땀도 비오듯 흘러내렸지만, 행여라도 떨어질까 좀 무서웠습니다. ‘이러다 떨어지면 여기 선교비 세우는 건가?’ 하는 뜬금없는 생각도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애리조나의 태양아래, 모두가 서로의 안전을 염려하며, 격려하며, 웃음을 잃지 않고, 기쁨으로 사역을 하였습니다. 잠시 그늘아래 휴식을 취하며 땀을 닦으며, 먹은 수박은 정말이지 꿀맛이었습니다. 오후에는 심방팀을 나누어 호피족 심방이 시작되었고, 선교내내 아침, 저녁으로 경건회와 평가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다음날도 페인트 사역이 계속되었고, 심방이 이어졌습니다. 예쁘게 마무리된 교회의 모습들을 보며, 하나님께 감사했고, 모두들 수고한 팀원들의 노고가 느껴졌습니다. 선교사님께서 마무리된 모습에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며, 하나님도 기뻐하셨으리라 생각하였습니다.
특별히 서너차례 호피족 심방을 하며 더 가까이 호피족들의 생활면모를 살펴보고 대화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겹게 삶을 영위하고 있는 호피족들의 모습에 대다수의 선교팀원들이 충격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안그래도 미국사회로부터 격리된 이 황량한 땅에서 살아가는데, 마약중독, 알코올 중독, 근친상간, 총격, 가정폭력등으로 얼룩진 그들의 삶은 방문하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하였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먼저 호피족이 나누지 않는한 사적인 질문은 자제해 달라는 선교사님의 당부가 십분 이해가 되었습니다. 15, 16세가 되는 호피청소년들에게는 미국사회에 나가 살아볼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였는데 대부분 적응에 실패하고 다시 여기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느분이 말씀하시길 자기자신도 자기를 포기하고, 정부도 자기를 버린 삶이라고 하였는데, 정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모르는 삶들이었습니다. 가정폭력에 도망갈곳을 찾다 교회로 피난을 오면 선교사님께서 돌봐주기도 하고, 집에 물이 없어서, 교회에 물을 받으러 오기도 하고, 때론 술에 취에 교회에 들어와 해서는 안되는 짓도 하고, 교회 도둑이 3번이나 문을 따고 들어와 물건을 쓸어가는등 매일매일이 거친 사고로 가득찬 일상이 되어버린 총체적 난국의 모습이었습니다. 한 가정은 아이가 5명이었는데, 집에 물이 나오지 않아, 공동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었고, 빨래로 보이는 옷가지들이 산더미 처럼 쌓여있었고, 들어가자 마자 말로 형용하기 힘든 냄새가 코로 들어왔습니다. 한 호피족 남자는 1988년 교도소에서 절망가운데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였고, 이제는 술도 끊고 선교사님을 도와가며 교회봉사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남자분은 다 낡아빠진 허름한 좁디좁은 창고같은 건물에 오래되어보이는 때가 묻은 아주작은 침대하나와 부엌도 없고, 화장실도 없는 그런곳에 살고 계셨는데, 심방대원들이 다 들어가지도 못하였고, 밖에서 찬양과 나눔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찾아볼 수 없고, 도무지 어찌해보기 어려운 그들의 삶을 보며 그저 한숨만 쉬며, 때론 그저 하나님께 이 모든것을 맡겨야 한다는 한 선교팀원의 나눔을 들으며, 공감이 되었습니다.
바쁘고 때론 고된 선교일정이었지만, 어느 맑은 밤 선교사님께서 우리들을 별이 잘 보이는 장소로 대리고 가셨습니다. 그곳에서 바라본 은하수와 셀 수 없는 별들을 바라보며 위로하시는 하나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이창우 집사님의 ‘참 아름다와라’ 찬양을 들으며, 가슴벅찬 감동과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은 거기도 계셨습니다. 그렇게 모든 사역과 일정을 마치고 우리를 배웅하시는 박대준 선교사님 부부를 뒤로하며 마을을 떠났습니다.
이시간 우리를 사랑하시듯 호피족을 사랑하시는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려드립니다. 우리가 나눈 작은 사랑의 씨앗들이 호피족가운데 아름답게 열매맺길 소망합니다. 함께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선교내내 부족한 저를 챙겨주시고 이끌어주신 목사님과 선교팀원분들께도 감사드리며, 나누고 싶은 것들 많이 있지만 여기서 선교보고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